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로에 섰다. 벌써 세 번째 맛보는 쓰라린 경험이다. 그동안 몸 담았던 곳에서 늘 승승장구해 왔던 그에게는 좀처럼 익숙지 않은 낯설음이다. 의사로서, IT전문가로서, 교수로서, 그리고 방황하는 젊은 청춘들의 멘토로서 눈부신 업적을 쌓아왔던 그이기에 이 상황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기는 했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대선보다 중량감이 떨어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맥없이 고꾸라졌다. 그것도 자신이 사퇴를 종용했던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뒤쳐진 3등이다. 곳곳에서 조소와 냉소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정계은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에게 서울시장 출마는 퇴로가 없는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등판한 선거가 아닌가. 게다가 상대는 7년 전 그가 통 크게 양보를 했주었던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밀려날 수도 밀려서도 안 되는 진검 승부였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할 경우 차기 대선은 고사하고 정치 활동 자체가 위협받는 외나무다리 혈투였다. 지방선거 이후 보수재편을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절대 질 수 없는 선거였다. 

그러나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7년 동안의 재임기간을 거쳐 박 후보는 어느덧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해 있었다. 3선 연임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시킬만한 안정감과 풍부한 시정 경험을 갖춘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여기에 '문재인 프리미엄'이라는 '어드밴티지'까지 더해졌다. 그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싸움에 뛰어든 셈이었다. 

더욱이 선거는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애시당초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던 김 후보는 만만치 않은 힘을 과시하며 국면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박 후보의 일방적 독주가 이어지고 단일화 가능성마저 사라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2위 쟁탈전으로 모아졌다. 누가 2위가 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권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야권의 보수 재편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선거 결과 그의 최종 성적표는 3등이었다. 바른미래당 역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전패를 당했다. 스스로는 말할 것도 없고,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창당한 바른미래당 역시 유권자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은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그는 씻을 수 없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궁금하다. 그는 이런 결과를 정말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까.


ⓒ 오마이뉴스


출마를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엄청난 산고를 겪은 끝에 바른미래당을 창당했기에 한 걸음 물러나 재충전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면 휴식이 필요할 법도 했다. 거듭된 선거 출마에 따른 피로감이 그의 정치적 미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노출 빈도가 높을 수록 정치인으로서의 참신함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결국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 바른미래당 창당 이후 일선에서 물러난지 두 달여만의 일이었다. 사정은 있었다. 기대와는 달리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서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를 위한 돌파구가 절실했다. 당의 간판이자 얼굴인 그에게 'SOS'를 칠 수밖에 없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당내 지분을 양분하고 있는 유승민 공동대표의 불출마 의지가 확고한 이상 그 외에는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었던 탓이었다. 

일각에서는 그의 등판을 정치활동 재개를 위한 예정된 수순이라 보는 시각도 있었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대중으로부터 잊혀지는 것을 가장 두렵게 여긴다는 속설이 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선에서 물러나게 될 경우 당내 위상이나 역할, 정치적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서둘러 조기 등판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당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제보조작 사건으로 당이 발칵 뒤집히자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정확하게 22일 뒤 그는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며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었다.  


22일 동안 그가 어떤 반성과 성찰을 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출마에 우려를 표시했고 심지어 당 내부에서도 만류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의 출마를 두고 당내에서 극심한 내홍이 펼쳐지기도 했다. '선당후사'하겠다며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자 조직이 사분오열되는 '코미디'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당 대표에 오른지 몇 개월 후, 국민의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통해 원내 2당으로 도약하려던 그의 야심찬 계획은 이번 지방선거 참패로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다. 중도 성향의 정치세력을 규합해 집권을 도모하겠다는 그의 구상 역시 현실의 높은 벽 앞에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이유가 뭘까. 중간지대에 머물면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양극단의 정치에 신물난 유권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른바 '중도의 함정'에 너무 깊숙이 빠져버린 탓은 아니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정치적 성향을 지닌다. 편의상 이를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로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사안에 따라 우연히 얻게 되는 지위일 뿐 '중도'는 개인의 정치적 스탠스를 대변하는 말이 아니다. 대중이 정치를 불신한다고 해서, 무당층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그들의 중도 지향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좋든, 싫든 대중은 정치적 현안에 정치적 의사를 갖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 인간이다. 

그가 정치에 발을 들어놓을 무렵은 대중의 정치 혐오가 극에 달한 시기였다. 정치공학에 함몰된 낡고 구태의연한 정치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하늘을 찔렀다. 정치판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는 대중의 열망은 새정치를 앞세웠던 그에게 그대로 투영됐다. 그는 정치개혁의 아이콘이자 상징이 됐고, 대한민국 정치를 선도해 나갈 '초인'이 됐다. 

