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니위크
어제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등학교에서는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 학생 75명을 포함한 총 86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함께 했을 250명의 학생들과 12명의 선생님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자리는 친구들이 준비한
250송이의 꽃송이가 대신했습니다.
설레임과
긴장, 아쉬움과 환호가 뒤섞여 분주하고 어수선하게
진행되는 것이 졸업식의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날의 풍경은 사뭇 달랐습니다. 졸업식은 차분하고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외부인과 언론사의 출입은 통제되었고,
생존학생들과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당초 학교
측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위해 이번 졸업식을 '명예 졸업식'으로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4·16가족협의회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들은 대신 같은날
12시에 안산합동분양소에서 추모식을 거행했습니다. 4·16가족협의회가 졸업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희생자들이 사용했던 교실의 이전 문제로 경기도교육청 및 학교 측과 갈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연합뉴스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측은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로 인해 교실의 증원이 필요한 만큼 참사 이후 비어있는 '기억교실' 10곳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실종자 파악이 전혀 이루어 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대단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양쪽의 입장이 모두 타당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의 과정입니다. 양측의 의견이 다른 만큼
그 차이와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면서, 가장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교감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언제나 어렵고 힘들고 피곤합니다. 그러나 갈등을 최소화
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단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됩니다. 다행히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독단과 권위를 앞세운 권위적 행정가가 아닙니다. 유가족의 입장과 재학생 및 학부모, 지역사회와 충분히 협의하면서 합리적 방안을 이끌어 내기를 기대해 봅니다.
ⓒ 유투브 by 경향신문
이날 단원고
졸업식에서는 진기한 장면이 포착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졸업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갑자기 하늘에서 수십마리의 새들이 단원고 교정 위에 나타난 것입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새들이지만 이날은 좀 특별했습니다. 운동장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아이들처럼 새들은 단원고 교정 위를 떼지어 날아다녔고, 학교 옥상 위에 줄지어 않아 교정 이곳 저곳을
살펴 보기도 했습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새들이 졸업식이 끝날 때까지 학교를 지키고 있다가, 졸업식이 끝나고 학생들이 다 돌아간 후에야 학교를 떠났다는 사실입니다. 한 언론사에서 포착한 이 동영상은 시민들의
엄청난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시민들은 이 진기한 장면을 보고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담담히 표현했습니다.
코끝이 시려온 다는 사람,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는 사람 , 감동이 밀물듯이 몰려온다는 사람, 절대로 아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사람, 그저 말없음표를 남기는 사람.
시민들은
반응이 의미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그들은 새들에게서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의 모습을 본 것입니다. 아이들은 어느 날은 별이 되었다가, 또 어느 날은 나비가 되었다가, 바람이 되기도 하고, 눈꽃이 되어 흩날리기도 합니다. 비와 구름이 되기도 했다가, 하얀
파도가 되기도 하고, 또 어제처럼 새들이 되기도 합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으니 그들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처럼 자유롭지 못합니다. 깊은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를 사이에 두고 우리 사회가 여전히 양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사람들과 기억에서 지워내려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떠나간 자들과 남겨진 자들 사이의 소통과 교감, 공존에서부터 가장 본질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사건의 진상 규명과 선체인양과 실종자 문제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남겨진 사람들인 우리들의 몫이자 숙제가 될 것입니다.
기억과
공존이 교차하는 지점, 단원고 졸업식은 이처럼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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