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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송파을 공천 갈등..자중지란 빠진 바른미래당

ⓒ 오마이뉴스


바른미래당은 오는 6.13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선거 결과에 당의 존폐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보수를 재건하겠다며 창당한 바른미래당은 기대와는 달리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에 근접할 것이라던 지지율은 한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보수적자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자유한국당과 대비되는 전략과 정책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 원내의석 30석을 거느린 제3당임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고민이다. 정국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이 주도하고 있고, 캐스팅보트의 역할도 원내 의석 20석(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의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에 넘겨준 모양새다. 아무리 신생정당의 한계를 감안한다 해도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마이너스 통합'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창당을 주도한 이후 2선으로 물러나 있던 안철수 전 대표를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조기투입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바른미래당은 당의 간판인 안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워 이목을 불러모으고 새롭고 참신한 인재 영입을 통해 새바람을 일으켜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의 등판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재 영입은 지지부진했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 와중에 한국당 소속 전·현직 수도권 지역 지방의회 의원들을 영입하며 '분리수거', '이삭줍기'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상황은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지율은 전혀 반등하지 못하고 있고, 인물난 역시 극심한 상태다. 

안 후보 역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고전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는 김문수 한국당 후보에조차 밀리며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 후보를 통해 지지율 상승과 인재 영입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바른미래당의 계획이 틀어지고 있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른미래당은 극심한 공천 갈등까지 겪고 있는 중이다. 서울 노원병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최근에는 송파을 전략공천 문제로 안 후보와 유승민 공동대표가 강하게 부딪히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후보등록 마감 하루 전인 25일까지도 송파을 공천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안 후보와 유 대표의 주장이 격렬하게 대립하며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안 대표는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유 공동대표는 경선에서 압도적 1위에 오른 박종진 예비후보를 공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불출마 의사를 접고 이날 출마의사를 밝힌 손 위원장은 국민의당 출신이며, 박 예비후보는 바른정당 출신이다. 이는 송파을 공천 갈등이 안 후보와 유 공동대표 간의 계파 싸움임을 시사해준다.

바른미래당의 계파 갈등은 노원병에서 이미 연출된 바 있다. 당초 이 지역은 바른정당 출신 이준석 당협위원장의 단수 공천이 유력했으나 안 후보의 측근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공천을 신청하면서 계파 갈등으로 비화됐다. 공천룰과 경선룰을 두고 치열하게 기싸움을 이어가던 노원병 공천 갈등은 이후 김 교수가 중도사퇴하면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안 후보와 유 공동대표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 오마이뉴스


송파을 공천 갈등 역시 그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당시 드러났던 안 후보와 유 공동대표의 인식의 차이가 결국 불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바른정당 출신 진수희 서울시당위원장이 전격 사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진 위원장은 "서울시 공천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해서 최고위로 올렸으나, 그 과정에서 겪은 온갖 비상식적인 일들, 게다가 송파을의 박종진 후보를 놓고 벌이는 무도한 작태를 보면서 통합을 뼈저리게 후회했다"고 안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면에서 송파을은 바른미래당 내부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선과 철학이 다른 두 세력 간의 화학적 결합이 계파 갈등으로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송파을 공천 갈등은 손 위원장을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안 후보와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대로 경선 1위를 차지한 박 예비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유 공동대표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출마를 고사했던 손 위원장이 출마 쪽으로 선회하면서 공천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공천 갈등이 격화될수록 지방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바른미래당이 보수적자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 상대인 한국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바른미래당과 한국당 사이의 변별점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도토리 키재기'요, '그 나물의 그 밥'이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모습이다. 

공천 갈등만 해도 그렇다. 지방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계파 갈등과 공천 갈등은 정당을 막론하고 수없이 반복되어 온 낡은 정치의 상징이다. 그런데 그동안 민주당과 한국당 등 기득권 양당의 패거리·계파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해온 바른미래당이 계파 싸움으로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국민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구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바른미래당의 명운이 달려있다는 것에 이론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의기투합해도 모자랄 시기에 바른미래당은 오히려 '적전분열'에 휩싸여 있는 모양새다. 조직과 세력, 지역 기반, 인물, 지지율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열세에 놓여있는 현실을 상기하면 헛발질도 이런 헛발질이 또 없다. 계파 싸움이 짙어질수록 바른미래당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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