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물고 있다. 한해의 문이 닫히려는 요즈음,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정치 시사 칼럼을 쓰고 있는 필자에게도 이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정치 시사 뉴스를 정리하며 올 한해를 돌이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이 그 세번째 시간이다. 한번, 두번, 그리고 세번. 시간은 가도 기록은 이렇게 남는다. 올 한해는 어떤 정치 시사 뉴스들이 우리 사회를 관통했을까. 지난 1년 동안 일어났던 뉴스들을 정리해 보자.

1. 국정교과서 강행



ⓒ KBS 뉴스



박근혜 정부는 대다수 시민들이 반대하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했다. 이해당사자들인 역사학계와 교육계마저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막무가내로 국정화를 단행한 것이다. 가치중립의 역사문제에 권력이 개입하는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조치라는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특정세력의 비호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정교과서는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없이 강행됐다. 뿐만 아니라 법령을 위반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집필진조차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이른바 며느리도 모른다는 '묻지마 교과서'인 것이다. 놀랍게도 정부는 이 교과서의 별칭을 '올바른 교과서'라 붙이고 있다.

2. 메르스 사태



ⓒ SBS 뉴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면 올해는 메르스 대란이 있었다. 두 사건 모두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총체적으로 집약되어 나타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메르스 사태는 정부의 안일한 상황인식과 늦장 대처, 정보공개를 꺼려하는 비밀주의가 상황을 점점 더 악화시켰다. 초동대처가 잘 이루어졌다면 사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와 방역당국은 혼선과 혼란만 부추기는 대응으로 일관하며 시민들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고 갔다.

정작 큰 문제는 전대미문의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고,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할 정부 내 사령탑이 부재했다는 사실이다. 메르스 사태는 이 정부에 무능과 함께 어쩌면 그보다 더 끔찍한 무책임 바이러스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준 사건이었다.

3. 경상남도 학교급식 중단



ⓒ 오마이뉴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자체 중 처음으로 학교급식을 중단시켰다. 경남도는 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압도적인 힘으로 학교급식을 중단시키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경남도의 학교급식 중단이 문제가 되는 것은 조례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도민의 의사가 완전히 무시되었다는 점이다. 도민의 2/3가 학교급식 중단을 반대하고 있었음에도, 홍준표 도지사는 의회를 동원해 독단적으로 학교급식의 중단을 결정해 버렸다.

학교급식 중단은 정치지도자의 독단과 독선, 그리고 민주적 의사시스템이 붕괴된 의회의 폭거가 시민들의 목줄을 겨누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징한 사례다.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 중단 과정에서 드러난 권력과 의회의 비민주적 행태가 비단 지자체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도지사의 독단과 독선, 거수기로 전락한 의회의 전횡이 극에 달한 경남도의 상황은 중앙정치 무대의 축소판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4. 성완종 게이트



ⓒ 아시아경제



올 봄 대한민국 정가를 태풍 속으로 밀어넣었던 '성완종 게이트'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 옛말이 하나 틀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정치 스캔들이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죽음이 몰고온 엄청난 파장에도 불구하고 밝혀진 것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는 명확해진다. 정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그 난리에도 불구하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허태열, 홍문종, 유정복, 홍준표, 김기춘, 서병수, 이완구, 이병기 등이 받았다는 불법정치자금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애시당초 대한민국은 '성완종 게이트'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이 나라 검찰에게 살아있는 권력에 맞설 용기와 배짱, 원칙과 소신이 있을리도 만무하거니와, 정치권력에게 제 살 도려내는 아픔과 고통을 감내 할 정의와 양심을 기대하는 것 역시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이로써 성완종 전 회장이 말하려 했던 집권여당 실세들의 정치적 치부들은 베일 속에 가려지게 됐다.

5.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



ⓒ SBS 뉴스



불법대선개입 사건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으로 공공의 적이 되었던 국정원이 이번에는 민간인 사찰 의혹에 휩싸였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 제작업체인 'Hacking Team(해킹팀)'으로부터 원격감시시스템을 구입해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것이다. 국정원 해킹 의혹은 이를 주도했던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이 자살하는 등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여러모로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과 닮아 있다. 국정원과 정부 여당이 전가의 보도인 '국가 안보'를 내세우며 철통방어로 임하는 이상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는 뜻이다
. 희한하게도 이 정권이 지속될수록 미궁이 하나씩 늘어만 간다.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으로 정의와 상식이 사라진 대한민국에 흉터가 하나 더 더해지게 됐다.


