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검찰이 불구속 수사를 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결국 예상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검찰에 대해 부당한 수사압력을 행사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황교안 법무부장관 뿐만 아니라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현혹된 나머지 검찰의 뿌리깊은 본성을 잠시 잊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물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수사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던 검찰과 이를 저지하려는 법무부간의 신병처리에 대한 입장차이가 불구속 수사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검찰과 법무부의 속내와 내막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확실한 것은 단 하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대선개입 사건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하는 선에서 일단락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해졌다는 사실뿐이다. 원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고, 빈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하물며 국정원 게이트는 현직 대통령과 현 정권의 정통성에 본질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엄청난 사안이 아니던가? 박근혜 대통령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임명한 이유가 이로 인해 명확해졌다. 




<전 정권의 현 정권의 명줄을 쥐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의 핵심은 두말할 것 없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그가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문제는 공직선거법 위반의 여부이다. 이 문제가 법리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냐에 따라서 이 사건은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천양지차'라는 고사성어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 공직선거법 위반 적용이 의미하는 것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막판 붉어진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의혹과  '십알단 사건'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루어야 했다. 또한 대선 이후에도 전자개표기의 오류 논란, 투표수와 개표수의 차이, 두 후보 간의 변함없는 지지율 차이 등 몇가지 석연치 않은 의문들로 인해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비록 대선에서는 승리했지만 정통성에서 이미 흠집이 나 있는 상태였다. 아직까지도 국민들의 상당수는 이런 이유들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그만큼 국정원의 선거개입의혹과 '십알단'에 의한 불법선거운동은 있어서는 안되는 법치를 뒤흔드는 국기문란사건이었다. 그런데 영 개운치 않았던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이 결국 사단을 일으키고 말았다.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의혹과 십알단의 불법선거운동 당시 박근혜 후보는 원색적으로 민주당을 비난하며 정치공작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민주당의 정치공작이 아닌 조직적인 불법 선거개입으로 판명되었다. 



<민주당이 제기한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결국 의혹이 아닌 사실로 판명되었다. 출처 : 구글 검색>


돌아보면 그 당시 목에 핏대를 세우며 민주당을 성토했던 당시 박근혜 후보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에서 적반하장으로 책임전가를 한 셈이었다. 한마디로 '방구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을 박근혜 후보가 몸소 보여준 것과도 같다. 이렇듯 시작부터 정통성에 금이 간 상태로 문을 연 박근혜 정부,  만약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면 바로 그 정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현직 대통령이 국가기관인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과 새누리당이 연관된 댓글부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사실을 과연 어느 국민이 용납할 수 있을까? 임기 내내 이 문제는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기를 쓰고 나선 것이다. 그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불구속 수사가 의미하는 것


이미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검 특별수사팀은 두 차례에 걸쳐 구속수사입장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추가 법리검토지시로 구속영장청구가 2주가 넘도록 막혀있는 상태다.  어제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시한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소시효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너무도 명확하다.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할 시한이 지나면서 앞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수사 여부가 가려질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공소시효가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더라도 구속수사의 실효성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한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형식적으로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는 그에 준하는 효과를 얻는 기막힌 꼼수를 발휘하고 있다. 


구속수사와 불구속수사의 차이 역시 '천양지차'다. 검찰이 구속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구속수사는 국정원 불법대선개입의 위법성을 만천하에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상징성을 갖는다. 즉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지난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검찰이 전직 및 현직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않고 수사에 임할 것임을 천명하는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구속 수사는 이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순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국내정치에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수순으로 봐도 무방하다. 검찰이 현 정부의 정통성 시비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여전히 정치검찰로서의 사명을 다하겠다는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 물론 불구속 수사를 한다고 해서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구속이냐, 불구속이냐의 상징적 의미를 생각해 볼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법리검토지시 및 있을 지 모르는 수사지휘권 발동에 눈치만 보며 2주 가량이나 허비한 것은 검찰 역시 그 속내가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만약 검찰 수뇌부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면 수사를 담당한 검사의 의지쯤은 언제든 검찰조직의 강력한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다. 이제 공소시효 만료까지는 겨우 11일 남았다. 


