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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이상호 재징계 하려는 MBC에게 품위란?

역시 MBC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필자가 예상한 대로 MBC가 최근 복직한 이상호 기자에 대한 재징계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7일 '사측이 복직 2주 만에 이상호 기자에 대한 재징계 절차를 개시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MBC는 이상호 기자가 '해고 기간 중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재징계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는 이상호 기자가 해고 기간에 세월호 당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한 영화 <다이빙벨>을 연출한 것과 한국 기독교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한 영화 <쿼바디스>에 출연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이로써 대법원의 해고무효 확정 판결로 14일 MBC로 복직한 이상호 기자는 다시 한번 사측과의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상호 기자가 지난 2013년 1월 15일 해고를 당한 표면적 이유는 MBC가 대선을 며칠 앞두고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을 인터뷰하려 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공개했기 때문이었다. 이상호 기자의 폭로는 대선 정국과 맞물려 커다란 정치·사회적 파문을 일으켰고, 대선 직전에 부적절한 행보를 보인 MBC를 향한 세간의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MBC는 관련 사실을 모두 부인했고 오히려 이상호 기자가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유포시켰다며 그를 해고시켜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정남을 인터뷰했던 MBC의 허무호 특파원이 관련 사실에 대해 이상호 기자의 주장이 맞다고 확인해 주었다)


물과 기름은 절대로 섞일 수 없는 법이다. 사실 MBC가 극비리에 추진했던 김정남 인터뷰를 공개하기 이전부터 이상호 기자는 사측의 눈 밖에 나 있는 언론인이었다.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한 MBC에게 정권과 사회를 향해 바른 소리와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이상호 기자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했던 이상호 기자는 MB정권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김재철 당시 사장이 자행했던 무자비한 해고의 희생양이었다. 


이상호 기자를 해고시킨 장본이었던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은 MB의 특수임무를 받고 방송국에 투입된 특수요원이었다. 그는 현장에 투입된지 3년 만에 대국민 신뢰도 1위를 달리며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공영방송 MBC를 완전히 초토화시키는 놀라운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MBC는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언론사 신뢰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단 한표도 얻지 못하는 치욕을 맛보아야 했다. 




지난 5월 29일 <미디어 오늘>은 아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디어 오늘>은 사회동향연구소와 14~16일 사흘 간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방송3사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해 '어느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을 가장 신뢰하느냐'는 여론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질문에 응답한 122명의 기자들 중 MBC의 이름을 호명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MBC는 지난 2013년 한국기자협회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영향력은 물론 신뢰도 면에서 메이저 언론으로서는 유일하게 0%대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라는 속설은 MBC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김재철 사장의 재임기간은 3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는 지난 2010년 2월 26일부터 방송문화진흥회에 의해 해임이 결정된 2013년 3월 26일까지 MBC의 사장으로 재임했다. 그런데 그 3년 동안 MBC가 처참하게 망가진 것이다. 공영방송으로서의 굳건했던 MBC의 위상과 입지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고, '정권의 혓바닥'이라는 참담하기 그지없는 비아냥과 조롱을 들어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이 특수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물러난 김재철 사장의 공로 덕분이었다. 


현재 MBC는 안광한 사장 체제 하에 있다. 그는 이상호 기자가 해임될 당시 인사위원장이자 부사장으로서 이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또한 김재철 전 사장의 최측근으로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해쳐온 '김재철 체제'의 유지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재철의 아바타라는 평판을 받아온 안광한 사장 체제 아래에서 김재철 당시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품위 유지'의 족쇄가 이상호 기자에게 드리워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작 심각한 문제는 김재철 전 사장에게 내려진 특수임무가 여전히 MBC에 구전되고 있다는 사실일 지도 모른다. 





'품위'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이란 뜻이다. 격조 높고 고상한 이 단어를 MBC는 아주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MBC는 방송기자에게 요구하는 자질과 덕목의 1순위로 '품위'를 전면에 내세운다. 솔직히 방송기자의 '품위유지'와 MBC의 위상과 품격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상호 기자를 사사건건 걸고 넘어질 때마다 '품위 유지 위반'을 내세우는 것을 보면, MBC에게 '품위'란 언론인의 사명과 역할보다 중요한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MBC는 또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방송사로도 유명하다.  MBC는 지난 2013년 1월 15일 이상호 기자를 '명예 실추와 품위유지 위반'으로 해고시켰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 5월 15일에는 이상호 기자가 5월 8일 고발뉴스를 진행하면서 'MBC가 언론이기를 포기한 노골적인 왜곡보도로 대통령을 옹위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보도해 MBC의 명예를 심각하고 훼손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그리고 급기야 대법원의 판결을 비웃듯이 이상호 기자가 '해고 기간 중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재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특수임무를 띠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던 김재철 전 사장과 그로부터 인수인계를 확실하게 받은 것으로 보이는 안광한 사장이 버티고 있는 MBC가 '품위'와 '명예'의 정의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아무래도 MBC가 내세우는 '품위'나 '명예'는 보편적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수십억 광년의 괴리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아니라면 '품위'를 끔찍히도 사랑하고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방송사인 MBC가 사람들로부터 '엠빙신'으로 불리워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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