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달 있을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각론 고시를 통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도종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결성했고, 역사학계와 시민단체, 교육계와 일반시민들 역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 이후 뉴라이트가 중심이 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역사 왜곡 논란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겹쳐지면서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동안 필자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학계, 교육계와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추진하려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해 왔다.
오늘 또 다시 이를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다만 일본제국주의시대와 이승만 박정희 시대를 합리화하고 미화시키기 위해 차용되고 있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주장들을 되짚어 볼 필요는 있다. 이를 통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자들의 가증스런 위선과 기만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작전'의 돌격대장을 자처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론을 선도해 왔다.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것은 그들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주장하면서 들이대는 기준과 잣대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데에 있다. 한마디로 일관성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일관성없는 정부와 정치인이야말로 국가적 혼란과 혼선만 부추기는 사회악이라는 점에서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 이제 저들이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해 과거에 어떤 발언들을 했는지 살펴보자. 지난 2013년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당시 교학사 교과서는 일선 학교에서의 채택률이 1%가 채 되지 않을만큼 부실한 내용과 역사 왜곡으로 가득차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교과서를 하나 만들었는데 1%의 채택도 어려운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느냐.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현실을 아주
비통하게 보고 있다"며 개탄스러워 했다. 김무성 의원
역시 "교육부의 엄격한 검정을 거쳐 통과된 역사 교과서가 전교조의 테러에 의해 채택되지
않은 것은 말이 안된다"며 불편한 속내를 고스란히 내비쳤다.
당시 그들이 퇴출 위기에 몰린 교학사 교과서를 비호하며 내세운 논리는 '다양성'과 '자율성'의 존중이었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국가에서라면 적어도 '다양성'과 '자율성'이 훼손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교학사 교과서 퇴출에 대한 저들의 확고부동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저들의 확고부동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거의 책 한권을 다시 쓸만큼
함량미달이었던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민주적 가치인 '다양성'과 '자율성'을 강조했던 저들이 이제는 단 하나의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입으로 두 말하고 있는 이 자들의 황당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저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이처럼 언제든 말을 바꾸는데 주저함이 없다. 마치 '모순'의 고사를 연상시키는 저 두 사람이
한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이고, 입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대표라면 그 나라의 교육정책과
정치가 어떻게 굴러갈 지 가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직접적 이해 당사자들인 역사학계와
교육계에서 결사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들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일본
식민지지배와 이승만 박정희 독재에 대한 미화와 왜곡뿐만 아니라 학문의 영역에서 논의되어야 할 역사 문제에 정치가 깊숙히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최소한의 일관성조차없이 말이다.
OECD 국가들 중 국정 고과서를 채택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현재 교과서를 국정화하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과 스리랑카, 북한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공산당조차 1980년대 후반부터 검정제를 채택해 (일부는 아직도 국정교과서 채택)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이 제도가 얼마나 후진적이고 과거 퇴행적이며 시대착오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들어 시작된 뉴라이트의 역사 왜곡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로 정점을 찍으려 하고
있다. 이에 수많은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일당 독재인 중국 공산당조차 채택하지 않고 있는 국정 교과서를 추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행태에 시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민주적 가치를 체득한 시민들이 권위주의 독재시대의 흉물스런 유물을 반길 리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 이는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 발상이자 구태일 뿐이다. 정부는 21세기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기 바란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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