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국회에 발을 딛은 것은 지난 2013 4 24일 치뤄진 재보궐선거를 통해서였다. 그는 이 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해 60.46%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새누리당의 허준영 후보와 정의당의 김지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당시 그의 노원병 출마는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그가 노원병이 아닌 부산 영도에 출마해 새누리당의 김무성 후보와 겨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자 정치도의에도 어긋나는 노원병 보다는, 안철수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산 영도에서 여권 실세와 진검승부를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안철수 후보가 선택한 곳은 험지인 부산 영도가 아닌 안전한 서울 노원병이었다. 당시 필자는 안철수 후보가 부산 영도로 가야 했다고 생각했다. 노원병 출마가 정치도의상 맞지 않을 뿐더러, 출마선언의 과정이 전혀 아름답지 못하며, 그동안 정치개혁과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려왔던 안철수 후보의 이미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연합뉴스


당시 안철수 후보는 핵심 측근이었던 무소속 송호창 의원을 통해 국민들이 열망하는 새로운 정치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어 새로운 정치를 전국적 차원에서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이곳을 선택했다며 노원병 출마의 의미를 부여했다.

송호창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주목해야 할 부분들이 몇가지 눈에 띤다. 먼저 '새로운 정치' '전국적 차원'에서 펼치겠다는 포부와 '노원병' 사이의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 새로운 정치(A)를 전국적 차원(B)에서 하기 위해 노원병(C)을 선택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C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제시한 A B는 취약한 명분을 돕기 위해 급조된 첨가물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지역구를 선택해도 전혀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A B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동원된 수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새로운 정치를 내세우면서 전혀 새롭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것도 문제였다. 당시 안철수 후보 측은 '삼성 X파일 공개'로 의원직을 상실한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과의 사전교감 문제를 두고 언론플레이를 펼쳤다. 노회찬 전 의원에게 전화로 예의를 갖추었다고 언론에 공개했지만 사실은 사전교감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출마였던 것이다. 당시 정의당은 "안 후보 측이 일방적으로 출마선언을 함으로 인해 노원 유권자들과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방식이, 많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안철수 후보다운 방식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안철수 후보의 선택은 당선 가능성을 놓고 봤을 때는 합리적이었는지 몰라도, 정치도의를 저버린 정치공학의 결과였다. 안철수 의원 본인으로서는 억울할지 몰라도 너무도 흔해 빠진 우리 정치의 낡은 관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새정치라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오늘 장황하게 안철수 의원의 국회진출사를 살펴본 것은 국민의당 창당 과정이 그 당시와 대단히 흡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하나 하나 살펴 보자. 



ⓒ 연합뉴스


국민의당은 창당 발기취지문에서 "시대변화에 뒤쳐진 낡고 무능한 양당체제, 국민통합보다 오히려 분열에 앞장서는 무책임한 양당체제의 종언을 선언한다" "시민의 정치, 국민 중심의 정치가 담대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리는 국민의 '더 낳은 삶'이란 목적을 향해 이념적으로 유연할 것"이라며 "진보와 보수의 양날개를 펴면서 합리적 개혁을 정치 중심에 세우고 그 힘으로 정치를 바꾸고 세상의 큰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당이 양당체제의 무책임을 비판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양당체제의 폐해를 공략해 그 틈바구니 속에서 반사이득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양당제 공략은 조직과 세력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국민의당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전략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호남 비주류 의원들을 합류시켜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삼으려는 것도 정치공학적으로 대단히 유효하다. 마치 안철수 의원이 노원병을 선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정치공학적 계산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바라보면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먼저 분열에 앞장서는 무책임한 양당체제를 비판하면서도 그들 자신이 야권 분열을 주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현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내의 혁신 갈등을 안철수 의원과 탈당파들이 이용했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벌어지는 이같은 야권분열은 그 어떤 경우라도 명분을 얻기 힘들다.

