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하루 밖에는 남지 않았다. 이 즈음은 너 나 할 것 없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하기에 분주한 시점이다. 이는 정치·시사 블로그를 운영하는 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작년 이맘 때 2013년을 정리하는 글을 포스팅했던 필자는 그 글의 말미에 말의 해인 갑오년을 맞아 우리 국민들 한사람 한사람이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질주하는 말의 모습처럼 역동적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했다. 그 희망은 바람대로 이루어졌을까.
필자는 오늘 올 한해 동안 국민들을 웃고 울리게 만들었던 정치·시사 뉴스 10가지를 돌아보며 갑오년을 정리하는 글을 포스팅 하려 한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정치·시사 이슈들을 정리해 보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꽤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1. 세월호 참사와 국가의 실종
앞으로 2014년 4월 16일은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한페이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사상 유례가 없을만큼 충격적인 세월호의 침몰사고로 476명의 탑승객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었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제주도 수학여행에 참가한 나이 어린 고등학생들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올 해의 정치뉴스 그 첫번째로 선택하는데 필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만큼 세월호 사건은 온 국민을 슬픔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국가적 대참사이자 끔찍한 악몽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선박의 도입부터 운항, 사고대응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문제가 집약된 최악의 참사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노후할 대로 노후한 선박이 선사측의 향응접대를 받은 해경의 형식적 심사를 통해 규정을 통과했고 항로에 투입되었다. 또한 한국선급은 적재량을 속인 선사측의 '적재량신청서'를 그대로 승인해 참사를 부추기는 등 해당기관의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건 이후의 구조과정은 더욱 참담하다. 재난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고 이후 한참이 지나도록 탑승인원의 파악부터 사고상황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더욱 가관은 이후에 속속히 드러났다. 관료들은 승객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고위층의 의전을 더 신경쓰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중대본에 방문하기 전까지 사태의 경위마저 알지 못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열린 국정조사는 집권여당의 무성의로 아무런 소득이 없이 끝이 났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멀고 먼 길을 돌아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반쪽짜리로 통과되었다. 수 백명의 국민들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속에 안타깝게 희생된 이 압도적인 참사가 의미하는 것은 국가시스템의 부재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실종이다.
2.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정사상 최초의 정당 해산
지난 12월 19일 헌법재판소(헌재)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을 내렸다. 이 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지 정확히 2년째가 되는 날이었다. 의미심장한 일이다. 헌재가 서둘러 판결을 내린 것도 의아하지만 판결의 날짜가 참으로 기묘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 2주년 선물하듯 이번 사안을 판결한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허튼 소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박 대통령은 이번 헌재의 결정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세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세계의 언론들은 통합진보당 해산을 속보로 전하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비판적 논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외부 세계의 깊은 우려의 시선, 그리고 헌재 판결문의 논리적 비약과 빈약한 근거는 이번 판결이 얼마나 정치적인 것이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이는 나찌 선전선동의 대가 괴벨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필자는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의 이면을 드러내는 데에 이보다 더 분명한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그러나 길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통합진보당 해산이 정치보복의 산물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은 지난 대선 TV토론의 오래된 앙금이 남아있는 박 대통령과 종북망령에 사로 잡혀있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대한민국 보수우경화의 결정판인 헌재의 절묘한 합작품이었다.
3. 이명박 정부의 사자방 비리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의 땅콩회항과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가장 기뻐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필자는 박 대통령보다 오히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훨씬 더 흡족해 하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저 두 사건이 이명박 정부의 사자방 비리에 쏠려있던 세간의 관심을 무력화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사자방 비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추진되었던 4대강 사업비리와 깡통으로 판명난 자원외교, 방산비리를 일컫는 말이다. 언론은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동안 100조원이 넘는 국민혈세가 사자방 비리로 낭비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사자방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자방 비리의 당사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천하태평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무 문제없다는 입장이고, 측근들 역시 권력비리는 전혀 없었다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드러난 정황들은 사자방 비리가 단순 혈세낭비가 아닌 MB게이트로 불리워도 무방할 정도의 부정과 비리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상식적으로 1달러에 불과한 정유회사를 1조원에 매입하고, 2조원에 사들인 기업을 350억에 되파는 일이 부정 비리와 무관하게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대강 사업 비리와 방산비리 역시 정권차원의 협조와 연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 차원에서 부정 비리 근절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사건수사 의지만 있다면 사자방 비리를 속속들이 파헤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사자방 비리에 대한 수사의지가 전혀 없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의 "사자방이고 호랑이방이고 거기 들어가면 물려 죽는다"는 발언처럼 정말 사자방 안에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들어가면 안되는 뭔가가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것이 아니라면 무려 100조원이 넘는 국민혈세가 낭비된 사안에 대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대응이 도무지 설명이 되지를 않는다. 사자방 안에는 도대체 어떤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길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걸까.