양당제에 폐해를 뼈저리게 경험했던 대중들은 그를 통해 기성 정치를 변화시킬 동력과 가능성을 찾기를 희망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정치, 삶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염원이 그에게 투사됐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안철수 현상'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는 대중의 정치 혐오와 불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중도적 스탠스를 앞세워 양당제의 헛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그의 정치 여정은 시간이 갈수록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했다. 기득권 거대 양당을 거세게 비판하며 새정치의 당위를 역설했지만 실체 없는 말의 향연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구체적인 대안이나 방법론을 제시하는 대신 양비론을 통해 반사이득을 얻으려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기 때문이다. 

리더십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 그리고 바른미래당에 이르기까지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그가 몸담는 곳마다 분열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만 해도 바른미래당은 극심한 공천 갈등에 시달리며 힘을 하나로 규합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노원병 지역에서는 안철수계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유승민계인 이준석 지역위원장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다. 김 교수의 불출마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그의 리더십은 이 때문에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겨우 수습되는가 싶었던 분란은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송파을 전략공천 문제로 극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막판까지 손 위원장의 전략공천을 고집해 당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정체성 논란도 그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논쟁거리 중의 하나다. 정치권에 입문할 당시만 해도 그는 진보·중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그는 조금씩 노선을 선회하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보수적 스탠스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현상의 거품이 걷히면서 진보·중도 세력의 지지세가 약해지자 타겟을 보수층으로 바꿨다는 지적이다.

유시민 작가는 2017년 대선을 앞둔 4월 24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5년 전에는 청년 멘토예요, 안철수 후보가요. 그래서 젊은층 지지가 되게 높았는데 지금은 고령층 지지예요. 한 정치인이 5년 사이에 그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회적 기반이 이렇게까지 변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에요. 저는 안철수 후보가 제자리로 갔다고 봐요"라고 꼬집은 바 있다. 원래 보수적 성향이 강했던 그의 노선 변경이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보수 표심을 의식한 그의 우클릭 행보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우유부단한 태도와 계속된 말바꾸기, 중도를 앞세운 모호한 노선과 정체성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색이 뚜렷한 대한민국 유권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도 지향의 전략적 모호성이 결과적으로 양쪽 진영 모두에게 불신감을 안겨주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장 낙선으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그의 거취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정치적 현실을 감안한 정계은퇴 가능성에서부터 당분간 정치권 밖에 머물며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 작가는 14일 방송된 <썰전>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유 작가는 이날 방송에서 "퇴로만 남겨놨다"며 그에게 필요한 건 "마음을 비우고 진로를 탐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면해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볼 것을 주문한 것이다.

거취 문제로 다시 장고에 들어가야 하는 그가 곱씹어야 할 조언일지도 모르겠다. 정치에서 '철수'하든 안 하든 중요한 것은 유권자가 그에게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성찰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무렵 혜성처럼 등장해 대한민국 정치판을 '들었다 놨다' 했던 정치인 '안철수', 그의 선택지는 과연 어디가 될까. 또 다시 기로에 서 있는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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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tbnjsd.tistory.com BlogIcon 북두협객 2018.06.18 07:10 신고

    기사 내용이 전부 설명해 주었듯이 그는 말뿐이였고, 빈 껍데기였을 뿐이였습니다.
    안철수도 분명히 기회가 있었죠. 정치 행보를 보면 나서야 할 때는 물러서고, 물러나야 할 대는 나서는 등 타이밍 때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게 안철수의 실체라고도 할 수 있죠. 무능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8.06.18 08:50 신고

    더 이상 추해지기전에 정치에서 발을 떼야 합니다

  3. Favicon of https://jkcorp.tistory.com BlogIcon 세계유랑방랑자 2018.06.18 18:13 신고

    앙돼요 오래오래 남아서 똥볼차시길 ㅋㅋㅋ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8.06.18 19:20 신고

    안철수의 한계 입니다.
    그는 능력은 있어도 인ㄱ겨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정계 은퇴가 답입니다.

  5.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8.06.19 01:11 신고

    그가 잘할 수 있는 분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정말 진심입니다~

  6.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8.06.19 05:40 신고

    학자로 남아있어야했을 분인 듯...
    안타까워요.ㅠ.ㅠ

  7. 호랑이발바닥 2018.06.26 17:25

    약간의 재치가 필요한때 입니다. 만가지 근심을 덜어낸다는
    뜻으로 당명을 (만파대륙)으로 변경할것을 제안합니다.
    궁금증이 국민최대치에 다다를때 목적한바, 대안정당으로서
    드러나고 대안후보였던 본연의 모습으로 강화될것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보수표를 의식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우클릭 행보는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한때 새정치 바람을 등에 입고 중도진보 진영의 '희망'으로 우뚝 섰던 그였기에, 안 후보의 보수 행보는 진보적 성향을 지닌 유권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안 후보가 보수 진영의 표를 많이 가져왔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단편적인 프레임으로 보수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에는 안 후보의 확장성에 한계가 명확했다.

