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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 블로거가 뽑은 올해의 정치뉴스 7가지

한해가 저물고 있다. 한해의 문이 닫히려는 요즈음,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정치 시사 칼럼을 쓰고 있는 필자에게도 이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정치 시사 뉴스를 정리하며 올 한해를 돌이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이 그 세번째 시간이다. 한번, 두번, 그리고 세번. 시간은 가도 기록은 이렇게 남는다. 올 한해는 어떤 정치 시사 뉴스들이 우리 사회를 관통했을까. 지난 1년 동안 일어났던 뉴스들을 정리해 보자.

1. 국정교과서 강행



ⓒ KBS 뉴스



박근혜 정부는 대다수 시민들이 반대하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했다. 이해당사자들인 역사학계와 교육계마저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막무가내로 국정화를 단행한 것이다. 가치중립의 역사문제에 권력이 개입하는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조치라는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특정세력의 비호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정교과서는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없이 강행됐다. 뿐만 아니라 법령을 위반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집필진조차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이른바 며느리도 모른다는 '묻지마 교과서'인 것이다. 놀랍게도 정부는 이 교과서의 별칭을 '올바른 교과서'라 붙이고 있다.

2. 메르스 사태



ⓒ SBS 뉴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면 올해는 메르스 대란이 있었다. 두 사건 모두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총체적으로 집약되어 나타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메르스 사태는 정부의 안일한 상황인식과 늦장 대처, 정보공개를 꺼려하는 비밀주의가 상황을 점점 더 악화시켰다. 초동대처가 잘 이루어졌다면 사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와 방역당국은 혼선과 혼란만 부추기는 대응으로 일관하며 시민들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고 갔다.

정작 큰 문제는 전대미문의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고,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할 정부 내 사령탑이 부재했다는 사실이다. 메르스 사태는 이 정부에 무능과 함께 어쩌면 그보다 더 끔찍한 무책임 바이러스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준 사건이었다.

3. 경상남도 학교급식 중단



ⓒ 오마이뉴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자체 중 처음으로 학교급식을 중단시켰다. 경남도는 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압도적인 힘으로 학교급식을 중단시키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경남도의 학교급식 중단이 문제가 되는 것은 조례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도민의 의사가 완전히 무시되었다는 점이다. 도민의 2/3가 학교급식 중단을 반대하고 있었음에도, 홍준표 도지사는 의회를 동원해 독단적으로 학교급식의 중단을 결정해 버렸다.

학교급식 중단은 정치지도자의 독단과 독선, 그리고 민주적 의사시스템이 붕괴된 의회의 폭거가 시민들의 목줄을 겨누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징한 사례다.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 중단 과정에서 드러난 권력과 의회의 비민주적 행태가 비단 지자체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도지사의 독단과 독선, 거수기로 전락한 의회의 전횡이 극에 달한 경남도의 상황은 중앙정치 무대의 축소판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4. 성완종 게이트



ⓒ 아시아경제



올 봄 대한민국 정가를 태풍 속으로 밀어넣었던 '성완종 게이트'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 옛말이 하나 틀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정치 스캔들이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죽음이 몰고온 엄청난 파장에도 불구하고 밝혀진 것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는 명확해진다. 정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그 난리에도 불구하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허태열, 홍문종, 유정복, 홍준표, 김기춘, 서병수, 이완구, 이병기 등이 받았다는 불법정치자금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애시당초 대한민국은 '성완종 게이트'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이 나라 검찰에게 살아있는 권력에 맞설 용기와 배짱, 원칙과 소신이 있을리도 만무하거니와, 정치권력에게 제 살 도려내는 아픔과 고통을 감내 할 정의와 양심을 기대하는 것 역시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이로써 성완종 전 회장이 말하려 했던 집권여당 실세들의 정치적 치부들은 베일 속에 가려지게 됐다.

5.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



ⓒ SBS 뉴스



불법대선개입 사건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으로 공공의 적이 되었던 국정원이 이번에는 민간인 사찰 의혹에 휩싸였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 제작업체인 'Hacking Team(해킹팀)'으로부터 원격감시시스템을 구입해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것이다. 국정원 해킹 의혹은 이를 주도했던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이 자살하는 등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여러모로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과 닮아 있다. 국정원과 정부 여당이 전가의 보도인 '국가 안보'를 내세우며 철통방어로 임하는 이상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는 뜻이다
. 희한하게도 이 정권이 지속될수록 미궁이 하나씩 늘어만 간다.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으로 정의와 상식이 사라진 대한민국에 흉터가 하나 더 더해지게 됐다.


6. 안철수 탈당과 야권의 분열



ⓒ 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이 지난 12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그의 탈당을 두고 갖가지 분석과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탈당이 내년 총선을 앞둔 야권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는 연대를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이상 야권의 분열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위원, 그리고 여전히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비주류까지 탈당하게 되면 내년 총선은 일여다야의 구도로 치뤄지게 된다. 이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180석 예상'이 전혀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라는 소리다. 이와 같은 비관적 전망에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은 내년 총선의 새누리당 압승과 그 이후 개헌에 까지 영향을 끼치는 일대 사건으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커졌
.


7. 공안통치의 부활



ⓒ CBC 뉴스



2015년은 공안통치 부활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공안 검사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사람이 법무부장관을 거쳐 급기야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까지 올랐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대법관에 임명되는가 하면, 대통령은 복면을 쓴 자국 시위대를 테러집단인 'IS'에 비유해 버렸다. 집권여당은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지 하루 만에 복면착용금지법안을 정식 발의했고, 법무부장관은 복면착용금지법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집회 현장에서 복면을 착용한 채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에게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할 것이라 엄포를 놓는다.

이 뿐이 아니다. 신임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공안 역량을 재정비해 체제전복 세력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선언을 하는가 하면, 집권여당의 대표는 불법시위에 대해 엄격히 법을 집행하라고 사법부에게 압력을 행사한다. 70~80년 대의 대국민 공안통치가 도래한 것이다. 공안통치의 부활은 결국 대화와 타협을 모르는 독단적 국정운영, 독선적인 리더십, 비판과 쓴소리를 멀리하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를 선택한 결과라는 점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이상 7가지 이외에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되었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무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 환송, 한명숙 전 총리 구속, 정부의 무책임이 빚어낸 보육대란, 민중총궐기대회 중 경찰의 살수차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씨, 세계 언론의 박근혜 정부 비판 등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정치 시사 뉴스들이다.



ⓒ 연합뉴스



2015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
(昏庸無道)가 선정됐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으로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세상이 혼탁해진 것을 어디 군주의 어리석음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필자는 지난해의 정치 시사뉴스를 정리하는 글에서 이렇게 적은 바 있다. 


'삶의 토대를 바꾸고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가 나와는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라는 관념을 버리고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한다. 그래야 당신의 삶이, 세상이 바뀐다'고.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할 때에야 비로소 삶의 지형과 환경이 바뀔 수 있고, 세상의 어지러움과 군주의 어리석음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정치를 멀리하고 외면할수록 세상은 그에 비례해서 혼탁해지고, 정치는 시민 위에 군림하게 된다. 


한해가 저문다는 것은 다시 새해가 시작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새해는 낡은 것이 사라지고 새 것이 시작된다는 의미가 있다. 정치, 그리고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내년은 '병신년(丙申年)'이다. 낡은 것들의 지배를 받는 사회가 퇴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년은 우리 사회가 낡은 것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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