시민의 정치, 국민 중심의 정치를 하겠다면서 호남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앞 뒤 말이 맞지 않는다. 이 역시 새로운 정치를 전국적인 차원에서 시작하기 위해 노원병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미가 불분명하다. 시민의 정치, 국민 중심의 정치를 펼치려면 호남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김대중과 노무현이 했던 것처럼 탈호남의 기치를 전면에 내세웠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민의당에서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혁신안에 반발해 탈당한 더불어민주당의 비주류를 중심으로 한 호남 기반의 지역주의 색채만 점점 짙어지고 있을 뿐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실익을 위해 호남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는 비춰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결국 호남은 국민의당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고립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지게 됐다. 이는 호남을 또 다시 정치분열의 동력으로 삼았다는 측면에서 시대정신인 국민화합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 더팩트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합리적 개혁 노선을 통해 정치개혁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부분 역시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말이 좋아 진보와 보수가 함께 하는 합리적 개혁이지, 국민의당은 그에 걸맞는 인식을 갖춘 인재와 진용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현재 안철수 의원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비주류가 합류한 형태다. 그런데 그들은 컷오프 20%의 공포에 떨고 있던 호남 기득권 정치인들이 대부분이다당의 합류한 인사들 중 젊고 개혁적인 인물은 권은희 의원 정도가 유일한데, 그조차도 자신을 발탁한 김한길 의원의 눈치를 보는 정치 신인에 불과할 뿐이다


심혈을 기울였다는 인사들 역시 정치개혁과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인재들이 아니라, 호남을 지역구로 둔 탈당파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다분히 호남정서를 의식한 표적영입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정치 개혁, 사회 변화, 시민 중심의 정치, 합리적 중도 등 말의 성찬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보여지는 모습은 기성 정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는 이념적인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개혁이 뜬구름 잡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러나 정작 더욱 중요한 문제는 국민의당의 정치노선과 철학이다. 국민의당이 이 부분에서 자신들이 '거악'이라 칭한 양당체제의 폐해를 대신할 대안 세력이 될 수 없다면 이 정당의 효용가치는 먼지처럼 사라진다. 따라서 국민의당이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시대정신과 국민여망을 반드시 구현해 내야만 한다. 우리 정치의 당면 과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정치 개혁과 혁신, 그리고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있다. 이는 시대정신 및 국민여망과도 일치한다. 국민의당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변화와 개혁,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더 낳은 삶'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국민의당은 양당체제의 한계와 폐단을 공략하는 양비론과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와 불만에 편승하는 방법 이렇게 두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전략은 종편과 수구보수언론이 대대적으로 유포시킨 참여정부와 친노의 '호남홀대론'과 맞물려 문재인 체제에 실망한 호남지역의 유권자들의 정서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전략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의당이 기성정당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그러나 살펴 본 것처럼 국민의당은 표면적으로 정치개혁과 사회변혁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 포커스뉴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정치와 사회의 혁신을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승화시킬 대안 정당이지 또 다른 기성 정당의 출현이 아니다. 국민의당이 지니는 한계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의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은 여론의 동향이 입증한다. 2016 1월 첫째주 한국갤럽의 '총선에서 어느 당을 지지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새누리당은 35%를 기록했고, 국민의당은 21%를 획득했다. 이는 19%에 그친 더불어민주당을 2% 포인트 가량 앞서는 결과다. 리얼미터가 1 4일부터 8일까지 조사한 결과에서는 새누리당이 36.1%, 더불어민주당이 20.3%, 그리고 국민의당이 18.7%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에서 두 정당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 모양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국민의당이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지지율은 안철수 의원이 지난 2013년 신당창당을 앞두고 받았던 지지율과 비교해 보면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당시 여론조사 기록을 살펴보면 조사기관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약 35%대의 지지율을 보였다. 새누리당이 40%, 민주당이 12% 대의 지지율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기록적인 지지율이었다. 당시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었고, 민주당보다는 무려 3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얼마나 강렬하고 파괴적이었는 지가 당시의 여론조사 결과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제는 지금이다. 국민의당이 양당체제에 식상한 국민들의 관심과 신당 프리미엄, 그리고 흔들리고 있는 호남표심을 기반으로 2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당시와 비교해 본다면 전국 지지율은 반토막이 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 역시 당시에 비할 바가 못된다. 이 극명한 차이가 보여주는 것은 안철수 현상의 거품이 빠졌다는 것이며, 국민의당에 거는 국민의 기대 역시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이 태풍처럼 정국을 휘몰아치던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도 많이 다른 것이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부분 희석되어 있고, 합류하고 있는 인물들이 기성 정치에 물들어 있는 낡은 인재들이라면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율은 점점 더 빠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야권 결집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요구는 점점 높아져 갈 것이고, 국민의당에 호의적인 호남 민심 역시 대단히 유동적이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국민의당의 존재는 결국 야권분열을 뜻하는 것일 뿐, 정치적 의미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설사 국민의당이 일부 정치 평론가들이 기대하는 현실적인 수치인 50석 안팎을 가져간다 하더라도 이것이 야권 전체, 나아가 이 나라 정치 발전과 국민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율의 총합이 새누리당의 지지율을 넘어선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야권의 지지율은 정의당까지 합치면 오차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야권이 분열하지 않고 연대와 화합할 수만 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지는 몰라도 새누리당의 150석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지금 이 길을 마다하고 독불장군식의 외길을 가고 있다. 그것도 스스로 대의와 명분을 부여해가면서 말이다.