4.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
문고리 권력과 찌라시. 하나는 세상 사람들이 청와대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을 빗대어 붙인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박 대통령이 문고리 권력을 비호하고 변호하기 위해 동원한 수사다. 이 둘은 의혹이든 사실이든 모두 박 대통령과 청와대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출된 문건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이 문건을 언론사로 유출한 사람은 자살한 최 모 경위라며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의 퍼즐맞추기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검찰의 수사는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아닌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따라서 수사는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의 실체가 온전히 드러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이는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대로 검찰의 수사가 이루어진 탓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이미 이 사건을 "말도 안되는 근거없는 이야기"로 규정한 이상 검찰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결국 검찰은 박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수사결과를 도출해 내었고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은 사실무근으로 결론을 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중세시대의 '십상시'를 연상시키는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 이유가 다름아닌 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투명하지 못한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접근 통로가 제한된 보고라인, 비판과 쓴소리를 싫어하는 불통과 독선적 태도에서 알 수 있듯 비선 세력들이 활개치기 좋은 환경을 박 대통령이 스스로 제공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 권력암투의 본질은 회피한 채 문고리 권력을 변호하고 자신의 불편한 심기만 외부로 표출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5. 조현아의 슈퍼갑질, '땅콩이 뭐길래'
미국 JFK공항에서 날아든 '땅콩회항' 사건은 일순간에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이슈를 집어삼킨 블랙홀과도 같았다. 대통령조차 할 수 없다는 '램프리턴'을 지시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슈퍼갑질은 그녀는 물론이고 대한항공측을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갑질공화국이라는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명박 정부의 사자방 비리와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은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때 맞추어 터진 가뭄 끝의 단비같은 사건이었던 셈이다.
온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땅콩회항' 사건은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들의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이 얼마나 공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동안 그들은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상식에 반하는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이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오히려 사건을 축소하고 왜곡하며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으로 일관해 왔다.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대한항공측은 사건의 본질을 가리기 위해 사무장을 회유하고 거짓진술을 강요하는가 하면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봐주기 조사를 벌인 정황까지 드러났다. 전 국민의 공분을 받고 있는 민감한 사안임에도 이 나라의 관료들은 로보트처럼 철저히 관성대로 움직였다. 이같은 모습은 우리 사회가 공정과 정의, 평등 같은 빛나는 가치들이 뿌리를 내리기에 얼마나 척박한 토양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6. 정부의 담뱃세 인상 등 서민증세
정부가 현행 2500원 수준의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새해 1월 1일부터 담뱃값은 4500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그런데 오르는 것은 정확히 담뱃값이 아니라 담뱃세다. 정부의 기막힌 꼼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담뱃세 인상을 주도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줄곧 담뱃세가 인상된다고 말하지 않고 담뱃값이 오른다고 언론 플레이를 해 왔다. 이는 정부가 담뱃값 인상이 증세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그럴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TV 토론 이후로 "증세는 없다"는 기조를 되풀이 해 왔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무슨 마법의 지팡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증세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며 증세의 불가피성을 피력하던 문재인 후보를 몰아붙였다. 이는 전적으로 표를 의식한 도발이었다. 대선 이후에도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이 재원마련 방안과 세수 부족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증세의 당위를 주장할 때조차 박근혜 대통령은 절대로 "증세는 없다"고 여러차례에 걸쳐 못을 박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복지재원을 도저히 감당키 어려워지자 담뱃세 인상을 포함한 증세카드를 만질 수 밖에는 없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담뱃세 인상의 이유로 국민건강증진을 내세웠다. 담뱃세 인상으로 흡연율이 떨어지면 국민들의 건강이 증진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고양이가 쥐를 생각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이 정부의 주장에 콧방귀를 뀌는 것은 정부의 검은 속내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담뱃세 인상은 간접세 인상으로 세수확보를 위한 명백한 증세이며, 그것도 서민부담을 가중시키는 서민증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담뱃값이 오르는 것은 세수확보차원이 아닌 국민건강증진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담뱃세는 2000원이 아닌 적어도 10000원은 올려야 한다.
