제가 불안해 하는 것은 대한민국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요. 사람들은 야권이 집권을 하면 권력을 잡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예요. 정치권력만 잡은 거예요. 언론권력 그대로 있죠. 재벌, 경제권력 그대로 있죠.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광고시장을 통해서 언론과 유착되어 있는 재벌들,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프로젝트 받아먹는 지식인층 그대로 있죠. 그래서 개혁을 한다고 해서 순순히 협조하지 않아요. 대한민국의 수많은 권력 층위 위에 오직 청와대 권력만 바뀐 거예요." 


ⓒ 오마이뉴스

그는 예언자였을까. 대선 직후인 2017년 5월의 어느날. 많은 이들이 대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그는 뒷목이 서늘한 이야기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 기득권 세력은 그대로라는 그의 진단에는 새 정부를 향한 기대와 우려가 병존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의 시간이 흐른 시점, 한겨례 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했던 유시민 작가의 '예언'이 점점 현실이 돼가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그야말로 동네북 신세다.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와 '오중주'(50대·중도층·주부)의 '콜라보'에 견고해 보이기만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권교체에 따른 기저효과와 남북관계 개선에 힘입어 가파르게 치솟았던 대통령 지지율은 어느새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현상)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을 체험한 시민들에게 정권교체는 그 자체로 '희망'이었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였고, 겨울이 끝났음을 알리는 훈풍이었다. 권위를 내려놓은 문 대통령의 인간적 풍모는 많은 이들의 공감과 기대를 자아내게 했다. 낮은 자세로 시민과 눈을 맞추고 소통하는 모습은 이전의 대통령과는 확연히 달랐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기록적인 지지율이 1년 넘게 유지돼온 근본적인 배경이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호감과 신뢰만으로 국정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 상황이다. 잇따른 처방에도 투자와 고용 등 경제지표는 개선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논란이 거세지면서 청년층과 서민, 소상공인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당·정·청은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청와대가 경제투톱을 교체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아직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후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사회·경제 분야의 개혁 후퇴 조짐이 엿보이자 정부에 우호적이던 진보진영 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50여개 진보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노동 관련 공약 후퇴가 지속될 경우 "횃불을 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본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문재인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갈망하는 시민의 간절함으로 탄생한 정부였다.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원하는 시민의 염원이 이 정부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동력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강력하게 견인해주던 여론의 흐름이 최근 달라졌다. 사방팔방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보수와 진보진영 사이에 낀 영락없는 샌드위치 신세다. 

꺾일 줄 모르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친여세력까지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나서자 청와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정부여당에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인지는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다시 유 작가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참여정부 초기상황을 한번 복기해 보세요. 제일 먼저 터진게 네이스 파동. 전교조하고 붙었어요. KBS 서동구 사장임명 말권했다가 노조하고 싸움 붙었어요, 언론노조하고. 궤도연대 파업했죠? 미국 정상회담하러 출장간 동안에. 부안에 핵폐기장 잘못 풀었다가 난리났죠. 초장부터 완전히 얻어 터져가지고 만신창이 돼버렸어요, 6개월안에. 주로 좌파의 공격이었죠, 당시에. 

"모든 기득권 권력이 그대로 있고, 그 기득권 권력의 네트워크 안에 한 매듭만 바뀌는 건데 선거과정에서 지지해줬던 수많은 세력들이 자기의 논리에 의해서 맘에 안 드는거 있으면 공격해요. 10개의 사안에서 9개 지지해도 한 개 내 마음에 안 드는거 있으면 다 때린다구요. 저는 그게 제일 무섭고요, 지금도. 저는 그 악몽이 되풀이 되면 99% 망한다고 봐요."


ⓒ 오마이뉴스


많은 이들이 문재인 정부가 위기를 맞게 된 이유로 경제지표의 악화를 손꼽는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경제와 민생이 어려워졌다는 논리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은 지난 대선 당시 모든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물론이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모두 최저임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런 면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의 최저임금 인상 비판은 낯부끄러운 자가당착에 지나지 않는다. 

