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과 검찰의 영장 청구로 구속될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 한 사람은 힘겨운 투병의 와중에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얄궃은 인생만큼이나 걸어온 길이 극명하게 나뉘는 두 사람, 이용마 MBC 해직 기자와 김재철 전 MBC 사장이다.


이용마 기자의 항암 투병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해 9월 무렵이었다. 복막암. 이름도 생소한 희귀암이다. 복막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병마와 사투 중인 이용마 기자는 지난 2012년 MBC 파업 당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이었다. 170일에 이르는 최장기 파업을 이끌던 그는 파업 종료 직후 바로 해고됐다. '괘씸하게도' 파업을 주도하며 사내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사측을 상대로 한 해고무효소송에서 1심과 2심은 모두 이용마 기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문제는 애시당초 MBC에게 그를 복직시킬 마음이 전혀 없었다는 것. MBC는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보겠다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이용마 기자는 5년 7개월째 해직 상태에 머물고 있다.

지리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그는 건강마저 잃었다. 어찌 아니 그럴 텐가. 이용마 기자는 공영방송의 몰락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당사자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장기 파업, 사측의 보복성 해직, 그리고 그 이후의 힘겨운 법정 다툼의 과정에서 견디기 힘든 무력감과 참담함으로 하루 하루를 보냈을 터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따라 아픈 법. 마음의 병이 결국 몸까지 집어삼킨 것이리라.


김재철 전 사장은 이용마 기자의 삶을 송두리채 바꿔놓은 장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MBC는 김재철 부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회자될 만큼 그가 MBC에 끼친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재임하는 3년 여 동안 MBC는 방송의 공정성을 무시한 정권 편향적 방송을 내보내기 일쑤였고, 급기야 '정권의 혓바닥'이라는 멸시와 조롱까지 받아야 했다. 한때 신뢰도 1위를 달리며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MBC의 몰락에 김재철 전 사장이 혁혁한(?) 공을 세운 셈이다.

김재철 전 사장이 부임했던 그 기간은 MBC에서 '저널리즘'이 실종된 시기와 정확하게 맞물린다. MB의 아바타로 불리던 그는 취임 이후 정권 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을 잇따라 폐지시키는가 하면, MBC의 대표 시사프로그램이었던 'PD수첩'의 제작진들을 전격 교체하는 등 방송제작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방송국 내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비판의식이 강한 PD와 기자들을 보도국 밖으로 발령하는 대대적인 내부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지난 2012년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 퇴진'과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김재철 전 사장의 독단과 전횡에 대한 내부의 격렬한 반발과 저항이 분출된 것이다. 이후의 진행 과정은 모두가 안다. 총파업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김재철 전 사장은 여전히 건재했고, 방송의 공정성 또한 회복되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돼 갔다. 노조의 장기 파업에 이를 갈던 김재철 전 사장이 '피의 숙청'을 단행하면서부터다. 그는 파업 주동자들을 '콕' 찝어 전격 해고시키는가 하면, PD와 기자, 아나운서들을 드라마 세트장 관리, 사내 스케이트장 관리, 신사옥 건설이나 영업 관리 등 엉뚱한 부서로 강제 전보시키기도 했다. 이용마 기자 역시 이때 해고를 당했다. 그것도 누구보다 가장 먼저.

검찰이 7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는 김재철 전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 2010년 2월 국정원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등 2건의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개된 문건에는 간부진 인적쇄신·편파프로 퇴출(1단계), 노조 무력화·조직개편으로 체질변화 유도(2단계), 소유구조 개편 논의로 언론 선진화 동참(3단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은 대부분 현실화 됐다. 이는 김재철 전 사장이 국정원의 지시대로 움직였다는 방증이다 .


