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출범했다고 이 날을 '건국절'로 하자는 일부의 주장이 있는데, 이는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다. 왜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독립 투쟁을 과소평가하고, 국란시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머리가 하얗게 센 92세 노인의 목소리가 경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거침없이 건국절의 부당성을 역설하는 그에게서 일본군에 맞서 만주벌판을 누비던 기개가 느껴졌다. 지난 2016년 광복 71주년을 맞아 원로 애국지사들과 독립유공자들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영관 옹은 건국절의 반역사성과 반헌법성을 저와 같이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이 면전에 앉아 있는 자리에서 말이다. 

광복군 출신의 원로 독립운동가의 눈에는 이 땅에서 펼쳐지고 있는 건국절 논란이 못내 안타까웠을 터다. 일본제국주의에 강탈당한 조국을 되찾기 위해 목숨 걸고 젊음을 불살랐던 그에게 임시정부의 정통성과 의미를 폄하하고, 항일투쟁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연속성을 부정하며, 친일세력의 존립근거를 제공한다고 비판받는 건국절이 달갑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의 일침은 당시 커다란 화제가 됐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모두가 그에게 감응했던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여전히 건국절의 당위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아직도 8·15 광복절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도 그런 부류 중의 하나다. 한국당의 '투톱'인 그들이 연일 '건국절'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다가오는 2019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맞서 이념 논쟁에 불을 지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14일 cpbc 카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도 1948년 건국을 당연시해서 받아들였던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전체 다수의 의견은 (건국을) 1948년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919년에 우리 상해 임시정부 그 당시에 우리가 임시정부를 세우고 국가를 세우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전문으로 남아있고 했는데, 최근에 와서 새로운 해석이 등장하고 그것이 그냥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건국절 제정 움직임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 원내대표 역시 이날 원내대표단-상임위원장 간사단 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8·15 경축사와 제2의 건국추진위원회 창립 선언문에서 1948년을 건국의 해로, 노무현 대통령도 2003년 8·15 경축사에서 1948년을 건국의 해로 밝혔다"며 거들고 나섰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아직까지 헌법은 1948년 건국절에 기반해서 8·15 행사도 이뤄지고 있고, 광복절의 의미를 짚고 있다"며 건국절의 의미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역시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의 해로 인식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킴으로써 건국절의 일반성을 피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건국 발언은 그 의미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봐야 한다. 왜 그럴까? 건국절 논란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다. 그 이전에는 건국과 정부 수립을 혼재해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김대중 정부의 경우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쇄신의 일환으로 '제2건국추진위원회'를 결성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며,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그것은 그 세력들의 평가"일 뿐이라고 건국절을 강하게 일축한 바 있다.


ⓒ 오마이뉴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948년 건국을 당연시했다는 김 위원장과 김 원내대표의 주장을 액면 그래도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이전까지는 건국절과 관련된 논란 자체가 없었다. 건국절 주장은 2006년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가 동아일보에 기고한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칼럼으로부터 촉발됐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교수의 칼럼을 기화로 뉴라이트 등 보수진영이 식민지근대화론, 친일과 독재 미화, 과거사 청산 반대 등을 앞세우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2007년 정권 교체는 건국절 제정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뉴라이트는 보수정부였던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광복절 행사가 '63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0주년' 기념식으로 치뤄지면서 건국절 논란은 정치·사회적으로 격렬한 논쟁에 휩싸이게 된다. 이후 보수진영의 건국절 제정 움직임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진행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예 '건국 68주년'이라며 건국절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진영의 건국절 주장은 논리적 모순과 빈약한 근거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제헌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민국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보수진영이 '국부'로 추앙하는 이승만 정부 역시 제헌헌법 전문이 실린 관보 1호의 연호를 '대한민국 원년 9월 1일'이 아닌 '대한민국 30년 9월 1일'로 표기했다. 그런가 하면 이승만은 초대 국회 개원 행사에서는 "민국 연호를 기미년으로 기산하여 '대한민국 30년'에 정부수립이 이루어졌다"고 축사를 하기까지 했다. 이는 대한민국이 임시정부 수립으로 건립됐고, 1948년 민주독립국가로 재탄생됐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다. 

보수진영의 건국절 주장은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된 현행 헌법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다른 한편으론 1919년부터 대한민국 건국까지 30여년의 역사가 송두리째 부정돼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할 명분과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할 경우 파생되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빌미가 된다는 점, 38선 이남만이 국토로 인식돼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한 현행 헌법의 영토 규정과 충돌한다는 점, 남북 단절이 공식화됨으로써 분단체제 극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 등 건국절의 반역사성과 반헌법성을 입증할 사례들은 한 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당을 필두로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여전히 건국절 제정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논리도 근거도 희박한 건국절 주장의 이면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도사리고 있는지 삼척동자가 다 알고 있는 데도 말이다. 저들에게는 박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건국절을 호되게 꾸짖은, 아직도 귀에 생생한 김영관 옹의 날선 일침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 



♡♡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 

  1. Favicon of https://hyunby1986.tistory.com BlogIcon 턴오버 2018.08.15 16:30 신고

    저도 이승만 얘기를 하려고 들어왔네요. 그들이 국부로 추앙하는 이승만조차도 1919년을 대한민국의 기원으로 삼았잖아요. 이래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 alsgh97 2018.08.15 18:11

    의견 듣고 싶어서 댓글 남김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할 경우 파생되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라고 후술 하신 사례들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1.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빌미가 된다는 점.

