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박정희 서거 40주기였던 10월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도식. 익숙한 면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딸 박근령 전 육영재단이사장과 신동욱 공화당 총재, 정홍원 전 국무총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김진태·김현아·전희경·이헌승·정태옥 등 한국당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언주 무소속 의원, 조원진·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 등등.

박정희를 추모하는 조문객들로 식장은 식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추도식이 시작되면서 박정희 찬가와 함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추도위원장인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은 개식사에서 "산업화는 영락없는 박정희 대통령의 대명사다"라고 했고, 김문수는 "반공을 국시의 첫번째로 삼으셨던 당신이 떠나신 후 40년 세월 동안 민주화가 도를 넘어 지금 대한민국은 종북 주사파가 집권했다"며 "대한민국은 적화통일의 위기에 처했다. 빨갱이 기생충들이 한강의 기적을 허물어트리고 있다"고 핏대를 세웠다.

수구의 여전사가 되기로 작정한 이언주도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위대한 혁신가로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듯, 이제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통해서 분열과 체제 혼란의 87체제를 중단하고 시대교체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한 몫 거들었다.

황교안 역시 추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정희 대통령께서 어려웠던 대한민국의 경제를 되살리고 산업화를 이룩하는 큰 업적을 남겼다"며 "어떻게 어려운 대한민국을 부강한 나라로 만들었는가에 대한 리더십을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은 본받을 것이 많다"고 한껏 추켜세웠다.

박정희가 죽은지 40년, 보는 것처럼 이 나라는 그를 추모하고 기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넘쳐난다.

18대 대선이 한창이던 2012년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이날 이곳에서는 '유신 40년 박정희 정권 희생자 추모제'가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민주행동은 "박정희 정권하에서 관제 빨갱이로 몰려 말 못할 고문을 당하고 긴 세월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이 셀 수 없이 많으며, 개발독재의 피해자로 자신과 가족이 파탄을 맞은 사례들도 일일이 거명하기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7년이 지난 2019년, 그와 비슷한 행사가 열렸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고 해서 박정희 유신독재에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아픔이, 상처가,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박정희 서거를 추모하는 한편에서 누군가는 아파하고 또 아파하리라.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전혀 다른 기억을 가슴에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독재자 박정희를 두고 펼쳐지는 아이러니한 진풍경이다.

상처의 치유는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로 잡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박정희 유신독재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과 상처는 절대로 아물지 않는다.

그러나 박정희를 찬양하는 이들은 그 과정은 철저히 생략한 채 통합을, 미래를 이야기 한다. 박정희의 과는 말하지 않고 무용담 이야기하듯 공만 이야기한다. (공을 인정한다 해도) 박정희의 삶이 반쪽짜리요, 왜곡되고 미화된 가짜인 이유다.

일본군 장교로 독립군 토벌에 앞장서던 '황군' 다카키 마사오와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했던 독재자 박정희는 동일인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한 다카키 마사오가 아닌 가난을 벗어나게 해준 구국의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지독한 이율배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렇게 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민주정부 10년을 제외하면 수구세력이 집권한 기간만 무려 50년이 넘는다. 50년은 한 사람을 신의 반열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독립군을 토벌하던 일본군 장교였던 다카키 마사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서슬 퍼런 독재자였던 박정희는 그렇게 '반신반인'이 됐다.

산 자들이 죽은 자를 찬양한다. 끊임없이 죽은 자를 소환하고 일그러진 과거를 신화의 세계로 미화하고 치장한다. 죽은 자를 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건 살아있는 자들의 욕망이다. 죽은 자는 두렵지 않다. 진짜 무서운 건 산 자들의 맹종과 비루한 욕망이다.

  1. BlogIcon 김성한 2019.10.27 08:19

    한번도 빼지않고 잘 읽고 있습니다.
    훌륭하십니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2. 복비 2019.10.27 12:16

    동전의 양면 신이 아닌 악의 상징이 누군가들에게는 정의이고 선인 모순적이고 이중적 현상. 대립의 시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3.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10.27 12:58 신고

    박정희의 친일 행적...
    보수가 일제청산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런지...
    그들은 왜 김구를 선택하지 않고 이승만이나 박정희를 선택했을까요?
    결국 그들은 보수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4. Favicon of https://moonsaem321791.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19.10.27 16:06 신고

    저 두 사람 무슨 속내로 저 자리에 갔을까요?