6. 안철수 탈당과 야권의 분열



ⓒ 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이 지난 12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그의 탈당을 두고 갖가지 분석과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탈당이 내년 총선을 앞둔 야권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는 연대를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이상 야권의 분열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위원, 그리고 여전히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비주류까지 탈당하게 되면 내년 총선은 일여다야의 구도로 치뤄지게 된다. 이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180석 예상'이 전혀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라는 소리다. 이와 같은 비관적 전망에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은 내년 총선의 새누리당 압승과 그 이후 개헌에 까지 영향을 끼치는 일대 사건으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커졌
.


7. 공안통치의 부활



ⓒ CBC 뉴스



2015년은 공안통치 부활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공안 검사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사람이 법무부장관을 거쳐 급기야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까지 올랐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대법관에 임명되는가 하면, 대통령은 복면을 쓴 자국 시위대를 테러집단인 'IS'에 비유해 버렸다. 집권여당은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지 하루 만에 복면착용금지법안을 정식 발의했고, 법무부장관은 복면착용금지법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집회 현장에서 복면을 착용한 채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에게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할 것이라 엄포를 놓는다.

이 뿐이 아니다. 신임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공안 역량을 재정비해 체제전복 세력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선언을 하는가 하면, 집권여당의 대표는 불법시위에 대해 엄격히 법을 집행하라고 사법부에게 압력을 행사한다. 70~80년 대의 대국민 공안통치가 도래한 것이다. 공안통치의 부활은 결국 대화와 타협을 모르는 독단적 국정운영, 독선적인 리더십, 비판과 쓴소리를 멀리하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를 선택한 결과라는 점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이상 7가지 이외에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되었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무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 환송, 한명숙 전 총리 구속, 정부의 무책임이 빚어낸 보육대란, 민중총궐기대회 중 경찰의 살수차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씨, 세계 언론의 박근혜 정부 비판 등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정치 시사 뉴스들이다.



ⓒ 연합뉴스



2015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
(昏庸無道)가 선정됐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으로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세상이 혼탁해진 것을 어디 군주의 어리석음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필자는 지난해의 정치 시사뉴스를 정리하는 글에서 이렇게 적은 바 있다. 


'삶의 토대를 바꾸고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가 나와는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라는 관념을 버리고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한다. 그래야 당신의 삶이, 세상이 바뀐다'고.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할 때에야 비로소 삶의 지형과 환경이 바뀔 수 있고, 세상의 어지러움과 군주의 어리석음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정치를 멀리하고 외면할수록 세상은 그에 비례해서 혼탁해지고, 정치는 시민 위에 군림하게 된다. 


한해가 저문다는 것은 다시 새해가 시작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새해는 낡은 것이 사라지고 새 것이 시작된다는 의미가 있다. 정치, 그리고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내년은 '병신년(丙申年)'이다. 낡은 것들의 지배를 받는 사회가 퇴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년은 우리 사회가 낡은 것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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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12.22 07:36 신고

    국정교과서, 메르스사태, 성완종리스트, 공안통치, 국정원 해킹 모두 박그네 정권과 직결됩니다.
    묘한 연관관계가 있습니다. 박그네정권이 스스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2.22 09:18 신고

      무너지려면 대구 경북, 부산 경남이 반란을 일으켜야 합니다.
      과연 그들이 그럴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네요.
      지역구도가 깨지지 않는한 이 나라에 새누리 일당 독재는
      끝나지 않을 겁니다. 노무현이 그토록 지역주의를 깨려던 이유가
      무엇이었겠습니까...

  2. Favicon of https://nohji.com BlogIcon 노지 2015.12.22 07:55 신고

    제발 내년에는 사람들이 똑바로 참여를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3.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12.22 08:12 신고

    우리는 언제쯤 요순시대를 겪을수 있을까요?
    일단 내년 선거를 잘해야 되겠지요?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2.22 09:19 신고

      내년 선거가 정말 중요한데...
      야권이 지금 죽을 쓰고 있으니...
      새누리가 미소짓고 있는데 말입니다.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12.22 10:12 신고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한 해 였습니다.
    100년은 거꾸로 돌려놓은 민주주의.. 박근혜가 역사에 지은 죄가 큽니다.

  5. Favicon of https://bamnwind.tistory.com BlogIcon 죽풍 2015.12.22 10:20 신고

    올 한 해를 상징하는 정치사건이네요.
    언제나 정치가 국민을 편하게 해 줄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아마도 정권이 바뀌어야 좀 나은 세상을 볼라나 모르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6. Favicon of https://jinsoldesk.tistory.com BlogIcon 소담씨 2015.12.22 10:25 신고

    교과서 같아요 올해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보기쉽게 정리해주셔서 잊고있던걸 다시한번 깨닫게됩니다
    내년 선거 ... 기대는 안하지만 늘 그렇듯 저부터 한표 제대로 던지고 출근하렵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2.22 10:50 신고

      네, 꼭 그래야지요.
      투표가 밥도 먹여주고, 세상도 바꿀 수 있습니다.
      ^^*

  7. Favicon of https://datafile.tistory.com BlogIcon 신기한별 2015.12.22 11:45 신고

    대체적으로 이번 정부는 정말 무능했습니다

  8. Favicon of https://junpresident.tistory.com BlogIcon 민주청년 2015.12.22 11:47 신고

    올해의 정치뉴스 잘 뽑으신 것 같습니다^^ 잘보고 가요.

