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서다. 당초 세간의 관심은 대통령이 이번 시정연설을 통해 우병우 민정수석과 최순실씨의 이름을 거론하느냐에 집중됐다. 벌써 수개월 째 '우병우 게이트' 국정이 마비되고 있는데다최순실씨 관련 의혹 역시 개인의 단순 불법행위를 넘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된 탓이다. '우병우·최순실 게이트'는 어느새 대통령이 피해갈 수 없는 강력한 태풍이 됐고 대통령 지지율도 덩달아 곤두박질치고 있다.


개헌 카드는 이런 곤궁한 상황에서 나왔다. 대통령의 저의가 지극히 의심스러운 이유다. 개헌은 누구 말마따나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는 파괴력과 폭발력을 갖춘 의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치권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연일 '우병우·최순실' 관련 의혹들로 도배하다시피 했던 언론 역시 대통령의 개헌 발언과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은 이날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됐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대통령의 말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현행 권력구조는 그 한계가 이미 명확하다. 임기 말 대통령들은 대부분 불행했거나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임기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권력남용이 극에 달했던 이명박 정권, 독단과 독선의 일방적 국정운영을 고집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야말로 87년 체제가 역사적 소임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런 까닭에 개헌의 당위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야 국회의원의 수만 해도 200여 명에 달한다. 개헌에 찬성하는 국민여론도 높다. 문제는 대통령이 개헌을 꺼내 든 저의다. 청와대는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지금은 개헌 이슈를 제기할 때가 아니라는 게 확고한 방침"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 청와대는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대통령에게 개헌 관련 최종 보고서를 올렸고, 연휴 마지막 무렵에 대통령이 개헌 준비를 지시했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9월 중순 무렵 이미 박 대통령의 결심을 섰다는 뜻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 10 10일 여당 내에서 제기되던 개헌논의에 대해서는 강하게 제동을 건 바 있다.

앞 뒤 말이 맞지 않기는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대통령은 여러차례에 걸쳐 개헌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었다. 올해만 해도 새해 기자회견에서는 "청년들은 고용절벽에 처해 하루가 급한 이런 상황에서, 뭔가 풀려나가면서 그런 얘기도 해야 국민 앞에 염치가 있다. 저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 얘기다", 4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당시에는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를 어떻게 살립니까?"라며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헌논의에 분명하게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랬던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말을 바꿔 개헌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민생경제를 포함해 국정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들어갈 수 있다"며 맹비난했던 바로 그 당사자다. 대통령의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오마이뉴스

 


갑작스런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우병우·최순실 게이트'의 의혹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 차원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일련의 사태에 대통령이 법과 원칙, 상식과 도덕률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했더라면 이번 개헌 제안이 달리 보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당도 포기한 우병우를 끝까지 지켜냈고, 최순실씨는 비호하기에 급급했다.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정략적이라는 것은 개헌을 청와대가 주도하겠다고 밝힌 부분에서도 확인된다. 김재원 정무수석은 시정연설 이후 추가 브리핑에서 "개헌안을 논의할 때 지지부진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논의가 진척이 안 되면 대통령이 보다 많은 의사를 표현하고 의지를 밝힘으로써 개헌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제안할 수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회 내에서 개헌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취지다.

결국 대통령의 제안은 개헌 정국을 통해 현실의 곤궁함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뜻이며, 임기 말 권력누수를 최소화하면서 정국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개헌이 성사되든 안 되든 대통령이 잃을 것이 거의 없다는 점, 향후 개헌 여부에 따라 퇴임 이후 국내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양수겸장의 카드인 셈이다.

4·19 혁명은 6.15 개헌으로 이어졌고, 87 6월 항쟁은 현 헌법체제를 완성하는 변곡점이 됐다. 이렇듯 역사의 변곡점에는 당대인들의 치열하고 특별한 흔적이 오롯이 배어있다.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어떻게 결론이 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개헌을 '우병우·최순실'이 주도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듯 싶다.