뭇매를 맞고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또 어떤가. 소득주도성장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경제와 민생 악화의 주범일까. 낙수효과를 앞세운 대기업 우선정책이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자유주의의 매파(媒婆)인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 2015년 낙수효과의 '효과없음'을 고백한 바 있다. 그 대안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던 정책이 바로 소득주도성장이다. 저소득층의 곳간을 채워 소비를 진작시키고, 그를 통해 기업투자를 이끌어내 경제와 민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소극주도성장은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보겠다는 정책적 시도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보수야당과 언론의 맹공을 받았다. 성장론자들이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겠지만, 이는 한마디로 우물가에서 숭늉찾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담론에 치중한 나머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조선·철강·자동차·IT 산업 등을 제외하면 경쟁력있는 분야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하나의 정책이 자리잡고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지난 수십년간 유지돼온 경제구조를 전환시키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을 지켜본 뒤 평가하는 것이 옳다. 그러라고 유권자가 표를 준 것이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다.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은 소득주도성장이 마치 대한민국 경제를 망치고 민생을 파탄내는 악의 축이라는 듯 독설을 퍼붓고 있다. 

이 모습은 마치 참여정부 시절의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프레임을 보는 듯하다. 당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경포대'라 부르며 집요하게 선동해 나갔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안다. 공세를 위한 공세는 이명박 정권 탄생의 밑걸음이 됐다. 경제 성장률의 경우만 해도 "김대중 정부 때 5%, 노무현 정부 때 4%, 이명박 정부 때 3%, 박근혜 정부 때 2%"(유승민 의원)가 성장했음에도 사람들의 뇌리에는 '경포대'의 잔상이 여전히 남아있다. 대중 선동이 그만큼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방증이다. 

지금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사사건건 반대와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의 삶을 극한으로 내몰고 있다며 거품을 물더니, 막상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결정하자 이번에는 카드사의 수익 악화가 경영난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거세게 비판을 하고 있다. 대개 이런 식이다. 이래도 반대, 저래도 반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결같이 '기승전-정부 비판'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경제 정책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기득권의 반발과 저항을 상쇄시킬만한 전방위적 혁신 의지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당·정·청 역시 오락가락 엇박자가 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건 무엇보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여론이 말해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문재인 정부의 위기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단적인 예가 소득주도성장 논란이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단기부양책과 장기 구조개혁으로 나뉜다. 일자리 추경안이 단기적 처방이라면 소득주도성장은 거시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경제의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시키는 작업이니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보수진영으로부터 혹독하게 공격받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를 망하게 하는 정책이란 낙인 속에 제대로 추진조차 못해보고 실패로 규정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2년이 채 안 된 상황임을 고려하면 과도하고 지나친 정치공세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왜곡과 오해가 쌓이게 되고, 그로 인한 대중적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에 우호적이었던 친여세력과 진보단체, 일반시민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문재인 정부를 견인하던 중추 세력이 등을 돌리자 국정동력 역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일제히 반격하기 시작하면 금방 입지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유 작가의 지적 그대로다. 참여정부의 데자뷰인 셈이다.  

많은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것은 어쩌면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 유 작가의 예언이 의미심장해 보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가 단순히 '문재인 정부의 실패'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의 실패는 곧바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정부여당의 각성과 담대한 용기, 시민사회의 통찰과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이는 이유일 터다.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 바람 언덕이 1인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클릭)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8.12.28 09:29 신고

    정말 정치판 ..강아지판입니다.
    미꾸라지 6급 검찰공무원 하나가 완전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옳다구나 싶어 쓰레기 같은 언론과 미X년들이 날뛰는군요..
    요즘 아예 뉴스 보기도 싫어집니다.

  2. Favicon of https://stbnjsd.tistory.com BlogIcon 북두협객 2018.12.28 10:08 신고

    그래서 이재명이 친일자들과 이런 기득권층 한번은 정리해야 된다고 했었죠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8.12.29 00:02 신고

    이에와서 보니 그렇군요. 예언이 됐습니다.
    바뀐개 없습니다. 사람만 바뀌었습니다 비극입니다.

