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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잇따른 고위공직자의 망언, 몸통은 박 대통령

고위공직자의 망언과 막말이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7일 교육부의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민중을 개·돼지에 비유해 국민들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관련 사실은 빛의 속도로 퍼져나갔고 각계각층에서 그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온라인은 국민을 멸시하고 능멸하는 그의 망언과 시대착오적 인식을 비난하는 글들로 도배를 이루었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민중이 개·돼지라면 나향욱은 기생충"이라고 맹비난했고, 진중권씨는 "우린 개·돼지...넌 국가의 내장에서 세금 빨아먹는 십이지장충"이라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일반 시민들 역시 SNS를 중심으로 날선 비판을 이어갔고, 교육부의 페이스북에 각종 패러디물을 게시하며 격한 감정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나 기획관의 망언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12일에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막말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 여영국 도의원을 향해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 2년간 단식해 봐. 2년 뒤에는 나갈 테니까"라고 말하는가 하면, 막말을 책임지라는 여 의원에게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라는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홍 지사는 이날 여 의원을 "쓰레기, "로 비하하며 모욕을 주었다. 진보교육감 주민소환 청구 불법서명 의혹에 항의하며 단식 농성 중에 있던 도의원을 향해 폭언을 날린 것이다. 그는 과거에도 여기자를 향해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는 폭력적 언행을 행사한 적도 있고, 방송사 경비원을 향해서는 "넌 또 뭐야? 니들 면상 보러 온 거 아니다. 네까지 게"라고 폄하하는 등 숱한 막말과 망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이력이 있다.

지난 7 4일에는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막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 담당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가장학금 비중을 줄이고 무이자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고 말해 청년세대의 공분을 산 것이다. 취업난과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고 있는 '청년층'의 현실을 외면한 그의 몰지각한 발언에 청년들은 분노했고 좌절했다.


ⓒ 오마이뉴스


고위공직자의 망언과 막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축소·은폐 의혹에 답변하던 중 윤 일병의 사망을 '작은 일'로 묘사해 빈축을 받는가 하면, 지난달 23일에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이정호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이 워크샵에서 '천황 폐하 만세'를 삼창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들의 망언과 막말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한 해경 간부는 "80명이나 구했으면 대단한 것"이라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송영선 전 의원은 "세월호는 좋은 공부의 기회로 꼭 불행만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절망에 빠져있는 유가족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기도 했다. 이정현 녹취록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은 세월호의 사망자수를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와 비교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어디 이뿐인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과거 교회 특강에서 "일본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국민을 경악시켰고, 전대미문의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칼럼스리트로 활동하던 시절 촛불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종북좌파 세력으로 매도하는 등 막말을 서슴치 않았다. 이처럼 고위공직자의 망언과 막말은 한도 끝도 없다.

언어는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철학과 가치관, 신념을 드러내주는 거울이다. 고위공직자의 망언과 막말은 그들이 얼마나 삐뚫어진 특권의식과 권위에 물들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를 취중실언이나 개인의 일탈, 실수로 몰고가는 것은 사태의 본질과는 커다란 괴리가 있다.

부적절한 언행은 그들의 부적절한 사고와 인식에서 기인한다. 부동산 투기, 탈세, 논문 표절, 위장전입 등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아무 문제없이 고위공직에 기용되는 현실에서 그들의 망언과 막말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각계각층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에 부적절한 인사들을 대거 등용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 오마이뉴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인수위 시절부터 국민여론을 무시한 '나 홀로 인사', '깜깜이 인사'로 인사참사를 연출했던 박 대통령은 그 이후에도 반칙과 특권에 찌들어 있는 인사들을 고위공직에 대거 기용함으로써 공직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공직 기강을 무너뜨리는 원인을 제공했다.

고위공직자의 망언과 막말이 1차적으로 개인의 인성과 품성의 문제라면, 2차적으로는 공직 수행에 문제가 있는 인사들을 걸러내지 못한 현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에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의 무한 책임이 놓여있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연이은 망언과 막말에 국민들이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는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가치와 질서가 그들에 의해 부정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유있는 분노다. 박 대통령과 정부가 활화산처럼 터져나오는 분노의 본질을 성찰해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직시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분노가 향할 곳은 다름 아닌 박 대통령과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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