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일보
청와대가 국민을 상대로 또 거짓말을 했다. 어제(13일) 있었던 대통령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다. 청와대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사전조율 없이 대통령과 기자간의 즉각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질 것이라고 공표했었다. 각본에 의한 짜맞추기 기자회견으로 망신을 샀던 과거의 전례를 의식해서였다.
청와대의 정연국 대변인은 기자회견 하루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전에 질문 내용을) 받지 않는다"며 "질문 내용과 순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현장에서 박 대통령과 기자들의 즉각적인 문답이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해 이번 기자회견이 과거와 다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거짓말은 기자회견이 시작되기도 전에 들통이 나고 말았다. 이번에도 질문지는 사전에 유출됐고, 그 속에는 누가 언제 어떤 내용의 질문을 하는지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청와대의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미리 준비한 대로 질문하고, 미리 준비한 대로 답변하는, 짜 맞춰진 대국민 기자회견이 또 다시 재연된 것이다.
ⓒ 미디어투데이
대통령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사태의 핵심을 냉정하게 꽤뚫어 볼 수 있는 철학과 혜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태 해결을 위한 과감한 결단과 행동도 필요하다. 예리한 질문들이 돌발적으로 튀어나오는 기자회견장은 바로 이와 같은 대통령의 능력을 판단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청와대는 어제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시민들로부터 박탈했다.
ⓒ 연합뉴스
촌각을 다투는 국가위기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정확한 상황판단과 단호하고 즉각적인 결단이 요구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청와대는 대본과 연출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이 정부 들어 벌써 수차례나 목격되고 있는 코미디 같은 상황극이 이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비상사태는 언제나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그리고 기습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미리 준비된 대본과 잘 짜여진 연출을 선호하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같은 국가적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청와대 연출, 박 대통령 주연의 상황극이 끔찍하고 암울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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