  4.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8.12.29 01:14 신고

    소위 보수정권때와 진보정권때 지지율 하락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제가 지금껏 경험한 바로는 보수정권때는 아래로부터 불만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진보정권때는 언론으로부터 시작되더군요. 제가 일하는 곳도 최저임금 사업장인뎨도 최저임금 때문에 나라 망하게 생겼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해 안되시겠지만 저도 이해가 안되서 물어보면 언론에서 그랬답니다. 보통의 시민들은 상황을 분석하고 보지 않거든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언론의 주장에 어느 순간 세뇌당하는 느낌? 어쨌든 답답합니다.

  5.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8.12.29 08:05 신고

    안타까운 세상....ㅠ.ㅠ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6. 고로 2018.12.29 16:15

    최근 유시민님은 아무런 책임도 안지면 정치하는 새로운 기술을 구현해내심 ㅋㅋ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고문하던 그의 80년대 운동권 시대의 지식은 박제되어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채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정치트렌드에만 올라타서 즐기는 그는 정말 미래의 진보대통령 감임 ..

  7.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18.12.30 07:31 신고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날씨가 무척이나 추운 주말 입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8. BlogIcon 정도 2018.12.31 14:11

    모든게 하루아침에 바뀔 순 없습니다. 개혁이란 반대를 이겨내고 피는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소중한 꽃 봉우리를 피우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시간과 꾸준한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지속적인 믿음과 지지라는 자양분이 필요합니다! 촛불혁명이 모든 걸 완성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신호일 뿐입니다. 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지속적인 지지와 열망만이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9.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9.01.01 21:46 신고

    데쟈뷰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교사로 삼을 수는 있겠죠.

    앞으로 보수세력들은 더 오만방자하게 나아오겠고, 진보의 시선도 여러가지 형태로 다가올 것일텐데,
    이런 관점을 다 알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희망과 꿈을 실현하겠다는 의지,
    그 의지가 가득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늘어 가는것, 지금은 이것외엔 대안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가는 곳마다 화제를 불러 모으며 한때 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느날 돌연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자연인으로서의 삶으로 복귀한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퇴장을 아쉬워했다. 그는 정치현안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줄 아는 몇 안되는 정치인이었고, 탁월한 식견과 해박한 지식, 정연한 논리를 갖춘 대한민국 정치판에선 보기드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달변가였고 권위와 형식에 구애를 받지 않는 자유주의자였다. 그러나 이런 그의 성정은 대한민국의 정치환경과는 태생적으로 맞지 않았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던 그에게 항상 분열과 갈등의 정치인이란 꼬리표가 따라 다녔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유시민에 대한 평가는 극단을 달린다. '분열주의자'와 '정당파괴자', '개혁가'와 '혁명가'라는 상반된 평가는 그의 정치인생이 얼마나 심하게 굴곡져 있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평가는 이를 바라보는 개별 주체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의 몫이다. 다만 그는 직업적 정치인보다는 작가이자 칼럼리스트, 비평가이자 활동가로서의 면면이 더 잘 어울린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한동안 책집필에 몰두하며 간간히 북콘서트와 강연 등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그가 지난 22일 조계종 불학 연구소 워크숍 강연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해서 눈길을 끈다. 그는 먼저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를 '어떤 국가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이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건넨 박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이론이 아니라 심리학자의 도움이 있어야 해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교황님이 오셨을 때 남 얘기하듯이 하잖아요, 옆에서. '위로해주셔서 고맙다'고. 그것이 우리가 보통 상식으론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죠. 이건 정치이론으의 도움이나 국가이론의 도움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심리학자의 도움이 있어야만 설명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선 완전히 정상궤도를 이탈했기 때문에 이론으론 설명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물론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정을 책임지는 통수권자로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해준 교황에 대한 의례적인 멘트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그들의 아픔을 국가가 앞장서서 치유해 주었을 때에야 비로서 의미를 부여받는다. 지금처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실상 두 손을 놓고 있고, 유가족에 대해서도 매몰차게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라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이는 그녀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책무를 망각하고 있는 현실에서 나온 것으로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발언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위로받을 대상은 억울하게 가족을 떠나보낸 희생자의 유가족이고, 위로를 해야 하는 주체는 대통령을 포함한 전 국민임은 초등학생들도 안다. 그러나 모두가 애통해하고 비통해하고 있을 때 박 대통령은 과연 무엇을 했을까.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고통을 끌어안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과연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근대의 사회학 성립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정치가이자 철학자이며 사회경제학자인 막스 베버는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신념윤리와 함께 책임윤리를 손꼽았다. 이 위대한 사상가의 기준으로 본다면 박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으로서 낙제에 가깝다. 


