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엄마부대로 살펴보는 진짜와 가짜 구별법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짜와 가짜, 진품과 짝퉁의 구분이 어려운 혼돈의 시대다.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서로 자기가 진짜라고 소리를 높인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안이 벙벙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가 그물처럼 얽혀있으니 무탈하게 살아가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구별하기 특히 어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생겨났을까. 진심인지 아닌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사람 마음의 진위를 가늠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엄마'라는 이름이 들어간 두 단체가 장안의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서로 자신들이 진짜 '엄마'라고 외치는 진기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때 아닌 '엄마' 논쟁을 촉발시킨 이 두 단체는 진짜와 가짜의 구별을 위한 아주 좋은 본보기다.



ⓒ 노컷뉴스


얼마 전 정부는 일본과 위안부 문제를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굴욕적 합의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뜨겁게 분출됐다. 전국 각지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고, 위안부 문제의 상징인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한켠에서 '엄마부대 봉사단' '탈북엄마회', '학부모엄마회' 등 보수단체가 중심이 된 '엄마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일본이 책임을 인정한 만큼 위안부 할머니들도 용서해야 한다"며 정부를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엄마부대'의 등장은 사람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 넣었다. 그들이 '엄마'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행동과 인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엄마부대'의 리더 격인 '엄마부대 봉사단' 주옥순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딸이나 어머니가 위안부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해 많은 사람들의 어이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한, 대승적 견지의 발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민들은 반응은 아주 냉담하고 단호했다. 그의 발언을 접한 시민들은 '엄마'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인식과 발언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 여성신문


'엄마부대'의 충격이 채 사그러들기도 전에 이번에는 또 다른 '엄마'들이 등장했다. 어제 오후 '평화어머니회' '이화여대민주동문회'가 주축이 된 '엄마'들이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협상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응하는 '엄마부대'의 인식과 행동에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

배외숙 '이화여대민주동문회' 대외협력위원장은 "여성이자, 고등학생 딸을 둔 엄마로서, 엄마부대 등이 할머니에게 요구하는 '용서'가 너무 폭력적이라고 느꼈다"면서 "진짜 엄마라면 돈 10억엔과 소녀상을 맞바꾸자는 일본 정부 이야기를 책임 인정이라고 이야기 하며, 같은 여성인 할머니들이 겪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잊으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사안에 대한 이 나라 '엄마'들의 반응은 이처럼 첨예하게 다르게 나타난다두 집단 모두 '엄마'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엄마'는 '엄마'인데 드러나는 모습은 완전히 대조적이다. 한 쪽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반면 다른 쪽은 '엄마'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영 불편하고 어색하다. 이는 저 둘 중 하나는 진짜이고, 다른 하나는 가짜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눈치챘겠지만 저 둘 중 하나는 '엄마'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는 가짜다. 과연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일까. 어쩌면 이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고 쉬운 문제일 지도 모르겠다. 굳이 솔로몬의 재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저들 중 누가 더 '엄마'스러운 지는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문제다.


진짜인지 가짜인지진심인지 거짓인지 구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본질을 직시하는 것이다위안부 문제에 대응하는 '엄마부대'의 모습 속에는 '엄마'의 마음이 전혀 느껴지지가 않는다. 솔직히 그보다는 '엄마부대'와 같은 인식을 가진 '엄마'가 과연 '엄마'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부터가 의문이다치유되지 못한 딸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는 '엄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연합뉴스


프랑스 속담에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표현이 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언덕 너머에서 달려오고 있는 물체가 내가 기르던 개인지 아니면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별이 안되는 상황을 빗대고 있는 속담이다. 진짜와 가짜가 뒤엉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2016년의 대한민국을 묘사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또  있을까?


과연 누가 개이고 누가 늑대일까,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일까. 혼란하고 혼탁한 이 시대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물어오고 있다.



세상이 보이는 정치·시사 블로그  바람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