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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40% 붕괴의 의미

체감온도란 바람과 한기에 노출된 피부가 열을 빼앗기면서 느끼게 되는 추운 정도의 지수로, 실제온도보다 낮게 나타난다. 영하 10도는 족히 되보이는 매서운 날씨의 실제온도가 영하 2~3도 안팎에 머무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순전히 바람의 영향 탓이다. 한기를 머금은 바람이 거세게 불면 불수록 체감온도와 실제온도의 차이는 점점 커지게 된다. 


주로 일기예보나 기상정보에 등장하는 용어인 체감온도가 정치의 영역에도 사용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다, 라고 생각한다. JTBC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성인남녀 8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국정 운영 만족도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만족한다라는 의견이 38.4%, 불만족이 55.1%로 나타났다. 





조금은 놀랍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만족하고 있는 사람이 40%에 가깝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체감온도 상으로만 보면 그보다 훨씬 더 낮게 나타나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실제온도는 체감온도와 역시나 많은 차이가 난다. 이같은 결과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조금 덜어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의 변치않는 충성도를 감안하고 본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과다. 


사실 독단적이고 독선적이며 권위적인 국정운영, 끊이지 않는 인사잡음,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무능과 무책임에 이어 정윤회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박 대통령은 지난 한 해 동안 국정 최고통수권자로서 최악의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40%에 가까운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만족하고 있다. JTBC의 여론조사 결과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걸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만족도와 지지율 가릴 것 없이 40%가 의미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 이 수치는 박근혜 대통령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51.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냉정하게 말해 겨우 과반을 넘긴 수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는 48%의 국민들을 적으로 돌려 버리는 엄청난 악수를 두고 말았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을 끌어 안고 포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박근혜 대통령은 그들과 과감하고 단호하게 결별을 고했다. 


대통령제 하에서 국민들의 지지와 동의는 원활한 국정수행을 위한 구심점으로 기능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국정 운영은 끊임없는 난맥과 암초에 걸리게 되고 결국 표류하거나 좌초할 수 밖에는 없다. 역대 정부를 보더라도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구하지 않는 일방적인 국정운영은 국민들의 반대와 저항에 부딪혀 언제나 실패로 끝을 맺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년 동안 보여주었던 국정 운영의 모습들은 실패로 끝났던 역대 정부의 전철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21세기의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권위주의적인 국정운영, 말과 행동이 다른 표리부동한 모습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무능과 무책임,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구시대적인 이념공세 등 냉정하게 말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년 간의 국정운영은 낙제점에 가깝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던 모습들과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같은 모습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등을 돌리는 것는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중도층은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영남권에서도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한국 갤럽이 지난해 12월 19일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37%까지 떨어졌다. 철옹성과도 같았던 마의 40%대가 허물어진 것이다. 특히 이 조사에서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높아 이 지역에서 조차 민심이반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 역시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헌재의 판결 이후인 12월 22일 발표한 국정 수행 지지도는 그 전주보다 겨우 0.2% 상승한 39.9%를 기록했다. 새해를 맞아 실시한 JTBC의 조사결과도 이같는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40%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인 40%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게다가 언급했듯이 절대적 충성도를 보여 왔던 대구•경북, 부산•경남에서의 지지층 이탈도 이루어지고 있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앞날에 시커먼 먹구름이 드리워 있는 것이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의 특성상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국정 운영을 주도할 수 있는 마지막 해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난 2년을 무기력하게 날려 버렸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올해가 국정의 주도권을 가지고 국정과제들을 추진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다. 


그런데 국정 운영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 할 수 있는 민심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완전히 멀어졌다. 물론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지지층 이탈이 세월호 참사와 비선실세 논란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 있고, 중도층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돌아설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드러난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해온 보수층에서 조차 비판하고 있는 독단과 독선, 오만과 불통의 모습이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폐쇄적인 국정 운영이야말로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에게 비판받아 온 박근혜 대통령의 고질적 병폐였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비선실세 논란과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응하는 모습에서 보듯 이같은 모습은 점점 더 공고해 지고 노골화되어 가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미 돌아선 민심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말 세간에는 "북한은 못하는 것이 없고, MB는 안해본 것이 없고, 박근혜는 할 줄 아는게 없다"라는 우스갯 소리들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런 흐름으로 올 한 해 마저 흘러간다면 저 우스갯 소리가 현실로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필자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40% 붕괴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수치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지 못하는 국정 운영은 결국 정권의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만 한다. 


체감온도로 보자면 민심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환골탈태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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