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SNS을 통해 사진 한 장을 건네받았다. 얼마 동안을 바라보았을까.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역류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것인지, 수 십년
동안 체득된 하수구의 언어들이 빛의 속도로 튀어 나왔다. 당연하다.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깡그리 부정하는 저들의 반인륜적, 반사회적 행태에 이성이 배제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저들은 부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엄마'의 아련한 의미를 도용한 날강도들에 다름 아니다.
지난 2013년 조직되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엄마부대'는 보면 볼수록 요상하고,
기괴한 조직이다. 따뜻하고 자애로운 이미지의 '엄마'가 호전적이고 전투적인 이미지의 '부대'와 결합했으니 그 이름부터 그로테스크함이 물씬 느껴진다. 게다가 이들의 활약상은 그 이름에 걸맞게 괴상망측하기 짝이 없다.
기이한 것은 그들의 출몰 시점이다. '엄마부대'는 정부 여당에게 불리한 시국 현안이 생길 때에만 나타난다. 그런 면에서 '엄마부대'는 '어버이연합'의 여성 버전이다.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엄마부대'의 활약은 눈이 부시다. 그들은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하는 유가족들과 시위대를 향해 조롱과 시비,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테러를 당한 니퍼트 주한미국 대사를 사랑한다며 공개적인 구애를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화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방송인 김제동의 하차를 요구하며 SBS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급기야 어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 앞에서 위안부 협상 타결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와
피해 할머니들을 향해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여 용서하자"는 입장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 노컷뉴스
세상에는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과정 자체가 불필요해 지는 순간도 존재한다. 과학으로 설명이 안되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전자의 경우라면 '엄마부대'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 나는 솔직히 저들의 행태를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인류사를 통해 켜켜이 쌓여져 온 인간의 보편적 정서와 가치를 부정하는 저들의 행태는
논증의 대상이 아닌 그저 치료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저들은
지금 중증 장애를 앓고 있다. 자신들이 여자라는 사실을, 엄마라는 사실을,
인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심각한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제국주의의 야만과 폭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들은 수많은 여성들의 인권을 처참하게 유린했고 능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번 합의 역시 진정성있는 사과와 배상과는 거리가 먼 두 정부의
밀실 야합에 불과할 뿐이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위안부 문제의 상징과도 같은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것도 결국 이번 합의가 국민정서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 뉴스타운
'엄마부대'는 이런 상황에서 다시 등장했다. 위안부 문제 졸속 합의로 대통령과 정부가 위기에 빠지자 그들은 여지없이 나타났다. 그러나 '엄마부대'의 모습은 여자로서,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정서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들이 정신적으로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에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엄마부대'의 망동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기이하고 기괴한 조직, '엄마부대'에는 3가지가 없다. 저들에게는 여자로서의 '감성'과 엄마로서의 '자애',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인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 3가지는 여성을 남성과,
영혼을 가진 인간을 영혼이 없는 부품과 구분짓는 중요한 특징들이다. 나는 저들로부터
이러한 특징들을 걸러내고 나면 과연 무엇이 남게 될 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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