사드배치 반대 입장에서 찬성으로 돌아서고, 햇볕정책 공과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안 후보의 정치 노선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안 후보에게는 국민의당의 존립기반이자 최대 지지지역인 호남 민심과 야권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외연 확장이 절실했음에도 안 후보가 대놓고 보수 행보를 이어갈 수 없었던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안 후보의 어정쩡한 우클릭 행보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중도진보 성향의 문재인 후보, 보수 성향의 홍준표 후보 사이에 끼여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만들어 냈을 뿐이었다.

지난 대선 패배가 안철수 대표의 '각성'을 이끌어 낸 것일까. 안 대표가 '확' 달라졌다. 보수 코스프레가 아닌 노골적인 보수 색채 강화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민심의 요체이자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정치보복이라 맹비난하는가 하면, 정체성과 노선의 뚜렷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자신을 비판하는 호남 중진의원에게 "그 정도면 그런 정당에 계신 것이 무척 불편할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며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으로 단호하게 대응하기도 했다. 모두 예전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들이다.

안 대표의 변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터다. 먼저, 더 이상 호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거다. 호남은 오늘의 안 대표를 만들어준 실질적 동력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근거지를 찾고 있던 안 대표가 불과 몇개월 만에 정치의 중심으로 편입될 수 있었던 것은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 지형이 180도 달라졌다. 20대 총선에서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게 압도적 승리를 안겨주었던 지역 민심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게로 완전히 돌아섰다. 총선 당시의 지지율을 회복시키겠다던 안 대표의 공언도 현재로서는 난망한 상태다.

그런 면에서 지난 대선은 안 대표에게 호남의 한계를 뼈저리게 맛보게 해준 경험이었을 터다. 정치 속설 중에 '호남만으로는 안 되지만, 호남이 없어도 안 된다'는 말이 있다. 호남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이 수사가 안 대표에게는 반대의 의미로 받아들여졌을 개연성이 크다. 다시 말해, 안 대표가 '호남이 없어도 안 되지만, 호남만으로는 안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호남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고공행진 중이다. 설령 지지율이 떨어진다 해도 이미 등 돌린 지역 민심이 다시 안 대표에게 향할 지는 지극히 불확실하다.

안 대표는 자신을 비판했던 호남 중진 유성엽 의원에 대해 끝까지 함께 가지 못하더라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또한 호남 중진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의 끈도 한사코 놓지 않고 있다. 정체성과 노선의 차이, 지역 민심의 반발, 분당과 탈당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안 대표의 '마이웨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당내 반발과 민심 이탈을 감수하고서라도 호남을 뛰어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 안 대표의 보수 행보는 차기 대권을 위한 대선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선 당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공공연하게 안 대표 띄우기에 나섰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극우논객 조갑제씨는 "안철수 중도정권이 탄생하면 보수는 절반의 성공"이라며 "보수 진영은 홍준표 대신 안철수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안 대표를 밀어주기까지 했다. 보수의 궤멸로 마땅한 후보가 없는 가운데 나온 고육지책이었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안 대표에게 내재돼 있는 보수성을 그들이 꽤뚫어봤다는 의미도 된다.

보수진영의 몰락은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는 안 대표에게 시사하는 바가 아주 남다르다. 안 대표 지지층이 호남을 기반으로 한 중도진보 성향의 유권자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가 이미 안 대표에게 실망해 등을 돌린 상태다. 지난 대선은 이를 여실히 확인시켜 준 시간이었다. 이같은 현실은 누구보다 안 대표 스스로가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중도진보 진영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없다면 선택지는 결국 하나일 수밖에 없다. 안 대표 스스로 보수진영의 대표가 되는 것이다. 안 대표에게 우호적인 보수언론,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는 보수진영의 현실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게 본다면 보수정당인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그 궁극적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일부일 터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통해 일차적으로 중도보수 통합의 물꼬를 트고, 자유한국당 내 비박세력과 민주당 내 비문 세력을 포함한 제3지대 보수개혁 정당을 만들어 한판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다당제와 반문연대, 동서화합을 통한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그럴듯한 구실도 있다. 제 코가 석자인 안 대표가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16일 덕성여대 특강에서 나온 안 대표의 발언은 이같은 추론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이날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관련해 "연대 내지는 통합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처음 정당을 만들었을 때 추구한 방향과 같다"며 통합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당의 창당 정신이 개혁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는 것이니만큼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문제될 것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말이 좋아 개혁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의 결합이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정체성과 노선은 지향점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당장 국민의당 대북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햇볕정책에 대한 인식부터가 하늘과 땅 차이다. 당의 구심이라 할 수 있는 호남 중진의원들과 당 원로들이 탈당과 분당까지 시사하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며, 예측불허의 생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안 대표의 노골적인 보수 행보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국민의당이 분열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끝장토론'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극적인 타협의 가능성도 있지만, 안 대표를 향해 '저능아'라 독설을 날린 박지원 전 대표의 예측처럼 '개판'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래나 저래나 국민의당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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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11.17 11:23 신고