ⓒ 세계일보


이 장면은 지난 대선의 클리셰다. 지난 대선에서도 야권은 같은 상황에 직면했었고, 끝내 이를 극복해 내지 못했다. 지금의 상황대로 흘러간다면 아마도 야권은 지난 대선의 전철을 밟게 될 공산이 99.9%. 이대로라면 야권의 필패는 기정사실이라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이 나라 정치는 새누리당이라는 거대 수구보수 정당의 폭주를 막아낼 정치체제가 절멸하게 된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일방적 독주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들은 내각제 개헌이나 이원집정부제를 반드시 관찰시키려 할 것이다과반을 조금 넘기고 있을 뿐인 새누리당의 전횡과 폭주도 막지 못했는데 그 다음은 무엇으로 그들과 대적할 것인가.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의 존재는 바로 이와 같은 정치적 함의가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다. 정치가 이렇게 암울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을 정도의 긴박함이다. 현실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안철수 의원이 현실 정치에 등장하기 전과 후를 가정해 보면 지금 겪고 있는 야권 위기의 본질은 이내 드러난다. 그렇다. 안철수 의원의 존재 자체가 야권의 가장 큰 위협이다. 중도 개혁가로 포장된 그에게 우리는 또 다시 속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보이는 정치·시사 블로그  바람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6.01.12 08:04 신고

    언론은 끊임없이 안철수를 띄워줍니다. 문재는 끊임없이 흠집냅니다.
    이념을 부정하는 정치세력이야 말로 시민들보다는 자신들 밥줄에 관심입니다. 이명박이 전형이죠. 안철수 곁에 이명박 참모 출신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90여일 남았습니다. 심판 받을 날이 다가옵니다.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6.01.12 08:14 신고

    어떡하든 이번 선거에서는 연대하여 새누리당의 의석 180석은
    꼭 막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선입니다

  3. Favicon of https://jinsoldesk.tistory.com BlogIcon 소담씨 2016.01.12 11:04 신고

    '안'철수 김'한'길 을 합쳐서
    새정치 안한당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6.01.12 12:06 신고

    한국정치의 수준입니다.
    이런 사람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지지자들이 안타깝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들로 인해 반동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5.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6.01.12 16:40 신고

    안타까운 정치판이군요.ㅜ.ㅜ

  6. Favicon of https://4mylife.tistory.com BlogIcon 구닥다리인생 2016.01.12 17:34 신고

    어떻게 될지.. 답답 합니다.

  7.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6.01.12 19:02 신고

    이제는 대놓고 보수색을 더러내데요.
    정치가 그렇게 쉽다면 더불어민주당이 몇 번은 집권했습니다.
    안철수는 모든 것을 잃고 정치판을 떠나거나 내쳐질 수도 있습니다.
    그의 그릇으로 하나의 당을 끌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현실정치가 그렇게 녹녹하지 않습니다.

  8. BlogIcon 지나가다 2016.01.21 09:28

    속지마세요.희망도버리시고요.

  9. BlogIcon 국민 2016.01.23 13:55

    안철수현상에 열광했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요즘 참담함을 느낍니다

    안철수는 기존정치와 뭔가 다르겠지 하는 기대감에 그의 선하고 옳은정의에 문재인보다는 안철수를 지지했지만 이엄중한 박근혜정권을 심판할시기에 야권분열에 불을당기는것에 실망을넘어서 분노까지 느낍니다.

