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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담배 이어 술까지? 서민들이 봉입니까?

새해 1월 1일을 기해 담뱃값이 무려 2000원이나 인상됐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오른 것은 담뱃값이 아니라 정확히 말해 담뱃세다. 지난 대선 즈음부터 증세는 없다는 신비한 주술로 톡톡히 재미를 본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그동안 담뱃세 인상이 증세로 인식되는 것을 우려해 담뱃값이 오른다는 유언비어를 마구 퍼트려 왔다. 그래서인지 담뱃값 인상의 본질을 여전히 모르고 있는 국민들이 상당한 것 같다. 


담뱃값에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연초안정화부담금, 폐기물부담금 등의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붙는다. 기존의 2500원을 기준으로 하면 담뱃값의 62.6%가 세금과 부담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담뱃값에 비해 세금이 지나치게 많이 책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 2000원의 담뱃세를 인상하면서 개별소비세 마저 신설했다. 이렇게 신설된 개별소비세로 거두어 들인 세금 중 1조7018억원이 중앙정부로 귀속된다. 정부는 가만히 앉아서 2조에 가까운 세수를 벌어 들이는 셈이다. 





정부의 담뱃세 인상과 관련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지난해 10월 10일 정부의 공식발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분석결과를 토대로 이번에 오른 담뱃세 인상액 중 73.4%가 중앙정부의 몫으로 돌아가고 지방정부와 교육청으로 돌아가는 몫은 각각 17%와 9.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개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 증액분이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이전되어 지방 재정 상황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가식적인 것인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더니 정부가 하는 짓이 딱 그 짝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오른 것은 담뱃값이 아니라 담뱃세다. 게다가 정부가 증세, 그것도 다수 서민들이 즐기는 담배를 타겟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는 명백한 서민증세다. 정부가 아무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들 이번 담뱃세 인상이 세수확보차원에서 이루어진 서민증세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국민들의 건강증진차원에서 담뱃세를 인상했다고 말하고 있다. 참을 수 없는 뻔뻔함이다. 정부의 태도 속에서 염치를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난 2005년 당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는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담뱃값 500원 인상에 대해 서민가계부담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 담뱃값 인상으로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며 참여정부의 담뱃값 인상에 대해 맹비난 한 바 있다. 기껏 500원 인상에 국민이 절망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성토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에 성공하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려 2000원이나 담뱃세를 인상해 버렸다. 우리는 무도하기 그지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율배반을 반드시 기억해 후대에 전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사람이 염치를 잃어버리면 못할 짓이 없다. 게다가 이미 한 번 해보았으니 그 다음은 더욱 꺼릴 것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정부가 담배에 이어 술값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형표 복지부장관은 지난 7일 의료계의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담뱃값 인상 다음이 술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미 지난해 담뱃세 인상 논란이 불거졌을 때 술값 역시 함께 논의된 바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정부의 입장은 이전보다 분명해졌고 훨씬 과감해졌다. 담뱃세를 인상한 마당에 이참에 술값까지 올려 부족한 세수확보에 나서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술값 인상계획을 넌지시 흘리며 정부는 이번에도 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다. 현재 술값에는 주세, 교육세 등의 세금이 5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여기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해 술값을 인상함으로써 금주 효과를 낼 수 있고, 거두어 들인 재원으로 알콜중독 치료와 예방에 사용하면 사회공익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담뱃세 인상과 마찬가지로 술값 인상의 핵심이 증세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담배에 이어 술까지 이번에도 증세의 타겟은 대다수 서민들을 향하고 있다.


필자가 분노하는 것은 증세는 없다던 정부의 발바꾸기 때문이 아니다. 부족한 세수확보를 위해 증세는 불가피한 부분이다. 많은 국민들이 증세의 불가피함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증세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협조와 이해를 구하는 대신 갖은 위선과 거짓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중이다. 겉으로는 증세는 없다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서민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증세의 방법이다. 


정부는 재벌과 부자, 기득권을 위해 재산세, 소득세, 법인세 등의 직접세는 건드리지 않은 채 세수확보에 용이하고 서민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담뱃세, 부가가치세 등의 간접세만 올리는 방식으로 증세를 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서민증세는 아니다, 재벌감세가 아니다" 따위의 뻔한 거짓말과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세와 주류세를 올리는 것"이라는 위선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 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모습인가. 





이 정부는 자신들이 잘못해서 벌어진 일을 서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에 아주 이골이 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자방 비리로 거덜난 나라 곳간을 서민증세를 통해 채우고, 4대강 사업으로 천정부지로 늘어난 수공의 부채는 물값인상으로 막겠다는 식이다. 소득 분배의 불균형의 정도를 나타내는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OECD 31개국 중 30위에 불과하면서, 이 정부는 서민들의 조세부담만 가중시키는 서민증세가 국민들을 절망보다 더한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힘없는 서민들을 '봉'으로 '졸'로 여기는, 그 옛날 누군가가 했던 그 말 그대로 참 나쁜 정부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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