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행보가 요상하다.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투표용지 인쇄를 일부지역에서 이미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에 따르면 30일 서울 구로갑·을의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시작했고, 경기 남양주와 수원 팔달, 안산 단원은 31일에, 의정부와 파주, 여주 양평은 내달 1일에 인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연대가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선관위의 사전 투표용지 인쇄가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시기는 후보자등록 마감일 후, 9일 이후에 인쇄하도록 한다'는 공직선거관리규칙 71 2항에도 불구하고 인쇄에 들어갔다. 이에 
야권과 시민사회는 규정을 무시한 채 사전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간 선관위를 향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관위는 논란이 거세지자 "인쇄시설 부족 등 선거관리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인쇄일을 변경할 수 있다" "해당 지역 선관위에서 위원회의 의결로 인쇄 시기를 결정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더민주의 인쇄 중단 요청과는 상관없이 인쇄 작업을 그대로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인쇄시설 부족과 선거관리의 지장 때문에 사전 투표용지를 인쇄할 수밖에 없었다는 선관위의 주장은 궁색하기 그지 없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공직선거관리규칙은 원활한 선거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다. 후보자 등록 마감 후 9일 이후에 투표용지를 인쇄하도록 한 것도 이를 충분히 고려한 사안이다. 즉 다음달 4일 이후에 투표용지를 인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선관위는 선거관리 지장을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논란이 불을 보듯 뻔한 사전 투표용지 인쇄를 강행할 것이었다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반드시 제시해야만 한다. 그래야 공정성과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선거관리에 지장이 있다는 모호하고 주관적인 표현으로 이를 대신하고 말았다. 공정성 시비를 선관위 스스로 자처한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선관위는 인쇄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표용지 인쇄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투표용지를 17대 대선과 비교해 일주일이나 뒤로 미룬 12 10일이 되어서야 인쇄를 했다.

당시 선관위는 "투표의 공정성 확보와 무효표 발생 최소화를 위해 인쇄 시기를 늦추기로 결정했다"고 공표했다. 이 장면은 선관위의 해명이 앞 뒤 말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쇄 시설이 부족하다는 선관위의 해명은 일관성 없을 뿐더러 그들의 이중적 잣대를 드러내는 자기부정에 지나지 않는다.



ⓒ 연합뉴스



선관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모든 선거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이다. 따라서 선관위의 존재 이유는 첫째도 공정, 둘째도 공정, 셋째도 공정에 있다. 선관위의 책무가 선거의 공정성 확보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 선관위가 계속해서 공정성 시비에 휘둘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선관위가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한 경우만 해도 부지기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사이버테러 사건이다. 당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보좌관이 저지른 디도스 테러에 선관위는 이해할 수 없는 대응으로 일관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특히 투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투표소를 변경시키며 시민사회의 지탄을 받아야만 했다. 이 사건은 아직도 회자되는 선관위의 흑역사로 남아있다.

선관위는 이밖에도 야당에 제기된 선거법 위반 사례는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부각시키거나 증거가 불충분한 과거 사건의 관련자료까지 검찰에 넘겨주는가 하면, 여당의 경우엔 전부 무혐의 처리를 내리며 계속해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왔다.

이번 투표용지 사전 인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야권연대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뚜렷한 이유와 근거도 없이 투표용지를 미리 인쇄한 것은 여당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한 조처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자신들의 지위를 활용해 교묘하게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관권선거에 다름 아니다.



ⓒ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우리는 투표함 바꿔치기나 중복 무더기 투표, 관변단체를 동원한 조직적 투표 방해 행위, 금품 살포 같은 고전적인 방식만을 관권선거라 규정짓는 통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시대가 바뀌면 관권선거의 양태도 달라진다. 이미 그 끔찍한 참상을 지난 대선에서 혹독하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 시민의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시민의 주권과 참정권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광경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시민들이 관권선거와 부정선거를 걱정하고 선관위의 공정과 중립을 요구하는 이 기괴한 현실을 마주보고 있자니 현기증과 함께 구토가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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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6.03.31 08:07 신고

    선관위 스스로 공정성이 없다고 자백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6.03.31 08:17 신고

    스스로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는일입니다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6.03.31 08:58 신고

    어디 선관위 뿐이겠습니까? 공중파나 수구언론은 아예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갑니다. 그래도 야당은 입도 뻥끗 못합니다.