  5.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9.10.27 18:59 신고

    안중근 의사의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하얼빈에 가서 그 현장을 보고 싶네요~

  6.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10.28 06:10 신고

    저와 같은 주제의 글이네뇨. 잘 읽고 갑니다.
    새로 시작하는 한 주 멋지게 출발하세요.

  7.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9.10.28 08:50 신고

    기회주의자의 끝판왕입니다.

ⓒ 오마이뉴스

 

'독재자의 후예' 논란이 한창이다.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을 것"이라 한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민생투쟁 중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1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서 "제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 대변인 짓을 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거세게 비판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오늘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하여 씁쓸하다"라며 각을 세웠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도 발끈했다. 22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중진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문 대통령을 성토한 것.

"자유를 훼손하고 짓밟는 게 독재라면, 독재자의 후예는 결국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자신이 아닌지 생각해보라"(심재철 의원)

"(심재철·김재정) 두 의원에게 '독재자의 후예'인지 물어봤다. 김 의원도 과거 민주화 투쟁을 했다고 한다. 누구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동료를 밀고하고 배신하는데 어디다 대고 '독재자의 후예'를 운운하는가"(정진석 의원)

"(문 대통령의) 이 말을 놓고 '남로당의 후예가 아니라면 천안함 폭침을 다르게 볼 수 없다'라는 말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비아냥을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다"(이주영 의원)

"김일성의 3대 세습과 잔혹한 인권 탄압, 핵·미사일에 함구하며 제1야당을 향해 독재자의 후예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한탄스럽다"(유기준 의원)

문 대통령의 발언에 한국당이 뿔이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다. '대변인 짓', '반쪽짜리 기념식', '독재자의 후예는 정부·여당', '남로당의 후예' 등 가시 돋힌 말들이 거침없이 튀어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모습, 어째 요상하다. 문 대통령의 이날 워딩 그 어디에도 한국당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집단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제 발이 저리기라도 한 것일까. 

12·12 쿠데타로 군대를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는 5·18 당시 시위에 나선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아 무차별 살상했다. 계엄군은 광주시민을 진압봉과 총검으로 무차별 구타했고, 시위대를 향해 총을 난사하는 유혈진압을 감행했다. 

정권욕에 사로잡힌 독재자의 반인륜적 범죄인 5·18은 이미 역사적·법적 평가가 명확히 내려진 사안이다. 1990년 국회가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명한 데 이어, 1995년에는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1997년에는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돼 매년 정부 주관으로 기념행사가 치뤄진다. 

이처럼 5·18은 이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으로 각인돼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처럼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다르게 볼 수 없는 시대의 아픔이자 교훈인 것이다. 

그런데 5·18을 아직도 부정하고 왜곡·폄훼하는 세력들이 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모태가 되었고, 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진 5·18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훼손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단단히 뿔이 나 있는 한국당 역시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 

 

 

ⓒ 오마이뉴스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한국당의 정치적 뿌리가 독재세력과 맞닿아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한국당의 정치적 뿌리는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과 맥이 닿아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당은 독재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이승만을 '국부'라 추앙하는가 하면, 유신독재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한 박정희를 미화하기에 스스럼이 없다. 소속 의원들이 주최한 공청회에서는 학살자인 전두환을 '영웅'으로 추켜세우는 주장이 버젓이 튀어나온다.

사정이 이러니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징계도 하세월이다. 황 대표는 이들에 대한 징계 조치 없이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광주시민의 거센 항의로 체면을 구겨야 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회 출범이 지연된 것이 청와대 탓이라 발뺌하다가 여론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들 몫의 위원 인선을 차일피일 미루며 위원회 출범을 지연시켰던 한국당은 과거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했던 인사들을 추천해 5월 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의 거센 비판에 시달린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며 '남로당'을 끌어들인 것도 따져볼 문제다. '독재자의 후예' 발언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남로당의 후예'를 거론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실 한국당이 신주단지 모시듯 떠받드는 박정희야말로 남로당의 원조격이기 때문이다.