그러나 김재철 전 사장은 "제 목숨을 걸고 MBC는 장악될 수도, 장악할 수도 없는 회사"라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목숨 걸기 참 쉽다. 그는 이번에도 또 다시 자신의 목숨을 내건다. 취임 직후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맞서 "공정방송 하겠습니다. 당당히 권력과 맞서겠습니다. 남자의 약속은 문서보다 강합니다. 정권과 방문진에 맞서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원들이 저를 한강에 돌을 매달아 버리세요"라고 되받아치던 그였다.

김재철 전 사장은 자신이 2010년 3월 저렇게 말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이용마 기자의 '목숨'과 김재철 사장이 내걸고 있는 '목숨'의 의미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보편적 상식과 원칙, 기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힘뜬 싸움을 해왔던 이용마 기자의 의기 앞에서, 두번씩이나 목숨을 운운하는 김재철 전 사장의 허세와 허풍은 지극히 초라하고 궁색해 보일 뿐이다.

이용마 기자는 얼마 전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MBC뉴스 이용마입니다>를 출판했다. 관련 인터뷰에서 그의 최근 근황을 엿볼 수 있었다. 1년이 넘는 투병 생활은 건강하던 그의 모습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듯 했다. 웃는 모습이 참 해맑았던 이용마 기자는 병마와 힘겹게 씨름하는 동안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었다. 이제 겨우 마른 아홉. 세상을 등지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들과 곁에서 묵묵히 힘이 되어 준 사랑하는 아내도 있다.


이용마 기자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부디 힘내시라. 그리고 '툴툴' 털고 일어나시라. 공영방송을 파탄낸 자들이 죄값을 치르는 광경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 무도하고 완악하기만 했던 세상이 달라지는 모습을 가족들과, 동료들과 함께 봐야 하지 않겠는가. 정말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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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7.11.09 07:36 신고

    이용마 기자가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합니다.
    건강을 빨리 회복해
    김장겸 사퇴하고

    "엠비씨뉴스 이용마입니다"
    리포트 하루 빨리 보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의 9월 총파업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MBC는 폭풍전야와도 같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MBC노조는 이미 총파업 수순에 돌입한 모양새다. 지난 17일 편성PD 30여명이 총파업 동참 결의를 내비친 데 이어, 18일 드라마PD 50여명, 21일 MBC 예능PD 56명이 총파업 대열에 동참했다. MBC 아나운서 27명과 기자 146명, 시사제작국 기자와 PD 30명 등 300여명은 이미 방송 제작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원 대부분이 파업에 찬성하고 있어 MBC노조가 총파업에 나설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MBC노조가 지난 2012년에 이어 5년 만에 총파업 카드를 꺼내든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다. 김재철·김종국·안광한·김장겸 사장 7년 동안 MBC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7년은 한 조직의 체계와 시스템을 경영진의 입맛대로 바꿔놓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4명의 사장을 거치는 동안 공영방송 MBC의 방송 공정성은 처참하게 무너져 갔다. 뉴스의 신뢰도와 영향력은 바닥에 떨어졌고, 한때 국민 신뢰도 1위를 달리던 방송사는 '정권의 혓바닥'이라는 치욕스런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해치는 MBC 경영진의 전횡은 일일히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정권에 유리한 편파적 방송을 거리낌없이 내보내는가 하면, 정권의 치부와 사회를 고발하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폐지·축소시켰다. 공영방송의 취지에 부합하려 애쓰는 기자와 PD들을 엉뚱한 부서로 전보 조치시키는가 하면,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방송 출연을 막기도 했다.

눈 밖에 난 인사들을 콕 찝어 해고시키거나 징계하는 보복성 인사를 남발하기도 했고, 충성도 높은 인사들을 보도국 등 핵심 요직에 배치하는 내부인사로 조직을 경영진의 방침에 맞도록 재편시켰다. 방송의 공정성보다 정권의 심기를 살피기에 더 급급했던 경영진의 노고(?)가 오늘의 MBC를 있게 만든 것이다.