  4. Favicon of https://meofga.tistory.com BlogIcon 마조갤옷 2016.03.31 10:21 신고

    그냥 이번선거만 잘넘어가는게 이렇게 어려운거였나....

  5. BlogIcon 강지호 2016.03.31 15:34

    이런 미쳤다 미쳤어. 공정이 전혀 보이질 않아! 나쁜 놈들. 다 무슨 속셈인 거야? 그들먼저 공정을 안 지키면 때가되면 자기들 스스로가 몰살 당한다는 걸 못보고 있고. 에휴...

  6. BlogIcon 강지호 2016.03.31 15:34

    이런 미쳤다 미쳤어. 공정이 전혀 보이질 않아! 나쁜 놈들. 다 무슨 속셈인 거야? 그들먼저 공정을 안 지키면 때가되면 자기들 스스로가 몰살 당한다는 걸 못보고 있고. 에휴...

  7.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6.03.31 20:40 신고

    유구무언입니다..............

동물들을 길들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말을 잘 들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명확하게 구분짓는 것이다. 지시와 명령을 잘 이행하면 칭찬을 해 주고, 지시와 통제를 따르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리면 그뿐이다. 이는 동물들로 하여금 행위에 대한 결과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훈련시키기 위함이다. 두려움을 자극하는 것은 동물사육의 고전적 방법 중의 하나다

 

그러나 사실 신상필벌의 이 고전적 사육방식을 가장 잘 이용해 온 부류는 인간, 그 중에서도 정치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두려움과 불안,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방식으로 시민들을 통제하고 국가기관 및 관료들의 충성과 복종을 이끌어 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과 권위주의 정부들은 정권과 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하나같이 이와 같은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공고한 옹벽을 구축해 왔다



 EBS 지식채널


우리가 살고 있는 2015년의 대한민국은 수십년 전 군사독재세력이 통치하던 그때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사회 곳곳에서 당시를 연상시키는 징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기관과 관료들의 충성과 복종을 강요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방식들은 과거의 그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런 면에서 국정원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통치술을 엿볼 수 있는  비근한 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4월 금융감독원 감사에 안장근 법무부 감찰관을 내정했다. 그는 감사원 출신으로 법무부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진상조사를 이끌던 인물이었다. 국정원 사건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박근혜 정부에게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였다. 수차례에 걸친 박근혜 정부의 경고와 외압에도 불구하고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그는 결국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합작품이었던 혼외아들 의혹으로 사임하고야 만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퇴진은 국정원 사건 수사의 2막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서곡이었고 이후 수사는 청와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가려움을 긁어준 안장근 법무부 감찰관에게 상급이 내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국정원 사건은 동물사육의 고전적 방식이 고스란히 적용된 한편의 교범과도 같았다. 국정원 사건과 관련하여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됐고, 수사팀에게 사건의 은폐와 축소, 외압을 행사했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또한 국정원의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 단장, 김 모 심리전단 직원, 외부 조력자 이 모씨 등에 대해서도 전원 기소유예처분이 내려졌다



ⓒ MBC 뉴스


김용판 전 청장과 함께 경찰의 사건 은폐와 축소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최현락 당시 수사부장은 이후 경찰청 수사국장으로, 이병하 수사과장은 여주 경찰서장으로 영전했고, 김병찬 수사 2계장은 직급은 유지된 채 인사상 영전처리됐다. 대선을 불과 3일 앞둔 밤 11시에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경찰의 중간수사발표 기자회견에서 "(댓글이) 삭제된 흔적은 있으나 혐의사실과는 관련이 없다"던 김수미 분석관 역시 이후 수사관으로 승진했다


국정원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자 베일에 가려진 인물인 '좌익효수' 김하영은 대한민국 국회가 가림막까지 설치해가며 신상을 보호해 주는 특혜를 베풀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어 버린 이 희대의 댓글녀는 아직까지 면상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쪽에서 이렇듯 성대한 성과급 잔치를 벌어지고 있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국가권력에 맞서 진실과 부정을 파헤쳤다는 이유로 굴욕과 수난을 겪어야만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애초 국정원의 비밀을 세상 밖으로 꺼낸 국정원 내 내부고발자 3인은 국정원의 내부색출 끝에 결국 '파면' 당했다. 원리원칙에 입각한 수사를 천명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석연찮은 혼외아들 의혹과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에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고야 말았다. 


