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4개국 순방길에 나섰습니다. 박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으로 세계 석유파동을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토대를 마련했듯이, 제2의 중동붐으로 제2의 경제부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비지니스 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총 7박9일의 이번 순방일정은 강행군의 연속입니다. 박 대통령은 먼저 1일부터 3일까지 쿠웨이트를 공식방문했습니다. 쿠웨이트 국왕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 건설•플랜트, 교통•철도, 보건•의료, 정보통신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증진을 논의했습니다.
3일과 4일에는 최대원유공급국이자 해외건설수주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지난 1월 즉위한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신임국왕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외교•안보 분야 협력은 물론 에너지•원전, 건설•플랜트, 투자, 보건•의료, ICT 등 실질
협력관계 증진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어서 4일에서 6일까지는 UAE를 방문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UAE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 건설•인프라 분야 협력 확대와 보건•의료, 식품•농업, 문화 등 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기로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6일에서 8일까지는 마지막 순방지인 카타르를 방문해 8일 오전 쉐이크 타빔 빈 하마드 알 싸니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박 대통령은 카타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기존의 에너지•건설 분야의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시키고 투자, 보건•의료, 원자력,
ICT, 교육, 문화 등 새로운 분야의 교류확대를 통해 양국의
동반성장 잠재력을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박 대통령은 8일 오후 카타르 공식 일정을 마지막으로 귀국, 오는 9일 오전 서울에 도착합니다.
박 대통령의 일정은 "총력을 다해 비지니스 외교를 펼칠 것"이라는 출국 전 다짐대로 쉴틈이 없을 정도로 빡빡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정상회담 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및 포럼, 재외동포 접견, 만찬 등까지 더해지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양국간의 우호 협력관계를 증진시키며, 경제적 이득까지 도모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애국이 또 없을 겁니다.
이 감격적인 장면을 국민들과 더 빨리, 그리고 더
깊이 나누고 싶어서 일까요. 방송과 언론들이 박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과 중동 순방길의 성과를 앞다투어
보도하며 박 대통령 띄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어딘가 모르게 굉장히 낯이 익은
장면입니다.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이 장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2월4일부터 11일까지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 카다르, UAE 등 중동지역 4개국을 순방할 때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출국 전 다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그것과 매우 흡사합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중동 순방길에 오르기 전 라디오 연설을 통해 "건설 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방위산업, 원전과 같이 모든 분야에 걸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2의 중동 붐이 일면서 우리에게 또 다시 기회가 오고 있습니다"라며 제2의 중동 붐을 경제중흥의 기회로 만들자고 역설했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현 대통령 두 사람이 모두 같은 인식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썩 달가운 장면이 아닙니다. (왜
그런지는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중동순방길에서 각국과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도 이명박 정부와 똑같습니다. 특히 쿠웨이트 국왕과의
정상회담 이후 정부가 "교통 협력 MOU 체결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수주가 기대되는 사업은 모두 381억 달러(약 41조9595억원)에 달한다"고 밝히는 부분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MOU의 악몽이 떠오르기까지 합니다.
MOU는 말그대로 양해각서에 불과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체결되었던 71건의 MOU 중
계약이 성사된 건은 단 1건이고 계약 성사율은 겨우 0.014%에 불과합니다. 지극히 초라하고 볼품없는, 참으로 민망한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그 당시 이명박 정부는 천문학적인 MOU 체결을 이루어냈다며 자화자찬에 열을 올렸고, 방송과 언론은 마치 이를 실제 계약인
것처럼 고스란히 생중계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연출하고 방송과 언론이 장단을 맞춘, 단 0.014%의 확율에 불과한 기만극에 국민들이 철저히 놀아난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라고 해서 과연 다를까요. 물론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필자의 우려와는 달리 박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이 정부의 발표대로
커다란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정부, 방송과 언론의 태도는 마치 이명박 정부 당시의 데자뷰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당연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연일 방송과 언론에서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과정과 외교의 성과를 대서특필해서 그런지 대통령 지지도가 상승했다는 여론조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모처럼 반길만한 소식입니다. 박 대통령의 강행군이 지지율 반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수고한 보람이 있습니다. 이
맛에 박 대통령이 그리도 해외에 자주 나가는 모양입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은 허투 있는 말이 아닐 겁니다. 우리는 이미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통해 수치가 주는 허상과 말의 성찬이 얼마나 공허하고 무의미한지 똑똑히 경험한 바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이 나라의 언론과 방송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정확한 사실과 정보를 보도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따라서 국민들은 정부와 언론에서 남발하는 장미빛 환상의 실체를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송과 언론이 떠들어 내는 나팔소리에 정신줄 놓다가는 또 다시 처절한 낙담과 절망을 맛보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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