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2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전격 영입했다. 대다수 언론이 이 소식을 비중있게
다루었고, 소셜네트워크와 포탈 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도 그의 영입은 큰 화제가 됐다.
솔직히 말해서 필자 역시 놀랐다.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 누구를 영입할 것인지 예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상식과 편견을 깨는 파격적 인재영입이 이어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확실히 달라졌고 그리고 달라지고 있다.
한달 전
쓴 칼럼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에서 필자는 몇가지 전제 조건을 달았다. 그 중 두번째가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피가 공급되어야 하듯이,
정당을 혁신시키고 미래를 역동적으로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인성과 능력, 합리적 비전과 철학을 갖춘 인물들이 반드시 수혈되어야만 한다.
ⓒ 포커스뉴스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인재들은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인물들은 모두 20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 중 이번 총선과 관련해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인물들이 있다. 새누리당에 맞서기 위한 문재인 전 대표의 치밀하고 면밀한 전략적 판단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그 중
첫번째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이다. 국민의당에서 실질적인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는 윤여준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무너졌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함으로써 연쇄 탈당을 방지할 수 있었고, 분열과 내홍을 봉합할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그의 진단대로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영입 전과 후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영입되자 마자 수도권 연쇄 탈당의 키를 쥐고 있었던 박영선 전 원내대표를 잔류시켰고,
문재인 전 대표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던 이종걸 원내대표마저 굴복시켰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등장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중심을 잡고 총선체제로 무난히 넘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의 갈등과 분란을 일거에 무마시킬 수 있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영입은 문재인
전 대표의 신의 한 수였다.
ⓒ 노컷뉴스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의 영입도 대단히 의미심장했다. 김병기 전 처장은 국정원에 20여년 동안 몸담으면서 국정원의 체계와 인사를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
그를 영입은 두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원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누리당에게 보내는 강력한 경고다.
국정원이
그동안 국내정치에 깊숙히 개입해왔다는 것은 지난 대선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난 상태다. 국정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이탈리아 민간업체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는 등 여전히 불법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국정원에서 잔뼈가 굵은 김병기 전 처장의
영입은 그 자체로 혹시 모르는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강력한 대응 전략이 된다.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에 버금가는 기가 막힌 한 수가 아닐 수 없다.
ⓒ 노컷뉴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그에 못지 않은 전략적 영입이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지난 2014년 11월 정가를 뒤흔들었던
'정윤회 문건' 유출의 배후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당시 이 문건은 청와대 내부실세들이
국정에 개입하고 인사문제에 관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청와대 내부 사정에 정통했던 조
전 비서관이 영입됨으로써,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일단락됐던 이 의혹이 다시 조명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조 전
비서관이 검사 출신의 공안과 정보 분야에 능통한 현 정부의 청와대 고위직 출신이라는 점, 그가 청와대 재직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공직자들의 비위를
감시하는 임무를 담당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는 청와대와 여권 내부 사정에 밝은 조 전 비서관의 영입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여권의 전가의 보도라 할 수 있는 공안정국 조성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김병기 전 처장, 그리고 조응천 전 비서관은 이처럼 모두 상대방의 전략을 훤히 꿰뚫고 있는 인물들이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새누리당의 경제 정책의 허상과 맹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고, 김병기 전 처장은 국정원과 여당의 불법부정선거에 대한 맞춤 전략이며,
조응천 전 비서관은 청와대와 여당의 아킬레스건을 잡고 있는 인물이다. 이들을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의 전략적 판단에 전율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 뉴시스
사실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은 그 시작부터 돋보였다. 인재 영입
1호였던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정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수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대중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정찬모 전 울산교육위원장, 동북아 경제
전문가인 오기형 변호사, '빈컴퍼니' 설립자 김빈 디자이너,
고졸 신화의 주인공 양향자 삼성전자 상무, 국제 재정 전문가인 김정우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 원장, 박희승 전 수원지방법원장.
그리고
유영민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 시민사회단체 출신
변호사인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오성규 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대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오창석 전 팩트TV 아나운서, 양봉민 서울대학교 보건학과
교수, 박주민 변호사, 문미옥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에
이르기까지 더불어민주당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능력 그리고 뚜렷한 소신과 철학을 갖춘 인재들을 계속해서 영입했다.
ⓒ 연합뉴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전략적인 선택과 함께 감동과 사연이 있는 인물들이 계속해서 가세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은 놀라움 그 자체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아무런 색깔도 특징도 없어 보였던 정당이,
갈등과 반목으로 이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던 정당이 이제는 분명한 색채와 목적을 가지고 전진하는 매력적인 정당으로 탈바꿈했다. 이 변화의 시작이 인재영입에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기력하게만
보였던 제 1야당이 제 모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자
실낱같던 가능성이 조금씩 조금씩 커져 가고 있다. 물론 이 기적같은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는 역시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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