일선에서 국정원 사건을 지휘했던 윤석열 수사팀장은 정직 3개월 뒤 대구고검으로 좌천당했고, 박형철 수사부팀장 역시 정직 1개월 뒤 대전고검으로 밀려났다. 국정원 사건을 밝히기 위해 분투했던 검찰조직 3인방이 줄줄이 찍혀 나간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국정원 댓글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1대 14로 싸워야 했던 권은희 과장 역시 전보조치 후 승진에서 탈락했다

 

이처럼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서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고 절차와 과정 속의 부정과 불법들을 밝히려 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당한 징계와 납득할 수 없는 불이익을 당했다. 반면 권력에 아부하고 정권에 충성하는 자들은 모두 그에 걸맞는 전리품들을 주머니 속에 챙겨 넣었다. 이쯤 되면 보이지 않는 손이 국정원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우리가 배워 왔고 믿어 왔던 공동체적 가치들이 바로 설 자리가 없다는 확신도 갖게 된다.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사회 정의, 법치주의에 입각한 원칙과 기준, 보편적 상식, 양심, 자유와 평등, 공공의 이익 등 민주주의적 가치들은 어디까지나 사문화된 개념에 불과한 것이다. 국정원 사건과 관련된 이 비상식적 상벌은 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 코리아뉴스

 

국가권력에 무조건적인 충성과 복종을 강요하는 이와 같은 방식은 주지한 것처럼 과거 군사독재시절과 권위주의 시대애 횡횡하던 통치술이었다. 박정희 유신독재시절 퍼스트레이디로서 이를 체득했을 박근혜 대통령이 이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그래서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통치 철학과 국정운영 스타일은 이제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이 명징하다.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상식과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무시하는 독단과 독선, 정의와 양심을 우롱하는 국정의 전횡이 대질주를 하고 있다. 세상 어디에 이런 나라와 대통령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국정원 사건의 관련자들이 받은 이 이상한 상벌은 '이 나라에 정의는 단연코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나는 우리나라가 보다 정의로운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 정치꾼들이 입에 달고 사는 '죽은 정의'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진짜 정의' 말이다


우리에게는 '정의'를 누릴 권리가 있다. 나는 이 사실을 사람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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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12.20 05:51

    어떤 삶 어떤 인생을 살아더 사람은 항상 권력에 욕심이 많죠 ㅎㅎ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12.20 10:33 신고

    막가파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 정의를 말한다는것 자체가 웃기는 얘깁니다.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쓰레기 청소가 필요합니다. 새누리가 존재하는 한 정의도 민주도 없습니다,

  3. Favicon of https://sophist.entinfo.net BlogIcon 소피스트 지니 2015.12.20 18:27 신고

    우리가 정의를 누리지 못하도록 하는 지금의 정부와 여당을 심판해야 합니다. 그리고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정의가 살아날 것입니다. 물론 이명박도 예외는 아닙니다만.

  4.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5.12.20 21:41 신고

    총선 승리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선거에 개입하는 나라에 정의란 없지요.
    권력에 복종하는 대가만 있지요.
    그라나 저들에게는 조폭 같은 천박한 의리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분노하는 정의가 있습니다.
    역사는 언제나 공정하고 평등한 정의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5.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5.12.20 22:27 신고

    정의를 누릴 권리, 이 당연시되는 권리를
    각종 비열한 방법으로 가리고 막아놓고 오리발 내미는 저 집단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점점 지쳐가는 듯 해요. 이래서는 안되는데,

    좀 더 효과적으로 정의를 누릴 권리를 획득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역사는 알아서 이 상황들을 심판할까요? 에휴~~

  6.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12.21 07:30 신고

    정의를 누릴 권리와 정의를 행할 권리 다 가지고 있습니다.
    박그네정권을 심판할 권리도 당연히 누려야 합니다.