    박근혜 ,새누리당을 혼자서 뛰어 넘을수있다면 저도 두눈 딱감고 지지할수 있지만 야권이 전체 다 통합해도 그기득권 새누리당을 이길수가 있을련지, 닥치고 통합하길 바래보겠습니다

  10. BlogIcon 지나가다2 2016.01.24 20:23

    기존의 보수정당과 야당에 내맡긴 정치가 어떠했는지를 오늘날의 모습을 보면서도 이런 말씀을 하시는군요. 제2, 제3의 안철수가 나올수록 이나라의 정치는 더 나아집니다. 수십년의 위선집권정당의 위력을 알면서도 정치신인 안철수가 대다한 일이라도 저질러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오히려 착각이지 않습니까. 중요한 것은 이 더러운 여야정치풍토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는데 의미를 부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에 속는 것이 아니라 믿어보는 것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광주 광산을 재보선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국정원의 대선불법개입을 수사하던 중 경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했던 이 당찬 여인의 정치입문 소식은 필자를 잠시 혼란스럽게 만든다. 의당 그녀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갔다며 가슴은 요동치고 있는데 그 시기와 번지수에 있어선 머리는 연신 갸우뚱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의가 자신의 세상인양 득세하는 시대에 정의의 상징이며 살아있는 양심으로 추앙받고 있는 이 여인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오늘은 그 명과 암에 대해서 살펴볼까 한다. 


1. 明(명)


지난해 여름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에서 경찰 수뇌부의 외압여부를 추궁하는 의원들의 질문에 모두가 기계처럼 '아니요'를 연발하고 있을 때 홀로 '예'를 외친 권은희 과장의 기개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장판교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수십만의 조조군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던 장비의 기개와 기상이 그날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권은희 과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광주의 딸'을 운운하고, '종북세력'을 거론하던 새누리당 의원들도 그녀의 정연한 논리와 의연함에 맥없이 고꾸라질 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영혼없이 기계적 멘트를 남발하던 나머지 14명의 증인들이 '경찰1, 경찰2...경찰14'의 이름없는 엑스트라로 전락한 그 시각, 누가 뭐라고 해도 무대의 주인공은 단연 권은희 과장이었다. 청문회 이후 그녀가 정의와 양심의 상징으로 불리우며 주목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난세에는 반드시 영웅이 필요하다. 


불의가 판을 치는 시대, 개인의 양심이   추락하는 시대, 보편적 상식이 무너진 시대, 반칙이 횡횡하고 원칙과 기준이 구박받는 시대라고 해서 정의와 양심, 보편적 상식과 원칙에 대한 갈급함마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소중한 가치들이 거세당한 난세일수록 그것들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 절실해진다. 사람들은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보고 싶어 했고, 코를 진동하는 더러운 시궁창 속에서 아련한 꽃내음을 맡고 싶어했다. 그날 사람들은 권은희 과장을 통해서 빛과 향기 그 모두를 보았다. 


대한민국에서 이제 권은희 과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전국적인 인지도는 여타의 기성 정치인 조차 감히 명암을 내지 못할 지경이다. 그녀의 영웅적 기개와 기상을 기억하고 있는 (필자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이고, 어떠한 외압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변치않던 올곧은 신념은 그녀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노무현 이후 가장 당당하고 대차며 원칙과 소신으로 똘똘 뭉친 신뢰의 정치인을, 그것도 대중성까지 겸비한 정치인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2. 暗(암)


서두에 밝힌대로 그녀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갔다. 호랑이가 있어야 할 곳은 좁디 좁은 창살 안이 아니라 광활한 숲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녀가 누벼야 할 광활한 숲이 지금 만신창이다. 숲은 파괴되고 곳곳에 덫만 즐비하다. 필자가 우려하는 몇 가지를 열거해 보겠다. 