비단 오르는 것은 담뱃세 뿐만이 아니다. 주민세도 오르고 자동차세도 인상된다. 상하수도 요금, 대중교통요금에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오른다. 모두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것으로 이는 박근혜 정부가 서민증세를 통해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민들의 표를 의식해 "증세는 없다"는 불가능한 주장을 펴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부자증세가 아닌 서민증세를 통해 구멍난 재정을 확보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감세와 서민증세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변치않는 핵심기조다.
7. 6·4 지방선거와 진보교육감의 약진
여섯번째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치루어졌던 6•4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정권심판론의 성격이 강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삼백명이 넘는 목숨들이 희생당했고, 사태의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무책임한 태도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이 점을 집중 부각시키며 선거전에 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바로 이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권심판론에 매몰되어 있는 사이 그들은 정작 중요한 지방선거의 정책과 이슈선점에 실패했다. 또한 전략공천파동으로 안철수 당시 공동대표가 내세웠던 '새정치'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고, 이 과정에서
지도부의 무능과 계파갈등이 또 다시 재연되며 국민들의 피로감만 부추기는 구태를 드러냈다. 그 결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는 지방선거에서 광역당체장 8:9, 기초단체장 117:80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고, 이 흐름은 7•30 재보선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지방선거의 의미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책임질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로 평가할만 하다. 이같은 결과는 권위주의적이고 획일적인 교육 환경과 무한경쟁만을 강요하는 입시위주 교육, 인성개발과는 거리가 먼 주입식 교육이 판을 치는 우리나라 교육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란 기대를 품게 만든다.
지난 교육감 선거는 혁신학교와 자율형 사립고, 무상급식, 역사교과서 문제, 공교육 정상화, 교육비리
척결,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 등의 교육 쟁점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입장과 선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선거였다. 결과적으로 학부모들은 진보교육감들이 내세운 개혁과 혁신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내 보였다. 따라서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우리사회의 미래를 이끌게 될 아이들을
가르치고 양육하는 교육환경과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당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8. 재점화된 무상급식•보육 논란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은 이를 발판으로 논란이 될 만한 한가지 사안을 꺼내들었다. 바로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이슈가 그것이다. 우리는 두번의 선거가 끝난 이후, 그것도 그 두번을 모두 승리한 이후 서민들과 직결되는 논제를 공론화시키는 저들의 영악함을 주목해야 한다. 필자는 새누리당의 이런 모습을 경멸한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표리부동한 정치는 정치정당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이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이 화두를 꺼내든 이유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악화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렇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이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누구보다 새누리당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7년동안
국정과 나라살림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자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곳간이 급속도로 쪼그라든
것은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사업 등에서 어마어마한 세수가 낭비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세수만 낭비된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정권차원의 부정과 비리도 속출했다.
무릇 모든 일은 그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국가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원인을 진단하고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먼저다. 대책마련은 그 다음의 일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물론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겠지만) 재정악화의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관련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는 과정은 생략한 채 엉뚱한 곳에서 세수를 줄이거나 서민증세를 통한 세수확보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모습이다.
게다가 무상급식은 이미 국민적 합의가 끝난 상태이고, 무상교육은 누리과정예산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공약했던 사안이었다. 그런데 두차례의 선거에서 승리하자 마자 본질을 희석시키는 한편 발바꾸기와 책임전가를 통해 눈에 가시같은 보편적 복지에 칼을 꺼내
든 것이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논란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본질을 호도하는 데에 있어선 신의 경지에 오른 새누리당의
저열함이 빗어낸 꼼수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9. 세 모녀의 죽음과 삶의 양극화
지난 2월26일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비극적 사건은 우리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회적 약자와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다.