  7.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12.21 08:39 신고

    어제 우연하게 세계인권선언 전문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구구절절히 맞는말인데 이 정부하의 현실과는 너무도 다르더군요
    정말 최악입니다

  8. Favicon of https://bamnwind.tistory.com BlogIcon 죽풍 2015.12.21 08:59 신고

    이 땅에 정의가 있을까요?
    정의는 권력자가 지켜야 할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하지만 권력자가 지키지 않는다면 국민이 나서서 정의를 수호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국민은 그런 시대정신도 없어보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

  9. Favicon of https://jinsoldesk.tistory.com BlogIcon 소담씨 2015.12.21 12:15 신고

    이정도면 새마을운동시절로 회귀하는거 같네요..
    독재자딸이 당선된 그 때부터 정의란 단어가 무색해지는 ...

한명숙 전 총리가 결국 구속됐다. 지난 20일 대법원으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한 전 총리는 어제(24) 경기 의왕시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날 한 전 총리는 검은색 옷을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사법정의가 이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그 장례식에 가기위해 상복을 입었다" "죽은 사법정의를 살려내달라고 부탁드린다"는 소회를 남겼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지난 8년 동안 가장 빈번하게 들어온 말이 '근조 민주주의' '근조 사법정의'같은 말일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과 민간인 사찰, 세월호 참사, 통합진보당 해산 등등의 크고 작은 시국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사법정의는 죽고 또 죽어야만 했다.

참으로 질긴 목숨이며 운명이다. 죽어도 죽어도 죽지 않는 이 나라 민주주의와 사법정의야말로 진짜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와 사법정의가 죽을 때마다 불법과 부정이 가려지고 누군가가 구속되고 또 누군가는 사라져 간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탈바꿈되고 피해자가 어느새 대역죄인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 기막힌 페이스오프가 일어날 때마다 민주주의는 속절없이 죽어야 했다. 그 때마다 사법정의도 따라 죽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죽었다던 민주주의와 사법정의가 어느새 다시 슬그머니 부활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죽었다 믿었던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날 때마다 정의와 양심, 원칙과 소신에 따라 움직인 사람들이 다시 속절없이 떨어져 나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국정원 사건을 수사하던 채동욱 검찰총장과 윤석열 팀장, 삼성 떡값을 폭로했던 노회찬 전 의원, 국정원 사건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던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검찰의 표적이 되어야 했던 한 전 총리 등이 모두 죽었다 되살아난 민주주의와 사법정의의 희생양이다.

물론 부활한 이 땅의 민주주의와 사법정의 덕에 목숨을 건진 사람도 여럿 된다. 국정원 사건의 공범들인 원세훈, 김용판, 좌익효수 김하영이 그럴 것이고, 남북정상회담을 불법유출한 김무성, 정문헌, 서상기, 권영세 등도 이에 해당된다.

또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이완구, 홍준표, 김기춘, 이병기, 허태열, 유정복, 홍문종, 서병수 등도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이며, 사자방 비리의 실질적 몸통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현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절대로 죽지 않는 이 나라 민주주의와 사법정의의 최대 수혜자들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쯤되면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가 죽어서가 아니라, 사법정의가 죽어서가 아니라 죽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다. 형태와 무늬만 갖춘, 겨우 숨만 붙어있는 유사 민주주의와 싸구려 사법정의가 진짜 문제라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한 전 총리를 구속시킨 검찰이야말로 유사 민주주의와 싸구려 사법정의를 이 땅에 정착시킨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사법정의가 사망 선고를 받을 때마다 검찰이 늘상 깊숙이 개입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한 전 총리의 구속에도 검찰의 집요한 표적수사가 결정적이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지난 8년 동안 검찰이 움직일 때마다 이 땅 민주주의의 싹은 하나 둘 잘려 나갔다. 언제부터인지 정치놀음에 푹 빠져 있는 검찰은 정권과 권력의 충실한 파트너가 되기로 단단히 작정한 듯 보인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명박 정부 이후 검찰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한 전 총리를 구속시킨 검찰의 다음 타겟은 누가 될까. 아마도 그 다음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권은희 의원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검찰이 권은희 의원을 표적으로 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아직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지난 대선의 불법선거 의혹을 이참에 완전히 잠재울 수 있게 된다. 권은희 의원의 구속은 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정통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수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또한 권은희 의원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내년 총선에서 야권 전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이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2009년 말부터 한 전 총리를 공략하기 시작한 것과 동일한 수법이다. 당시 검찰 수사로 한 전 총리는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게 되었고 결국 선거에서 0.7%의 차이로 아깝게 패배했다