지난 30년 동안 어느 정권도 해내지 못한 개헌이 대통령 측근의 비리 의혹으로부터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다. 대한민국의 비정상성을 이보다 더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또 어디에 있을지 모르겠다.

 



세상이 보이는 정치·시사 블로그 ▶▶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6.10.25 09:30 신고

    참 나쁜 대통령입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6.10.25 19:03 신고

    맨날 끌려 다니는 야당... 저는 야당이 너무 밉습니다.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천명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제는 정말 일각의 표현대로 '역사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입증하듯 나라가 정확히 둘로 갈라 졌다. 그 어디에도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강조하던 국민통합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분열과 불신,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지독한 갈등과 대립 뿐이다. 물론 정국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박 대통령 자신이다. 그는 국민과 약속했던 통합과 화합의 정치 대신 분열과 대립의 정치를 고집함으로써 나라와 국민을 혼란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불과 10년 전에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든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던 그가 정치권과 시민단체, 학계와 교육계, 일반시민들과 대학생, 그리고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국정교과서를 강행한 것을 이해하려면 역시 아버지인 박정희에 대한 역사의 박한(?) 평가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설마 일국의 대통령이 째째하게 개인사의 문제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겠는가 하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정치 입문 이후의 행적들을 살펴보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부친에 대한 부당한 평가를 바로잡겠다는 그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아버지에 대한 '신원 회복'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기저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박 대통령은 결정적 오판을 하게 된다. 아버지의 신원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법과 인식이 애초부터 잘못 설정되어 있는 탓이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과오를 바로잡으려면 할수록 그 과오들은 오히려 더욱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간과했다.

박 대통령 자신에게는 더없이 좋은 아버지였을지 모르겠으나, 박정희의 친일행적과 남로당 활동 이력, 5•16 쿠데타 이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행했던 수많은 용공조작 사건들, 영구집권을 위해 단행한 반민주적인 유신헌법과 인권 유린 등은 여전히 첨예한 논쟁 중이다. 뿐만 아니라 박정희 군사독재의 피해자와 유족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다. 그들이야말로 박정희 시대의 '과'를 보여주는 산증인들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아버지 시대의 '과'를 바로잡겠다며 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했다. 긁어 부스럼이 따로 없다. 역사문제를 들춰내면 낼수록 박정희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진다는 것을 그는 모르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모습은 마치 가라앉아 있는 앙금을 들쑤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신원을 회복시키려 한다면 이같은 방식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전후 독일이 어떻게 주변국들과 세계인들의 신뢰를 얻어갔는지 직시할 필요가 있었다.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과 노력으로 주변국들의 신뢰를 회복해 나갔다. 그 결과 전후 독일은 마침내 세계 정치 경제의 중심으로 다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전후 독일이 아니라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일본은 현재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 대신 자신들의 침략과 만행을 정당화하고 미화시키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중이다. 안보법제를 통해 과거 군국주의 시절을 재연하려는, 보수우경화된 일본의 모습은 박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와 정확히 일치한다.

극우보수화된 일본의 아베 내각이 주변국들의 반발과 비난, 세계인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는 것처럼, 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향해서도 각계각층의 반발과 비난이 폭주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얽혀 있는 과거사를 풀어가는 방법이 근본부터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에게 아버지의 과오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성찰, 치유와 회복을 위한 진정성있는 노력과 행동이 있었다면 박정희에게 드리워져 있는 역사의 상흔 역시 논란과 갈등이 아닌 공존과 화합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아버지까지 깊고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이 얼마나 'Poor'한 대통령의 인식인가.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바람부는 언덕의 정치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10.29 07:51 신고

    왜 잘못을,과오를 인정하지 않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일입니다
    아버지의 여성편력이 회자되면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합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29 09:48 신고

      그러게요. 그것도 부정할래나?
      쬐끄만게 엄청 밝혀냈는데요, 발정난 뭐 마냥...