관련글 ☞ 유가족 위로한 교황이 고맙다는 대통령 ☜ (클릭)


그는 또 유족들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요구를 거부하는 정부여당의 태도를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하며, 박근혜 정부의 적폐 청산은 '대통령 스스로가 적폐의 일부분'이란 인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대통령은 자기 자신도 과거 적폐의 산물임을 모르고 있어요. 과거의 적폐는 적폐, 나는 나. 이렇게 돼있으니까 내가 그 일부가 돼있는 적폐를 손대야 하는 게 대통령의 과제인데, 나는 떼놓고 적폐를 얘기하니까 없앨 수 있는 적폐가 없어요. 그러니까 80 넘은 어떤 할아버지를, 토크쇼하던 분을 공공기관에. 고스란히 지금 적폐 속에 있어요, 대통령이. 적폐를 씻어내야 한다는 진단은 동의하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을 포함해야 하는 겁니다. 자기 자신이 적폐의 일부인데 자기를 빼놓고 어디를 혁신합니까?" (유시민)


2014년 대한민국은 적폐란 단어가 대량 유통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세상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 난해한 단어를 박 대통령이 꺼내든 후 국가기관 공직사회 가릴 것 없이 너도나도 적폐를 없애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신드롬이란 바로 이와 같은 이상현상을 말하는 것이리라. 박 대통령이 대유행시킨 이 단어는 아주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우리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자리잡은 적폐는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고 사회구성원들의 건강한 삶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폐단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이를 선도하는 세력이 먼저 적폐로부터 자유롭고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그러나 유시민의 지적처럼 적폐를 반드시 도려내겠다는 박 대통령과 이 정부가 오히려 더 '적폐적'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태도야말로 이들의 적폐가 얼마나 뿌리깊고 질기며 오래된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분 일초가 급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저들은 아이들의 죽음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거나, 상급자의 의전을 신경쓰거나, VIP를 위한 사고 영상의 확보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 시각 박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사생활이며 국가기밀로 금기의 영역으로 봉인돼 있다. 모두 없어져야 할 적폐다.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통해 반드시 유가족의 아픔을 닦아드리겠다며 '악어의 눈물'을 흘리던 대통령은 이후 돌변했고, 정부여당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는 물론이고 세월호특별법까지 누더기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반드시 척결해야 할 우리시대의 적폐다. 적폐는 또 있다. 국정최고통수권자로서 국가재난사태에 대한 최종책임은 박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 책임을 선장과 선사 그리고 '관피아'로 불리우는 시스템의 문제로 둔갑시켜 버렸다. 남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무책임한 태도야말로 우리사회가 반드시 뿌리뽑아야 할 망국적 적폐다. 빨지 않은 걸레로 아무리 집 안을 문지르고 닦아본 들 청결해지기는 커녕 더욱 악취가 나게 마련이다.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적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 마치 점령군처럼 척폐 척결을 지휘하겠다고 하니 이 얼마나 극단적인 자기부정이자 자가당착인가


유시민은 이어 야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단체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야당이 야성이 없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을 하죠.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어땠습니까? 사학법 개정 때문에 두 달 넘게 국회를 완전 마비시키고 정기국회 때 밖으로 끌고나가서 청계광장에서 촛불 들고 다 했습니다. 아주 잘 싸웠어요, (박근혜 대표가)야당 때 진짜 거칠게. 그런데 지금 야당은 싸울 줄 모르는 것 같아요. 정부의 국가운영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해서 싸우기 보다는 그냥 어찌보면 실제 그런지, 안 그런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자기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이익단체처럼 행동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유시민)


