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중심가인 센트럴 공민광장은 지금 노란우산을 펼쳐든 시민들의 물결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홍콩은 현재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자유직선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도심점거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 사흘째인 어제(30일) 저녁에는 5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홍콩 행정청과 금융기관들로 둘러싸인 8차선 대로를 가득 메웠다. 


지난 8월 말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을 뽑는 첫 직선제 선거의 후보자를 친중국계 인사로 제한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홍콩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 당국의 통치정책이 만들어낸 처사였다. 일방적인 중국 당국의 결정은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시민들은 홍콩의 민주주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한편 홍콩의 미래를 염려하며 가슴에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희망의 상징인 노란리본을 달고 한 손에는 우산을 받쳐 들며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비민주적 결정에 반대하는 이번 시위는 우리에게는 매우 낯익은 장면들이다. 우리에게도 민주주의와 자유를 부르짖고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군부독재정권의 압제와 비민주적 통치에 저항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렇게 까마득히 먼 기억은 아니다.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가 도화선이 된 4•19 혁명이 1960년에, 전두환 신군부의 철권통치에 종말을 고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시킨 6월 항쟁이 1987년에 있었다. 그 중간에는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하며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위들도 있었고, 불과 1년 전에는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에 분노한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촛불을 밝혔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1960년의 4•19 혁명과 1987년의 6월 항쟁은 모두 거악의 정치권력에 맞서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시민들의 힘으로 승리를 일구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4•19 혁명은 무능한 독재자였던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와 3•15 부정선거의 주범 이기붕의 몰락을 이끌어 냈고, 6월 항쟁은 무자비했던 전두환 신군부로부터 역사적인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실질적 시작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물론 4•19의 성과가 채 꽃피우기도 전에 박정희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고, 6월 항쟁 역시 승리의 과실이 연말 대산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이 두번의 기억은 시민들의 위대한 역량을 보여주는 역사의 한 장면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두번의 승리를 제외하면 정치권력의 불의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은 언제나 좌절을 맛보아야만 했다. 멀게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반대했던 사람들로부터 아주 가깝게는 세월호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했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은 승리의 기억보다는 패배의 기억에 더 익숙해져 있다. 자신들의 분노가 제도권 정치에 수렴되기를 바라는 열망은 승리했을 때나 패배했을 때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부당한 것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내재된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엄숙함과 숭고함, 열정과 열망, 변해야 하고 바꿔야 한다는 당위를 가슴에 품고 사람들은 불의에 맞서 온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과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한쪽은 눈부신 두번의 승리를 이루어 냈고 다른 한쪽은 쓰디쓴 실패의 연속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상하고 괴상하기 짝이 없다. 누구는 승리의 유전자를, 다른 누구는 패배의 유전자를 타고 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나는 어제 이 둘 사이의 엄청난 차이를 불러온 결정적 원인 중의 하나를 목도했다.


 



여야는 어제(30일)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타결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67일 만이다. 그런데 여야가 합의한 이번 특별법의 내용이 여전히 논란이다. 마침내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했다는 언론의 자극적인 제목이 무색하리만큼 전혀 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차의 여야 합의안에 더해 특검후보 전원에 대해서 야당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을 빼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얻어낸 것이 전무하다. 애당초 진상규명을 위한 절대조건인 기소권과 수사권을 논외의 대상으로 하고 협상에 임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이 합의와 약속을 지켜주기만을 바라는 처량하고 군색한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양당의 합의사항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모호하고 뜬구름잡는 내용 일색이다. 특히 합의사항 제2조 '특별검사후보군 선정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후보는 배제한다'와 제3조 '유족의 특별검사후보군 추천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한다'는 조항은 합의문에 넣기에는 부실하기 그지 없는 내용으로 구두약속과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 국정원 사건의 진상규명조차 너무 더워서 못하겠다던 새누리당이고 보면 이처럼 모호한 문구가 훗날 커다란 암초로 작용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협상을 주도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제는 국회에서 이렇게 해서라도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어 진상규명을 해야하는 시점"이라며 "세월이 가면 갈수록 진실들이 지워져 가고 있지 않느냐"고 협상타결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는 세월호특별법 협상과정에서 그 역량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그녀의 또 다른 오판이자 실기다. 이처럼 빈약한 장치들로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고 있는 그녀의 순진함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거듭되는 결정적 악수들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들은 완전히 지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세월호 정국이 지난 대선의 불법부정선거에 대한 진상규명은 커녕 국정원 개혁이라는 지엽적인 문제조차도 해결하지 못한 국정원 사건과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두 사건 모두 당위와 대의는 분명히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있었고 시민들은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시민들이 부여해준 당위와 대의에 대한 확신도, 불의에 맞서 싸울 당당한 용기도 없었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낼 만한 혜안도 시민들의 염원과 열망을 담어낼 만한 가슴도 없었다. 이런 한심하고 무능력한 자들이 집권을 꿈꾸고 있다는 것도 새누리당의 오만과 위선만큼이나 끔찍하기 짝이 없다. 