정권 맞춤형 방송을 위한 MBC 경영진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MBC 카메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 7일 이 사실을 공개한 MBC노조에 따르면, 문건에는 MBC 카메라 기자들의 정치적 성향, 파업 가담 여부, 노조와의 관계, 사측에 대한 충성도 등 아주 세세한 정보들이 담겨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MBC노조는 경영진이 이 문건을 인사 평가와 승진에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의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MBC가 김재철 사장 이후 부당한 해고와 징계, 인사 조치를 무수히 감행해왔다는 점에서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해당 문건이 작성된 시점이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부임한 직후인 지난 2013년 7월 6일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파업 주동자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이 일어나던 시점에 작성된 해당 문건은 MBC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MBC노조는 2012년 파업 이후 기자들이 받았던 부당 징계와 인사 발령이 문건의 내용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해당 문건이 기자들의 인사에 활용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 총파업 이후 MBC에 불어닥친 해직과 징계의 정황이 담겨있다는 측면에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유린하는 반헌법적·반민주적 행태가 다름 아닌 언론계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은 망가질대로 망가진  MBC의 민낯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터다.


ⓒ 오마이뉴스


"지난 5년간 11명의 선배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회사를 쫓기듯 떠났고 11명의 선배들이 마이크를 빼앗기고 마지막으로 제 하나밖에 없는 동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슬픔을 넘어 자괴감과 무력감·패배감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남아있는 아나운서들도 마찬가지 마음이었습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우리가 돌아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된다는 선배들 말씀대로, 자리를 지키고 실력을 키우고 회사가 나아지길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도 전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무실의 빈자리는 더 많아졌고 우리의 상처는 더 깊어졌습니다. 뉴스를 진행하는 동료 아나운서들은 늘 불안했고 마음을 졸였습니다. 뉴스를 전하는 사람으로서 확신을 가지고 사실을 전해야 하는데 방향이 정해져있는 수정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앵커멘트를 읽어야 했습니다."

이재은 MBC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달리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눈가에선 연신 눈물이 흘러내렸고, 감정이 복받친 듯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22일 오전 MBC 아나운서 27명이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 섰다. 방송출연과 업무거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히는 기자회견 자리, 검은 옷을 차려입고 MBC 사옥 앞에 선 그들의 표정은 엄숙했고 비장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는지 가슴 속에 묻어둔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꺼내들었다.

저마다의 사연들이 있을 테지만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결국 하나였다. 아나운서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는 것. 시키는 대로, 써준 대로 멘트를 전하는 영혼없는 꼭두각시가 되지는 않겠다는 것. 가슴이 먹먹해진다. 상식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나선 이들이 어디 아나운서들 뿐이랴. 총파업 대열에 합류하려는 PD와 기자 역시 같은 심정일 터다. PD로서, 기자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분연히 일어서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총파업 이후 MBC에 휘몰아닥친 혹독한 시련을 저들이 기억하지 못할 리 없다.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동료들의 전철을 이번에는 어쩌면 자신들이 밟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저들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려 하고 있다. 저들이라고 어찌 두려움과 불안감이 없을까. 그렇기 때문에 더 빛이 난다. 상식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밥그릇'을 잠시 내려놓은 저들의 결기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묵직한 감동을 안겨준다.

총파업을 앞둔 MBC노조의 결연한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지난 2012년 총파업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한 의지가 선한 까닭은 그것이 어떤 효과나 결과를 낳아서가 아니다. 비록 이 의지가 원래 의도를 널리 퍼트릴 힘이 부족하다 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얻을 수 없다 해도 그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 보석처럼 빛날 것이다"(임마뉴엘 칸트)라는 말도 있다. 저들의 자존심이 이번에는 꼭 지켜지기를 희망한다. 인간에게는 '빵'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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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08.23 21:31 신고

    지금이 싸움 하기에 제일 좋지요. MBC 반드시 개혁해야 합니다.