    가면과 위선 그리고 허장성세... 이 사람이 정치를 하겠다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국민을 기만한 변절자와 바른척당 유유상종입니다.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11.17 11:30 신고

    중간에서 왼쪽으로 조금 있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많은 분들을 속였습니다

  3.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7.11.18 07:26 신고

    계속적으로 말했지만 전 안철수씨가 정치를 그만두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정치판에 잘못 들어왔습니다. 어떠한 명분도 성과도 얻을수가 없을 겁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계속 그럴겁니다~

  4.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7.11.18 13:26 신고

    이제 자기 갈 길 찾아 갑니다.
    그게 속편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안철수도 편하겠지요.
    더 이상 진보세력 눈치볼 일도, 호남 신경 쓸 일도 없었으니까요?

  5.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7.11.19 06:16 신고

    안타까움만 가득할뿐...ㅠ.ㅠ

ⓒ 오마이뉴스


"안철수 후보는, 5년 전 안철수 현상을 보세요. 5년 전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좋아' 였어요, '나 안철수 좋아'. 이래서 안풍이 불었는데, 지금은 '난 문재인 싫어' 이게 안풍이예요. 그리고 5년 전에는 청년 멘토예요, 안철수 후보가요. 그래서 젊은층 지지가 되게 높았는데, 지금은 고령층 지지예요. 한 정치인이 5년 사이에 그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회적 기반이 이렇게까지 변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예요. 저는 안철수 후보가 제 자리에 갔다고 봐요."


지난 13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는 대선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는데 성공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조명하면서 안 후보의 정체성은 원래 보수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도·보수층 공략을 위한 '우클릭' 행보가 안 후보 본래의 정치 노선과 철학에 부합한다고 유 작가는 본 것이다. 

안 후보의 정치적 출발점은 기성정치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혐오에서 시작한다. 안 후보가 앞세운 '새정치'의 당위는 기성정치에 녹아있는 구태 청산에 있었다. 안 후보의 정치적 성공이 기성정치와 얼마나 차별화된 정치를 펼치느냐에 달려 있었다는 뜻이다. 낡은 것과 결별해 정치를 새롭게 혁신하고,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과제가 그에게 주어진 셈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내세운 '새정치'의 신선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기성정치에 동화돼 갔다. 국민의당 창당이 그 비근한 예일 터다. 제3지대를 표방한 국민의당의 창당 자체가 안 후보가 내세운 '새정치'와 어긋나 있었다. 먼저 안 후보는 '새정치'와 거리가 먼 인물들로 당의 면면을 구성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당의 주축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호남중진들로 이루어졌다. 창당 과정에서 젊은 세대와 여성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용은 그보다 훨씬 더 나빴다. 인재영입을 발표했던 인사 3명의 비리전력이 드러나 빈축을 사는가 하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집착한 나머지 입법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3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신학용 의원을 입당시켰다. 이는 "부패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거나 재판에 계류 중인 당원에 대해서는 당원권을 정지하고 당직 및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던 자신의 소신을 뒤집은 결과다.

당의 정체성과 노선에 대한 논란과 잡음도 잇따랐다. 안 후보의 멘토로 알려진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이 도마위에 오르는가 하면, 최원식 창준위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를 위한 1천만인 서명운동'에 서명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그 분은 성공한 기업인이잖아요. 그리고 대한민국의 엘리트잖아요. 원래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라면 그런 스타일의 리더가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안철수 후보가 처음에 등장할 때는 청년층의 지지와 진보적인 색깔을 가진 유권자들의 호감을 바탕으로 등장했는데, 지금 왜 그게 이렇게 봐뀌었을까를 보면, 안철수 후보가 지난 몇년 간 걸어왔던 정치적 행보, 정책 노선 이 모든 것들이 중도·보수층이 호감을 가질 수 있게끔 해왔다구요. 그래서 이 결과가 이렇게 온 거예요."