그동안 새누리당의 폭주를 견제할 정치세력으로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것이 새정치민주연합 스스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정치의 저급저렴화를 부추기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지역주의에 안주하는 한편 당내 권력다툼과 계파문제로 끊임없는 논란과 불신을 유발하며 국민들을 실망시켜 왔다. 박근혜 정권과 집권여당을 비난하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문제들은 개혁하지도 혁신하지도 못했다. 서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닦아주고 보듬어 주기에는 그들의 몸은 너무 비대해졌고, 그들의 마음 역시 거만해질대로 거만해져 있었다. 사회적 약자와 대다수 서민들의 편에 서기엔 그들 자신이 이미 기득권이 되어 있었다. 


홍콩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우산혁명에 참가하고 있는 시민들이 외치는 구호 중에 "가짜 민주주의는 가라"라는 문구가 있다. 사람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퇴보와 후퇴에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면서도 시대 흐름과 국민 열망을 외면하는 무색무취한 거대 야당의 과오에 대해서는 둔감한 것 같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퇴행과 퇴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라면 이를 정면에서 견제하고 저지해야 하는 것이 야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책무다. 그러나 2014년 현재 우리나라에 야당은 없다. 정치공학적 이해득실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정치공학도들만 득실거릴 뿐이다. 시민들은 이제 야당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이런 비겁한 정치가 판을 치는 정치환경 속에서 건강한 민주주의와 시민들의 권리와 권익이 개선될 리가 없다. 이제 시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가짜 야당은 가라"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표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시대의 흐름과 시민의 열망을 담아내지 못하는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바람부는언덕의 정치실험에 참여하시려면 ☜ (클릭)







  1.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4.10.01 16:20 신고

    각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혁명들이 대부분 미완으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혁명세력의 분열과 혁명정신을 정치로 승화시키지 못한 탓이겠지요. 우리도 마찬가지고요.
    새정치 연합의 무능도 민주화의 역사를 독점하려는 데서 오는 오만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10.02 09:34 신고

      그러게요.
      시민들의 분노와 그들의 열망을 담아내지 못하는 정치세력이
      큰 걸림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새정치가 바로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은 새누리보다 새정치가 더
      밉습니다.

  2. Favicon of https://greenhrp.tistory.com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10.01 16:54 신고

    요즘..사람들마음이 어떨까...그런생각이 참 많이듭니다.
    잘 버텨낼까..싶기도하고.. 멀리도망가지말고..지금 참담한 정치현실에서도..꿈을 꾸는 사람들이..다시 희망을 만들기를...
    또 간절히 간절히바랄뿐이랍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10.02 09:36 신고

      한동안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너무 많는 것들이 정치권력에 의해 가리워져 버렸고
      희망을 논하기에는 여러가지 것들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새정치가 생활정치로 파고 들지 않는한, 진보정당들이
      외연을 확대하지 않는한 당분간은 죽었다고 해야 할 겁니다.

  3.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4.10.01 23:01 신고

    혁명은 혁명 기잔 중에만 혁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혁명의 주체들이 정치와 행정의 주체로 바뀔 때 혁명의 열정은 사라지고, 권력의 맛에 빠진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모든 혁명이 실패한 이유입니다.
    그 이상을 위해서는 혁명의 주체가 정치를 하면 안 됩니다.
    아니면, 분명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혁명과 맞지 않습니다.
    참 어려운 주제인데, 이념적 이해와 정치적 과정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강준만류의 진보 비판이 세상을 더욱 망칩니다.
    이념은 가치의 문제이고, 정치는 행동의 문제여서, 바꿔야 할 것은 정치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10.02 09:38 신고

      네, 도령님 말씀에 백번 공감합니다.
      강준만이는 예의 날카로움을 완전히 읽어버린 것 같습니다.
      수박 겉핥는다고 할까요,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비판을 하고 있으니까요.
      새정치가 참 많은 것들을 앗아가 버리는군요.