실제 박정희는 남로당 활동 전력이 있는 (극우보수진영의 표현을 빌자면) 골수 '빨갱이' 출신이다. 박정희는 남로당 활동 이력으로 군사재판에 회부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2심에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박정희에 죽고 사는 한국당이 '남로당의 후예' 운운할 처지가 아닌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이 발생한지 어언 40년이다. 그러나 그날의 실체적 진실은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자국 시민을 겨냥한 천인공노할 만행에도 내란의 수괴인 전두환을 비롯해 가해자들은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다. 일부 세력은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처럼 그날의 상흔은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채 광주시민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광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어야 할 사회와, 정치권은 경쟁하듯 시커먼 재를 마구 뿌려댄다. 5·18 기념식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열리고, 그 한편에선 여전히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망언과 망동이 벌어진다.

문 대통령의 발언 속에는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한 자괴감과 안타까움, 미안함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달리 생각하는 모양이다. 5·18의 가치 훼손에 한국당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음에도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아 대대적인 정치 공세를 펼치고 있다. 심지어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전신이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을 만들었고 그 정신을 계승했다"며 항변하고 있다.

뻔뻔함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이런 한국당을 바라보는 민심은 냉랭하기 그지없다. 공당이라면 대통령의 발언보다 그 속에 담겨있는 뼈 때리는 함의를 더 깊이 새겨야 한다. 5·18 기념식이 '반쪽짜리'에 그치고 있는 본질적인 이유를 모른다면, 자당의 대표가 광주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를 깨닫지 못한다면, '독재자의 후예'라는 꼬리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당을 따라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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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05.24 11:29 신고

    전 '남로당 후예'라는 말에 웃음이....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막 뱉다보니 지들 얼굴인 꼴....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9.05.24 12:48 신고

    한국당과 조선일보만 안 접하면 하루가 즐겁습니다..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05.27 06:39 신고

    자한당은 정당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해산해야합니다.

  4. Favicon of https://newsfirst.tistory.com BlogIcon 연예인 2019.05.30 21:50 신고

    안녕하세요
    포스팅 잘 읽고
    공감 누르고가겠습니다~

작년 3월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세기의 대결에서 인간 대표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패배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과 감각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던 세간의 예상은 허무하게 빗나갔고 지구촌은 큰 충격에 빠졌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나노 공학, 로봇공학, 무인 산업, 3차원 인쇄,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이 그 상징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시대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달라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내 보기에, 자유한국당이 딱 그렇다.

6일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자리. 전희경 한국당 의원의 질의 순서에서 한바탕 큰 소동이 벌어졌다. 전 의원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및 청와대 비서진을 겨냥해 '주사파, 전대협' 출신 운동권들이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전 의원은 임 실장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출신임을 지적하며 "전대협의 강령은 반미, 민중에 근거한 진보적 민주주의를 밝히고 있고, 청와대에 들어간 전대협 인사들이 이같은 사고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어 "사회부총리는 더 심각하다. 이 분은 온통 반대한민국적인 주의와 주장으로 점철된 길을 걸었고, 국회에서 그렇게 많은 부적격 사유를 제시했음에도 임명이 강행됐다. 이 분이 교육을 틀어쥐고 있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사고방식은 전대협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사람들이 청와대에 있으니 인사 참사가 발생하고, 커피와 치맥만 하고 안보와 경제는 못 챙기는 것이다"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말인즉,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청와대에 입성해 있고, 좌파적 시각을 가진 인사가 정부에 기용됐기 때문에 국가 안보와 경제가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다는 거다. 말문이 막힌다. 이 나라 정치의 고루함을 이처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경우가 또 있을까. 3D 프린터로 하루 만에 집이 뚝딱 만들어지고, 인공지능 자율주행차의 상용을 눈 앞에 두고 있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국회는 여전히 과거의 유물인 '색깔론'이 활개를 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정치권, 그 중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의 인식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고 있다.


