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인 2013년
5월 1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게시판과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
SNS에서는 인기 걸그룹 '씨크릿'의 멤버
효성양이 라디오 방송에서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되며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녀는 SBS 라디오 '촤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팀원들의 팀웍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네티즌들은 효성양의 발언에서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는 부분을 문제삼고, 그녀가 일베유저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민주화'라는 용어가 '반대하다',
'없애다', '싫다' 등의 나쁜 의미로 사용되는 일베의 은어였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효성양은 사과와 함께 '민주화'라는 의미가 그런 의미인지 몰랐다는 해명을 했습니다.
필자가
효성양이 일베유저인지 아닌지를 알 방도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일베가 사용하고 있는 사물과 현상,
심지어 역사에 대한 왜곡이 우리사회에 이렇듯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2년 전 효성양의 발언으로 촉발된 일베 논란은 잘못 주입된 인식이 얼마나 커다란 사회악으로 작용하는지 확인시켜준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효성양이 '민주화'라는 단어에 숨어있는 피의
역사와 희생의 역사를 알고 있었다면 감히 저런 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요. '민주화'라는 단어가 이렇게나 부정적이고 악의적으로 왜곡되어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현기증과 함께 구역질이 올라옵니다.
그로부터
다시 2년이 지났습니다. 숭고한 '민주화'의 의미를 잔인하게 '민주화'시켰던 일베는 그때보다 더 몸집을 불리고 더 기세등등해 졌으며, 더 대담해 졌고 더 뻔뻔해 졌습니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김치녀', '홍어' 같은 쓰레기의 언어가 창궐하고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망언과 망동들이 서스럼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시절의 편향되고 왜곡된 역사교육을 받아왔던 기성세대 조차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받아들이지 '폭동'으로 인식하지는 않습니다. 이를
'폭동'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는 아마 지독한 정치적 편향성에 젖어 있는 인물이거나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하려는 망상가일 겁니다.
일베는 '5•18'을 '폭동'이라 당당히 규정하고 이를 꺼리낌없이 사용하는 곳입니다. '민주화'의 의미가 왜곡되어 사용된 것과 마찬가지로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입니다. '4•19'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의
목숨이 희생된 숭고한 민주주의의 역사가 처참하게 강탈되는 장면입니다. 날강도의 언어가 따로 없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일베에게 나타나는 정치적 편향성입니다. 일베에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와 대척점에 있던 인물들이 하나같이 찬미의 대상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의 파괴자들이 이 곳에서는 영웅이자 숭배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했던 인물들을 추앙하는 곳이라면 '민주화'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일베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인륜과 천륜마저 부정하는 반사회적 사이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각계각층에서 일베에 대한 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그 유해성과 폐해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정부의 입장이 궁금해집니다. 민주주의를 절대가치로
추구하는 민주공화국에서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폄하와 왜곡이 기승을
부린다면 이보다 더한 반민주적이고 반체제적이며 반국가적인 일이 또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민주주의를 지키고 수호하는 일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수수방관 요지부동입니다. 오히려 정부기관과 집권여당의 태도는 저들이 일베와 한통속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마저 품게 만듭니다.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국정원은 안보특강에 일베를 초청하는가 하면, 집권여당의 모 국회의원은 일베를 20대 우파라고 규정합니다. 초록은 동색임을 입증한 국정원이나, 이 땅의 우파들을 일순간에 모욕한 국회의원이나 딱하기가 이를 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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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있는
일반시민들의 눈에는 건전한 사회를 좀먹는 무리들로 인식되고 있는 일베가 국정원과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의 눈에는 다르게 비춰지고 있습니다. 이 극명한 괴리는 일베가 이 땅에서 기승을 부리는 본질적인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현재 일선교사들은 일베하는 중고등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훈육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일베의 언어와 사고체계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에게 교육현장은 혼돈과 혼란의 공간일 뿐입니다. 일베에서 역사를 배운 학생들이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의 만행과 과오를 여과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도덕과 윤리가 실종된 일베 문화에 젖어있는 학생들이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을까요. 일선교사들의 고충은 일베가 음지가 아닌 양지로,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섰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일베를 통해 잘못된 인식과 가치관을 주입받은 청소년들이 올바르고 합리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더 두렵기만 합니다.
교육부는
무너진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며 온갖 처방을 다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아무리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 한들 일베같은 청소년 유해사이트가 버젓이 기승을 부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아마도 백약이 무효일 겁니다. 일베하는 중고등학생들이 확산되고, 교실에서 자랑스럽게 '일밍아웃'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교육부는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고 있습니다. 이 나라 교육부는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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