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친박 청산 문제로 격화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친박 간의 내전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탈당을 밀어붙이며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가자, 친박의 좌장 격인 서 의원은 반격의 카드로 '성완종 리스트' 관련 녹취록을 꺼내들며 역공에 나섰다. 이후 한국당의 내홍은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양상으로 흘러온 터였다.

특히 홍 대표와 서 의원은 한치의 물러섬이 없이 치열한 설전을 펼쳤다. 미국을 방문 중이던 홍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 의원을 향해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 낮은 협박이나 한다. 깜냥도 안되면서 덤비고 있다"고 독설을 퍼부은 데 이어, 28일 귀국 기자회견에서는 "8선이나 되신 분이 새카만 후배를 도와주지 못할망정 그런 협박이나 하느냐"며 "어디 한 번 해볼 대로 해보라"고 녹취록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 의원의 공세에 특유의 배짱으로 맞선 것이다.

홍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을 접한 서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 의원은 "홍준표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2010년과 201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홍준표의 언론특보였다는 사실은 얘기하고 있지 않다"면서 "홍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며 조만간 녹취록을 공개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을 결정할 3일 최고위원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홍 대표와 서 의원은 정중동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이라도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격렬하게 부딪혔던 두 사람의 기싸움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거칠었던 홍 대표의 발언은 몰라보게 잠잠해졌고, 공개할 것처럼 보였던 녹취록도 현재까지는 감감 무소식이다. 죽기 살기로 싸울 듯 하더니 막상 뚜껑이 열리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두 사람의 숨고르기는 자신들의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홍 대표의 경우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서·최 의원 탈당에 대한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부담이다. 특히 당내 주류인 친박계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팽팽한 대립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초·재선 그룹 내에서도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서·최 의원 탈당에 이견이 속출하고 있어 홍 대표가 세 사람의 출당과 탈당을 자신의 의지대로 밀어붙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 계파가 없는 홍 대표는 친박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초·재선 그룹이 당내 혁신 작업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 경우 리더십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당 대표로 취임한지 불과 5개월 만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했던 과거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시절인 지난 2011년 7월 4일 압도적인 지지로 당권을 거머쥐었던 홍 대표는 이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패배와 중앙선관위 디도스 파문 등 각종 내우외환에 시달린 끝에 그해 12월 9일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바 있다.


ⓒ 오마이뉴스


실제 홍 대표가 직면해 있는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계파나 조직이 없는 탓에 당 대표로서의 실질적 권한과 위상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친박계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당시 홍 대표는 당안팎에서 사퇴 압력이 비등해지자 재신임 카드와 당 혁신안 발표 등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당내 주류였던 친박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했던 아픔이 있다.

1일 홍 대표가 초선 의원들과 만찬회동을 갖은 것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해 둔 포석일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서·최 의원의 탈당 등 친박 청산의 당위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초선 의원들의 입장을 확인하려는 취지다. 총 44명에 이르는 초선 의원들은 한국당 전체 의석수인 107석의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당내 현안에 한 목소리를 낸다면 무시못할 파급력을 갖게 된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퇴진 요구가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만큼 홍 대표 입장에서는 초선 의원들의 협조가 절실한 처지다.

상황이 녹록치 않기는 서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친박을 대표해 홍 대표와 맞서고 있는 서 의원은 당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서·최 의원의 탈당은 보수통합을 위한 선결 과제로 끊임없이 지목돼 온 터였다. 이에 당내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대선 패배의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서·최 의원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두 사람이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용퇴설'은 서·최 의원이 결단이 보수통합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두 사람의 용퇴가 바른정당 통합파의 합류 명분을 만들어 주게 될 뿐만 아니라, 그를 기화로 사분오열된 보수세력이 결집하는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는 친박계의 입장에서도 최소한의 출혈로 당내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지지부진하다고 비판받아온 한국당의 혁신 작업을 감안하면 서·최 의원의 용퇴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동안 '박터지는'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던 홍 대표와 서 의원은 두 사람에 대한 동반 퇴장 목소리가 당내에서 분출된 이후 말을 아끼고 있는 중이다. 이는 녹취록을 둘러싼 진실공방과는 별개로, 두 사람이 자신들의 거취와 관련된 당내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방증이다.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한국당을 깊숙이 휘감고 있다. 친박계의 표적이 된 홍 대표는 과연 대표직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당안팎으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고 있는 서 의원은 스스로 보수통합의 희생제물이 될 수 있을까. 박 전 대통령 출당의 향배가 그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한국당 최고위원회의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 바람 언덕의 정치 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11.02 09:22 신고

    내일 출당이 되느먀 마느냐가 관건이겠네요 ㅋ
    권력 투쟁입니다

  2.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7.11.03 07:38 신고

    홍준표는 당안에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돼지발정제 영감탱이로도 살아남았습니다.
    오히려 서청원과 최경환 박근혜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가 바라는 대권은 힘들지만. 그리고 대법원이 그에게 정치생명을
    끊을 수도 있지요.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11.04 06:24 신고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내년 6월 지자체 단체장 선거 때 끝장납니다.
    한나라, 새누리의 후예 자한당과 바른정당은 단 하사람도 당사시켜서는 안 됩니다. 적폐청산의 대상들입니다.