  2. Favicon of http://bmking2015.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10.29 08:07 신고

    시간이 지나도 나서도 아직도 덮으려고 하니까 문제네요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29 09:48 신고

      덮는게 아니라 인정하고 끌어 안아야 하는데,
      박은 그 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3. Favicon of https://bamnwind.tistory.com BlogIcon 죽풍 2015.10.29 08:12 신고

    공수래공수거님의 댓글에 공감합니다.
    참으로 불쌍한 대통령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10.29 11:52 신고

    말씀하신대로 이제 물건너 갔습니다.
    이버지의 군사쿠데와 딸의 역사쿠데타... 잠 대단한 집안입니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저런 무지가 나라를 국제적으로 망신을 시키고 있습니다.

  5.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10.29 12:11 신고

    박그네는 확신범입니다. 아버지는 국부이며, 과오가 없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대통령입니다. 그 어떤 말도 박그네에게 먹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를 설득할 사람은 없습니다. 비극입니다.

  6. Favicon of http://5stin.tistory.com BlogIcon 메리. 2015.10.29 12:13 신고

    역사는 절대 정권의 손이 닿으면 안되는 불가침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그래도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의 역사 장난질에 그렇게 피해를 보고있는데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7. Favicon of https://eproo.tistory.com BlogIcon 불루이글 2015.10.30 21:23 신고

    내란죄로 군사법정에서 선 의전과장 박선호에게
    변호사가 박정희를 위해 여자들을 골라서 대령 했다는 일이 사실 이냐는 질문에
    김재규의 그 이야기는 하지마 라는 소리를 듣고
    좋을대로 생각 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김재규가 총을 겨눈 실질적 이유중 하나인 대통령의 문란한 성생활 때문 이라는 설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차지철이 텔레비젼으로 30%골랐고 나머지는 박선호가 골라서 대령 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정말 인것 같습니다.

  8. Favicon of http://samkl.tistory.com BlogIcon 글쓰고픈샘 2015.10.31 18:56 신고

    만약 아버지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좋았을뗀데 현재 행동들로 봐선 대통령님이 자신과 자신 아버지를 수렁에 밀어넣는 꼴이네요. what a poor president란 제목 완전 공감합니다

  9. 하늘이 2015.11.12 11:54

    대통령이 넘어야할 선이 있는데 아버지의 피를 못 속이는것 같습니다.
    권력을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과 아버지의 공을 세우기 위해 쓰고 있으니 잘 못 뽑은거죠~?
    말로만 민생을 왜치며 야당에게는 두눈 부릅뜨고 힘주며 국민들에게 심판하라고 하고 있으니 지금이 유신시대도 아닌데
    유신으로 착각하시는듯~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여론이 과반을 훌쩍 넘은 상황이고, 반대 시위 또한 점점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것이다. 이로써 다음 달 5일 있을 교육부의 확정고시를 앞두고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사회적 분열과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각계각층에서 반대하고 있는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고 있는 3인방이다. 그들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면서 아직 집필진도 구성이 안된 상황에서 국정교과서가 친일 독재를 미화할 것이라 예단하는 것은 얼토당토한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국정교과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엄선된 집필진에 의해 씌여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국민의 의구심은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오히려 불신만 점점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왜 그럴까? 그들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도록 그들 자신이 몸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늘 앞뒤 말이 전혀 맞지 않는 세 사람의 자가당착과 표리부동을 통해 국정교과서 이후를 예측해 보려 한다.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든 역사를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되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대변인의 논평 중 일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문구의 원작자는 박 대통령이다. 김영록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국정화 강행의 자가당착을 비판하기 위해 2005년 한나라당 대표시절 박 대통령의 신년연설 내용의 일부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면전에서 이루어진 미국기자의 질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Poor' 대통령인 그가 10년 전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 말은 분명히 박 대통령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역사문제에 정권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주었던 그가 이제는 역사를 재단하려 하고 있다. 'Poor'하기 그지없는 자기모순이자 지독한 기만이며, 위선이다.