관련글 ☞ 새정치, 이 무력한 자들을 어이할꼬? ☜ (클릭)


최근 대한민국 정치의 이상기류 중 하나는 집권당에 대한 대체제로서 야당의 존재감이 극히 미미하다는 데에 있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여당보다 야당을 더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나라 정치체제의 비정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비근한 예다. 이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전혀 야당답지 못한 행태로 정치정당으로서의 존재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은 야당다와야 하며 야당에게는 하늘이 두쪽나도 변치않는 그들만의 역할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야성을 잃어버린 야당이 시민들의 정치욕구를 현실정치에 반영시키지 않고 기득권에 안주할 때 민주주의와 시민권익에 어떤 적신호가 켜지는지 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해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관련글을 참고하면 될 듯 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 그리고 야당에 이르기까지 가차없이 메스를 들이대는 유시민의 일갈은 정치권과 우리사회의 비정상성에 대한 통렬한 일침이자 경고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유시민은 그 자신은 물론이고 사람들에게도 익숙했던 교사이자 시민계몽가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시민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유보해두고) 칼럼리스트이자 정치비평가로서의 탁월한 혜안과 안목이 오늘의 그를 있게 만든 근간이었다면, 여기에 더해 현장정치에서의 경험은 작가로서, 칼럼리스트로서, 정치비평가로서 그의 여정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빛나는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오늘 필자는 유시민의 시선 그 너머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 책임윤리가 사라져버린 대통령과 정부여당, 이익집단의 풍모마저 느껴지는 무기력한 야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당신은 어떻게 시민(당신)의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시켜 나갈 것인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마주 서게 된다. 우리는 어쩌면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처참하게 망가진 이 땅의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국가권력으로부터 위협받는 국민의 존엄과 주권을 되찾는 단초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 과정은 최상의 결과로 향하는 이정표이므로.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바람부는언덕이 여러분에게 보내는 초대장입니다 ☜ (클릭)



  1. Favicon of https://greenhrp.tistory.com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8.24 16:26 신고

    마지막글이 가슴에 훅 다가오네요...그래요...아마..절망보다는 그 무언가를 찾아내는 과정이 되리라...생각합니다...
    아주 힘든시간이겠지만요...

  2. BlogIcon 바람부는언덕2 2014.08.25 00:05

    희망만 놓지 않은 되요, 희망만..
    세상이 달라질 거란 희망, 그것 하나만 꽉 잡고 있으면 됩니다. ^^

  3. Favicon of https://nohji.com BlogIcon 노지 2014.08.25 09:10 신고

    어제의 최악은 오늘의 더 최악으로 향하는 곳이 바로 한국이죠.
    한국 정치는 점점 더... 사람들의 욕심은 점점 더 또 다른 최악을 부르고 있습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8.26 11:03 신고

      동감입니다. 대한민국,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는 느낌이.
      더 늦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4. Favicon of http://dual12312@hanmail.net BlogIcon 자우여 2014.08.29 21:12

    국민티비 나오네 화이팅 국민티비^^

  5. BlogIcon 주노 2014.08.29 22:02

    으이구..시민아 시민아..와사노?
    아직도 그라고 돌아댕기나?

    • 단풍 2014.08.30 01:10

      알바면 다행이다안
      아니라면? ㅉㅉ

  6. BlogIcon 사람이먼저다 2014.08.30 01:30

    역시 통쾌합니다
    정말 비정상이 정상이되고
    몰상식이 상식이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비참합니다!
    새눌당이나 정부에겐 기대하지않겠습니다
    박영선대표님이하 새정연 야당 의원님들
    정말 야당이 야당답게 바로서길
    애원합니다

  7. BlogIcon 가을입니다 2014.08.30 07:34

    진정한 학자고 지식인 입니다 존경해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