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노동조합 때리기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단단히 작심이라도 한듯 노동조합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토해내고 있다. 지난 2일 있었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실패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노동조합 탓으로 돌리더니 어제(3일)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콜트악기'와 '콜텍', '발레오공조코리아' 등이 강성노조 때문에 폐업했다며 또 다시 노동조합의 책임을 거론했다.
김무성
대표가 노동조합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저의는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때문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널리 퍼트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여당의 부정적인 시각은 차치하고서라도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문제를 유발한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김무성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한 노조가 파업을 일삼으면서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어려운데 노동조합이 고통을 분담하기는 커녕 자기 밥그릇에만 신경쓰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비정규직 문제와 양극화가 심해지는 등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결론적으로 말해 김무성 대표의 인식은 아전인수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0.3%로 지난
2013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터키 다음으로 낮다. 노조 조직률이 낮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청년층과 비정규직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노동자들이 헌법이 보장한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주된 요인이 된다. 그동안 친재벌 정책을 일관되게 고수해왔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억압한 결과가 바로 10.3%의 낮은 노조 조직률로 나타나고 것이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의
박형준 연구위원이 발표한 '한국 사회경제체제의 역사적
경로 변경을 위한 좌표 설정'에 따르면 노조 조직률이 높을 수록 상대적 빈곤률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조직률이 50%가 넘는 국가들인 벨기에,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은 모두 상대적 빈곤률이 낮게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는 노조가 활성화되면 될수록 노동자의 삶의 질은 향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10%에 불과한 노동조합의 밥그릇 챙기기가 노동시장 양극화와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야기시켰다는 김무성 대표의 주장은 재벌 기득권 위주의 경제정책을 고수했던 정책 실패의 책임을 노동조합에 덧씌우려는 저열한 선동일 뿐이다.
노동조합이
쇠파이프를 휘두르지 않았으면 국민소득이 3만불은 되었을
것이라는 주장 역시 사실관계를 왜곡한 억지이자 망언이다. 쇠파이프로 경찰을 두드려 패는 장면을
CNN이 '연일', '매시간'
방송하지도 않거니와, 우리나라가 3만불 시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아직도 정경유착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후진국형 경제구조와 서비스산업에서의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지 노동조합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노동조합
때문에 "건실한 회사가 문을 닫은 사례가
많다"며 예를 든 '콜트악기'와 '콜텍', '발레오공조코리아'의 경우도 인과관계를 무시한 김무성 대표의 적반하장식 왜곡과 억지가 드러난다. 김무성 대표가 언급한
업체들은 모두 노동조합의 파업이 폐업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사측이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부당해고한 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문을 닫은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전자기타
시장의 1/3을 점유하고 있던 '콜트악기'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흑자를 기록했던 건실한 기업이었다. 그런데 사측은 지난 2007년 갑자기 경영난을 이유로노동자 56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노동조합이 이를 문제삼자 사측은 자회사였던 '콜텍'을
위장폐업하는 막장극까지 연출하며 남아있던 67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해 버리고 폐업해 버렸다.
자동차
에어컨 동력전달장치를 생산해 자동차회사에 납품하던 '발레오공조코리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측은 지난
2010년 갑작스런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에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의 이유 제시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하자 전격적으로 회사를 폐업해 버렸다. 이로 인해 노동자 140여명과 관리직 60여명이 일순간에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
김무성
대표가 언급한 회사의 폐업은 살펴본 것처럼 노동조합의 파업 때문이 아니라 사측의 일방적인 해고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안들이었다. 그런데 김무성 대표는 폐업의 전후 관계는 완전히 무시하고 그 책임을 노동조합
탓으로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근거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상대방을 모해하는 '마타도어'를 집권여당의 대표가 공공연히 하고 있는 것이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김무성 대표의 노동조합 때리기가 더욱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그의 발언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마저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10.3%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때문에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해지며
나아가 경제까지 불안해진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대표의 주장은 다시 말하면 노동조합만 없으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고, 양극화가 해소되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노동조합에 대해 이처럼 끔찍한 인식과 태도를 가진 정치인을 당대표로 추대한 정당이다. 선거철만 되면 번드르르한 각종 노동공약들로 노동자의 표를 구걸하고 다니는 이 낡은 정당이 원내 1당이라는 사실이 이 나라의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헌법은 노동자가 단결하여 단체교섭이나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김무성 대표는 이마저도 부정한다. 이 얼마나 반노동적이고 반민주적이며 반헌법적인 인식과 태도인가. 게다가 그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거짓과 선동조차 마다하지 않고 있다. 참으로 저열하고 치졸한 행태다.
김무성
대표가 OECD 꼴찌 수준의 노조 조직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을 반사회적인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반대편에는 이 나라 정부가 알뜰히 챙기고 있는 대기업 재벌이 놓여있다.
이 나라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10.3%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과 양극화를 부추기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전체를 망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대기업들은 역대 최고치인 무려 700조원이 넘는 사내보유금을 쌓아두고 있는 나라다. 김무성 대표는 이 기이한 상황을 어찌 설명할텐가.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적정임금과 노동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보호막이다.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우리나라 노동환경의 열악한 현실을 인정하고 노동자의 복지와 복리 증진을 위해 노조 조직률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재벌의 시장 독점을 막고 재벌의 지배구조를 혁신하기 위한 재벌개혁을
먼저 추진해야만 한다. 재벌 기득권이 해외에 빼돌린 800조원의 막대한
해외도피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그렇게만 해보라. 어디
3만불이 문제인가, 5만불 진입도 시간 문제다.
주지한
것처럼 김무성 대표가 연일 노동조합을 매도하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기 위함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노동개혁을 관철시키려는
의도에서 망언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샆펴본 것처럼 그의 주장은 곳곳에서 오류와 왜곡, 악의적인 날조가 드러난다. 노동개혁의 당위는 이와 같은 졸렬하고 파렴치한 행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김무성 대표는 깨닫기 바란다. 거짓과 기만, 왜곡과 악의적인 선동을 부추기고 있는 자신의 발언이야말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이 왜 '개악'일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는 사실도 함께.
관련글 ▶ 김무성 복지과잉 발언의 4가지 오류 (클릭)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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