박 대통령의 역사관을 새삼스럽게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가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고스란히 탑재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이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졌고, 그 역시 정치적 역사적 사안마다 이를 스스로 입증해 왔기 때문이다.

5•16과 유신을 각각 혁명과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그가 아버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바로 잡겠다는 신념하에 현실 정치에 입문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따라서 그의 역사관을 통해 국정교과서의 기술 방향을 가늠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무성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마약사위 파문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가까스로 기사회생한 그는 국정교과서 강행을 위한 첨병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는 국정교과서의 친일독재 미화 우려를 일축하며 그런 일은 단언코 없을 것이라 장담하고 있다. 그런데 부친인 김용주의 친일 행적을 둘러싼 언행을 보면 그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26일 김무성 의원실은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고 김용주 선생의 친일 행적 논란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김용주의 애국적 활동 사례가 첨부된 이 자료에는 그의 반민족적 친일 행위는 그 어디에도 기술되어 있지 않았다. 김용주가 본격적으로 친일파로 전향했던 1937년 이후의 행적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그의 애국적 활동 사례만 나열한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김용주는 1920년대 전반까지는 민족의식을 가진 인사로 활동하다, 일제의 수탈이 극심해지던 193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친일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다. 김용주는 친일파로 전향한 이후 전시체제하 근로보국을 위한 국민개로운동 독려,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를 위한 신사 건립, 내선동조동근론 전파, 군용기 헌납운동 주도 등의 친일 행각을 이어갔다.





특히 1943 10월 열린 전선공직자대회에서는 "가장 급한 일은 반도 민중에게 고루고루 일본정신문화의 진수를 확실히 통하게 하고, 진정한 정신적 내선일체화를 꾀하여 충실한 황국신민이 될 것"이라며, 징병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야스쿠니 신사에 신으로 모셔질 영광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말까지 했고, 1944 79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낸 기명광고에서는 "결전은 하늘이다! 보내자 비행기를!"이라는 광고를 싣는 등 친일에 앞장선 대표적인 민족반역자 중의 한사람이었다.

그런데 김무성 의원실은 이같은 악날한 친일 반민족 행위에 대한 기술은 쏙 빼놓은 채, 김용주가 친일파로 전향하기 전의 애국활동 사례만을 자료집에 담은 것이다. 겉으로는 '' ''를 모두 객관적으로 기술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에 대해서 사실을 왜곡화고 미화하며, 누락시키고 있다. 국정교과서를 향한 각계각층의 우려가 바로 김무성 의원실이 배포한 김용주에 대한 자료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셈이다.





'비밀 TF'팀으로 인해 국회 위증 혐의가 추가된 황우여 교육부장관 역시 자가당착과 표리부동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국정교과서의 추진 여부를 묻는 야당의 추궁에 즉답을 회피하며 논란을 비켜가고는 했다. 그러나 꼬리가 잡힌 '비밀 TF'팀으로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그동안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정부는 국정교과서 시행을 위해 은밀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비밀 TF'팀 논란이 가세지자 이틀 동안의 침묵을 깨고 어제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그는 국정교과서의 "집필 착수와 함께 대표 집필자들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며 "하지만 나머지 집필진에 대해선 (공개 결정을) 국사편찬위원회에 맡겨 달라"
는 입장을 피력했다. 불과 9일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던 당사자가 입장을 또 다시 바꾼 것이다.


과반이 넘는 국민들이 국정교과서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집필진의 중립성 여부다. 그런데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기자회회견을 통해, 정부가
 30명에 달하는 집필진 중 중도 성향의 대표 집필자 5~6명만 이름을 공개하고 나머지는 공개하지 않을 공산이 커졌다.


