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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청춘들 위해 아파본 적도 없으면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어제 서울시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려는 '청년수당'을 가리켜 "서울에서 시행되면 우리나라의 재정이 파탄이 나서 그리스 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내건 '청년배당' 정책에 대해 "수당지급은 청년들의 마음을 돈으로 사겠다는 전형적 포퓰리즘으로 옳지 못한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던 그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 정책마저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주장은 '청년수당' '청년배당' 정책이 포퓰리즘이자 재정파탄의 지름길이라는 소리다. 언어는 그 사람의 사고를 대변한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평소 보편적 복지에 대립각을 세워왔던 그의 인식에 비추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러나 과연 그가 관련 사실을 제대로 알고나 말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그의 발언 곳곳에서 오류와 왜곡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 뉴시스


서울시가 추진하려는 '청년수당'은 모든 청년들에게 제공되는 정책이 아니다. 정기소득이 없는 미취업자이면서 사회활동의 의지를 가진 만 19~26세 중위소득 60%이하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또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약 3000명에 한해서 제공된다
. 이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월 50만원으로 최대 6개월 동안 교육비, 교통비, 식비 등 최소 수준의 활동보조 비용이 지급될 뿐이다.


청년수당에 할당된 예산은 약 90억원 가량이다. 이는 서울시의 재정상태로 미루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이며, 무분별한 정책으로 낭비되고 있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 수십조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재정파탄 운운하는 것은 침소봉대에 불과하며, 전형적인 프로파간다일 뿐이다. 정부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관리 감독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도 무책임한 발언이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겪고 있는 재정위기의 본질은 '사자방' 같은 무분별한 정책사업으로 낭비된 천문학적인 국민혈세와 방만하게 운영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불필요한 재정지출, 그리고 정치인과 정부 고위층의 부정 비리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저렇게만 하지 않으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재정위기에 직면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취임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부정 부패 척결, 투명한 예산 집행으로 시의 재정건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서울시와 성남시의 경우를 통해 이는 여실히 입증된다.


ⓒ SBS 뉴스


재정파탄을 거론하면서 그리스의 경우를 예로 든 것도 부적절하다. 그리스가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한 것이 온전히 복지 과잉에 기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 사태는 그리스 산업의 구조적 문제, EU 가입과정에서 잘못 설계된 통화정책, 민간에 대한 과잉 투자, 유럽 최고 수준의 지하경제, 정치인의 부정부패, 국가재정상태를 웃도는 사회보장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이 두루 영향을 끼친 결과다. 이를 단순히 복지 문제로 몰고가는 것은 억지춘양에 불과하다.

김무성 대표는 올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제38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복지 수준의 향상은 국민의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면서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해지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고 말해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지출이 가장 낮은 나라에서 복지과잉을 거론한 것을 두고 여론이 들끓었던 것이다.

당시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그가 주권을 가진 국민을 교화와 계몽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시간이었다. 주체적 자아를 가진 국민을 가르쳐야 할 우민으로 여기는 교만과 오만이 그의 발언에 묻어 났던 것이다
국민은 지도의 대상도 그렇다고 계몽의 대상도 아니다. 그 자체로 주권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일 뿐이다. 김무성 대표의 인식은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흔히 나타나는 선민의식에 기인한다. 계몽주의 시대에서나 통용될 법한 인식을 가진 자들이 정치권에 수두룩하다는 건 우리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동안 정부 여당은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못했다. 노동개혁과 맞물려 정부가 내놓은 임금피크제는 노동자 간,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뿐 청년문제 해결의 실질적 답이 될 수 없다.. 이는 대통령이 깜짝 제안한 '청년희망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국회를 압박하고 있는 정부 여당의 경제활성화법안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재벌 대기업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는 법안일 뿐, 청년문제 해결과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멀다.



ⓒ 아시아경제


이런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청년들이 처해있는 비루한 현실은 외면한 채, '청년수당' '청년배당'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고가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시민사회가 반대해 온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집권여당의 실세 중의 실세였던 정치인이었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재정위기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오히려 책임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고 있다.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뻔뻔함을 넘어 졸렬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특권의식과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국민을 계몽하려는 정치인에게 '헬조선'의 덫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청년세대의 아픔과 고통따위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그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그들을 위해 한번이라도 아파본 적이 있었던가. 그들에게 단 한번 만이라도 뜨거워 본 적이 있었던가. 청년들의 희망을 함부로 짓밟지 마라. 당신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정책들을 입에 담을 자격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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