■ 국정원 게이트 과연 어떻게 결론날까?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의 국가기관이다. '직속'이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에 주목해 보자. '직속 상관', '직속 기관','직속 후배'등에서 드러나듯 '직속'이라는 의미는 '직접적으로 어딘가에 속해 있다'라는 뜻이다. 이를 국정원에 대입해 보면,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통제와 지시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수장으로써 대통령과 언제든 독대를 통해 관련업무를 지시받고 보고한다. 게다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임할 때부터 측근으로 부렸던 수족 중의 수족이었다. 국정원이 하는 일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 


그리고 현 박근혜 대통령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결과적으로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과 십알단의 불법선거운동의 수혜를 입었다. 절대로 이 사건들과 따로 떨어져 생각할 수 없으며,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저지른 공직선거법 위반혐의가 적용되면 전직 대통령은 물론 현직 대통령이 모두 관련되어 있는 초대형 게이트로 확대될 수 밖에는 없는 사안인 셈이다.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재는 게편이 아니라, 정의의 편이어야 한다


국민의 바람과 요구는 언제나 한결같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원칙과 상식에 맞는 공정하고 엄격한 수사를 해달라는 것, 그것 하나뿐이다. 그러나 그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검찰은 언제나 정치검찰, 권력의 시녀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했던가?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위반 혐의 적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며 언론플레이를 해왔다. 그러나 언급한 바와 같이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수사지연은 차치하고서라도 검찰 역시 현재 손 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또한 전두환 미납추징금의 경우에서 보듯 검찰이 공언한 것과는 달리 실제로 내놓은 성과물은 아직까지는 전무한 실정이다. 뭔가 다를 것, 이번에는 원칙에 입각해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며 수사는 화려하지만 실속은 전혀 없다는 말이다. 필자는 바로 이 부분에서 검찰의 수사의지에 여전히 의문이 생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법은 물론 공직선거법까지 위반했다는 것은 너무도 명확하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사안의 핵심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적용'에 있다. 검찰이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으로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마무리하려 한다면 절대로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앞에서는 검찰개혁을 외치며 뒤에서는 정권과 보조를 맞추며 호박씨를 까고 있는 검찰은 더욱 더 위선적이며 위악적이기 때문이다. 


이 사안은 검찰로서도 추락한 검찰의 명예를 다시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가재는 게편이 아니라 정의의 편이어야 한다. 검찰이 그것을 스스로 증명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검찰, 법과 정의에 입각한 공의로운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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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3년 7월 18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마치 작심이라도 한 듯 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벌써 5개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그로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누구보다 눈여겨 보아 왔을 것이다. 대한민국 보수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된 박 대통령을 향한 그의 비판은 우리에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윤여준이 누구던가. 보수세력의 제갈량이요, 장자방으로 불리워지며 과거 한나라당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보수인사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아파야 한다. 이 직격탄이 폐부를 깊숙이 찌른 것처럼 아프고 또 아파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래야만 한다. 



<윤여준, 그는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다. 그의 쓴소리를 대통령은 마음에 새겨야 한다. 출처:구글>


그는 지난 대선에서 뜻밖에도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한나라당과 떼놓을래야 떼놓을 수 없는 위치에 있던 보수인사인 그가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와는 대극점에 놓여있던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게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그가 문재인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던 TV찬조연설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 방송을 통해 자신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그 첫째는 문재인 후보가 민주주의를 더 잘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라 판단했기 때문이며, 둘째는 당시 대선의 중요한 화두였던 국민통합을 더 잘 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한 발언이지만 '합리적 보수주의자'라고 평가받는 윤여준 전 장관이 생각하고 있는 국정지도자의 소임과 역할이 저 두 가지 이유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과거로 역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그는 보았다. 그는 이 두 가지를 실천할 수 있는 적임자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를 지목했고, 그 이후의 결과는 여러분이 모두 알고 있는 바다. 


결과적으로 윤여준 전 장관이 선택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다. 그가 내세운 지도자의 인식기준으로 본다면, 국민들은 민주주의의를 더 잘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 국민통합을 더 잘 할 수 있는 지도자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셈이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약 7개월의 시간이 흐른 현재, 윤여준 전 장관이 지난 대선의 중요한 화두로 제시했던 두 가지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출처:연합뉴스>


먼저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을 살펴보는 것이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하나의 단초가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스타일이 민주적 절차에 입각해서 이루어진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첫째 박 대통령은 비판과 쓴소리를 싫어하고 독단적이며 권위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인수위 시절부터 나타난 인사파문에 대응하는 방식, 조직문화와 위계질서에 익숙한 육사출신과 법조인을 중용하는 인사스타일,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고분고분한 인사를 선호하는 대통령의 인물 편향성 등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창조성이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데 창조를 강조하는 대통령이 만기친람하면 창조성을 죽인다. 청와대 각료가 대통령 입만 쳐다보게 된다. 취임 초기에 그렇게 되면 자동적으로 대통령의 지시를 기다리게 되고 토론문화가 없어진다" (윤여준 전 장관)