전 의원의 난데없는 색깔론 공세에 심기가 불편해진 것일까. 차분하게 질의에 응답하던 임 실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격앙되기 시작했다. 임 실장은 "전 의원의 발언에 매우 유감이다"라며 "5·6공화국에서 정치군인이 광주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유린할 때 전 의원이 어떻게 살았는지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언급한 그 분들이 전 의원이 말씀하신 정도로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 전 의원의 발언에 매우 심한 모욕감을 느끼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토로혔다. 한순간에 자신의 젊은 시절이 깡그리 매도당한 것에 따른 격정일 테다.


왜 아니 그럴까. 그 시절 학생운동은 그런 것이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의 철권통치에 맞선다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부조리와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들이 체제에 대한 위협과 도전으로 인식되던 시대에서, 학생운동은 어디까지나 불온의 상징이었고 박멸의 대상일 뿐이었다. 정권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구금당하고 고문을 받고 투옥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군사독재정권의 서슬 퍼런 폭력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한열이, 박종철이, 강경대가, 김귀정이 국가권력의 야만적 폭력 앞에 무참히 스러져갔다.


ⓒ 오마이뉴스


이 땅의 민주화를 이뤄내는 과정 속에는 이처럼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당대인들의 처철한 사투가 녹아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상당 부분이 그 시절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청춘들의 의기가 만들어낸 산물인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그들의 헌신과 투쟁이 없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간선제로 대통령을 뽑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젊은 치기가 만들어낸 실수와 과오에 대해 비판할 수 있을지언정 그들이 일궈낸 빛나는 성취까지 매도하고 폄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 전 의원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전 의원의 주장대로 주사파, 운동권이 문제라면 청와대보다 상태가 훨씬 더 심각한 건 국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야당인 한국당과 바른정당 내부에도 과거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전 의원의 인식대로라면 현역인 김용태, 김영우, 하태경 의원 등은 물론이고 김문수, 이재오, 신지호, 차명진, 권영진, 정태근, 조해진, 진성호 전 의원 등 한국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인들과 원외위원장, 보좌관들 역시 사상검증을 받아야 한다.

어디 이뿐인가. 더 근본적으로는 전 의원이 몸담고 있는 한국당의 정치적 뿌리이자 사상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신랄한 비판과 검증을 피할 길이 없다. 한국당의 존립기반이자 근거지인 TK지역에서 '반인반신'으로 추앙받는 박정희가 사실은 남로당 활동 전력이 있는 '빨갱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다. 박정희는 그 때문에 군사재판에 회부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전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한국당을 지탱하는 절대적 존재인 박정희의 과거 빨갱이 전력부터 당장 문제삼아야 될 판이다. 종북, 빨갱이라면 가릴 것 없이 낙인을 찍어왔던 애국보수 한국당이 아니신가.


참담하다. 철지난 색깔론을 2017년 국회에서 다시 봐야하는 시대의 퇴행도 개탄스럽지만, 민주화를 위해 젊음을 바친 사람들의 수고와 열정까지 철저하게 짓밟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색깔론을 제기한 전 의원의 주장에서 그 어떤 근거도, 실체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독재권력의 전횡과 야만,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저항해 젊음을 불태웠다면 이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한 일일 터다.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그들의 분투가 매도와 폄하를 받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문제 투성이의 청와대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그것을 각 부처에 하달을 하면서 하니까 지금 이 정부에 대해서 불신이 싹트는 것이다"

임 실장을 앙칼지게 몰아세우던 전 의원이 질의가 거의 끝나갈 무렵 내뱉은 멘트다. 전 의원의 인식이 얼마나 끔찍하게 왜곡·편향돼 있는지가 저 발언 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지지율 10%대의 정당이 지지율 70%의 정부를 향해 '국민 불신'을 운운하고 있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독재정권의 정치적 후예들과 민주화를 이뤄낸 세력들이 나란히 국회에 앉아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촌극일 터다.


