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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반도 사드 배치, 누구를 위함인가!

설 연휴에 발사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이를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고, 정부는 한반도 안보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강력한 대북제제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민족의 명절인 설 연휴에 강행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대한민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 들었다. 적어도 주류 언론과 정부여당, 군 당국의 반응을 보면 그렇다.



ⓒ 뉴시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그와는 대조적이다. 시민들 대부분은 차분하게 일상적인 명절 연휴를 보내고 있다. 공원묘지는 성묘객들로 붐볐고 역전과 터미널 등은 귀성객들로 북적거렸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도심 거리는 한산했고, 대목을 맞은 극장가와 스키장 등에는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동요하지 않고 일상을 살고 있었다.

북한이 핵실험이 강행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살 떨리는 위협을 가한다 해도 시민들은 이처럼 별 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다. 물건을 사재기한다거나 사회 전체가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여 동
요하던 모습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무엇이 시민들을 이처럼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그들은 어떻게 차분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익숙해진 탓일 수도 있고, 북한의 행위가 전쟁이라는 극단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낙관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취해왔던 언론과 정부의 속성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보수 일각의 주장처럼 시민들 전체가 집단적인 안보불감증에 빠져 있서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이유야 어쨌든 주류 언론과 정부여당, 그리고 군 당국이 극도의 불안을 조성하고 있음에도 시민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대응하는 두 부류의 양상은 이처럼 확연히 다르게 표출된다. 




ⓒ 글로벌이코노믹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ABC, CNN 등은 북한이 발사한 것이 로켓이 아니라 위성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미사일 발사와 지난달 6일 있었던 수소폭탄 실험과의 연관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대북제재 일변도의 대북 정책에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관건은 역시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다. 최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제의했다가 미국과 중국의 거부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정부과 과연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박근혜 정부가 꺼내든 것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다. 정부의 대응은 예상으로부터 한치의 어긋남이 없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결국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THAAD(사드)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무기체계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ce'의 약자인 사드는 'Terminal'이라는 단어가 핵심인 방어 수단이다. 즉 사드는 발사된 후 대기권을 뚫고 지나가는 미사일이 다시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인 'Terminal' 단계에서 요격시키는 시스템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의 타격 목표가 주일미군 기지나 괌 또는 하와이를 비롯한 미국 본토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사드가 대한민국에 배치된다 해도 이를 통해 반사이득을 얻는 것은 결국 미국과 일본이지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뜻이다.



ⓒ 국민일보


게다가 사드는 아직 성능이 완전하게 검증되지 않은 방어 체계다. 11번의 요격 실험을 성공했다고 해도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은 데이터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1개 포대 가격이 무려 1 5천억 원이나 되는 사드를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1만원짜리 USB 95만원에 구입했던, 정신나간 국방부나 할 짓을 이 정부가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한반도 안보 위기상황은 언제나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이득을 얻어 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결국 사드 배치를 통해 이득을 얻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보수결집이 절실한 현 집권세력과 미국의 군수산업체그리고 재무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일본의 보수우익 정권 밖에는 없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이 사드 배치로 얻게 되는 실익은 거의 없다. 오히려 한반도의 사드 배치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부터 미국과 일본을 보호해 줄 전진기지를 우리 정부 스스로가 제공해 주는 것이고, 한반도를 중국과 러시아미국과 일본 등 열강들의 군사적 각축장으로 만드는 무모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 글로벌이코노믹


정부와 주류 언론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 극도의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 대부분은 평온을 유지한 채 일상의 모습을 영위했다. 이는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지난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시민들에게 자각 능력이 생긴 탓일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과거의 구습대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현 집권세력과 주류 보수언론, 그리고 이들과 발맞춰 구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에 해당한다. 그들은 북한이라는 상수를 통해 어떻게든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 안달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도 그들은 여전히 시끄럽고 분주하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시민들에 비해 그들의 사고와 인식은 아직도 20세기의 냉전시대에 머물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로 남아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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