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의 맨 꼭대기는 단연 김연아의 차지였다. 온라인 상에서는 김연아와 관련된 기사가 도배를 이루었고 네티즌들은 해당 기사의 내용을 두고 치열하게 갑론을박을 벌였다. 은퇴 이후 조용히 인생 2막을 준비중인 그녀가 때아닌 언론과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받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논란의 진원지는 종편이었다. 채널A는 지난 16일 '박정훈의 뉴스톱10'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손길?
눈길 마다한 김연아?'라는 제목으로 이를 바라보는 패널들의 반응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문제의 영상은 15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민대합창 '나는 대한민국' 콘서트에서 김연아와 박근혜 대통령이 만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 장면에서
김연아가 박 대통령의 손을 마지 못해 잡고 있는 듯한 모습과 박 대통령을 외면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그런데 채널A는 바로 이 장면에 촛점을 맞추어 김연아가 마치 박 대통령을 외면한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캡처된
사진은 언뜻 보는 시각에 따라 김연아가 박 대통령을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해당 장면은 채널A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악마의 편집에 따른 착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일 행사장은 대통령과
정부 측 인사,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일반시민까지 참석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김연아와 박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는 곳은 대열을 정비하기 위해 자리이동이 계속되는 대단히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김연아의 자리는 원래 대통령 옆이 아닌 앞쪽에 있던 김연아합창단의 가장자리였다. 그런데 스태프가 김연아를 예정에 없이 대통령의 옆 자리로 데리고 간 것이다. 대통령이 김연아의
손을 잡은 것은 김연아가 정신없는 현장 분위기에 휩쓸려 있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대열 재정비를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연아가 대통령의 손을 꽉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김연아의 시선이 계속 합창단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도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난데 따른 행동이다. 현장의 어수선함과 예기치 않게 대통령 옆에 서게 된 김연아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김연아가 대통령의 손과 시선을 외면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억지이며 왜곡이라는 것이 전체 영상에서 드러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당시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미디어법'에 의해 탄생한 것이 바로 종합편성채널(종편)이다. 미디어법으로 신문•대기업도 10%의 지분 한도내에서 지상파 TV를 경영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의 지분을 30%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재벌과 대기업, 수구보수정권을 위한 기득권 방송은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러나
종편은 모두가 우려했던 대로 곳곳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방송의 기본이며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는 공정성과 중립성, 공익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이념적인 편향성에 기반을 둔 왜곡 조작 방송을 거듭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실정이다. 보도 기능이 훼손되고 여론시장의 다양성이 침해되는 등 종편으로 인한 폐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형편없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정적이고 노골적인 방송을 여과없이
내보내며 사회적 논란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애국가의 시청률과 경쟁하고 있는 종편의 한심한 처지를 생각하면,
정치적 편향성과 상업성을 포기할 수 없는 그들이 결국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밖에는 할 게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너무나 뜬금없는 김연아 논란이야말로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제목에서부터
나타나듯 채널A는 아예 작정하고 의도적으로 김연아가
박 대통령의 손길과 눈길을 외면한 것처럼 내용을 가공하고 포장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손길과 시선을
마다한 당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 제목만으로도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단히 자극적인 소재다. 그리고 그들의 의도대로 김연아 논란은 대중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종편에게
있어 사실관계와 이후에 있을지 모르는 사회적 논란 따위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업성의 절대기준이라 할 수 있는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일과 다수 대중을 우민화시키는 일에 있다.
종편이 탄생한 목적이 기실 바로 저 두 가지다. 김연아 논란으로 채널A는 시청률과 각종 사회현안으로부터 대중을 유리시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채널A는 그러므로 이번 논란의 궁극적인 승자인 셈이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 문방구는 형형색색의 먹거리들로 가득했다. 등하교길에 문방구 앞은 그것들을 사먹기 위한 아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잡하기 그지없던 그것들을 사람들은 '불량식품'이라고 명명했다.
그 시절 다양한 모양과 맛으로 무장한 불량식품들이 코묻은 아이들의 눈과 입을 유혹하고는 했다.
불량식품은
한 두번 먹을 때는 그 위해함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계속 먹다보면 결국 큰 탈이 나게 되어 있다. 불량식품에는 우리 몸에 해로운 첨가물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는 마치 종편이 불량식품처럼 비춰진다. 종편이 탄생한 이후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방송의 공정성, 이념적 편향성, 상업성과 선정성 등의 제반 문제들이 이에 대한 반증이다.
채널A가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편집한 김연아 논란은 종편이 왜 불량식품일 수 밖에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비근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종편이 사실을 왜곡하고 편파적이며 불공정한 방송을 내보낸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량식품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 게다가 사업자와
유통업자, 관리감독관이 한통속이라면 - 결국 소비자 스스로 자신들의
권익과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길 밖에는 방법이 없다. 시청자가 종편을 멀리하고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생각할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 논란은 김연아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아무런 대응없이 넘어간다면 추후 이와 같은 일은 언제든 다시 재연될 것이다. 종편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그들의 속성 상 앞으로 피해를 입게 될 제 2의 김연아가 속출하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이번 논란에 대해 책임을 묻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김연아가 채널A의 악의적인 왜곡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의도적으로 편파적 거짓 방송을 일삼고 있는 종편을 향한 경고이면서
동시에 침해받은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자 행동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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