광주 광산을은 원래 천정배 전 의원이 공천신청을 한 곳이었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천정배 전 의원만한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곳에 권은희 과장이 전략공천되었다. 권은희 과장의 광주 광산을 전략공천은 김한길•안철수 대표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다. 이 두 사람은 민주당의 중진들인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며 이번 재보선 출마를 막고 있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결국 권은희 과장의 전략공천과 천정배 전 의원의 사퇴 및 불출마 선언에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헤게모니 싸움이 맞물려 있는 것이다.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권은희 카드를 꺼내듬으로써 두 사람은 바람빠진 당내에 신선한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향후 자신들의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쟁쟁한 당내의 실력자들을 사전에 제거하는 양수겸장의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정치적 술수에 권은희 과장이 연루되어 있는 것이다. 자칫 대의에 쓰여져야 할 칼이 당리당략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저어되는 이유다. 


권은희 과장이 출마하게 될 재보선 지역도 생각해 봐야 한다. 광주 광산을은 새정연의 심장이자 텃밭과도 같은 곳이다. 광주 출신의 권은희 과장에게는 무척 낯익고 반가운 곳이기는 하나 '권은희'라는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과 파괴력에 미루어 본다면 아무래도 참신성이 떨어진다. (김한길•안철수 다운)너무나도 안전한 선택으로 그 감흥이 현저히 반감되는 한편, 있는지 없는지 도무지 존재감이라고는 없는 새정연의 현 상태가 고스란히 반영된 듯 밍밍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권은희'라는 최강의 패를 꺼냈다면 새누리당의 아성인 서울 동작을 정도는 되어야 했다. 이는 소 잡는데 쓰여야 할 칼이 닭 잡는데 쓰이는 격이다. 


권은희 과장의 출마는 한편으로 지난 대선에 불법 개입한 국정원 사건을 자연스레 다시 수면 위로 떠올리게 하는, 새정연과 권은희 과장 자신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국정원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그녀가 보여준 빛나는 모습들은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에 의해 끊임없이 물어 뜯겨져 나갈 것이고, 새정연 역시 '대선불복 프레임'의 올무에 사로잡혀 또 다시 (한심하기 그지없게도) 산 입에 거미줄을 쳐야할 지도 모른다. 


또한 권은희 과장이 원내진입에 성공하면 새정연 내의 계파 갈등에 휩씨여 예의 기개와 결기를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권은희 과장이 보면서 '희망을 느꼈다'던 안철수 새정연 공동대표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필자 역시 한때 '안철수'를 통해서 새정치에 대한 희망과 미래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무섭게 기성 정치인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했다. 광주 광산을 전략공천에 안철수 대표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사실과 그녀가 안철수 대표에게 호의적이라는 사실은, 정치인 권은희의 향후 행보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작은 표식일 지도 모른다.


3. 결론


그러나 이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권은희 과장이 국회에 진출하게 되면 그녀를 공천한 새정연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치판에도 한바탕 회오리가 일어날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를 부추겨온 저급한 몰상식적 행태들과 '권은희'로 상징되는 보편적 상식과의 한판 대결이 볼만하게 펼쳐질 것이다. 특히 지난 청문회에서 그녀에게 '광주의 딸',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는 무지몽매한 망언들을 마구 배설하던 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마주 보게될 장면은 생각만해도 '유쾌, 상쾌, 통쾌'하기만 하다. 





필자는 권은희 과장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불과 몇 일전 그녀 앞으로 한 편의 편지를 썼다. 


관련글 권은희 과장님, 잘 지내시지요☜ (클릭)


 '권은희 과장님 잘 지내시지요?'로 시작되는 그 편지를 그녀가 읽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사직을 결심하고 있었을) 그녀에게 보내는 작은 헌사였는 지도 모르겠다. 그 글의 말미에 필자는 이렇게 적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눈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고. 


필자는 권은희 과장이 이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을 정치판으로 불러낸 주체가 새정연의 누가 아닌 먼 발치에서 당신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이름 모를 민초들이라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럴수만 있다면 필자의 우려는 한낯 기우로 판가름날 것이고 '권은희'는 '광주의 딸'이 아닌 '국민의 딸' 나아가 '국민의 정치인'이 될 것이다. 권은희 과장의 정치 행보에 건승을 기원한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1. Favicon of https://greenhrp.tistory.com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7.10 10:28 신고

    마치 태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혼탁한 공천... 그속에서 제 빛을 내지 못할까...우려가 ..너무 많이 됩니다.
    결심한 마음 변치말고.. 한걸음 잘 내딛기를 기원해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7.10 10:58 신고

      네,
      앞으로의 행보 기대 반 우려 반이지만,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하며 지켜봐야 겠지요.

