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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골프 활성화 방안? 누구 좋으라고?

어제(4일) SNS에는 뜻밖에도 골프가 사람들의 입에 뜨겁게 오르 내렸습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이틀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앞서 가진 Tea-타임에서 한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올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을 앞두고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 SNS에서는 이를 성토하는 의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습니다.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만들면 좋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 보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골프존과 IPSOS코리아가 지난 2013년 10월 17일부터 11월 22일까지 전국 15개 시도의 만 20~69세 남녀(모집단 3천540만 명)을 대상으로 5500명의 표본을 추출해 조사한 결과 한번이라도 골프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14.9%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를 모집단으로 환산하면 529만 명이며, 이중 2013년에 골프를 한번이라도 쳐본 사람은 8.3%인 295만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2008년의 조사에서 140만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 사이에 골프 인구가 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연합뉴스에서 부분 인용) 


골프업계와 관련업계에서 골프가 대중화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내세우는 근거가 바로 위에서 살펴본 표본조사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어딘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 안드십니까? 서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골프 비용을 생각한다면 국내 골프 인구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서민들이 20만원에 이르는 그린피와 부대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만큼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라도 한 것일까요? 최악의 서민경제, 치솟는 물가, 경기침체 등으로 서민들의 삶은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는데 골프 인구는 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답은 이겁니다. 바로 골프 인구를 범주화하는 방식에 허수가 숨겨져 있습니다. 


위의 조사방식대로라면 일년에 골프를 단 한 번만 친 사람도 골프 인구에 포함됩니다. 이런 논리라면 일년에 한 번 당구를 친 사람도, 어쩌다 농구와 축구와 배구를 한 사람도 해당 종목을 즐기는 인구에 포함됩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나라의 축구인구는 수천만 명이라고 집계될 겁니다. 일년에 단 한번 골프를 쳤다는 것만으로 이를 골프 인구로 묶는 것은 엄청난 오류이자 비약입니다. 


골프가 대중스포츠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누군가가) 만들어낸 착시현상에 불과합니다. 골프를 치는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있는지 둘러보면 명확해 집니다. 골프가 대중스포츠라고 인정받으려면 퍼블릭 골프장의 그린피가 적어도 주중 5만원 이하이어야만 합니다. 물론 5만원 이하라고 하더라도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언감생심이겠지만 말입니다. 





골프업계와 관련업계에서 골프 인구를 늘려잡는 이유는 골프가 대중화되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켜 관련산업의 매출증대를 유도하려는 측면이 강합니다. 이를 위해 그들은 현재 골프산업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에 대한 세율인하와 세목조정을 위해 정치권에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박 대통령이 이번 골프 활성화 방안을 주문하면서 곁들였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골프 활성화를 위해 좀 더 신경을 써달라는 건의를 여러 번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과연 누가 이런 건의를 한 것일까요? 그리고 박 대통령은 왜 이들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일까요?


정부는 4일 "조만간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관계부처 장관들을 상대로 보고하고, 부처간 조율을 통해 최종 방침을 정할 것"이라며 즉각적으로 방안마련에 들어갔습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지 불과 하루만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이번 골프 활성화 방안의 핵심이 언급했던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를 포함한 세제혜택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박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비난이 거센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재벌과 부자들에게는 법인세 인하와 각종 세금감면 혜택으로 곳간을 늘려주는 반면, 서민들에게는 담뱃세를 올리고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인상하는 등의 서민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골프 활성화 방안 역시 그 혜택은 하루하루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이 아닌 골프를 즐겨하는 일부 계층에게 돌아갈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박 대통령의 주문대로 골프가 활성화된다고 한들 이를 기뻐할 서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방안 마련 주문에 대해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박 대통령 뜬금없이 '골프 활성화 방안' 만들라"는 기사를 링크한 뒤 "서민증세, 골프감세. 이분들이 드디어 정신줄을 놓으신 듯"이라는 트윗을 날리며 박 대통령과 정부를 꼬집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진중권 교수의 생각과는 조금 다릅니다. 저 분들은 정신줄을 놓으신 것이 아니라 정신줄을 되찾은 겁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집권을 하기 위해 잠시 놓고 있었던 자신들의 정신줄을 완전히 되찾은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서민증세, 부자감세'로 국민들의 불만이 궁극에 이른 이 상황에서, 서민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골프 활성화 방안 따위를 마련하려는 저들의 행태를 이해할 방법이 묘연해집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들이 정신줄을 찾으면 찾을수록 서민들의 원성은 높아만 가고 삶은 더욱 고단해져만 갑니다. 서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박근혜 정부의 인식과 태도 때문에 힘없는 서민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과 정부인사들의 얼굴에는 저렇게 환한 웃음이 가득한데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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