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가리켜 흔히들 '무대'라 부른다. 그가 '무대'로 불리게 된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수호지>에 등장하는 인물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무대뽀'같은 거침없는 성격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고, '무성대장'을 줄여 부르는 것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그 이유가 무엇이든 참 그럴듯한 별칭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무대(舞臺)' 위에서 더 진가가 드러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숨고르기를 하고 있던 김 전 대표가 다시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국민생투어를 통해서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전남 여수의 한 수협 공판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갈등을 해소해야 할 정치인들이
갈등을 현장에서 더 조장하고 있는 점에서 우리 다 죽일놈이다"라고 말했다. 대중 선동에 능한 정치인은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한다. 김 전 대표의 경우가 바로 그에 해당한다.
모두가 '죽일놈'이라는 그의 말과는 다르게
그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야당을 겨냥하고 있다. 야당의원들의 성주 방문을 비판하고 있는 이 문제의 발언에 사드
배치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대통령과 당리당략에 빠져 본질을 비틀고 있는 집권여당의 자리는 없다. 그러므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죽일놈'들은 기실 '모두'가 아니라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이다.
ⓒ 세계일보
이날 김
전 대표는 사드 배치의 당위를 설명하려 부단히도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차용한 것들의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이제
왜곡과 기만, 거짓을 바탕으로 대중을 선동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것이 김 전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버린 모양이다
"전자파 괴담은 북한 사이버부대에서 만들어서 퍼트린 것, 북한이 핵폭탄을 개발했는데 미사일에
핵폭탄을 장착해서 쏘면 우리나라와 일본에 떨어진다, 사드 미사일 쏘기가 가장 좋은 지역이 성주다,
사드는 가까이 가도 전자파가 안 나온다"
이는 이날
김 전 대표의 입을 통해 만들어진 거짓 선동의 일부들이다. 그런데 사실관계에 있어 모두 치명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전자파 괴담과 북한과의 연계성은
입증할 근거도 자료도 없는 억지에 불과하고, 고고도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시키는 사드 시스템으로 한반도로
향하는 북한의 핵무기를 요격시킨다는 설정은 지정학적 여건상 전혀 앞 뒤 말이 맞지 않는다.
성주가
최적의 장소라는 주장 역시 2500만 인구와 국가기간산업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 방어에는 사드가 무용지물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무력해지며, 전자파 문제 역시 전문가들조차
안전성을 확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김 전 대표는 황당하게도 어느 하나
확실하지 않은 내용들을 앞세워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죽일놈'이라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모습은 김 전 대표의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그는 비록 대중 선동에는 능할지 모르나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는 좀처럼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대선의 복선이었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사건, 무수한 대선 공약 파기, 정치생명을 걸었던 100% 상향식 공천제 좌초 등 자신이 직접 관여되어 있는 굵직굵직한 사안들에
대해 단 한번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대신 잘못된 사실과 사례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국민을
선동하고 기만하는 대단히 무책임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 오마이뉴스
사드 배치와 관련된 이번 발언 역시 마찬가지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갈등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한다. 첨예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사드 논쟁의 중심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그의 주장에는 갈등을 촉발시킨 원인이 철저하게 은폐되어 있고, 오직 대중의 증오를 자극해 국면을 전환시키려는 얄팍한 기만술이 엿보이고 있을 뿐이다.
수많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득불 사드를 도입하겠다는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김 전 대표 모두 갈등과
혼란 자체에만 함몰되어 있다. 그들은 국민들이, 성주지역민들이,
야당이 왜 사드 배치를 문제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자체가 아예 없다. 눈이 있으되
보지 않고, 귀가 있으되 듣지 않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사안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정형화된 패턴이다. 정부와 국민 사이의 괴리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갈등의
중재자, 해소자가 되어야 할 정치인이 갈등의 유발자가
되고 있다는 김 전 대표의 인식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표피를 덜어내는 순간 그의 주장은 대단히
정략적이며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가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 국민을 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정치인의 국민 선동만큼 위험천만한 것이 또 없다. 지금은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국익을 위한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할 시점이다. (그의 말대로) 진짜 '죽일놈'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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