    임시정부는 독도를 영유권 주장했고, 48년 8월 15일 수립된 지금의 정부는 주장하지 않았거나, 빼먹었더라면 이 문장이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죠? 제가 배운 바로는 임시정부 시절에 독도 관련해서 영유권을 주장한 적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표 이후 수립된 지금 정부가 더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데요.

  3. BlogIcon alsgh97 2018.08.15 18:14

    2.38선 이남만이 국토로 인식돼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한 현행 헌법의 영토 규정과 충돌한다는 점.
    48년에 대한민국 정부수립 하면서 38선 남쪽만을 영토로 한다고 공식화 한 적이 있나요? 오히려 북쪽에 수립된 정부는 반국가 단체로 규명하고 헌법에 '한반도 및 그 부속도서'라고 못밖아 두었는데 어디서 영토규정의 충돌이 발생하나요? 어떤 점에서 충돌이 일어나는지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4. alsgh97 2018.08.15 18:20

    3.남북 단절이 공식화됨으로써 분단체제 극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

    북한은 자기네들 정부수립 날짜를 다르게 보고 있으니까 이렇게 쓴 것 같습니다. 작가님 주장대로 임시정부 수립이 지금 정부의 수립이라면, 북한과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때 정부수립 했지만, 국내외적 상황으로 갈라져서 지금까지 따로 정부가 존재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분단이 60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억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미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남북을 다른 나라로 여기고 있는데, 남북단절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해결방안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분단체제 극복에 훨씬 도움이 많이 될것 같은데요

  5. alsgh97 2018.08.15 18:30

    그리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 라는 헌법 구문 해석 부분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국어에서 '계승'은 A를 B가 계승하였다는 문장에서 A와 B는 동일한 객체가 아닙니다. 따라서 '임시정부를 이어받아 48년 8월15일에 수립되었다.'라는 해석이 위의 헌법 구문과 배치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헌의회가 작가님의 의견대로 표현하고 싶었다면 '계승' 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6.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8.08.16 04:13 신고

    친일의 오명을 벗기위한 세력들의 몸부림입니다.
    바른 말 하는 저런 분들의 말을 듣기 싫어하다 감방에 가 있습니다. 친일청산 지금도 늦지 않습니다.

  7. Favicon of https://stbnjsd.tistory.com BlogIcon 북두협객 2018.08.16 08:53 신고

    이승만이는 역사의 죄인이죠
    오늘 말복인데 몸보신 하셔요~

  8.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8.08.16 09:29 신고

    건국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친일이며 매국노와 진배없습니다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 15일 문 대통령의 광복절 72주년 경축사 중 대한민국 건국과 관련된 내용에 '발끈'한 것이다. 두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의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기도 합니다"라는 발언 내용을 문제삼고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토라는 게 성립하려면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듯 국민, 영토, 주권이 있어야 한다"며 "그 기준에서 1948년 건국은 자명한 일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1919년 상해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못박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류 위원장은 이어 "1919년 상해임시정부는 앞으로 건국될, 1948년 건국을 이룰 정신적 출발점이었다"면서 "헌법 전문에 나오는 법통을 이어받았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으로 치면 대한민국은 1919년 임신되고 1948년 태어난 것"이라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특정 조건을 갖춰야 나라가 서는 것인데 견강부회해서 1919년을 건국으로 삼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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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역시 이종철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우리 사회는 '1919년 건국'과 '1948년 건국'이 '좌파'와 '우파'의 전유물이 되어,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인양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국민적 총의와 합의를 차분히 모아나갈 의제로 어느 일방이 선언적이고 일방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또 '건국절 논란'은 "학계와 사회계의 토론 및 타협, 절충 등을 통한 합의 그리고 이후 역사에 맞겨둬도 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광복절 첫 행보가 국민을 갈라놓고 눈 앞에 뻔히 예상되는 대립과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것이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것도 대통령 스스로 밝히듯이 '작심하고' 말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크게 두가지 의미로 풀이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끊임없이 되풀이돼 온 이른바 '건국절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 그 하나요, 그를 통해 진보와 보수,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대립해왔던 불신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화해와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미래지향적인 메시지가 그 둘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특별히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며 "지난 백년의 역사를 결산하고, 새로운 백년을 위해 보수나 진보 또는 정파의 시각을 넘어서 새로운 100년의 준비에 다함께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한국당, 바른정당 두 보수야당에게는 문 대통령의 주문이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과거 정부에서는 외따로이 추진하지 않던 '건국절'을, 누구 말마따나 학계와 사회계의 판단에 맞겨둬야 할 화두를 정권 차원으로 끌어들인 게 바로 저들이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사회를 이념 대립의 각축장으로 몰아넣은 주역들로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와 가치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건국절 논란'에 여전히 목을 매고 있는 이유를 말이다.