  9. Favicon of https://waitingforthatday.tistory.com BlogIcon BetweenTheLines 2015.12.22 12:28 신고

    이런 사건들이 이슈가 크게.안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요. 언론의 우경화로 인해...

  10.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5.12.22 16:06 신고

    우와, 올 한 해가 다 보이네요.
    전 이럴 여유조차 없는데 대단하십니다.

  11.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5.12.22 19:00 신고

    어느것 하나 다 묵직한 뉴스이군요.
    저 절망의 뉴스들을 어떻게 희망의 뉴스로 바꿀 수 있을 것인지....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12.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12.23 06:17

    가장 큰 문제는 메르스하고 성완종리스트인가 ㅋㅋ
    올해도 큰 사건이 많았네요

  13.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5.12.23 07:12

    사건 사고가 많은 한해였군요.
    급식중단....눈에 쏙 들어오네요.
    경남에 사는 노을이라...ㅎㅎ

지난 여름 어머니와 작은 언쟁이 있었다. 저녁을 먹고 이런 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의도치 않게 정치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갔고, 그 와중에 세월호 이야기도 나왔다. 본래 가족들과 정치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서 잠자코 듣기만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말씀하시는 부분에서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TV 조선에서 들었던 이야기 중의 몇 토막을 가족들에게 이야기 했고 나는 발끈했다. 상당한 진통을 겪은 후에라야 어머니는 비로소 내 이야기에 수긍했다. 잠자리에 들면서 생각해 보니 어머니가 저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느날부터인가 어머니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종편을 통해서 주입받고 있었다. 종편을 통해서 매일 제공받는 세상의 이야기가 어쩌면 어머니가 알고 있는 세상의 전부였을 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어찌 나의 어머니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까. 이 시각에도 우리의 부모들은 종편이 만들어내는 진실과 거짓을 적절히 버무린 가공의 이야기에 영혼을 잠식당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이명박의 혜안은 소름끼치도록 탁월했다. 언론은 정부의 손 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야 한다던 괴벨스의 말대로 그는 거짓을 진실로 바꾸는 마법의 램프를 만들어냈다.





지난 2009 7 22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신문법과 방송법, IPTV법 등 '미디어 관련 3'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날치기 처리된 것이다. 이로써 신문대기업도 10%의 지분 한도내에서 지상파TV 를 경영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의 지분 30%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 공익성이 무너지고 이념편향적인 방송이 난무하게 될 것이며, 결국 저널리즘이 훼손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는 한치도 틀리지 않았다. 지난 2011 12 1일 개국한 이후 종편은 거짓과 진실을 가공하고 윤색하는 세탁의 과정을 통해 편파방송과 왜곡방송, 선정적 방송을 계속해서 송출하고 있는 중이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계속 되풀이 하게 되면 결국 모두가 믿게 된다는 괴벨스의 이론을 종편은 충실히 따랐다. 지난 여름 있었던 어머니와의 언쟁은 이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여실히 입증한다. 전대미문의 압도적 참사 앞에 어머니는 전율했고 분노했다. 그러나 종편은 이런 어머니를 조금씩 변화시켰다. 세뇌란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혼이 누군가의 의도대로 조금씩 잠식 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전격적으로 단행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여러모로 종편과 닮아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처리했던 미디어법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일사천리로 국정화를 결행해 버렸다. 시민사회가 반대하는 사안을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강행했다는 점도 흡사하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특정세력의 이념과 사상을 주입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 역시 똑같다. 종편이 중장년층을, 국정교과서가 자라나는 학생들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 이 둘은 대상의 의식화를 기저에 깔고 탄생했다는 점에서 본질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선택권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로 본다면 이 둘의 파괴력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종편은 취사선택권이 온전히 개별주체에게 있다. 종편이 보기 싫다면 채널을 돌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국정교과서는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개별주체의 의지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보기 싫어도 봐야 하고, 듣기 싫어도 들어야만 한다. 선택권 자체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역사적 왜곡과 미화는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고 국정교과서 체제로 가야한다고 말한다. 국정교과서 대표 집필진에 이름을 올린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 대표적인 인사다. 그는 "정부에 맡기면 교과서가 잘 나온다" "정부와 국편을 믿어달라"고 읍소한다. 좋게 말하면 순진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생각이 없는 거다. 그리고 더 나쁘게 말하면 학자로서의 양심과 영혼이 없는 거다.

