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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는 참외로 유명한 도시다.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에 성주와 참외는 바늘과 실처럼 늘 함께 붙어 다닌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수고가 더해 졌을까. 지난 수십년 동안 지역민들은 참외 농사에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어왔을 터다.
시련과 좌절, 무수한 실패를 경험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지역민들의 뼈를 깎는 그 노력이 오늘날 성주를
참외의 도시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참외는 그들의 삶이요 전부다.
그런데 최근 참외의 도시 성주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정부가 느닷없이 이 지역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다.
이제 성주에 대한 연관검색어 1순위는 사드로 바뀌었다. 지역민들이 인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 낸 땀의 결정체가 불과 한달 여만에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수십년의 노력을 일순간에 허물어뜨리는 사드. 사드의 후폭풍이 얼마나 거센지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7~8월은 참외의 수확철이다. 밭에서, 하우스에서 참외 수확에 한창이어야 할 농민들이 지금 거리로 거리로 나서고 있다.
참외가 들려 있어야 할 두 손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각종 피켓들이 대신 들려 있다. 평생을 농사 밖에는 모르고 살아왔을 그들이 가장 뜨겁고 가장 강렬하게 사드 반대를 위한 대정부 투쟁에 앞장선다.
이 모습은 대단히 생경한 장면이다. 그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해 온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아마 말로 형용하기 힘든 배신감을 느꼈을 터다. 그 배신감이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울분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일 게다.
이 지역에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박 대통령과 정부가 여기까지 예측하지는 못했으리라. 어느 정도의 반발과 저항이 따를지언정 이내 사그라들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나라를 팔아 먹어도 1번을 찍을 사람들이라는 비아냥이 있을 만큼 이 지역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이 아니던가.
그런데 분위기가 영 심상찮다. 민심을 달래기 위해 현장을 찾은 황교안 총리를 향해 사방에서 거친 고성과 함께 계란과 물병이 날아 들었다.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거침없는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성주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어느덧 이 지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야도로 변했다. 사드가 만들어낸 이유있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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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사드 논쟁은 비단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드는 단순하게 지엽적·지역적 문제로
국한시킬 사안이 아니다. 남북관계, 대중·대러 관계 등 동북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국가의 장래와 사활이 걸려있을지도
모르는 중차대한 문제인 것이다.
사드에 직격탄을 맞은 성주지역민들이 한반도 사드 배치의 전면적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는 명확해진다. 이는 사드 논쟁이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이 각성했다는 뜻이며, 정부여당의 의도대로 사드 논쟁이 흘러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참외의 도시 성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대한민국이 사드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성주는 과연 참외의 도시라는 명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분단의 상흔을 극복하고
세계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위기에 빠진 성주와 대한민국, 생각할수록 애달픈 동변상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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