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는 지난주 정가의 주된 화두 중 하나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냐 국민의당이냐, 아니면 무소속 연대를 이끌 것이냐를 두고 장고해 왔던 그는 결국 국민의당을 선택했습니다.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하자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력과 야권 특히 호남 정치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을 고려해 볼 때 이는 당연한 반응들입니다.
정동영 전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는 많은 정치적 함의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당장 국민의당으로서는 교섭단체 실패와 당 지지율 급락, 그리고 당 내부 갈등으로부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정동영 전 의원의 입장에서도 총선 체제를 구축하며 안정세를 타고 있는 더민주에 합류하는 것보다 국민의당에 입당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당내 입지를 구축하기에 훨씬 유리합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정동영 전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착지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매우 실리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호남지역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국민의당에게 전북지역의 맹주 정동영 전 의원은 천군만마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동영 전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가 서로에게 '윈-윈'인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입니다.
ⓒ 전라일보
그런데
이 조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딘가 상당히 어색하고 기이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동영 전 의원과 국민의당 사이의 정치적 노선과 철학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겁니다. 미국 유학의 각성(?) 이후 정동영 전 의원은 투사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는 민생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누구보다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정치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덕분에
그는 개혁적 진보 정치인이라는 수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정치적 이념은 중도 보수에 가깝습니다. 국민의당은 '이승만 국부 발언', '햇볕정책 실패'
등 극심한 당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며 새누리당을 대체할 보수정당이 출현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정치 지형을 바꾸겠다며 진보 대안정당인 '국민모임'을 이끌었던 정동영 전 의원과 국민의당은 정치적 이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전 의원은 노선과 철학, 이념의 괴리를 넘어 국민의당에 합류했습니다. 어쩌면 그는 국민의당의 이념적 보수성을 무너뜨릴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선의에 의한 가정일 뿐이며, 그의 장미빛 이상은 이미 국민의당 내에서 계파 갈등과 패권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그보다는 현실적인 욕구와 욕망이 결합된 정치공학에 의한 결정이라는 추론이
훨씬 더 설득력을 얻습니다.
ⓒ 한국일보
정치인의
생명은 명분에 달려 있습니다. 명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정치적 판단의 당위가 결정됩니다. 그런 면에서 정동영 전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와 이후의 행보들은 명분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는 요즘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치적 발언을 참아왔던 울분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작심 발언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발언이 모두 자신의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격입니다.
정동영
전 의원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이 악에 받친 독설이 곱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결국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겪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야권분열을
이끌고 있는 정당에 DJ와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에 불과합니다.
DJ와 노무현의 적통을 잇겠다면서 그들의 정신을 호남지역에 옭아 매려는 시도부터가 이율배반입니다. DJ와 노무현의 이름을 거론하려면 '야권심판', '전북정치 복원', '호남정치 부활'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야권단합'과
'지역주의 타파'를 외쳐야 하는 것이죠.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공동대표는 과거 정풍운동을
주도했던 주역들입니다. 정풍운동 당시 개혁과 혁신을
외치며 동교동계의 축출에 앞장 섰던 두 주역이 이제는 자신들이 구태라 낙인찍었던 노병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보다 더한 코미디가 어디에 있을까 싶습니다. 이 볼쌍스런
장면 하나만으로도 국민의당에 합류한 정동영 전 의원의 '명분없음'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 SBS 뉴스 화면 캡쳐
현재 야권은
분열 때문에 커다란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총선에서 야권이 패배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DJ와 노무현의 적통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적군이 아닌 아군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이 모습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정동영 전 의원이 두 전직 대통령의 적통을 자처한다면 그에 합당한 모습을 보여야 마땅합니다. 다시는 관악을 재보선의 끔찍한 악몽이 재연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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