인간의 영혼을 잠식하는 종편, 그 종편이 바로 국정교과서의 미래라는 것을 저들은 부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저널리즘의 훼손 등을 이유로 미디어법을 반대하던 야당과 시민사회를 향해, 방송장악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며 미디어법은 일자리 창출, 생산유발 효과 등 미디어 산업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리고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고, 종편을 탄생시켰다.

종편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달콤한 유혹은 거짓과 위선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이쯤에서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대국민 약속이 지켜진 것이 과연 무엇이 있나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말을 믿으라는 그 뻔뻔스러움이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다. 최몽룡 교수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로부터 '가오'를 배울 필요가 있다. 적어도 그가 양심이 있는 학자라면 말이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체 어느 누가 '올바름'을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시각과 입장에 따라 다양한 가치판단이 내려질 수밖에 없는 문제를 어떻게 하나로 통일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끔찍한 억지이고 망상이며, 오만하기 그지없는 인식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억지와 망상, 오만의 결정체인 국정교과서를 결행하기로 했다.

국민의 뜻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정부의 일방통행은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그동안 국민들이 그들의 폭주를 용인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정원 사건,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크고 작은 현안에서 국민들이 무도한 권력을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견제받지 않고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오만해지고 무도해지기 마련이다. 그것이 권력의 변치않는 속성이다.

국민들이 강력하게 저항하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그래왔듯이 다음 번에는 더한 것을 요구해 올 것이다. 망각과 무력감이야말로 무도한 권력의 오만을 부추기는 촉매제다. 지금 막아내지 못한다면 훗날 자식들과 역사논쟁을 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시대 착오적이며 퇴행적인 국정교과서,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국정교과서를 막아내야 할 책임은 바로 우리 모두에게 있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말하지 않았던가.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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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11.06 08:35 신고

    이명박이 종편 왜 만들었겠씁니까?
    유신교육의 후유증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 종편은후유증은 얼마나 오래갈지....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1.06 11:36 신고

      종편 탄생 이후 모든 것이 꼬여버렸습니다.
      그때 모든 것을 걸고 막았어야 했어요. 천추의 한이 됩니다.

  2. Favicon of https://bamnwind.tistory.com BlogIcon 죽풍 2015.11.06 08:47 신고

    플라톤의 말을 깊이 되새겨야 할 이유입니다.
    어리석은 국민은 더러운 정치인한테 지배받는 것도 못느끼고 삽니다.
    인간의 뇌가 아닌거죠;
    잘 보고 갑니다. ^^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1.06 11:36 신고

      국민들이 깨어나야 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참고만 있을건지...

  3. Favicon of https://eproo.tistory.com BlogIcon 불루이글 2015.11.06 10:23 신고

    무서운 넘들 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자신들의 추구 하는바를 달성 할수 있는지 잘아는 것이지요
    이명박의 미디어법으로 언론부터 장악 하고
    자신들의 부정비리는 축소 또는 물타기 하고 야당의 부정적 이슈를 부각시켜 상대를 무력화 시킨후 이번에는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 붙힐수 있게 된것이죠
    다음 단계는 공기업민영화가 수순이 될것이고
    차기총선만 성공 시키게 될경우 간이 배밖에 나오게 되어 공안독재로 종신집권의 야욕을 완결 할 시나리오의 기반을 완벽하게 구축하게 되겠지요
    야당이 총선에서 다수를 확보하면 가장먼저 손볼것은 방송법의 연결 고리를 끊어놓고 시작 해야 할것 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1.06 11:37 신고

      네, 잘 보셨습니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박근혜는 자기 힘으로 총선 승리라는 전과를 올리려 할 겁니다. 그리고 후계자를 내세워 퇴임 이후를 보장받겠죠.
      정석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내년 총선을 이겨야 하는데...

  4.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11.06 12:18 신고

    이명박은 언론통제, 박그네는 역사통제입니다. 둘다 정신통제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1.06 13:47 신고

      둘 다 멘탈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도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저 둘을 보면 그런 기운이 느껴집니다.

  5.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5.11.06 17:40 신고

    요즘은 JTBC의 5시정치부회도 마찬가지입니다.

  6.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11.07 07:31 신고

    언론을 통제하면 국민을 통제힐수 있다는 전근대적이고
    독재자적인 발상의 결과입니다
    특히 TV조선은 도를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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