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무상급식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경상남도는 지금 당장 무상급식 지원을 원상복귀할 것"
이는 보편적
복지에 목을 매는 야당이나 시민단체, 국가재정을 파탄내려
하는 종북좌파들의 주장이 아닙니다. 경남도의 무상급식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4.13 총선에 나선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입니다.
놀라운
장면입니다. 저들이 불과 얼마 전까지 무상급식을 향해
'무상파티', '재정파탄', '빚잔치',
'국가부도'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았던 정당의 후보들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무상급식 중단에 동조했던 저들이 하룻밤 사이에 무상급식 원상복귀로 입장을 선회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 오마이뉴스
경남도는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최초로 무상급식을 중단시킨 곳입니다. 도민의 2/3가 반대하는 사안이었음에도 홍준표 지사는 어떠한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무상급식 중단을 결정해 버렸습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절차와 과정, 도민의 주권을 무시한 권력남용이자 월권입니다.
그러나 도민의 의사를 짓밟은 것은 홍준표 지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새누리당이 장악하고 있던 경남도의회는 홍준표 지사의 돌격대를 자처했습니다. 그들은 무상급식을 중단하고 이를 대체할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켜 주었습니다. 권력남용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가 권력의 거수기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사라진 의회의 전횡은 이처럼 언제든 시민들의 목을 조르는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이어 무상급식 중단까지 홍준표 지사와 경남도의회는 두번씩이나
도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경남도의 사례는 이 나라 지방자치가 얼마나 척박하고 천박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나 다름 없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홍준표 지사는 도민의 절대다수가 반대한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고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적어도 경남도에서는 정치적 논란과 정치적 심판은 별개라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결과입니다. 눈엣가시같던 무상급식을 독단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이같은 변치않는 지역민심에 대한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겁니다.
시간이 가면 논란은 사그라들 것이고 대중은 망각에 익숙합니다. 정치판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정치인인 홍준표 지사가 이를 모를 리가 없습니다. 더구나 그는 누구보다 대중 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탁월한 감각의 정치인입니다. 중앙정치무대에 몸을 담고 있었을 당시 그가 쏟아낸 대중 선동적인 수사들은 괴벨스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대중들은
정치인이 작심하고 생산해낸 부정의 언어에 대단히 취약합니다. 언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부정의 언어들은 진실을 집어삼키는 강한 휘발성을 갖게 마련입니다. 논란을 증폭시키고 그를 통해 진실과 본질을 희석시키면 결국 이미지만 남게 되는 것이죠. '아방궁', '강성노조', '해방구', '국가파탄', '무상파티' 등은 모두 그렇게 만들어진 마타도어들입니다.
ⓒ 오늘신문
그러나 거칠 것이 없어 보였던
홍준표 지사가 한가지 오판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들의 존재입니다. 무상급식 중단에 경남도의 엄마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그들은 곳곳에서
무상급식 중단 반대 시위에 나서는 한편, 홍준표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36만명의 서명을 받아 이를 경남선관위에 제출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지역민심이
확연히 돌아선 것입니다. 이 모습은 진주의료원 폐업
당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 예비 후보들에게 홍준표 지사를 향한 도민의 분노는
일종의 풍향계나 다름이 없습니다. 민심의 방향이 바뀌었으니 바람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때 아닌 무상급식 원상복귀 주장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불거져 나왔습니다. 그들이 '정치꾼'이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 오마이뉴스
정치인들이 원칙을 뒤집고 말을 바꾸는 모습은 우리 정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장면입니다. 그때마다 대중들은 비난을 쏟아내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분출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중의 비난과 분노는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우리 정치가 저렴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꾸며 유권자를 우롱해도 계속해서 찍어주는 한 저들의 못된 습성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변치않는 지역민심이 홍준표 지사의 독단과 독선을 이끌어내고, 경남도의회의 폭거와 전횡을 유발시켰다는 사실을 경남도민들이 이번에는 부디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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