유 작가가 지적한 젊은 세대의 이탈이 본격화된 것도 바로 그 무렵이다. 안 후보가 정치 철학과 노선, 경제 관점과 비전, 대북 정책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보수우파 정치인의 모습을 드러낸 데다, 그가 기성 정치인들과 별반 차이 없는 정치적 행보를 보여왔던 탓이다. 그 결과 안 후보의 지지층은 젊은 세대에서 50~60 세대로 완전히 뒤바꼈다. 한때 중도·진보층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정치인은 이제  보수층의 대안이 돼 버렸다. 



ⓒ 오마이뉴스


지난주까지 무섭게 치달았던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무너졌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완연하다. 21일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는 지난주보다 7%포인트가 하락한 30%를 기록했다. 이에 문 후보와의 차이가 지난주 3%포인트에서 11%포인트로 벌어졌다. 파죽지세로 문 후보의 턱 밑까지 추격했던 기세가 꺾인 것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거세진 검증공방의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의당 경선 불법 동원 논란, 조폭·신천지 연루설 등이 잇따라 터진 데다, 부인인 김미경 교수의 특혜임용 의혹과 유치원 공약 논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일시적으로 그에게 쏠렸던 전통적인 보수층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통적 보수층이라 할 수 있는 TK와 충청, 그리고 50대 이상의 표심 변화가 그 방증이다. 이번 조사에서 안 후보는 TK지역에서 전주보다 무려 25%포인트가 하락한 23%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대전·세종·충청에서 13%포인트가 빠진 23%를 기록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50대 이상에서도 10%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이같은 현상은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주도했던 보수층의 표심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후보에 비해 절대적 충성층이 약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안 후보는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 확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사드 배치 반대에서 돌연 찬성으로 선회한 것이나, 개성공단 재가동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것, 전작권 조기 환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도 그런 이유다. 또한 '주적' 논란이 불거지자  문 후보를 향해 색깔론을 펴고 있는 것도,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한 의사를 사전에 확인했는지 밝히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작 자신은 표 계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안 후보가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보들은 정치적 외연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정농단 사태의 공동정범인 한국당을 포함한 통합 내각을 시사한 것도 그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전략적 선택이다. 중도·보수층의 이탈 조짐이 확인되자 안 후보의 보수색채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안 후보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 있다. 거듭된 '우클릭' 행보에도 불구하고 중도·보수층의 지지율이 외려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안 후보의 확장성이 전통적인 보수층을 뚫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 후보의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에서 문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 안 후보의 트레이트 마크나 다름 없던 새정치의 참신함이 희석된 가운데, 보수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안 후보에게 호남지역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정치 입문 이후 안 후보가 가장 많이 비판받았던 것 중의 하나가 전략적 모호성이었다. 정치적 사안마다 양비론을 앞세워 중립적 포지션을 취했던 그의 행보에 언론은 '중도'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중도지향적인 안 후보의 행보가 과연 누구를 대변하고 있냐는 거다. 이도 저도 다 품겠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누구도 품지 않겠다는 말이다. 새정치의 참신함이 사라진 '안철수', 기성정치의 틀에 갖혀버린 '안철수'는 무미건조하다. 안 후보는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나. 안 후보의 전략적 행보의 '득실'을 냉정히 따져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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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7.04.22 11:17 신고

    누구를 위해 정치하느냐? 질문은
    정치철학과 정체성인 것 같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함께 아우르는 것은
    굉장히 힘듭니다. 특히선거에서.
    대통령은 다르죠.
    선거와 대통령을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04.22 11:37 신고

    노인층이 안철수를 좋아 하는 이유는 새누리 지지층이 대안이 없어 바뀐게지요
    철학이 없어요. 8.15를 건국절이라 하고, 사드 배치 안된다고 했다가 찬성하고...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고, 연평도 포격 때 전쟁을 했어야 한다고 하고 한국당과 연정도 하겠다는.... 이 사람 저는 정말 싫어요.

  3.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7.04.22 14:45 신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무가 되어선 안됩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4.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7.04.22 22:37 신고

    아직까지 갸우뚱 한것이
    예전엔 젊은 지지층이 절대적으로 많았는데, 왜 지금은 아닌 것인지 모르겠어요.
    "안철수"하면 젊은이들의 삶의 가치, 그리고 우상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왜 지금은 아닐까....결국 자업자득인가요?

  5.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04.24 09:50 신고

    저도 안철수가 처음 나왔을때에는 호감이 있었는데
    갈수록 실망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치를 더 해야 될것 같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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