결국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유족들은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안을 거부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세월호 가족 대책위는 어제(20일) 열린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진상규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유족들 입장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특별법은 무의미 그 자체다. 다른 글에서 언급했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진통을 겪어가며 간신히 합의에 이른 특검 추천위원회의 국회 추천 몫 2개는 유족들에게는 애시당초 관심의 영역 밖에 있는 쟁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여야는 유족들과 대부분의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은 제쳐두고 엉뚱한 작당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것도 임시국회 마지막날 극적 타결이라는 폭죽까지 쏘아대면서 말이다. 그러나 여야가 이날의 합의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스스로 부여할지도 모르겠지만, 유족들과 국민들이 보기에는 바보들의 행진이 따로 없다.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은 따로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모두가 아는 대로 세월호특별법은 진상규명의 과정 속에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무능과 무책임이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통수권자로서의 박 대통령의 방임이 집중 추궁될 것이다. 새누리당의 궁극적인 목적은 유족들과 국민여론을 의식해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되, 대통령과 정부여당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대의 걸림돌이 바로 수사권과 기소권이다. 새누리당이 기를 쓰고 이를 저지시키려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란 카운터 펀치를 맞고도 새누리당은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이 두번의 승리가 세월호특별법의 국면을 새누리당이 주도하도록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여기에 '경제'와 '민생'이란 극강의 필살기를 동원, 사람들로 하여금 세월호 참사의 악몽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야 한다고 끊임없이 최면을 걸었다. 사실 이 전략은 꽤나 훌륭했다. 노출의 빈도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피로감은 상승할 수 밖에 없고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공방도 그저 또 다른 정쟁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노련하고 영민한 새누리당의 완승국면이다. 


문제는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솔직히 필자는 이 정당의 존재이유와 의미를 도무지 찾질 못하겠다. 제도권 정치하에서 정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점을 분명히 밝히고,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끌어 안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친일매국정당, 부정부패당, 수구꼴통당이란 비난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선거철마다 승리하고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자신들의 지지자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의 'NEEDS'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그 절차와 과정, 전략과 전술의 옳고 그름은 논외로 치고- 방법을 찾고 노력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이런 모습을 벌써 수년째 발견해 낼 수가 없다. 작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들이 혹시 자신들의 처지를 여당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 일으킨다. 


2012년 총선부터 시작된 끔찍한 선거의 악몽은 그러나 그 결과 이전에 과연 새정치민주연합이 당시의 시대흐름과 국민여망을 제대로 읽고 있었는가를 먼저 따져 물어야 한다. 2012년 총선, 2012년 대선, 2014년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달 치뤄진 재보선에 이르기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은 기가 막히게도 두는 수마다 자충수와 악수를 두며 선거를 그르치고 날았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국민들이 정치권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살펴 이를 제도권 정치에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당내 계파 갈등과 헤세모니 싸움, 보수정당으로의 회귀, 정권심판론과 새누리 심판론에 매몰된 선거전략, 다양한 당내의견을 조율하고 통합할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 등이 맞물리며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저들은 대중정당의 존재이유랄 수 있는 시대흐름을 읽어 낼 혜안도 의지도 그렇다고 새누리당처럼 단기간에 시대흐름과 유사한 대체제를 민들어 낼 능력도 없었다.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나는 이 정당에게 집권에 대한 의지는 있는지 조차 의문이다. 이는 정치정당으로서 사실상 사망선고에 다름 아니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 아니 그 전신인 민주당의 이상징후는 국정원의 대선불법개입에 대한 헛발질부터 시작해서 김한길 체제로 갈아탄 지난해 봄 무렵부터 가속화되어 중도개혁가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안철수와 동석하게 된 이후 급속도로 무너졌다. 김한길의 민주당은 안철수와의 당대당 통합으로 '중도 무당파'를 겨냥한 외연확장을 기대했겠지만 결과적으로 당의 존립기반이라 할 수 있는 당 정체성을 심각하게 흔드는 자중지란만 일으키고 말았다. 이는 박지성같은 멀티플레이 능력도, 홍명보같은 강력한 리더십도 갖추지 못한 민주당에게는 오히려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태생적 한계와 위에서 언급한 당내의 구조적 결함이 이번 세월호특별법의 합의과정에서 고름처럼 터져 나온 것이다.