권은희 의원 흠집내기 역시 이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야권에서 '권은희'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해 보면 그 여파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최근 권은희 의원을 불구속 기소한 검찰의 행보로 미루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사정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렇게 되면 이 땅의 민주주의와 사법정의는 또 한번 죽어야 되고 우리는 다시 한번 허탈감과 좌절감에 허우적거려야 할 지도 모른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사법정의가 유명을 달리할 때마다 벌어지는 이 참담한 현실을 도대체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죽지 않는 민주주의와 사법정의가 이 나라 의인들의 씨를 말리고 있다. 훗날 역사는 어쩌면 이 시대를 이렇게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 정의와 양심, 원칙과 소신, 보편적 가치와 상식을 믿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던, 유사 민주주의와 값싼 사법정의가 판을 치는 어떤 이상한 나라가 있었다고 말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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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08.25 08:01 신고

    아직 많습니다
    그들 기준으로 손봐줄 사람이..
    박지원 의원, JTBC의 손석희 사장
    물론 그 중에 권은희 의원을 낸년 선거에 나오지 못하도록
    갖은 방법을 다하겠지요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8.25 11:21 신고

      뭐, 박지원 문희상 쎄고 쌨지요.
      아마 검찰쪽에서는 상당한 리스트를 뽑고 있을 겁니다.
      손석희 사장도 그 중 하나이겠지만 그는 쉽게 건드릴 수 없습니다.
      뒤에 중앙일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손석희를 건드릴만큼
      검찰이 무모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은희를 손보려는 겁니다.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손을 볼 겁니다. 새정치가 만약 권은희도 지켜내지 못한다면 해체하는 게 낫습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08.25 11:41 신고

    정말 구속돼야 할 전두환이나 노태우 이명박 같은 놈은 쾌재를 부르며 살고 있는데...
    사법정의가 실종된게 언젠데.... 국무총리까지 지냈던 사람까지 억을 하다는 데 이 땅의 노동자 농민와 같은 힘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억을할까요? 권좌에 있을 때 좀 제대로 잘 하시지.... 이제와서 억울하다는게 참...

  3.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08.25 13:31 신고

    채동욱과 윤석열은 검사입니다.
    한명숙 구속과 김용판 국정원부정선거개입 사건을 맡은 자들은 '먹검'입니다. 검사 얼굴에 먹칠한 자들입니다. 검사가 아니죠.