이미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국정교과서의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역사학자의 90%가 좌편향되어 있다고 믿고 있는 정부가 집필진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집필진마저 비공개로 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자기들 마음대로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로 왜곡이나 미화가 있다면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박 대통령"국정교과서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것이라는 것은 얼토당토않는 얘기"라고 했던 김무성 대표, "국정교과서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던 황우여 교육부장관, 이들의 공통점은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자가당착과, 겉고 속이 다른 표리부동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가당착과 표리부동은 인간이라면 반드시 멀리해야 하는 삶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자가당착과 표리부동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한다. 과연 그들의 말대로 국정교과서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공정하고 올바르게 기술될 수 있을까? 이 세 사람만 보면 국정교과서의 미래가 확연히 보인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일까?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바람부는 언덕의 정치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10.28 08:04 신고

    너무나 뻔뻔스럽고 가증스럽습니다
    다음주면 고시가 되고 계획대로 밀어 붙일텐데
    그것이 정녕 파멸의 불쏘시개가 되는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28 10:41 신고

      최악의 정치인들이 모여 최악의 작당을 하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비웃는 국정교과서,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국정교과서 입니다. 강행할 이유는 오로지 저들의 욕심과 탐욕이 전부입니다.
      정말 나쁜 인간들입니다.

  2. Favicon of http://bmking2015.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10.28 08:41 신고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나면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될지 모르겠네요
    항상 조용하게 좋은데 매일 시끄럽기만 하니까요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28 10:42 신고

      원래 정치가 시끄러운 법입니다.
      그런데 이 정권은 밑바닥부터 기본이 안되어 있습니다.
      입만 열만 거짓에 위선입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 기득권과 욕심만 가득합니다. 그러니 국민이 불행해지는 겁니다.

  3. BlogIcon 강지호 2015.10.28 11:47

    내 몇달 전부터 박근혜나 김무성을 좋게보진 않았지만 이젠 황우여마저 그러냐 참나... 제 생각이 맞다면 그들은 겸손 또는 타인의 고통을 배우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기밖에 보이지 않는.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이건 도를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이 사람들은 이 나라가 전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죽으면 다 부질한 것이란 걸 어찌 모른 단 말이지... 20대인 나도 잘 알고 있는데...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28 12:45 신고

      세상에 박정희와 자신 밖에 없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네요.
      저런 인간이 최고통수권자이니 이 나라가 얼마나 불행한건지...

  4.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10.28 11:52 신고

    박그네는 비극으로 자초하고 있습니다. 박그네에게 역사관을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가고 있으니 박그네 자신이나 우리 시민이나 고통입니다.

  5. Favicon of https://datafile.tistory.com BlogIcon 신기한별 2015.10.28 12:43 신고

    국정교과서 그렇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몰랑 시전하며 하게 밀어붙이다니... ㄷㄷ;;;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28 12:46 신고

      귓구녕이 쳐 막혀 있어서 그럽니다.
      가정교육이 전혀 안되있다는 것이구요.
      하긴, 애비가 그러니 뭘 배웠겠습니까마는...

  6.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10.28 21:52 신고

    원고를 남이 써 준것이니 당연히 그런 말을 햇다느 걸 알리 없지요.
    참 대단한 대통령을 뽑있습니다. 100조를 탕진한 이명박도 모자라 박근혜까지 뽑았으니 자업자득이지요.
    다음은 악질 친일분자의 아들 차례일까요?

  7. Favicon of https://eproo.tistory.com BlogIcon 불루이글 2015.10.30 21:11 신고

    박근혜가 시정연설에서 정부가 역사를 주도 하면 자기 입맛대로 조장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것이고
    국민들의 의혹을 받을수 밖에 없다.
    정권이 바뀐때 마다 역사를 다시 쓰야 할것이다.
    라고 몇번이나 강조 했었죠
    박정희가 한일 협정을 굴욕적으로 하므로써대일 청구권이 축소 된 협의서를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 했다는 이유로 지나간 역사를 정권이 재단 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멘스가 된다는 식이지요
    지금 국정화가 된다 해도 그녀의 말대로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쓰야 할겁니다.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