만기침람(萬機親覽)은 임금이 나라의 모든 정사를 친히 다스린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각료와 수석에게 성과를 다그치고 질책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윤여준 전 장관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 국민의 비판을 전혀 수용하지 않는다. 한 인사파문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지명한 후보자는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아집을 보였던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이는 역대 최악이자 최고의 인사파동을 겪는 빌미를 제공할 뿐이었다. 당연히 국민과의 소통은 기대할 수 없고 불통행보로 오히려 전보다 더한 비판에 직면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파문은 박 대통령의 불통인사의 결정판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고 유례없는 국가적 망신만 초래한 꼴이 되었다. 


"인사를 할 때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문제가 있다고 하고 언론도 일제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인사를 그냥 임명하는 것은 국민의 의사는 어찌됐든 내 생각만 하겠다는 태도로 비친다. 윤창중 사건이 났을 때 간접적으로 수석회의 발언을 통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지만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라면 사건의 경중을 봤을 때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해야 했다." (윤여준 전 장관)


셋째, 대화와 타협을 모르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보이고 있다. 본래 정치란 어느 한쪽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고집하거나 관철시켜서는 안된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파행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보듯 박 대통령에게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루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같은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는 필연적으로 정국불안을 야기시킬 수 밖에 없고, 이것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행정부 수반이 정부조직법을 국회에 보내면서 한글자도 못 고친다는 것은 헌법에 있는 3권분립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런 말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을 못한 듯 하다" (윤여준 전 장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에 정국을 들썩이고 있는 <국정원 게이트>를 대하는 태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헌법질서에 대한 수호의지가 불분명하다.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헌법의 가치를 위배하는 반민주적인 국기문란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엄중히 묻기는 커녕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게이트>를 물타기하기 위해 국정원에 의해 전격 공개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파문에 대한 침묵도 마찬가지다. (김무성 의원의 발언으로 대화록은 대선 전 이미 새누리당에게 유출되어 대선국면에 활용되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 인지하고 있었는지의 여부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때 국가정보원장이 (대화록을) 공개하는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대통령의 동의를 받은 것인지 입장이 있어야 했다. 이 문제는 국가안보에 관한 일이다.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이럴 수는 없다. 국민의 한사람으로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 (윤여준 전 장관)


한 국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선거다. 다수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실현해 나가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충실한 방법이 바로 선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의 공정성 여부는 한 국가의 민주주의의 작동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그런데 지난 대선은 여러가지 면에서 공정하게 치루어지지 않았다. 방송과 언론의 편파성, 새누리당과 연관된 댓글알바팀 등은 논외로 치더라도,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으로 개입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선의 공정성은 빛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 헌법을 수호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공고히 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라면 <국정원 게이트>를 그저 흘러가는 강물 보듯 바라보고 있으면 안된다. 그러나 <국정원 게이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는 (윤여준 전 장관의 인식처럼)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지난 대선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5개월이 지난 시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필자는 의문이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인 <국정원 게이트>에 가려져 있을 뿐이지 지난 대선의 큰 화두였던 '국민통합' 역시 무엇보다 시급한 시대적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대한민국 정치사는 분열과 갈등 반목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지역과 이념에 의해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따라서 지역갈등을 극복하고 이념갈등을 치유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결조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통합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하나로 합쳐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통합이란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와 이념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다시 말하면 다양성의 기반 위에서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어떤 특정집단의 가치나 이념을 중심으로 합쳐지는 것은 민주주의적 통합의 모습이 아니라 전체주의적 통합을 의미한다.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상호공존을 추구하며 필연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대립과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이해시키며 이끌어갈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21세기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민주적인 리더십이다. 독단과 독선의 리더십이 아닌 민주적 리더십이야말로 시대흐름에 부합하는 지도자의 덕목 중 으뜸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박 대통령에게서는 민주적 리더십의 면면들이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취임 후 5개월의 시간은 그것을 확인시켜준 사례들의 연속이었다. 그런 면에서 훗날 역사는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을 이렇게 평가할 지도 모른다. 그녀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이 아닌 20세기의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지도자였다고.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의 박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듯 하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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