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를 뒤로 하고 오늘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났습니다. 일각에서 안 전 대표가 8·19 당대표, 최고위원 선출대회에 나선다는 괴소문이 있어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안 전 대표는 "절대로 당대표에 출마하는 일은 없다"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정치에 100%는 없다지만, 안철수 당대표 출마는 '100%! 일어나지 않을 일'입니다. 이후부터 안철수 당대표 출마설을 흘리는 분들은 '허위사실 유포'라고 자신합니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서울시장 후보의 8·19 당대표 선출대회 출마설을 일축했다. 4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안 전 후보로부터 당대표에 출마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뜻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주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안 전 후보의 당대표 출마설을 부정한 것은 그의 거취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1일 새벽 안 전 후보가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는 강경론에서부터 한동안 자성의 시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안 전 후보가 8·19 당대표 선출대회를 통해 정치 복귀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오마이뉴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안 전 후보의 정계 은퇴를 권고한 대표적 인물이다. 윤 전 장관은 지난달 20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여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고 본업으로 돌아가는 게 더 사회에 기여하는 길일 수 있지 않겠나"라며 "안 전 후보가 등장한 지가 대략 6년이 지났는데 지금 이 시간까지도 그 알맹이를 못 채우고 있지 않나. 국민들이 기다리다 기다리다 이제 지쳐서 지지를 철회한 게 아닌가 싶다"고 고언(苦言)했다.
지난달 19일 열렸던 당 워크숍에서는 안 전 후보가 상당기간 성찰과 자성의 시간을 갖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안 전 대표는 현재 정치력으로는 안 된다. 본인 말로 재충전과 자성의 시간을 갖는다는데 한 3년 정도 가진 다음에 정치를 하더라도 다시 해야 한다. 아니면 정계를 떠나시던가"라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독설은 계속 이어졌다. 이 평론가는 "안 전 대표가 대선이 끝나고 시간을 충분히 갖길 바랬으나 못 참고 조급했다"며 "미숙하다는 이미지를 안 바꾸면 대선주자급으로 다시 대접받기 힘들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대선 패배 이후 정치 일선에 서둘러 복귀한 안 전 후보의 조급함과 강박증이 결과적으로 그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의미로, 만약 정치 복귀를 생각하고 있다면 충분한 성찰의 시간을 갖은 뒤에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안 전 후보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당 안팎으로부터 여러 의견이 분출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의 8·19 당대표 선출대회 출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터져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창당을 주도했던 안 전 후보가 당이 직면한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방선거 이후 바른미래당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단 한 곳도 승리하지 못한 바른미래당은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선거 참패로 당의 하부조직까지 궤멸되며 차기 총선 전망 역시 지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이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안 전 후보의 당대표 출마설은 이같은 당내 상황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분석이다.
안 전 후보는 과거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정치 일선에 복귀한 전례가 있다. 국민의당 시절이던 지난 2017년 8월 3일 그는 "당 자체가 사라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며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제보조작 사건의 책임을 지겠다며 국민에게 고개를 숙인지 약 3주가 흐른 시점이었다. 바른미래당 창당 이후에도 안 전 후보는 백의종군을 선언한지 한 달여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당무에 복귀하기도 했다.
안 전 후보의 때 이른(?) 정치 복귀는 이처럼 당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건의 후폭풍으로 존폐 위협에 시달리고 있었고,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바른미래당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지지율에 울상을 짓고 있었다. 당이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할 때마다 안 전 후보는 전격적으로 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조기 등판에 따른 당 안팎의 우려와 세간의 비판에도 '구당'(救黨)의 명분을 앞세워 정치 재개에 나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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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후보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8·19 당대표 선출대회 출마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위태로운 현실을 감안하면 안 전 대표가 결국 출마를 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27일 안 전 후보가 "실패해도 그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초심을 다시 생각해보고 계속하려는 용기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정치 재개를 암시하는 복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안 전 후보가 8·19 당대표 선출대회를 통해 정치 일선에 복귀한다고 해서 바른미래당의 위기가 극복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몇 가지 근거가 있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를 대선주자급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안철수 현상'의 거품이 사라졌다. 그로 인해 안 전 후보의 정치적 위상과 지위가 많이 희석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안 전 후보가 구원투수로 투입된다 하더라도 예전만큼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안 전 대표의 조기등판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 국민의당 당대표,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원장 및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지만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안 전 후보가 전면에 등장했지만 당 지지율은 여전히 지리멸렬했고, 그 역시 별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건설적인 대안이나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기성 정치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불분명한 정체성과 노선, 거듭된 말 바꾸기 역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안 전 후보의 재등판설이 솔솔 풍기고 있음에도 여론이 싸늘한 이유는 어쩌면 이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정계 은퇴'냐, '정치 복귀'냐가 아니다. 관건은 국민이 안 전 후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그가 냉철하게 인식하고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거취 문제를 깊이 고심하고 있을 안 전 후보가 직시해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을 터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국민의 생각을 읽지 못하면 국민의 마음 역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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