2017년의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는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지난 수십 년간 이루 말할 수 없이 험난한 과정을 거쳐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는 75년생으로 민주화 과정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전 의원에게도 해당된다.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자기 한 몸을 기꺼이 내던졌던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열정이 이 나라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치열한 시대를 살지는 않았어도, 동참하지는 않았어도 최소한 잊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화의 수혜자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젊음을 불살랐던 선배들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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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11.07 09:25 신고

    별 내세울것도 없는 떨거지가 되도 않은 억지를 부리고 있네요
    저런 인간들 땜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11.07 11:57 신고

    저도 아침에 이 장면을 보고 페이스 북에 올려놓았습니다.
    저네들이 저질러놓고 속죄는 못할망정.. 이따위 엉뚱한 소리나 하는 의원이라니... 뭐 뀐 놈이 성냄다더니 참 함량미달입니다.

  3. Favicon of https://barrio-coffee.tistory.com BlogIcon Pereira sam 2017.11.07 22:04 신고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는 종북좌파가 있었던게 아니고 그들이 만들었죠

  4.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7.11.08 07:10 신고

    하하 이 이슈를 드디어 올리셨군요~ㅎ
    전희경의 입이 하도 걸레같아서 걸레취급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깡통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불쌍한 괴물입니다~

  5. 콩사탕 2017.11.08 13:19

    임종석씨는 자료가 전부 남아있자나요.
    그리고 박정희가 빨갱이라는건 억지입니다.
    편을 들더라도 상식선에서 편들어야죠

    • 동우 2017.11.09 08:50

      현재까지도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인
      이슈들이지만 "박정희의 빨갱이 논란" 에 해 몇몇 언론에 실린 기사를 댓글로 대신합니다.

      좌익혐의로 무기징역... 재심서 '구사일생'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02697

      '빨갱이' 언제부터 죽여야 할 대상이 됐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46360

      빨갱이는 만들어지는 것,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484869

      그것이알고싶다, 보도연맹 추적
      http://sbsfune.sbs.co.kr/news/news_content.jsp?article_id=E10008715207

  6.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7.11.09 07:37 신고

    자기 마음대로 국회에서 할 말 다 할 수 있는 것이
    누구 덕인지도 모르는 자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보았는지 궁금합니다.

  7. 트럼프 2018.07.17 05:01

    30405060대 운동권 꼰대시키들아..역사왜곡시켜 공산국가로 가는거 좋아죽냐~!!!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천명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제는 정말 일각의 표현대로 '역사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입증하듯 나라가 정확히 둘로 갈라 졌다. 그 어디에도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강조하던 국민통합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분열과 불신,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지독한 갈등과 대립 뿐이다. 물론 정국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박 대통령 자신이다. 그는 국민과 약속했던 통합과 화합의 정치 대신 분열과 대립의 정치를 고집함으로써 나라와 국민을 혼란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불과 10년 전에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든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던 그가 정치권과 시민단체, 학계와 교육계, 일반시민들과 대학생, 그리고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국정교과서를 강행한 것을 이해하려면 역시 아버지인 박정희에 대한 역사의 박한(?) 평가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설마 일국의 대통령이 째째하게 개인사의 문제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겠는가 하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정치 입문 이후의 행적들을 살펴보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부친에 대한 부당한 평가를 바로잡겠다는 그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아버지에 대한 '신원 회복'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기저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박 대통령은 결정적 오판을 하게 된다. 아버지의 신원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법과 인식이 애초부터 잘못 설정되어 있는 탓이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과오를 바로잡으려면 할수록 그 과오들은 오히려 더욱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간과했다.

박 대통령 자신에게는 더없이 좋은 아버지였을지 모르겠으나, 박정희의 친일행적과 남로당 활동 이력, 5•16 쿠데타 이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행했던 수많은 용공조작 사건들, 영구집권을 위해 단행한 반민주적인 유신헌법과 인권 유린 등은 여전히 첨예한 논쟁 중이다. 뿐만 아니라 박정희 군사독재의 피해자와 유족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다. 그들이야말로 박정희 시대의 '과'를 보여주는 산증인들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아버지 시대의 '과'를 바로잡겠다며 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했다. 긁어 부스럼이 따로 없다. 역사문제를 들춰내면 낼수록 박정희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진다는 것을 그는 모르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모습은 마치 가라앉아 있는 앙금을 들쑤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신원을 회복시키려 한다면 이같은 방식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전후 독일이 어떻게 주변국들과 세계인들의 신뢰를 얻어갔는지 직시할 필요가 있었다.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과 노력으로 주변국들의 신뢰를 회복해 나갔다. 그 결과 전후 독일은 마침내 세계 정치 경제의 중심으로 다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전후 독일이 아니라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일본은 현재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 대신 자신들의 침략과 만행을 정당화하고 미화시키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중이다. 안보법제를 통해 과거 군국주의 시절을 재연하려는, 보수우경화된 일본의 모습은 박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와 정확히 일치한다.