관련글 ☞ 새정치, 세월호특별법에 명운을 걸어라 ☜ (클릭)


며칠 전 포스팅한 글에서 필자는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세월호특별법의 재협상에 임하는 당위에 대한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당부는 기대감의 발로였다기 보다는 정치정당으로서의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이 노병들에 대한 염려와 걱정의 측면이 더 강했다. 세월호 국면은 어쩌면 이 노쇠한 정당이 다시 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에도 역시나 시대흐름과 국민들의 열망을 전혀 읽어내지 못했다.


대한민국 정치정당사의 한축을 담담하며 한 때 이 땅의 민주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맹렬히 달려온 민주당- 이들에게는 역시 이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이 지금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다. 이 무력한 자들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정말 안타깝고 씁쓸하기 그지 없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바람부는언덕이 여러분에게 보내는 초대장입니다 ☜ (클릭)

  1. Favicon of https://anunmankm.tistory.com BlogIcon 버크하우스 2014.08.21 08:53 신고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 되시길요. ^^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8.21 11:28 신고

      네 고맙습니다. 님께서도 좋은 하루 보내시구요.
      자주 찾아주세요..

      ^^

  2. Favicon of https://greenhrp.tistory.com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8.21 10:05 신고

    목숨걸고 싸우는 유가족들이 있는데...도대체. 왜그러는걸까요...ㅠㅠ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8.21 11:30 신고

      누구를 위한 특별법인지 바로 그 부분이 핵심입니다.
      아니, 세월호 침몰의 진상규명을 하자는데 무슨 이유가 이렇게 많고,
      무슨 걸림돌이 이렇게 많단 말입니까.
      정치, 그 비루한 것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정원 사건때도 그랬지요. 정말, 야당이 야당답지 않으니,
      너무 힘이 드네요. 너무 힘들어요...

      ㅜㅜ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4.08.21 15:47 신고

    김영오씨 저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웃음이 나오나? 이 나쁜 인간들앗!!!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8.22 10:47 신고

      참교육님 댓글 보고, 그리고 오늘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김영오씨에 대해 썼어요.
      최선을 다했는데, 이 작은 마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면 합니다.
      단 한사람이도...

  4.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4.08.22 06:39 신고

    갈 때까지 나락하기를 바랍니다.
    바닥을 다질 때까지 누가 허당이고 누가 진짜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늙은 놈들 이만 물러갔으면 합니다.
    새눌당보다 신인을 키우지 않으니.................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8.22 10:49 신고

      도령님께서도 일전에 말씀하신것 같은데.
      거의 끝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뭐, 미련도 없구요, 솔직히 관심도 없습니다.
      진보정당들이 붕괴된 탓에 정치체제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만
      더 이상은 안되겠어요. 취~한테도 말했는데, 이제 가감없이 메스를 들이
      댈 생각입니다. 저것들은, 텃어요. 그것도 완전히...

  5. 과객 2014.09.01 18:18

    글 중반부까지는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더니, 안철수와 동석하며 급격히 무너졌다 말하는것 보고선 실소가 나옵니다.

    대선때도 지지율 꼴지 후보가 상대를 이길수 있는 후보를 억지로 끌어내려 대선 날려먹더니,
    지지율 10%로 바닥을 기던 당에, 안철수 합류후 그나마 30%대로 올라갔는데, 또 열심히 당대표 흔들어 대서 스스로 고꾸라진 당을 보고 진단을 이상하게 하시네요.

    중도를 잡지 않고 선거에서 무슨 승리가 가능하고,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건지.
    강경일변도의 선명 야당을 원하시나봐요?
    그것이 당의 정체성이라면, 다수 대중과는 동떨어진 강경지지자들이 환호하는 아주 선명한 야당이 되겠네요.
    또 하나의 기득권이 되버린 민주화운동 경력자들의 놀이터이자, 강경지지자들의 자기만족 우물안 개구리 정당.
    새누리당에 절대 이길수 없는, 패권주의에 매몰되고 확장성 없고 미래 설계도 안보이는 과거로 회귀한 야당.

    님의 글들이 공감을 많이 받아, 그것이 대중의 시각과 부합된다고 생각을 하시겠지만...
    소리없는 유권자들은 안타깝게도 님과는 생각이 다른 분들이 많을것입니다.
    게다가 선거 승리의 키는 그 소리없는 유권자들이 쥐고 있구요.

