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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KBS의 노골적인 반기문 띄우기, Again 2012?

ⓒ 오마이뉴스


조기 대선이 유력해진 가운데 여야 대선후보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이와 관련 KBS '뉴스9'이 대선 후보들 중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비중을 다른 후보들에 비해 많이 노출시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S는 지난 대선 당시에도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방송을 내보내며 공정성 논란에 훱싸인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KBS본부(KBS본부)는 반 전 총장 귀국 이후 지난 14일부터 24일까지 11일간 '뉴스9'에 보도된 주요 대선후보에 대한 화면노출량(불리한 보도 제외)을 조사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반 전 총장 관련 보도가 총 495초로 가장 많이 보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85초가 방송됐다. 이는 반 전 총장에 비해 약 30%가량 낮은 수치다.


실제 개별 리포트를 보면 '뉴스9'은 지난 23일 방송에서 반 전 총장 관련 보도에 66초를 할애한데 반해, 문 전 대표는 절반 가량인 38초를 내보내는데 그쳤다. 22일에는 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한데 묶어 30초 가량 보도한 반면, 반 전 총장은 공식적인 외부일정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자료화면까지 덧붙여 18초 동안 보도했다. 이에 KBS가 반 전 총장을 밀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 내용을 심층 분석한 KBS본부는 "물량 쏟아내기식 반기문 띄우기에 올인하던 KBS 뉴스가 편파적인 보도 분량으로 반기문 밀어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지난 13일에도 "어제(12일) KBS '뉴스9'은 반기문 띄우기 그 자체였다"면서 '뉴스9'이 반 전 총장의 귀국 소식을 처음부터 연달아 네 꼭지, 총 11분 19초를 내보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판이 잇따르자 KBS 측은 26일 "KBS 정치 뉴스는 아이템 선정 과정에서 특정 정당 지지나 반대 등에 판단 근거를 두지 않는다"는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KBS 측은 반박문에서 "KBS 보도본부는 열흘이라는 특정한 기간에 이뤄진 '뉴스9' 보도 내용만 따로 떼어 양적으로 분석했다"며 "여기에 기초한 본부노조(언론노조 KBS본부)의 '편파보도' 비판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KBS 측은 "KBS 제작가이드라인은 '정당과 후보자를 보도할 때는 양적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양적 균형이 반드시 공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뒤, "해당 기간은 반 전 총장이 귀국 이후 정치행보를 본격화하는 시기였다"며 "이에 따라 반 전 총장 보도는 앞으로 대선 판도에 중요 변수로 다뤄져야 했다"고 해명했다. 다시 말해 반 전 총장이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인만큼 그에 대한 보도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 뉴스포차 화면 


그러나 KBS 측의 해명은 '뉴스9'이 단지 분량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공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KBS본부는 지난 12일 '뉴스9'이 반 전 총장의 귀국 소식을 전하면서 노골적으로 그를 미화했다고 비판했다. 관련 소식을 보도하며 '보통의 여행객처럼', '생수를 직접 사서', '승차권을 직접 발권' 등 친서민 행보를 부각시키는 멘트를 내보낸 것이다. 또한 반 전 총장의 향후 행보를 예측하며 뜬금 없이 '친박 친문 패권주의'를 엮어 보도하기도 했다. 다분히 문 전 대표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25일 업로드된 '뉴스포차'는 그보다 더 노골적이고 편파적인 KBS의 불공정 보도 행태를 꼬집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는 "KBS에서 대선 주자 리포트를 하면, 반 전 총장이 어깨걸이 화면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야권 후보 4명이 절반을 차지하는 식"이라고 지적한 뒤, "이런 식의 편집은 이해하기 힘들다. 반 전 총장은 여권 후보도 아니고 지지율도 10%포인트 차이가 난다. 무슨 근거로 반 전 총장이 왼쪽 절반을 차지하느냐"며 KBS의 공정성에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KBS의 이같은 불공정 보도 행태는 지난 대선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 대선에서도 KBS는 불공정 편파 보도로 일관하며 도마위에 오른 바 있다. 당시 KBS는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사안은 공방으로 처리하거나 축소 보도하는가 하면, 긍정적인 내용은 박근혜 후보를 먼저 보도하고 부정적인 내용은 문재인 후보를 우선 배치하는 등 편파적인 방송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었다.

가령 이런 식이었다. 당시 KBS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로고송 동영상 노출 시간을 각각 20초와 11초로 편집해 방송했다. 동영상의 내용에 있어서도 박근혜 후보는 많은 인파와 함께 역동적인 화면을, 문재인 후보는 주로 정지 화면을 내보내며 차별화시켰다. 로고송 시간에서부터 화면 배치에 이르기까지 교묘한 편집 절차를 거쳐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방송을 내보냈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대선보도와 관련해 KBS의 편파·왜곡 보도 사례는 일일히 열거하기가 벅찰 만큼 부지기수에 이른다.

이명박 정권 이후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이를 견제해야 할 언론의 공적 기능이 크게 후퇴한 것이다. 언론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통해 권력의 오남용을 견제하고 사회를 감시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 면에서 정치권력과 유착해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쳐왔다고 비판받는 KBS는 반저널리즘의 선봉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이자 미국 독립선언서의 기초를 닦은 토머스 제퍼슨은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차라리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했다.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시대의 명언이다. 제퍼슨의 일성은 저널리즘이 사라진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아주 남다르다. 지난 대선에서 특정후보에게 대단히 편향적이었던 KBS가 불공정 편파 보도로 다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저널리즘이 실종된 공영방송의 낯뜨거운 행태가 재연되려는 모양이다. KBS의 봄,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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