극우보수화된 일본의 아베 내각이 주변국들의 반발과 비난, 세계인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는 것처럼, 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향해서도 각계각층의 반발과 비난이 폭주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얽혀 있는 과거사를 풀어가는 방법이 근본부터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에게 아버지의 과오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성찰, 치유와 회복을 위한 진정성있는 노력과 행동이 있었다면 박정희에게 드리워져 있는 역사의 상흔 역시 논란과 갈등이 아닌 공존과 화합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아버지까지 깊고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이 얼마나 'Poor'한 대통령의 인식인가.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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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10.29 07:51 신고

    왜 잘못을,과오를 인정하지 않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일입니다
    아버지의 여성편력이 회자되면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합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29 09:48 신고

      그러게요. 그것도 부정할래나?
      쬐끄만게 엄청 밝혀냈는데요, 발정난 뭐 마냥...

  2. Favicon of http://bmking2015.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10.29 08:07 신고

    시간이 지나도 나서도 아직도 덮으려고 하니까 문제네요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29 09:48 신고

      덮는게 아니라 인정하고 끌어 안아야 하는데,
      박은 그 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3. Favicon of https://bamnwind.tistory.com BlogIcon 죽풍 2015.10.29 08:12 신고

    공수래공수거님의 댓글에 공감합니다.
    참으로 불쌍한 대통령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10.29 11:52 신고

    말씀하신대로 이제 물건너 갔습니다.
    이버지의 군사쿠데와 딸의 역사쿠데타... 잠 대단한 집안입니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저런 무지가 나라를 국제적으로 망신을 시키고 있습니다.

  5.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10.29 12:11 신고

    박그네는 확신범입니다. 아버지는 국부이며, 과오가 없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대통령입니다. 그 어떤 말도 박그네에게 먹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를 설득할 사람은 없습니다. 비극입니다.

  6. Favicon of http://5stin.tistory.com BlogIcon 메리. 2015.10.29 12:13 신고

    역사는 절대 정권의 손이 닿으면 안되는 불가침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그래도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의 역사 장난질에 그렇게 피해를 보고있는데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7. Favicon of https://eproo.tistory.com BlogIcon 불루이글 2015.10.30 21:23 신고

    내란죄로 군사법정에서 선 의전과장 박선호에게
    변호사가 박정희를 위해 여자들을 골라서 대령 했다는 일이 사실 이냐는 질문에
    김재규의 그 이야기는 하지마 라는 소리를 듣고
    좋을대로 생각 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김재규가 총을 겨눈 실질적 이유중 하나인 대통령의 문란한 성생활 때문 이라는 설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차지철이 텔레비젼으로 30%골랐고 나머지는 박선호가 골라서 대령 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정말 인것 같습니다.

  8. Favicon of http://samkl.tistory.com BlogIcon 글쓰고픈샘 2015.10.31 18:56 신고

    만약 아버지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좋았을뗀데 현재 행동들로 봐선 대통령님이 자신과 자신 아버지를 수렁에 밀어넣는 꼴이네요. what a poor president란 제목 완전 공감합니다

  9. 하늘이 2015.11.12 11:54

    대통령이 넘어야할 선이 있는데 아버지의 피를 못 속이는것 같습니다.
    권력을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과 아버지의 공을 세우기 위해 쓰고 있으니 잘 못 뽑은거죠~?
    말로만 민생을 왜치며 야당에게는 두눈 부릅뜨고 힘주며 국민들에게 심판하라고 하고 있으니 지금이 유신시대도 아닌데
    유신으로 착각하시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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