'건국절 논란'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본격화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바로 세우기'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낀 뉴라이트 세력이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교육부에 교과서 수정 등을 요구하며 '대안교과서' 출판 작업에 뛰어든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승만·박정희의 복권, 친북 척결, 자학사관 반대, 과거사 청산 반대 등을 앞세운 뉴라이트는 이후 박근혜 정권 들어 '국정교과서' 추진에 앞장서며 '건국절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일을 대한민국의 건국절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 때가 돼서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영토, 국민, 주권을 갖춘 국가의 모습을 갖게 됐다는 점을  기반으로 한다. 통치권을 일제에 빼앗긴 상황이기 때문에 임시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일부 학계의 의견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는 주권을 일제에 강탈당한 특수한 경우였으며, 국가의 3요소 중 주권을 제외한 영토와 국민은 그대로 실존해 있었다.

그들의 주장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민국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 독립국가를 재건한다"는 내용이 적시된 1948년 제헌헌법과 충돌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국부'로 추앙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인식과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승만은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활동하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자신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소개했으며, 정부 수립 이후 발간된 관보에서도 정부 수립 연차를 '기미년'에서 환산해 표기했다. 논쟁적인 인물인 이승만조차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점은 분명히 한 셈이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는 주장의 오류와 모순 역시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각계에서 반박하고 있는 것처럼 '건국절' 주장은 숭고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건국 70여 년에 불과한 신생독립국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또 그렇게 됨으로써 위안부 문제 등 일본제국주의의 만행과 수탈에 대해 일본 정부에 법적·도덕적 책임을 요구할 근거 역시 사라지게 된다. 친일파의 부역행위에 면죄부를 줄 뿐만 아니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합법적 논거로 악용될 수도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1948년 8·15 건국절 주장이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는 점이다. 저들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된 헌법전문이 부정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의 영토규정 역시 부정된다. 뿐만 아니라 1948년 8월15일 이전의 역사는 물론이고 지역적으로도 북한과 단절되게 된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영토를 왜곡·축소·단절시키고, 헌법 정신을 유린하는 반헌법적·반역사적 의도가 '건국절' 주장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한국당과 바른정당 두 보수야당이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가운데 '건국절' 관련 부분에 유독 '발끈'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제헌헌법 전문에서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내용을 삭제시킨 박정희 군사정권을 떠올리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두 보수야당의 정치적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박정희 군사정권이다. 주목할 것은 제헌헌법에서 임시정부의 내용을 삭제시킨 박정희는 물론이고 정권의 주요 인사들 중 상당수가 친일인명사전에 등록돼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뉴라이트가 촉발시킨 '건국절' 논란이 청산되지 않은 과거인 '친일파'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류석춘 위원장 역시 뉴라이트 출신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뉴라이트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고, 이것이 국정교과서 추진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이런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당시 여당이었던 현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각계의 반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친일 미화와 역사 왜곡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던 이유 말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저들이 '발끈'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진행된 '과거사 바로 세우기' 작업에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들의 '발끈' 전략이 효과를 거둘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이미 건국절 논란의 본질이 대부분 밝혀진 데다 건국절을 주장하며 내세우고 있는 논리도 살펴본 바와 같이 조악하기 그지 없는 '모순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가만 보니, 두 보수야당이 시쳇말로 '죽을 쑤는' 이유를 이제 확실히 알겠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앞세운 '친일파'의 입장을 '건국절' 제정의 논리로 내세우고 있는 것부터가 국민정서와는 완전히 비켜나 있다. 헌법을 부정하면서 '건국절'을 주장하는 것은 작금의 시대정신에도 역행한다. 

시대적 요구인 적폐청산의 방점은 다름 아닌 헌법가치의 수복에 찍혀있기 때문이다. 국민정서는 물론이고 시대정신마저 잘못 읽고 있다는 건, 두 보수야당의 쉽지 않은 앞날을 예감케 한다. 가서는 안 되는 진창 길을 부득불 고집하고 있는 두 보수야당, 보면 볼수록 딱하고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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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yunjai.tistory.com BlogIcon 분도 2017.08.16 15:52 신고

    저 다카키 동상은 구미에 있는건가요?

