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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대통령은 왜 토론을 하지 않을까?

북미에는 메노나이트라고 하는 개신교 교단이 있습니다. 그들은 만인 제사장이라는 대원칙 아래 성도들간의 직급이 없는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장로도 없고, 집사도 없고 권사도 없는 것이지요. 나이나 사회적 지위 등에 상관없이 모두가 형제 자매로 부르며 수평적 위치에서 서로를 동등하게 대우해 줍니다. 말씀도 교회의 리더인 목사 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일반 성도들이 리더십 과정을 거쳐 선포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교회 내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견이 다를 경우 계속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모두가 수긍하는 합리적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소수의 리더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의사결정시스템 아래에서라면 필연적으로 갈등과 불만이 상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인 토론과 토의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갈등은 더욱 고조되게 마련입니다. 구성원들 사이의 대립과 반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생각해보면
메노나이트 교단의 의사결정 과정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비효율적으로 비쳐질 지는 모르겠지만 이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볼 때마다 메노나이트 교단의 의사결정 과정이 마냥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수의 의견까지 경청하는 태도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토론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시키고, 이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어느 한쪽의 이해와 실익에 따라 움직이는 사사로운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박 대통령에게는 도무지 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왜 토론을 하지 않는 것일까?"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늘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 중의 하나입니다. 국가시책이나 국정운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디나 있기 마련입니다. 당연합니다. 사람 생긴 모양이 다 다르듯 생각 또한 각양각색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찬반이 나뉘는 첨예한 사안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이 되려면 토론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토론은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토론의 과정 자체가 배제되어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따라오라는 식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과정이 없이, 최소한의 설득의 과정도 없이 결정에 무조건 수긍하라는 태도는 권위주의적 성향을 지닌 리더의 숙명과도 같습니다. 박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국론이 분열되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20세기 권위주의 시대의 통치 방식을 끌어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 뉴스타파 화면 캡쳐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조차도 토론을 하지 않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과 질의를 주고 받으며 토론식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입니다. 토론 대신 박 대통령은 미리 준비된 각본대로 질문을 받고 답을 합니다. 그가 토론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그에게 국정의 주요 쟁점을 이해하고 이를 설득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론입니다. 상대방의 돌발적인 질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토론을 기피하는 것이라고 분석하는 것이죠.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어쩌면 따로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토론의 과정 자체를 불필요하다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루어진 의사결정 과정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최근 연달아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교과서, 위안부 협상 타결, 사드 도입과 개성공단 중단 같은 논제만 보다라도 이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도저히 아닙니다.

교과서 문제와 위안부 문제, 남북관계 문제는 정권을 떠나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국가적 의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중차대한 사안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이럴 것이라면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이겠죠.

그는 최근의 국회연설에서도 '내가 결정했으니 따르라'는 식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장황하게 늘어 놓기에 급급했습니다. 이는 국회의 존립이유를 무시한 것이며 나아가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부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독단과 독선으로 가득찬 절대군주에게 토론은 거추장스럽고 비효율적인 시간낭비에 불과할 뿐입니다. 대통령이 이같은 인식의 지배를 받고 있다면  당연히 토론을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 연합뉴스



민주주의 체제는 태생적으로 다양한 사고들이 부딪히고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리더는 이같은 갈등과 대립의 조정자로서, 구성원들 사이의 대화와 타협을 유도하고 그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박 대통령에게는 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일방적인 의사결정과 이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고 있을 뿐입니다.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은 군사독재문화가 남긴 시대의 흉물입니다. 따라서 박 대통령에게서 민주적 리더십을 기대하기란 애시당초 난망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곧 총선이고 2년 후면 대선입니다. 다음에는 토론을 할 줄 아는, 말이 통하는 리더가 선출되기를 기대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지금은 21세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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