      ^^

  2. 알거 없고 2014.07.11 05:37

    나라가 거꾸로 돌아가니까 개나 소나 다 설치네... 그안에 계시면 그게 안보여요... 밖에 나와야 보이지... 하긴 쓸만한 정치인이 하나도 없으니 개나 소나 다 설치는 거겠지요...

  3. ㅇㅇ 2014.07.11 05:43

    큰 일을 해야할 인재가 새정연 지도부의 당권 장악을 위한 도구로 쓰였다는게 한심합니다.
    그리고 국정원 문제에 대해서 외면했던 안철수란 사람이 권과장이 다시 목소리를 낼때
    그걸 용납할까요? 전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같은당 김광진 의원에 대해 경고를 보낸것만 봐도
    알수 있죠. 안철수는 뭔가 불똥이 튈까봐 나서지 못하는 사람에요. 아까운 사람 하나가
    그저 그런 정치인 한명으로 데뷔하는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안타깝네요.

  4. ㅌㅌㅌ 2014.07.11 09:10

    사람 마음속을 어떻게 아나????
    양심선언해서 갈데가 정치하는거 밖에 없나.
    정치하면 뻔한데.. 부르는 놈이나, 부르면 가는 년이나....

  5. 뭐야 2014.07.11 10:05

    경찰공무원으로 크게 쓰여야 인물이 정치판 당권 장악의 도구로 쓰일까봐 우려스럽네요.
    부디 당신의 정의가 정치판에서 희석되지 않기 바라고 당신을 응원 합니다

  6. 누구냐 2014.07.11 12:10

    막장드라마 작가 임성한 닮았다.

  7. 정치시러 2014.07.11 14:53

    그만 됐구요...새정치는 아마추어처럼 정치 그따구로 하지맙시다..
    정치인들 덩말 할말 잃게 만드네..

  8. 맑은 정치 2014.07.11 15:28

    좋은 사람들이 좋은 뜻으로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초심을 간직하시길 기원합니다

  9. 익명 2014.07.11 16:20

    비밀댓글입니다

  10. 나나 2014.07.11 16:52

    이분은 아니든데 민주당은 아무나 좋데 한나라같으면 욕하고 생 지럴일텐데

  11. eok56 2014.07.11 17:20

    이글 쓴분은 누구신지요?
    균형감각을 갖어으면 합니다.
    요즘 씨례기 같은 인간들이 가끔 나타나지요.
    돌발적이고 계획적이고 쇼킹한 발언을하여 자기가 무슨 정의의 표상인양
    포장하여 정치권으로 들어오는 씨례기들이 있지요.
    밑바닥부터 차근히 정치경험도 쌓고 실력과 품성을 갖추어 스스로 인정받을려 노력해야지 지역 감정과 인기영합
    술책으로 어찌한번 해볼려는 행태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합니다.

    • dada 2014.07.11 18:07

      그런 균형감각으로 위자리에 앉은 작자들이 지역감정 발언을 그런 자리에서 서슴없이 내뱉었습니다.

      현재 아무리 똑똑하고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정치 경험을 쌓아온
      자들은 님께서 말하는 실력은 갖추었는지는 몰라도 품성은 90%이상이 거지 개발싸개만도 못한 작자들이구요.

      차라리 실력이 있든 없든 도덕적으로 품성이 좋은 사람이 정치하는것이 더 나아보입니다.

  12. 소가 웃지요 2014.07.11 18:01

    나뭇토막하나만 꽂아놔도 당선 된다는 광주에 출 마 한 다 고 라 고 라 ??

    • dada 2014.07.11 18:09

      죽은 사람, 범죄자 조차 당선되는 어느 지역보다는 낫죠.

  13. 익명 2014.07.11 19:16

    비밀댓글입니다

  14. 이게뭡니까 2014.07.11 19:19

    역시나,,,국개의원공천권하고,,폭로건하고,맞바꾸었구나,,,일개경찰과장이,하루아침에국개의원이된다고???하루아침에신분상승을한다는데,,,그런유혹에안넘갈인간있나,,,,민주당도,,너무나 한심하고,추태,공작정치의진면목을보여주네여,,,,정의라는말로위장해서,국민들혼덩시키지말고,,,국개의원출마시키려면,,서울에서출마시켜서,국민들뜻을물어보시오,,,전라도에나가믄,,,,그게뭐요,,,그게그대듥이말하는새정치인가요???