  2.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7.08.17 05:46 신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국민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는 야당들인 것 같아요.
    에고고...ㅠ.ㅠ

  3.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08.17 08:24 신고

    저것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자들입니다
    그럼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 하게 됩니다
    대한제국 멸망후 1919년 정부 수립을 한게 당연히 건국을 한것입니다

  4. 어스름 2017.08.20 16:17

    모든 것을 제쳐두고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의 조치가 가장 시급한 일

  5. 2017.08.22 13:39

    8.15를 건국절로 한 것도 역시 친일파 짓이었나...

지난 12일 박 대통령은 광복 71주년을 기념하며 원로 애국지사들과 독립유공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광복군 출신의 독립운동가 김영관(92) 선생은 박 대통령의 면전에서 아주 의미심장한 인사말을 남겼다.

김관영 선생은 참석자들을 대표한 인사말에서 "대한민국이 1948 8 15일 출범했다고 이 날을 '건국절'로 하자는 일부의 주장이 있는데, 이는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김관영 선생은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사안"이라며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건국절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뒤를 이어 인사말에 나선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과 국민들을 비판했을 뿐 건국절 논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관영 선생의 작심 발언에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던 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축사를 통해 자신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김관영 선생의 묵직한 쓴소리는 무시됐고, 박 대통령은 건국절을 주장하는 뉴라이트의 손을 들어주며 '건국절' 논란을 부채질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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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8·15 광복절 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뉴라이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박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는 지난해의 판박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1948 8 15일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이라 지칭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를 통해 건국절을 재차 언급함으로써 92세 노병의 절절한 당부는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1948 8 15일을 건국절이라 언급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그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고,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명시된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는 이상, 1948 8 15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반헌법적이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사실은 1948 5 31일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이승만의 제헌국회 개헌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승만은 개헌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임시정부를 계승하고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30년에 정부가 수립되었다" 건국이 아닌 정부 수립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시 제헌국회에서 만든 헌법 전문에도 "우리들 대한민국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하고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적시하며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다고 못을 박았다.

또한 정부 수립 후 발간한 관보에서도 임시정부의 연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등 뉴라이트가 국부로 추앙하는 이승만조차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1919년부터 1948년까지의 대한민국 역사를 모조리 지워버리는 일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이는 반역사적이고 반헌법적인 인식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38선 이남으로 협소화되고 만다.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영토 조항을 다름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이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 오마이뉴스


건국절의 오류와 문제는 그 외에도 수두룩하다일본의 독도 야욕을 정당화시키는 합법적 근거가 된다는 점대한민국이 더 이상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해 일본에게 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는 점남북 관계가 단절되고 분단체제가 영구히 고착화된다는 점친일부역자에 대해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점대한민국을 건국 68년의 신생 독립국으로 전락시킨다는 점 등 갖가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그럼에도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일에 대통령까지 합세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폐일언하고, 박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로 재점화된 '건국절' 논란이 친일과 독재의 그림자를 역사에서 영원히 지우려는 특정세력의 숙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역사를 왜곡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의 역사인식을 고스란히 탑재한 박 대통령이 '건국절' 제정을 둘러싼 정치·역사적 의미를 모를 리가 없다는 의미다. 더우기 그는 학계와 교육계,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국절' 제정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퇴행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국정교과서를 부활시킨 장본인 아닌가.

대한민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대국민 선서를 한다


헌법 준수는 대통령으로서의 약속이면서 동시에 개인 '박근혜'의 의무다. 그러나 그는 역사적인 광복절에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고 위반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이 뿌리부터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누구 말마따나 '혼이 비정상'이지 않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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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6.08.16 08:41 신고

    오호 통제라...ㅠ.ㅠ

    슬픈 현실입니다.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6.08.16 08:45 신고

    보수와 독재는 비슷한말이 아니고 같은말입니다

  3. Favicon of http://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6.08.16 16:01

    초헌법적인 존재이십니다.
    정권을 바꿔 반드시 갚아줘야합니다.

  4.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6.08.16 23:37 신고

    잠을 못 이루겠어요.........

  5. 하모니 2016.08.17 18:35

    정부와 국가를 구분도 못하는 무식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6. Favicon of https://metaphoric.tistory.com BlogIcon 배종진 2016.08.18 11:24 신고

    역사상 이렇게 국민의 의견을 개무시하고 듣지않는 대통령이 있었나요?
    정말 고집으로 똘똘뭉친 욕심많은 할머니 같습니다.

  7. Favicon of https://sameworld.tistory.com BlogIcon 차포 2016.08.18 12:40 신고

    1919년 부터로 시작하면 북한이라는 나라는 우리가.인정을 하면 안되는거 아닌가요? 중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 하지.않듯이 말압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은 누가 돠어야 하나요? 1919년 임시정부 수립시 정부 수반을 초대 대통령으로 봐야 하는건가요? 머리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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