ⓒ 오마이뉴스


친박청산 대상자로 지목돼 탈당 권유를 받은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칼을 뽑아 들었다. 그런데 이 한방의 무게감이 예사롭지 않다. 친박청산을 주도하고 있는 홍준표 대표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돼온 '성완종 리스트'를 직접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홍 대표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구명을 요청했다는 서 의원의 폭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전세는 대번에 뒤바뀌게 된다. 친박청산 작업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홍 대표가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게 될 수도 있다.

서 의원이 관련 사실을 폭로한 시점은 지난 22일이었다. 이날 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는 사람은 야당 대표로서 결격 사유"라며 "고 성완종 의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어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을 때는 제가 진실을 증거로 내놓겠다"고 말해 자신에게 강력한 패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나는 다른 친박을 살리려고 박근혜 정권이 사건을 만들어 1년 6개월 동안 고통을 받았던 소위 성완종 리스트의 최대 피해자"라며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서 내가 회유를 했는지 아니면 거짓증언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는지 판단을 받아보자"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불법자금은 먹어본 사람이 늘 먹는다"며 "노욕에 노추로 비난 받지 말고 노정객답게 의연하게 책임지고 당을 떠나라"고 일갈했다.

친박청산과 맞물려 홍 대표의 구명 의혹이 폭로되자 서 의원이 언급한 증거가 무엇인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23일 "항소심을 앞두고 서 의원과 홍 의원 사이에 오간 얘기는 '항소심 가서 윤승모씨가 진술을 번복해 달라'였다"면서 "단순한 협조요청이 아니라 번복을 해달라고 명확히 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홍 대표가 서 의원에게 진술번복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녹취록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홍 대표와 서 의원 사이의 진실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세간의 관심은 녹취록에 집중되고 있다. 녹취록의 공개 여부에 따라 파장의 강도와 세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녹취록이 실제로 존재하고 이것이 공개된다면 정국이 크게 요동치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당장 홍 대표가 주도하는 친박청산 작업과 보수통합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인사들에게 불똥이 옮겨붙을 수도 있다.

이처럼 녹취록의 공개 여부는 홍 대표와 서 의원 사이의 진실공방의 진위를 가려줄 열쇠가 될 뿐만 아니라 향후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녹취록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이번 논란은 그렇고 그런 저급한 정치공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종식시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서 의원과 이 의원은 하루 빨리 녹취록을 공개해야 마땅할 것이다.


ⓒ 오마이뉴스


그런가 하면 이번 논란을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 홍 대표와 서 의원의 낯뜨거운 이전투구 속에 간과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함의'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서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는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인물을 한국당의 대선후보로 추대한 셈이 된다. 다시 말해 홍 대표의 부도덕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뜻이다. 서 의원은 홍 대표의 자격없음을 성토하기 이전에 그와 같은 부적격 인사를 공당의 대선후보로 추인한 까닭이 무엇인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서 의원의 폭로가 사실일 경우 대법원  판결을 앞둔 홍 대표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홍 대표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당시 항소심 재판 결과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홍 대표의 측근들이 검찰 수사 직전 윤씨에게 보좌관이 돈을 받은 것으로 해달라고 회유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이 상당했음에도 항소심 재판부가 윤씨의 진술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재판부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도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전례가 있어 논쟁을 더욱 증폭시켰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홍 대표가 떳떳하다면 서 의원에게 전화해 구명 요청을 할 까닭이 전혀 없을 터. 서 의원의 폭로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대법원 재판과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일이다.

서 의원의 폭로가 미완의 수사에 그친 '성완종 리스트'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지난 2015년 봄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될 당시만 해도 대형 '정치스캔들'로 비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 속에는 당시 여권의 유력 정치인 이름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 전 총리를 비롯해 김기춘·허태열·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당시 새누리당 의원,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 등 여권의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그러나 결국 정권 실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흐지부지 끝이 나고 말았다. 검찰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6명은 무혐의 처리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당시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진보언론은 물론이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까지 앞다퉈 비판했을 정도로 논란이 거셌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자 정권실세였던 거물급 인사들을 수사하면서 철저하게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6명 중 홍 의원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을 뿐 나머지는 서면조사로 대신했고, 불법정치자금 수사 사건임에도 계좌추적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정권실세에 대한 '면죄부 수사'란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당시 검찰 수사 결과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보수언론에서조차 검찰의 수사를 '부실·봐주기·면죄부 수사'라고 맹비난했을까. '성완종 리스트'는 권력형 비리를 밝혀내기 위한 중요한 단서이자 증거였다. 한 기업인이 죽음으로 말하려 했던, 권력의 치부가 담겨있던 유서였다. 그러나 정권실세 다수가 연루돼 있던 불법의 정황들은 끝내 세상에 공개되지 못했다.

"말이 안 되는 짓을 하니까. 신뢰를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리니까 내가 희생해서라도 사회를 바로 잡아주는 길 밖에는 없잖아요."

성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마지막 소회다. 그러나 사회를 바로 잡기 위한 그의 결단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자조로 되돌아 왔을 뿐이었다. 켜켜이 쌓여온 부정·부패의 고리들을 낱낱이 밝히는 것은 투명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일 테다. 서 의원의 폭로가 단지 홍 대표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일 것이다.




♡♡ 바람 언덕의 정치 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7.10.26 07:27 신고

    진흙탕 싸움.
    그 끝을 보여주겠지요.
    하지만 워낙 권모술수에 능한 자들이라
    타협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형님 아우 하면서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성완종 씨만 어쩌면 억울할 수 있습니다.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10.26 10:30 신고

    대법원에서 반드시 시시비비가 가려졌으면 합니다
    김진태도 대법원에서 옳은 판결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