  4.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5.08.25 17:09 신고

    권은희 다음은 원세훈 무죄입니다.
    이들은 이렇게 자신에게 대척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고, 충성한 자는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틀 전 포스팅한 글에서 나는 추석연휴기간에 만기출소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국정원 선거개입 1심 공판 결과에 실망하거나 낙담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국가기관의 공신력이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결이 이루어질리도 없거니와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구속 수사방침을 정했던 그 무렵에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관련글 ☞ 원세훈의 출소와 국정원 사건의 추억 ☜ (클릭)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불구속 수사방침이 정해졌던 작년 6월 12일에 포스팅했던 글의 일부를 옮겨 보겠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의 핵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중략)...그러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불구속 수사를 받게됨으로써 그에 대한 수사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하는 선에서 일단락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필자가 예상했던 그대로 법원은 어제 1심 공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행위가 정치 개입은 맞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라며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6월과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마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기상천외함이 떠오르는 법원의 이번 판결이 정치권력에 대한 굴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신줄 놓은 대한민국 국가기관의 현실과 비루한 정치권력의 속성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고 자연스런 귀결이다. 결과를 충분히 예상했었던 만큼 그다지 놀랍지도 않고 일말의 분노조차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감정의 동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당 분노가 있어야 할 자리를 깊은 무력감이 대신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사건에 분노하지 않는다. 국가권력이 부당하고 불의한 방법을 동원해서 민주주의의 뿌리를 갉아먹고, 시민들의 권리와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했음에도 좀처럼 분노하지 않는다. 물론 처음부터 분노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국정원의 대선불법개입 사건과 관련해 정부와 집권여당을 규탄하고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거리에서 촛불을 환히 밝혔다.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밝혀지는 불법부정선거의 흔적들에 치를 떨며 민주주의 회복과 헌법가치 수호를 위해 당당히 싸워 왔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법원의 재판 결과는 사람들에게 크나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너무나 명백해 보이는 국기문란의 선거범죄가 정치권력과 이에 굴복한 검찰과 사법부에 의해 진실에서 한참이나 멀어졌기 때문이다. 재판의 결과에 만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정의의 이름으로 불의를 응징하기에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 분노로 시작한 국정원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은 오랜시간을 거쳐오는 동안 탄식과 자조, 아쉬움과 실망, 낙담으로 바뀌어 갔다. 이 감정의 끝자락에는 깊디 깊은, 지독한 무력감이 자리잡고 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 무력감은 사람들로부터 분노를 앗아간 주범이다. 





오래전부터 정치권력은 체제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투지와 저항의식을 제거시키기 위해 무력감을 유발시키는 방법을 즐겨 사용해 왔다.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신군부 시절 수도 없이 조작된 용공사건도 결국 무력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편의 일환이었다. 국가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개인은 극심한 두려움과 공포로 무력감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시민통제를 위한 통치수단으로서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또 없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1심 판결은 국가폭력이 사법폭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본질적으로 똑같다. 그런 면에서 법원의 이번 판결로 현 집권세력이 얻게 될 최고의 전리품은 지긋지긋한 정통성 시비를 종식시킬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국정원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그 부당함에 줄기차게 저항해 온 사람들이 받게 될 무력감이다.


국정원 사건이 터진 건 2012년 대선무렵이었다. 그동안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찰떡공조 속에 진실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하나 둘 지쳐만 갔다. 당연하다. 무려 2년에 가까운 시간, 사람들이 지치고 피로해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전모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수많은 시민들의 저항의식이 없었다면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이 불의한 시대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재판대에 세우고 국정원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얻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인 것이다. 불의에 맞서고 부당함을 파헤치고 진실을 밝혀내려고 애써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마저도 가능했다. 


따라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사법판결사의 수치와 치욕으로 기록될, 어제의 썩어빠진 재판결과가 아니라 이 척박한 땅에 정의와 공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모습이다. 무력감에서 벗어날 것, 그리고 기억하고 행동할 것. 이는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나아가 불의한 정치권력으로부터 시민의 권리와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지켜내기 위한 열쇠다. 나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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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reenhrp.tistory.com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9.12 09:48 신고

    아...말씀처럼 그리 생각하고 싶지만..
    진짜 너무 너무 화가 나요..ㅠㅠ
    이미 예상되었던 결과지만.. 그리고 너무 오랜기간...벽에다 소리친듯한..그런 기분으로 싸워왔는데...
    잊지말아야할것..우린 여전히 싸워야 한다는 거.....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9.12 11:18 신고

      어차피 이번 정권에서는 답을 낼 수 없습니다.
      다음 정권, 아니면 그 다음 정권에서라도 반드시 심판대 위에 세워야지요.
      국정원, 군, 보훈처, 선관위, NLL 건드린 김무성, 정문헌, 권영세,
      이명박과 박근혜 까지 모조리 준엄한 심판을 받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2. BlogIcon 이강호 2014.09.12 17:24

    좋은 글 제 페이스북으로 링크 공유하겠습니다!

  3. 멋대로하라 2014.09.12 20:24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이 시국이 암담하기만 했는데
    덕분에 힘이 납니다. 앞으로 가끔 들리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9.13 03:11 신고

      네, 들르실때마다 흔적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흔적들이 제게 힘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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