  15. BlogIcon 난난 2014.09.18 03:09

    범죄자는 새정연에 더많던데 ㅋㅋ 아아 데모꾼은 밤죄자다 아니지라잉

6•4 지방선거가 끝난 어제(5일) 아주 주목할만한 법원 판결이 있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 김하영의 선거개입의혹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결과를 은폐•축소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항소심에서 법원이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선고에 이보다 더 적절한 시점이 있을까. 재판부의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이쯤되면 이번 판결이 있었던 지난 5일이 금요일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아쉬울 지경이다. 



본 글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논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는 이미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지난 대선의 불법부정에 대해서 수 십편의 글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는 지난 1심 판결 직후에 포스팅했던 아래의 글을 참고하면 될 듯 하다.


관련글 내부고발자 권은희, 그녀가 위험하다 ☜ (클릭)


1심과 2심은 재판부와 선고일만 다를뿐 '국정원을 포함한 국가기관들은 지난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절대명제 안에서 완벽히 동일하다. 아마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한 상고심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이변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두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먼저 시민들의 입장에서 이 사안을 살펴보겠다. 공직선거법•경찰공무원법 위반혐의와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재판중인 이 사안은 혹자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는 지루하고 따분한 정치공방일 뿐일지도 모른다. 지난 대선 이후 이미 1년 6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지 않은가. 따라서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수사가 일반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 문제와 관련해 시민사회와 종교단체, 대학교수 및 대학교, 심지어 어린 중고등학생들까지 시국선언에 동참했고, 대규모 촛불시위를 통해 사건의 진상과 책임자 처벌,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구심점이 되어야 할 야당은 자중지란과 만성적 무기력증에 빠져있은지 오래이고, 시민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몰랐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민주주의의 실체를 체험이 아닌 글로 배워온 세대들에게는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구체적 행동이 필요한 시점에 이들은 자신들이 이해한 대로 글과 말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시민혁명은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다양한 선언들이 실제 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 지난 대선의 불법과 부정들을 확실히 단죄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다. 혹자들은 언론과 방송의 역할 부재를 그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4•19와 6•29를 이끌어낸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그보다는 1987년  민주항쟁 이후로 민주주의의 실체적 의미에 대한 시민들의 몰이해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시민들은 국가권력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현실과 이것이 자신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국정원과 다수의 국가기관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며 민주주의를 기만하고 헌법질서를 유린했다는 사실과 개인적 삶 사이의 연관성과 구체적 접접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접접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분노하지 않는다. 희대의 선거부정사건에도, 경찰수사의 은폐와 조작에도, 정부여당의 수사방해에도, 사법부의 어처구니없는 판결에도 도무지 화를 내지 않는다. 


정치권력은 시민들의 이런 속성을 뼈속까지 꽤뚫고 있다. 그들은 언제나 임계점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거둬들여 왔다. 갖은 불법과 부정으로 언제나 여론의 질타와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아직까지 건재한 것은 저들이 '밀당의 법칙'에 정통한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이다. 지역주의는 저들에게 마르지 않는 생명수를 공급해 주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이념과 지역갈등이라는 첨가제를 적절히 가미해가며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는 식이다. 간혹 중대한 사태에 직면하게 되면 검찰과 경찰은 물론이고 심지어 사법부까지 동원하면 되고, 그래도 안되겠다 싶으면 '꼬리짜르기'로 적당히 넘어가면 된다. 여론조작을 통해 대의민주주의체제의 근간을 흔들겠다며 현대판 '역모사건'을 진두지휘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구속된 이유는 허탈하게도 '대선개입'이 아닌 건설업자에게 청탁의 댓가로 받은 '금품수수'였다. 그리고 김용판 전 청장은 1심과 2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이와 같은 수순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국면타개책이다. 