  2.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7.08.23 23:02 신고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정말 간절합니다~

ⓒ 오마이뉴스


최윤영, 서현진, 문지애, 나경은, 최일구, 방현주, 오상진, 김정근, 김경화, 최현정, 박혜진, 박소현. 친숙하고 낯익은 이 얼굴들을 이제는 더 이상 MBC에서 찾아볼 수 없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지난 2012년 무려 170일 간에 걸친 장기파업에 나섰던 아나운서들은 파업종료 이후 사측의 눈밖에 나는 신세가 됐다.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사측은 아나운서들의 방송 복귀를 가로막았다. 방송인으로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다.

그들은 MBC의 간판 아나운서들이었다. 뉴스에서, 교양·시사프로그램에서 다양하고 생생한 정보들로 시청자들과 함께 '동거동락'한 전도유망한 아나운서들이었다. 그러나 파업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방송 현장에 있어야 할 그들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몇개월 씩 대기 발령을 받아야만 했다. '브런치 만들기', '요가 배우기' 등의 교양 강좌를 들으며 시간을 '소비'해야 했는가 하면, 방송과 연관이 없는 부서로 전보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부서이동 없이 아나운서국에 남아있던 이들도 방송에는 투입되지 않았다. 파업에 따른 '괘씸죄'가 적용된 탓이었다.

당시 MBC는 김재철 사장 체제였다. '쪼인트 사장'으로 잘 알려진 김재철 사장은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MBC를 망친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실제 MBC는 김재철 사장 취임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릴 만큼 양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방송 신뢰도 1위를 달리며 '만나면 좋은 친구'로 각인됐던 MBC는 김재철 사장 이후 몰라보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취임 할 때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라 비판받던 그는 노골적인 정권편들기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달고 살았다.

김재철 사장 이후 MBC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던 걸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내부 인사다. 김재철 사장은 방송 현장에 자신의 측근을 심기 위해 보도국의 내부인사개편을 단행했다. 일선의 기자와 PD, 방송 진행자 중 정권이나 사회 비판적 인식이 있는 인사들을 선별해 보도국 밖으로 전보조치하거나 퇴출시켜 버렸다. 이 과정에서 시사고발프로그램 'PD수첩' 제작진이 업무와 상관없는 곳으로 발령이 났고, MBC 라디오를 진행하던 김미화씨 역시 같은 이유로 방송에서 하차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방송프로그램은 결방시키거나 폐지시키기도 했다. 4대강 사업 등 민감한 내용이 담긴 'PD수첩'이 몇차례 결방되는 사태가 일어나는가 하면, '쌍용자동차' 관련 보도는 노조측의 일방적 입장을 전달한 우려가 있다며 방송이 불발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공익적 내용으로 주목을 받던 시사프로그램 <뉴스 후>와 <김혜수의 M>이 폐지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였지만 정권에 부담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방송 폐지의 실질적 이유였다.

시작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김재철 사장은 이처럼 부당한 인사와 공정성 문제로 MBC노조 측과 큰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이 갈등이 지난 2012년 MBC노조가 170일 간의 최장기 파업을 이어간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동한다. 아나운서들도 그때 파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김재철 사장 부임 이후 부당한 인사조치가 이어지고,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역할이 크게 위축·축소되는 등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크게 위협받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분연히 나선 것이었다.

그렇게 무려 170일간 아나운서들은 동료들과 함께 공영방송인 MBC의 정상화를 위해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추락할대로 추락한 MBC의 위상을 다시 세우기 위해 마이크를 잠시 내려놓고 외부의 압력에 맞서 당당하게 싸웠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그들의 수고와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외려 파업 종료 이후, 이를 갈던 김재철 사장의 서슬 퍼런 복수극에 벼랑 끝으로 내몰려는 곤궁한 처지가 됐다.

<PD저널>에 따르면, 파업 종료 이후 사측은 서울에서만 69명, 지역에서 51명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정영하 노조위원장과 최승호 PD 등 6명이 해고됐고, 38명이 정직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지역에서도 노조집행부 32명이 정직을 받는 칼바람이 불었다. 파업에 동참했던 아나운서들도 김재철발 '피의 숙청'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하릴없이 대기발령, 교양수업, 인사전보조치를 받아야 했고, 그러는 사이 그들의 자리는 새롭게 투입된 새내기 아나운서들의 차지가 됐다.