정치권을 포함해 각계각층에서 자성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 역시 기존의 복지시스템을 재점검하는 한편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와 개개인의 처지에 맞는 맞춤형 복지를 통해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세 모녀의 비극적 죽음으로 형성된 사회적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송파 세모녀법'으로 명명된 국민기초생활보호법
개정안은 법안이 발의된지 무려 10개월이 지나서야 지난 12월9일, 그것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국회를
통과했다. 정치권이 세모녀의 죽음같은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관련 법안을 만들고 부산을 떨던
것에 비하면 늦어져도 한참은 늦어진 셈이다. 그 사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특히 지난 10월31일에는 혼자 살던 독거노인이 전기•수도 요금을 낼 수 있는 돈과 자신의 장례비가 담긴
돈봉투를 남기고 목숨을 끊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 돈봉투의 겉면에는 자신의 장례를
도와줄 누군가를 위해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그릇 하시죠."라는 문구가 적혀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시간이 갈수록 생활고를 못이기고 삶의 극단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최고의 자살률을 나타내고 있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비공식적으로 800만이
넘는다는 비정규직,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실업률, 최악의 가계부채, 자영업자 몰락, 노인인구의
급증,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재정고갈이 확실시
되는 국민연금 등 곳곳에 앞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뒤흔들 악재들이 지뢰처럼 매설되어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상황은 이처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보편적 복지라면 습관적으로 경기를 일으킨다. 저들은 복지는 국가의 의무가 아닌 시혜로 보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저들이
성장 우선주의와 재분배의 원칙에 충실한 선별적 복지를 고집하는 사이 특권층은 점점 배를 불려가는 반면 중산층은 붕괴되고 국민의 삶은 점점 고달퍼져만
간다. 재화의 편중으로 인한 삶의 양극화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 부자증세를 대원칙으로 하는 조세정책과 노동정책의
대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파국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만 갈 것이다.
10. 야당의 실종, 새정치는 어디에?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무리 불러보아도 대한민국에 야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야당이 사라졌다. 이 괴이한 현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새정치민주연합이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능을 탓하며 정치정당으로서의 존재의미에 대해 심각하고 고민하고 있다. 새누리보다 더 고루하고 노쇠하게 느껴지는 이 정당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사실 너무나 고욕이다.
전혀 야당답지 않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헛발질이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건지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그만큼 오래 되었다는 뜻이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로, 더 정확히는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걸출한
정치 리더가 사라지고 난 이후로 이 정당은 완전히 오합지졸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친노와 비노간의
끊이지 않는 계파 갈등과 스스로 기득권이 되어 버린 정치꾼들에게 국민들이 싸늘하게 돌아선 것은 필연에 가까웠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저들에게 '새누리 2중대'라는 치욕적인 이미지를 투영했을까.
이 무기력한 정당의 굴욕사를 일일이 다 적어내기엔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2012년의 총선과 대선 참패,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극강의 무력함, 그리고 2014 지방선거와
재보선에 이르기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느새 패배와 무기력의 아이콘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이 자들은 실패를 통해서도 변화하고 달라지는 것이 전혀 없다는 점에 있다.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시대흐름과 국민여망을 읽어낼 혜안도 이를 제도권 정치에 반영하려는 의지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당내 계파갈등에서 비롯된 권력 암투와 점점 보수정당화 되어 가며 기득권과 특권에 매몰된 정치꾼들만 도드라져 보인다. 정치정당에게 이는 치명적인 독이다.
정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점과 존재이유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밝혀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제도권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당으로서의 정치적 지향점도 불분명하고, 국정원 정국과 세월호 정국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듯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현실 정치에 구현하지도 못했다.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전횡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정치민주연합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것은 결국 그들 스스로 자초한 결과인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래서 기존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되풀이 한다면 국민들의 마음이 그들에게 향할 가능성은 제로다.
이상으로 필자가 뽑은 올해의 정치•시사뉴스 열가지를 살펴 보았다. 이 밖에도
밀양 송전탑 문제, 쌍용자동차 대법원 판결, 극우보수 일베의
망동, 끊이지 않고 발생했던 각종 안전사고들, 전시작전권
연기 논란, 윤일병 사건과 임병장 사건으로 다시 드러난 군 내부의 폭행 및 가혹행위 등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정치•시사 이슈였다.
이제 올해도 몇시간 밖에는 남지 않았다.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수많는 사건 사고들과 이슈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고 있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정치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그렇다. 우리가 삶을 통해 대면하게 되는 것들이 모두 정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하다못해
버스비, 지하철비, 택시비 등의 교통비에서부터 우리가
먹고 마시는 식료품, 약값, 병원비, 각종 세금, 육아, 교육과 복지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떨어진 것들은 단 한가지도 없다.
이것은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할 때에야 비로소 삶의 지형과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 준다. 삶의 토대를 바꾸고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가 나와는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라는 관념을 버리고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한다. 그래야 당신의 삶이, 세상이 바뀐다. 끝으로 프랑스 정치학자였던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있는 충고를 함께 나누는 것으로 오늘의 포스팅을 마칠까 한다.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 알렉시스 드 토크빌
을미년 새해에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한 일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원해 본다. 여러분의 건승을 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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