가만히 사태의 추이를 들여다만 봐도, 관련사실의 인과관계와 여러 정황들을 합리적으로 의심만 해봐도 훤히 알 수 있는 정치권력의 불법과 부정을 용인하는 사람들에게 정의와 양심과 원칙과 상식 등의 당위를 설명하는 것은 정말이지 피곤하고 또 피곤한 일이다. 정치권력의 불법과 부정을 용납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겁하다거나 이기적이라거나 따위로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와 이를 꽤뚫어보고 있는 정치권력 사이의 오래된 싸움에 대해 말하고자 함이다. 


이 싸움은 절대적으로 정치권력에 유리한 싸움이다. 저들은 모든 것을 가졌고 이쪽은 가지지 못했다면 싸움의 유불리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서두에서 언급한 이변이 일어날 수 없는 두가지 측면이 공존하는 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이를 증명하듯 정치권력은 김용판의 무죄를 통해 사람들을 마음껏 기만하며 조롱한다. 김용판의 무죄를 보고 사람들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비웃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조롱당하고 있는 것은 이 판결을 비웃고 있는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섬뜩하게도 이들은 모르고 있다. 지금 웃고 있는 자들은 저들이지 당신이 아니다. 이것이 현실이다. 


현실의 벽에 다다르게 되면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고 돌아 선다. 백이면 백 이 길을 선택한다. 세상을 통해 우리는 이렇게 배워왔고, 이런 선택을 순리라며 합리화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 멀리는 전태일과 이한열이, 가깝게는 권은희 과장이 국가권력의 불의와 부정에 맞서 저항해 왔다. 물론 부정과 불의에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이는 각자가 선택할 개인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국가권력의 거악에 맞서 정의와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를 개인의 삶과 접목시키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국가권력의 부정과 불의에 대해 당당히 제목소리를 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두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하나는 삶과 유리되어 있는 민주주의의 실체를 체험하고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한 대의적 측면에서, 다른 하나는 김용판의 무죄 판결에서 보듯 국가권력의 이유있는 조롱과 기만으로부터 개인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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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늙은도령 2014.06.06 14:04

    티스토리로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6.07 00:29 신고

      도령님, 바람부는언덕입니다.
      티스토리로 이전하실 생각이시라면 현재 다음블로그 아이디로는 개설이 안됩니다.
      먼저 다음계정으로 다른 아이디를 하나 만드세요.
      그런 다음 티스토리에 그 아이디로 회원가입을 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티스토리에 가입을 하시려면 초대장을 받아야 됩니다초대장은 구글 검색이나 티스토리 웹사이트에 가시면 초대장을 나눠주는 불로거가 있을 겁니다.
      거기에 초대장이 필요하다고 신청하시고, 도령님의 메일 주소를 남기시면 그쪽에서 초대장을 보내줄 거예요.
      그럼 그 초대장을 클릭해서 승인신청이 난 후에 가입됩니다.
      자...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저도 다음에서 티스토리로 옮기기까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현재 사용하고 계신 다음블로그 아이디로는 티스토리로 가입하려면 현재 블로그를 폐쇄해야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 블로그에 저장되어있던 모든 데이터가 없어지지요. 그렇기 때문에 새로 아이디를 만들고 기존 다음블로그는 놔둔 채 새로 티스토리로 이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몇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먼저,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기존의 다음블로그에서 쌓아두었던 인지도, 황금펜촉마크, 랭킹, 도령님의 경우 우수블로그 엠블로그까지 포기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지요. 저도 티스토리로 옮기고 나니 방문자 수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처음 블로그를 다시 하신다고 보면 됩니다. 많이 아쉽지요.

      또 티스토리는 다음블로그에 비해 좀 어렵습니다. 저도 아직까지 버먹대고 있습니다. 지금 사이트 정도 만드는데 한달 걸렸습니다. 웹 검색을 통해서 공부 많이 하셔야 할 겁니다. 다음과 달리 스트립트 코드를 좀 아셔야 그래도 직관적으로 도령님이 원하시는 사이트가 만들어 질 거예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다음 블로그에 비할바 못되지요. 여러가지 유저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이트를 만들 수도 있고, 다음보다 훨씬 블로거에게 친화적인 공간입니다. 음, 장기적으로 보면 옮기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물론, 그만큼 잃는 것도 있겠지만요.

      건강은 좀 어떠신지요? 항상 건강 유ㅗ의하시면서 글 쓰시길 바랍니다. 그럼 또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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