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했던 아르바이트생 관련 발언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이날 아르바이트생들의 부당한 처우 문제를 묻는 질문에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다"고 말해 피끓는 젊은 청춘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질렀다.
김무성 대표의 인식은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생을 언급하며 했던 발언과 정확히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미생'의 뜻이 바둑에서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돌이라고 하지 않나.
이것을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하면 가능성이 아직 많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젊은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남들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여러분의 미래는 바둑에서 말하는 완생마가 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더니 그 대통령에
그 집권여당의 대표다운 발언이자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이 나라의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의 머리 속에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고 절망하며 몸부림 치는 모습이 그저
젊은 날의 치기와 투정쯤으로 인식되고 있나 보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인생의 좋은 경험", "남들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따위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4차원적 발언은 도저히 나올 수 없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이 비루한 땅을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을 마음껏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사고를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발언들은 그들이 얼마나 위선적이며
무책임한 정치인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땅의 젊은 청춘들을 기약없는 어두운 터널 속으로 밀어넣은
자들이 누구인가.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부자와 재벌 기득권의 파이를 극대화시키며 비정규직과 저임금을 고착화시킨
장본인들이 바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과 취업난을 부추기며 젊은이들의 희망을
곶감 빼먹듯 빼먹은 사람들이 바로 새누리당이다.
선거철만 되면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대책, 일자리 활성화 대책 등등의 감언이설로 젊은이들을 미혹시켰던 것도,
선거 이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공약을 헌신짝 버리 듯 내팽개쳐 버렸던 것도 바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었다.
그런데 지금 저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도대체 얼마나 뻔뻔하면,
얼마나 무책임하면, 얼마나 양심이 없으면, 얼마나 위선적이면 저들처럼 될 수 있는 건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면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현실 인식과 태도는 비단 이들만의 것은 아니다.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정치인들은 우리 주변에 구더기처럼 득실거린다. 평생을 노동과는 전혀 상관없이
호의호식해온 사람들, 특권의식이 껌딱지처럼 몸에 들러붙어 있는 사람들, 국민들을 한낱 바둑판의 돌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 땅의 젊은이들은 그저 유약하기 짝이없는 사회부적응자들로 비춰질 뿐,
그들의 초라한 현실이 눈에 밟힐 리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선거시즌이 아니다.
아마도 김무성 대표의 의중 속에는
'젊어서 고생 사서도 하는 건데, 니네들은 적어도 5,210원은 받잖아'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분하다. 이 정도면 기만의 수위를 넘어 농락당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필자를 더욱 분노케 만드는 것은 이 비루함이 되풀이 되고 있는 현실에 있다. 정치•시사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눈에는 정치인들의 위선과 기만, 그 비릿한 사술이 너무나도 명징하게 보인다.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간악한 술수가, 달콤함 속에 가려져 있는 추악한 민낯이 너무나
또렷하게 보인다.
비근한 예로 새누리당이 젊은이들의
표심을 흔들어 놓기 위해 꺼내든 반값등록금 공약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가 치뤄질 때마다 반값등록금 공약은 경제난에 빠져 있던 대학생들과 학부모를 미혹시키는 환각제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이 공약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지켜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몇몇
의로운 지자체장에 의해 시•도립 대학에서 공약이 지켜졌을 뿐, 입안에 단내가 나도록 떠들어대던 공약의 시행여부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에 있다.
보수를 표방하는 새누리당이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는 것쯤은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늘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다. 가난한 사람들이 절대다수인 대한민국에서 재벌과 부자,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당인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이 되는 기현상은 늘 변함이 없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들이 부자들을 위한 정당에 기꺼이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늘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며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올드보이 이우진의 말처럼 이 질문은 질문 자체가 틀렸다. 그런 까닭으로 답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헤메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가난을 면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새누리당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 땅의 젊은 청춘들이 대통령에게, 집권여당의 대표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까닭은 그들이 저들에게 표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 기막힌 결과를 어떻게 이해 해야 할까. 양치기 소년을 응징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미련함을 탓해야 할까, 아니면 마을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는 양치기 소년의 사악함을 탓해야 할까. 그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둘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를 구분지을 수 없다. 인간의 욕망과 그 시원까지 꽤뚫어 보고 있는 정치인들과 그들의 뻔한 술수에도 무력하게 무너지고 마는 유권자들은, 인간의 욕망을 사이에 두고 끝나지 않을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서로 기막히게 닮아 있다.
그러나 변치 않는 한 가지는 이 오래된 줄다리기를 끝낼 수 있는 열쇠가 마을 사람들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기억할 것, 똑똑히 분명하게 기억할 것, 그리고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표출할 것, 그래서 거짓 위정자들을 반드시 응징할 것. 사람들이 해야할 일은 이것 한 가지 뿐이다. 이 길만이 이 저열하고 비루한 정치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다수 시민들이 권력의 침탈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나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부디 기억하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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