ⓒ 오마이뉴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신념에 따랐을 뿐인데. 방송인으로서의 소임을 잊지않았던 것 뿐인데,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기 위해서였을 뿐인데 그들은 사측의 처절한 보복성 징계에 휘둘리며 파압에 동참한 대가를 톡톡히 치뤄야만 했다. 젊은 날의 꿈과 땀이 깃들어있는 MBC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나가는 길에 보니 회사가 새삼스레 참 컸다. 미우나 고우나 매일같이 이 커다란 건물에서 울고 웃었던 시간이 끝났다. 이제는 기억하기 싫은 일들보다는 이곳에 있는 좋은 사람들을 영원히 기억해야지. 변해갈 조직을 응원하며. 내일부터의 삶이 아직은 도저히 실감이 안 가지만, 인생이 어떻게 풀려가든 행복을 찾아야겠다는 약속을 한다."

'MBC 뉴스데스크'와 'MBC 뉴스투데이' 의 앵커를 맡았던 김소영 MBC 아나운서가 '애증'어린 MBC를 결국 떠나는 모양이다. 아나운서들의 잇따른 퇴사 이후 김소영 아나운서는 MBC의 간판 아나운서로 자리잡았지만, 새내기 시절이던 지난 2012년 파업에 동참했던 것이 결국 족쇄가 된 듯 보인다.

<허프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김소영 아나운서는 지난 2016년 10월 '뉴스투데이'에서 하차한 이후 방송이 끊겼다 한다. 이후 방송 섭외가 이어졌지만 제작진 미팅까지 끝난 프로그램이 엎어지기 일쑤였단다. 그렇게 10개월을 버텼지만 철저히 방송에서 배제됐고, 급기야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던 방송사였던 MBC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한다. 선배 아나운서들이 겪었던 전철을 김소영 아나운서 역시 걷게  된 것이다.

김소영 아나운서의 퇴사는 공영방송 MBC의 불편한 현주소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의 퇴사는 김재철 사장 이후 김종국·안광한 사장을 거쳐 현 김장겸 사장에 이르기까지 MBC의 방송환경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이 자신들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탄압하고 규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MBC는 파업에 참여한 아나운서와 기자, PD 등을 '콕' 찝어 방송에서 소외시키고 배제시켜왔던 것이다.

한편으로, 김소영 아나운서의 퇴사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취임 일성으로 천명한 이효성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의 행보를 주목하게 만든다. 지난 1일 취임사에서 이 위원장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은 방송이 환경 감시 등과 같은 방송 본연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조건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방송만이 방송법에 규정된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하고, 공정성과 공익성에 충실할 수 있다"며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영방송 정상화'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방송의 현실은 이처럼 졸렬하고 암울하다. 이 위원장의 행보가 중요해진 건 그래서다. 김소영 아나운서의 퇴사는 '공영방송 정상화' 약속을 내건 이 위원장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위한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아나운서와 기자, PD의 밥줄을 끊어버리는 이 야만의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그들이 겪었을 좌절과 아픔, 한숨과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자신들을 내친 방송국을 여전히 사랑하는 바보들에게 웃음을 돌려줘야 한다. 몸담았던 조직의 변화를 기대하는 그들의 바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결단코,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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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08.11 09:18 신고

    조만간 제 자리를 찾을수 있어야 되는데 말입니다
    봄은 옵니다^^

  2.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7.08.13 23:27 신고

    단순한 마음의 바램도 있지만,
    무엇보다 구체적인 단계적 행동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재철~현재 김장겸에 이르는 사장단의 법적처벌,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처벌,
    MBC의 정상화, 그리고 억울하게 떠난 이들의 복귀,
    그저 막연한 희망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죠.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저도 행동하겠습니다~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08.14 12:46 신고

    조선일보와 MBC는 본보기로 조져야 합니다
    적폐의 몸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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