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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테러방지법,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이유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어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것입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북핵 실험 등으로 야기된 한반도 긴장 상태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라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직권상정이 불가피했음을 피력했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자 야당과 시민시회는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특히 야당은 본회의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들어갔고 여당은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입니다. 도대체 테러방지법이 무엇이길래 47년 만에 필리버스터까지 등장하게 된 것일까요?



ⓒ 오마이뉴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테러방지법은 법안의 특성상 세밀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한 법안입니다이 법안이 통과되면 테러 용의자에 대한 감청과 계좌추적이 가능해 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가 국정원이라는 사실입니다. 가뜩이나 통제와 감시가 불가능한 국가기관이라 비판받는 국정원이 이 법안으로 인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야당과 시민사회가 테러방지법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 법안이 국정원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이미 국정원은 불법대선개입과 민간인 불법사찰 등으로 선거개입과 인권침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조직입니다. 결국 테러방지법이 우리가 알고 있는 '테러방지'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합니다.

물론 대통령과 정부여당, 그리고 국정원은 이같은 세간의 의심에 대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하루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법안의 통과를 위해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언론을 동원해 여론을 움직이고, 야당을 향해서는 테러가 발생하면 책임질 것이냐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 오마이뉴스


테러방지법을 보면 오버랩되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종편이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미디어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는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무너지고 정부의 언론 장악이 노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반대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방송사를 겸업할 수 있는 신문사가 조선중앙동아일보로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정치 사회적 이슈가 그들의 입맛대로 변질될 것이라 우려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야당과 시민사회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그들은 경제적 측면과 함께 보도채널을 증가시켜 다양한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급기야 한나라당은 60%가 넘는 시민들이 반대하던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당시 야당과 시민시회가 강력하게 반대했던 미디어법이 통과된 후 대한민국의 언론 환경이 어떻게 변했을까요?

이 법안의 의도가 '테러방지'가 아닌 다른 부분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심이 가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테러에 대비해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기구인 '국가테러대책회의'가 존재합니다. 법률상 반기에 1회씩 정기회의를 열도록 되어 있는 이 기구의 의장은 국무총리입니다. 그런데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 기구의 존재 여부와 자신이 의장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장면입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대통령과 정부가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인용하는 IS 파리테러 사건과 인천공항 밀입국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국가테러대책회의'를 단 한차례도 소집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정부는 법률에 의거해 테러와 관련된 대책을 마련하는 기구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있는 기구도 활용하지 못하는 무능하고 태만한 정부에게 테러방지법이 왜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상에 버젓이 놓여 있는 참고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새 참고서를 사달리고 떼를 쓰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 참여연대


테러는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입니다. 당연히 철저히 대비해야만 합니다. 테러를 방지하는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대단히 높은 법안입니다. 따라서 보다 면밀한 토론과 공론화의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거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서 해결할 사안이 아닌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테러방지를 위한 체계와 시스템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던 '국가테러대책회의'도 있고 국정원에서도 테러관련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자고로 서툰 목수가 연장 타령을 한다고 했습니다. 국가 차원의 테러방지 기구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할 생각은 않고,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시키자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의도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만약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어 정보수집권과 조사권, 감청권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고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테러방지법을 밀어붙인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과연 책임을 질까요? 당연히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지금껏 그래왔으니까요. 테러방지법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면 안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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