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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

180.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의 목표 의석수를 이렇게 잡았다. '180'석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하다. 만약 새누리당의 바람대로 될 수만 있다면 여당 단독으로 법안통과가 가능해진다. 김무성 대표가 '구국의 심정'이라는 절절한 수사까지 동원해 180석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만약 새누리당이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200석을 확보하게 된다면 이제는 법안 통과가 문제가 아니다. 200석은 개헌까지 가능한 의석수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 이후 정치 상황에 따라 내각제, 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위한 개헌이 추진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 안팎에서 180석과 200석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것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몇번의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00석도 힘들다'는 절망과 자조 속에서 선거를 치뤄왔기 때문이다. 패배감과 비관론에 휩싸여 있던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부자 몸조심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목표로 삼고 있는 180석의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 상황으로만 본다면 180석은 기본이고,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개헌 가능 의석수인 200석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40%에 가까운 새누리당 고정 지지층이 변함없는 충성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야권 지지층은 더불어민주당의 계속된 내홍과 분열, 탈당 등의 여파로 좀처럼 결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지지층의 이탈 현상은 곧 모습을 드러낼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신당 등의 창당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기반이었던 호남 지역 민심이 크게 요동치면서 이 지역의 표심이 어디로 쏠리게 될지가 총선의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이래저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전망이 대단히 어두워 보이는 것만은 분명하다.



ⓒ 국민일보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상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은 불변의 법칙과도 같다. 인구구성비율, 지역구도, 투표 성향, 야권의 분열, 여당 프리미엄 등 거의 모든 선거 지표가 새누리당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새누리당은 탄핵 정국을 제외한 역대 총선에서 손 안대고 코풀 듯 손쉽게 과반의석을 달성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 총선은 야권의 내홍과 분열이 극심해져 '일여다야'의 복잡한 구도로 치루어질 공산이 매우 커졌다. 새누리당 안팎에서 180~200석을 호기있게 밝히고 있는 것도 이같은 야권의 자중지란을 염두해 둔 자신감의 발로인 것이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에게 전혀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역대 최악의 상황 속에서 맞이하게 될 총선이지만 더불어민주당에게도 기회는 분명히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현재 진행중인 당 혁신안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당 혁신안의 핵심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공천개혁안에 있다. 당내 비주류들과 탈당파들이 끊임없이 당을 흔들고 있는 것도 결국 20% 컷오프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공천개혁안을 당원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진행시켜야 한다. 공천개혁안이 공천권을 투명하게 시스템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기득권과 사심을 버리고 성공적인 제도 정착에 협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천개혁안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게 된다면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을 지긋지긋하게 옳아 매던 계파 문제와 공천비리 같은 정치 구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다음으로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실패한 이유 중의 하나는 '새정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물들이 당내로 유입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치 정당의 혁신을 이끌어 내고, 미래 비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의 수혈이 적시에 이루어져야만 한다. 새로운 피가 우리 몸을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은 실력과 능력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다수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의 영입에 힘을 쏟아야 한다.



ⓒ IGBS.KR


또한 새누리당을 대체할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서의 가능성과 대안을 반드시 제시해야만 한다. 집권여당의 갖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던 이유는 '바꿔봐야 달라질 것 없다'는 대중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이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혁파할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그들 스스로 기득권에 안주하고 분열과 갈등에 빠지는 구태를 답습함으로써 정치불신을 오히려 부추겨온 탓이다. 총선은 결국 30~40%에 달하는 무당층의 정치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따라서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대안과 비전을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진실하고 치밀한 선거전략과 정책개발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맹목적인 정권심판론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정권심판론은 국면을 이념 논쟁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정작 중요한 선거의 정책과 시대 담론들이 희석될 여지를 주게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다수당이 된 이후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다. 정권심판은 정권을 잡은 뒤에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정권심판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정권을 잡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정책에 대한 이슈선점과 차별화된 선거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안철수 신당과의 정책 경쟁이 불을 보듯 뻔한 만큼, 선거 전략과 정책 개발에 박차를 가야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신경써야 할 것은 야권 연대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 두어야 겠지만,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은 안철수 신당은 일단 열외로 하고, 정의당과 천정배 신당과는 반드시 선거 공조를 이루어야 한다. 특히 정의당은 현재 원내의석을 가진 유일한 진보정당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보정당의 성장은 제도 정당 뿐만 아니라 대중운동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 나아가 시민이 주체가 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정치적 과제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들의 표현을 빌자면) 야권의 맞형답게 정의당과의 선거 공조 과정에서 대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봤지만 상황은 대단히 비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비주류의 탈당에 이은 분당 위기, 안철수 신당이라는 외부적 변수를 헤쳐나가야만 한다. 새누리당이라는 상수를 거론하지 않았는 데도 짙은 안개 속이다 . 더욱 암담한 것은 당내 분열을 극복하고 봉합을 이룬다 해도 살펴본 것들 중 어느 것 하나만 삐끗해도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데에 있다.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 볼 때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현실은 이렇듯 암울하다 못해 절망적이다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최선은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전력을 다하는 것 밖에는 없다. 처한 상황과 환경을 탓하지 말고 현재의 위치에서 진심을 다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래서 유권자의 얼어붙은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비록 총선 승리는 몰라도, 적어도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최대의 성과를 얻기 위한 결정적 힌트는 바로 당명 속에 녹아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과 더불어 나아가야 한다. 그 속에 길이 있고,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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