    늘 야권지지자였지만, 야권내 강경지지자들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왜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지 이해 될때가 너무 많더군요.
    자기들은 무조건 옳고 선이며,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무지하거나 배척해야 할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들.
    차라리 그들만의 정당을 만들어서 자기들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 보고싶네요.
    평가는 국민들이 할테니요.

차가움과 뜨거움, 이성과 감정. 하루하루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며 머리와 가슴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증오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가슴을 적신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이 샘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지 못하도록 꾹꾹 누르고 누르고 또 누르는 것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작금의 대한민국은 정의는 고사하고 사회공동체를 합리적으로 기능케 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황량한 볼모지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봤다. 세 아이의 아빠인 필자가 유가족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내와 몇번이나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결론은 언제나 하나였다

 

'살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라면 차갑고 냉정한 이성과의 교감을 기대하기란 지극히 요원한 일이다

 





나의 분신이자 나의 모든 것인 아이가 죽었다, 그것도 영혼없는 어른들의 무능과 태만, 무책임 때문에. 침몰해 가는 배 안, 아이들이 공포와 절망 속에서 애타고 간절하게 구원의 눈길을 보내고 있을 때 이 괴물들은 아이들의 죽음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거나, 상급자의 의전을 신경쓰거나, VIP를 위한 사고 영상의 확보에 열을 올리거나, 딴 짓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성이 작동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저 시점에서 이성은 세월호와 함께, 아이들과 함께 차디찬 깊은 바다속으로 완전히 가라 앉고 말았다. 


필자라면 벌써 진작에 터져나왔을 극한의 분노를 유가족들이 억누르고 있는 모습에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상념과 슬픔이 빗물처럼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어버린 슬픔과 극악무도한 괴물들이 만들어가는,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 속에서도 유족들은 마지막 남은 여력을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법에 걸고 분을 삭이고 또 삭이고 있는 것이리라. 그나마 남아있던 심지마저 다 타버리고 나면 저들은 과연 무엇으로 삶을 지탱해 나갈 것인가아프고 또 아프다. 이보다 더 애절하고 처절한 모습이 또 어디 있을까. 우리는 이 애절함과 처절함을 기억해서 반드시 후대에 전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며칠 전 SNS를 통해서 한 영상을 전송 받았다. 이 영상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아마도 이 영상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견공에게조차 있는 그 무엇이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의 불행이라면 불행일 지도 모르겠다. 견공보다 못한 인간들이 주류사회에서 활개치는 세상이 정상적이 아니란 걸 모르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각계각층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반국민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종교계, 연예계, 심지어 학생들까지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사회 공동체의 보편적 감정은 한 사회의 현안이나 논제들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판단의 기준으로 매우 유효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것의 의미는 아주 단순명료하다. 첫째 세월호특별법의 핵심은 사건의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방점이 놓여 있어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해서는 진상조사위원회에 반드시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하다. 초등학생들도 알만한 이 명징한 원칙 앞에 사법체계가 무너진다느니, 유족들이 보상과 배상에 더 관심이 많다느니, 사회불순세력들이 개입되어있다느니 따위의 헛소리는 차리리 소음이며 공해다.  


대통령과 정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가족, 다수 국민의 민의를 직시해야만 한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야말로 삶의 희망을 놓아버린 유족들이 붙잡고 있는 마지막 지푸라기이다. 뿐만 아니라 그래도 정의와 상식이 남아있다고 애둘러 자위하고 있는 다수 국민들이 이 나라에 기대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일 지도 모른다. 이마저도 무너져 버린다면 도대체 이 나라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살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는 세 아이의 아빠인 필자를 포함한 이 시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모든 부모들의 자조이면서 동시에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자들에 대한 경고다. 정치권은 유가족과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라, 반드시. 이는 보편적 상식을 가진 다수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바람부는언덕의 정치실험에 동참하고 싶으시다면? ☜ (클릭)


  1. Favicon of https://greenhrp.tistory.com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8.17 16:41 신고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돌파구가 열려야 할터인데....꿈쩍도 안하니...참 답답합니다.

  2.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4.08.19 05:56 신고

    아... 이런 한을 폭발시켜야 하는 사회가 답답합니다.
    이 악마같은 체제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신호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 사이에 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속출하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