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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담당검사가 대법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순간들 중의 하나입니다. 전두환 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대통령 직선제' '제반 민주화 조치 시행' 등을 약속하는 역사적인 '6•29 선언'을 이끌어낸 1987 6월 민주화 항쟁의 시발점이 바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책상을 ''하고 치니 ''하고 죽었다"는 강민창 당시 내무부 치안본부장(현 경찰청장)의 언론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공력이 경지에 이른 절대 무림고수가 아닌 이상 책상 한번 내리쳤다고 사람이 그리 맥없이 고꾸라질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법칙을 무시하는 이 희대의 거짓말은 결국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됩니다.

1987 6월 용광로처럼 뜨거웠던 그해 여름 전국적으로 5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독재정권 타도" "호헌철페", "대통령 직선제"를 외치며 거리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서슬퍼런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에 억눌려 있던 자유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마침내 터져 나온 것입니다. 이 거대한 흐름은 마침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이 바로 박종철 열사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지금 국회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는 한 사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217일 퇴임한 신영철 대법관의 후임으로 박상옥 형사정책연구원장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기 때문입니다. 인사청문회를 개최해야 하는 여야는 박상옥 후보자의 이력때문에 서로 대치 중에 있습니다.

당초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인사청문회를 거부해 왔던 새정치민주연합이 대법관 공백 장기화 역풍을 우려해 인사청문회를 여는 쪽으로 당론을 모으고 있습니다만 박상옥 후보자에 대한 반대의사는 분명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3월 중 청문회 실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박상옥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박상옥 후보자에 대한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대의사를 감안하면 현명한 접근법입니다. 아무리 이 땅의 정의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상옥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되는 것은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일입니다.

어제(5)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의당 서기호 의원실은 검찰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의 수사기록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고 박종철씨의 형인 박종부씨가 지난달 12일과 26일 서울중앙지검에 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고문 경찰관 5명과 수사과정의 가혹행위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경찰간부 3명에 대한 재판수사 기록의 공개를 요청했지만 검찰이 거부한 것입니다.

당시 수사기록은 박상옥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수사하면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수사의 은폐와 축소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박상옥 후보자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규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기록의 공개로 인해 사건 관계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과 '수사기관의 내부문서로 소송기록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공개를 불허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논리는 '억울하게 사망한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명예와 신변의 안전을 우선시한다는 점' '박상옥 후보자의 의혹을 밝혀낼 중요한 핵심기록은 마땅히 공개되어 인사청문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사리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의 목숨값보다 가해자의 명예나 신변의 안전을 더욱 중요한 가치라고 판단한다면 법이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럴 바엔 법에 기대느니 차라리 주먹을 의지하는 편이 훨씬 정의롭습니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최고의 사법기관입니다. 따라서 대법관은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정의와 양심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헌법기관이나 다름없습니다. 당연히 모든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존경받는 법조인이 우선 대상이 되어야 하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반드시 투명하고 명백하게 규명되어야만 합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수사기록 공개를 검찰이 거부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박상옥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지키기 위한 '전관예우'일 뿐입니다.





각계각층에서 박상옥 후보자를 반대하며 '자진사퇴'와 박 대통령의 임명동의를 철회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단체협의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시민사단체 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박상옥 후보자의 임명제청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멀고도 험했던 민주화의 과정에 기여한, '박종철'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시대의 외침입니다. 


대법원은 사법정의와 시민의 인권을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하는 곳입니다이런 막중한 소임을 담당해야 할 대법관으로국가폭력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치욕의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를 임명하는 것은 존엄한 법과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모욕입니다이는 고문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고문의 달인이근안을 경찰청장에 임명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두고두고 역사에 길이 남을 부끄러운 장면이 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을 철회해야 마땅합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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