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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베가 보수? 하태경의 주장은 틀렸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3일 만에 입장을 바꾸게 만들었을까. 지난 6일 일베의 폭식 퍼포먼스를 두고 "지난 번엔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찢더니 이제는 단식 현장 앞에서 식사 퍼포먼스? 제발 찌질이 짓 좀 그만 해라. 보수얼굴에 먹칠 좀 하지 말고"라며 쓴소리를 퍼부었던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이번에는 일베를 20대 우파로 규정하면서 아직 (그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태경 의원의 입장 번복으로 일베는 불과 며칠만에 찌질이에서 청년보수 액티비즘의 상징으로 도약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찌질이' 발언으로 일베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은 하태경 의원이 일베의 광폭한 테러리즘에 겁을 먹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주특기인 '변절'이 이번에도 한 몫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베가 청년보수 액티비즘으로서의 희망이 있다는 그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과연 일베를 보수로 규정할 수 있을까.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다양한 방법론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 사회체제의 변동성에 대한 입장을 놓고 본다면 보수는 기존사회체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을 도모하는 안정성에 무게중심을 둔다. 급속하고 급진적인 사회변동을 지양하는 한편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베는 어떨까. 이들에게서 일반적인 보수주의의 가치들을 발견해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베는 보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돌연변이이자 변종들일 뿐이다. 보수라는 외피만 걸치고 있을 뿐 그 외피를 덜어내고 나면 보수적 가치의 프레임 안에 일베가 거할 자리는 손톱만큼도 없다. 





단순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출발해서 이제는 범사회적 골치덩어리로 전락한 일베는 독일의 '네오나치'와 아주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를 추종하며 '하켄크로이츠'를 외치는 '네오나치'들과 학살자이자 독재자인 전두환을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일베는 닮아도 너무 닮았다. 극우적 민족주의로 무장한 '네오나치'가 인종차별과 극단의 폭력을 동반한 광기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베 역시 특정 지역, 특정 정당, 특정인을 향해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을 난사한다. '네오나치'가 과거의 독재와 군국주의를 찬양하고 그 시절로의 회귀를 염원하는 것처럼 일베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시절을 미화하는 한편 그 시절을 무비판적으로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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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베의 어떤 면이 하태경 의원에게 보수적 무브먼트를 느끼게 해 준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일베가 우파 운동의 사회적 흐름으로 사회구성원들로부터 공인받기 위해서는 하태경 의원 자신이 지적한 것처럼 적어도 내부적으로 그들 자신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과 성찰, 혁신이 필요하고, 외부적으로 사회시스템과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치열한 학습과 논쟁이 수반되어야 한다. 운동권 출신으로서 치열한 노선투쟁을 거쳐 사회변혁을 위해 주체사상까지 두루 섭렵했던 하태경 의원이기에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베에게는 이같은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극단적인 폭력과 광기, 사회와 인간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냉소, 증오와 미움을 통해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유발시키고 있는 일베를 청년 보수운동으로 격상시킨 그의 변죽이 놀랍다. 


새누리당의 하태경 의원은 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를 지낸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이다. '통일의 꽃'으로 불렸던 민주당 임수경 의원과의 '변절자' 논쟁이 화제가 될  정도로 학생운동에 매진했던 열혈청년이었다. 이 글에서 그의 정치적 선택에 대한 시시비비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가 참칭하고 있는 보수에 대한 편견과 오용에 대해서 만큼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필자는 이 땅에 과연 진정한 보수가 있는지가 정말 의문이다. 사이비 보수들로 인해 자신들의 명예와 품위가 땅에 떨어지고, 품격이 처참하게 망가졌는데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자존감은 물론이고 빛나는 보수적 가치들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에도 움직임이 없다는건 이 땅에 진정한 보수들이 없거나 보수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무지 혹은 오해가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필자는 후자 쪽에 더 무게를 둔다. 보수우익으로 포장되어 반세기가 넘게 집권해온 특정집단에 의해 대한민국 보수에 대한 정의가 완전히 새롭게 가공되어 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으로 보고 있다. 정치사회학적으로 보면 수구로 정의되어야 마땅한 정치집단이 보수로 규정되면서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태경 의원의 이번 발언도 결국 그 연장선상으로 보면 틀림이 없다. 


물론 보수적 가치는 그 해석이 다양하고 분분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국가와 민족을 최상위의 가치로 두고 체제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사회문화적 전통과 풍습을 지키려는 흐름을 지칭한다고 볼 때, "살아있는 노인의 99%가 친일을 했다"며 친일행위를 옹호했던 하태경 의원이나 식민지근대화론에 입각해 일본제국주의를 미화하고 이승만 박정희 군사독재시절을 미화하는 역사교과서를 출판하려는 정부여당, 시대적•사회적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택배가 왔다"느니 "그만 죽으라"느니 따위의 인륜을 저버린 망언을 서슴치 않는 일베는 절대로 보수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사회와 인간에 대한 애정이 결여된 사상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그런 면에서 '식사 퍼포먼스'를 배경으로 설전을 주고 받은 일베와 하태경 의원은 묘하게도 서로 닮아 있다. 이 사회와 구성원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없이 정상적인 사고체계를 이탈하여 사회적 변종이 되기로 작정한 일베나, 사회적 병리현상이며 치료의 대상일 뿐인 일베를 보수로 치장하는 것도 모자라 발칙하게도 계몽까지 하려는 하태경 의원이나 '찌질하기'가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오십보 백보', '도토리 키재기' 등의 속담은 이처럼 한심한 경우를 비유하기에는 딱 제격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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