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터넷언론인 협동조합
지난 3일 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광화문 광장 입구에 있는 세월호 광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그러나 이날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차가웠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들을 무심히 지나쳐 갔고,
현장의 분위기는 매서운 날씨만큼이나 쌀쌀했다는 후문이다. 시민들은 왜 그들을 냉정하게
대했던 걸까. 그 실마리는 안철수 대표의 지난 행적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안철수
대표가 서 있었던 곳은 세월호 광장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안철수 대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단 한번도 시민들과 함께 한 적이 없었다. 숨이 턱 막힐 것 같던 뜨거운
여름에도, 살을 에는 듯한 시린 겨울에도 그는 광장을 외면했고 함께 해 주기를 원했던
시민들의 손을 뿌리쳤다. 그랬던 그가 창당을 하자 마자 세월호 광장을 찾은 것이다.
그의 행보가
씁쓸해 보였던 것은 그 속에서 기회주의자의 면모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원할 때는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그는 정작 자신이 필요하니까 광장에 모습을 내비쳤다.
나는 이 모습을 기회주의로 밖에는 해석하지 못하겠다. 시민들의 매몰찬 반응은 그에게서
풍기는 정치공학적 기회주의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감일 것이다.
ⓒ 뉴스1
기회주의자는
상황에 맞추어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을 취사선택하는 사람을 말한다. 안철수 대표는 기회주의자인가? 물론 단정할 수는 없다. 세월호
광장을 찾은 안철수 대표의 모습만으로 그를 기회주의자로 규정짓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그럼 이 모습은 어떠한가.
최근 안철수 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경제토크 콘서트에서 '제 2의 샌더스가 되겠다'며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고 소외된 80%의 국민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미국 대선
레이스와 맞물려 샌더스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하나의 현상으로 굳어진 샌더스 열풍은 미국 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샌더스 열풍의 핵심은 극단에 이른 소득 불균형과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독소를 제거하는 것에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안철수 대표와 샌더스의 공통 분모를 찾을 길이 없다. 사지 멀쩡한 인간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저 둘의 공통점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사상과
철학, 가치관과 노선, 사회경제구조를 바라보는 태도, 실질적인 정책과 공약에 이르기까지 닮은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는
데도 안철수 대표는 '제 2의 샌더스가 되겠다'고 말한다. 대체 이 밑도 끝도 없는 호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무소속 신분임에도 야권연대를 위해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샌더스를, 당을 박차고 나가 딴살림을
차린 후 야권연대는 없다고 선언한 자신과 비유하는 것도 생뚱맞기는 매한가지다.
ⓒ 민중의소리
안철수
대표가 샌더스가 되고 싶다면 샌더스 열풍의 원인과 그 본질을 직시하고 이를 자신의 정치적 이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고착시키는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한 방법적 고민과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여준 안철수 대표의
모습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샌더스 비유가 뜬금없이 세월호 광장을 찾은 것만큼이나 어색하고 불편했던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가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이유는 기성 정치가 너무도 못났던 탓이었다.
기득권에 안주하고 구태를 반복했던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과 혐오가 안철수 현상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안철수 대표를 정치판으로 소환했던 것이다. 그러나 기성 정치에
발을 들인 이후 그가 보여준 모습들은 국민의 기대와 바람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정치불신과 혐오에 편승한 기회주의적 양비론 정치, 애매모호한 신기루
정치로 일관하며 수많은 야권 지지자들의 어이를 상실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정치공학에 능통한 정치인이 여전히 중도개혁가로 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 현안마다 기회주의에 편승하며 본질을 비켜갔던 정치인이 정치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는다. 보수주의자의 관점과 철학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미국 상원 유일의 사회주의자이자 50년 가까이
진보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투쟁해 왔던 샌더스가 되겠다고 대중들을 현혹시킨다. 우리 정치의 비극은 어쩌면
바로 이와 같은 기회주의에 있는지도 모른다.
ⓒ 연합뉴스
안철수 대표는 절대로 샌더스가 될 수 없다. 그가 샌더스가 되려면 그의 철학과 사상, 당의 정강 정책을 죄다 뜯어 고쳐야 한다. 합리적 개혁이니,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실사구시의 정신이라느니, 공정성장이니 따위의 말의 성찬에서 벗어나 80%를 위한 실직적인 대책과 대안을 말해야 한다. 네거티브를 하지 않아야 하고, 선거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기업과 재벌, 기득권이 아닌 사회적 약자와 소외층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과연 안철수 대표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역대 정권 중 가장 부도덕한 정권이라 평가받는 이명박 정권의 캐치프레이즈조차 공정사회였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의 척도는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에 달려 있다. 안철수 대표가 제 2의 샌더스가 되고 싶다면 말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다. 그것이 결여된 다짐은 공허하고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사라져야 할 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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