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국가인권위원회와 붕어빵의 공통점은?

지난 2012 8, 3년의 임기가 끝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사퇴요구가 각계에서 빗발쳤습니다그는 2009 9월 취임할 때부터 인권운동가들은 물론이고 시민사회에서도 강력하게 반대해왔던 인물이었습니다많은 사람들이 극구 반대했을 정도로 그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자질과 소양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안목은 정확했습니다그가 재임하는 3년 동안 대한민국의 인권상황은 한없이 후퇴했습니다현병철 체제의 
가인권위원회는 각종 인권침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일쑤였고정치적 사안에는 의견을 회피하거나 권력의 비위맞추기에 급급하는 등 가인권위원회 본연의 역할에 맞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위원장으로서의 자질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는 그의 발언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납니다그는 취임직후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고 말해 여성계를 당황케 만들었습니다가부장적인 남성우월주의가 여전한 판을 치는 세상에서 우리 사회에 "아직도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고 되묻는 그의 변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2010 7월 사법연수생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가 되었어요, '깜둥이'도 같이 살고"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세상을 경악시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2010 4월 몽골학생들을 앞에 두고선 "야만족이 유럽을 200년이나 지배한 건 대단한 일이다"는 민족차별적인 발언으로 몽고학생들을 멘붕상태로 몰아 넣기도 했습니다언어는 사고를 지배합니다인권위원회의 수장으로서 그가 보여주고 있는 천박함은 위험천만한 수준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정작 압권은 따로 있습니다. 2009 '용산참사'와 관련해서 그가 보여주었던 행태들이야말로 대한민국 인권위원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습니다당시 인권위원들은 '용산참사재판에 의견을 제출하자는 안건을 전원위원회 회의에 올리려 했습니다그런데 현병철 위원장은 "어떻게든 상정을 막아야 한다"고 담당 조사관에게 말합니다그는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안건 가결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자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남긴 채 폐회를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인권과 독재는 서로 어울리는 단어가 아닙니다 . 저 둘은 서로 대극에 자리잡고 있는 개념입니다독재가 기승을 부리면 인권은 자리잡을 공간이 없어져 버리고 맙니다반대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면 인권도 덩달아 꽃을 피웁니다그런데 현병철 위원장의 입에서 서스럼없이 '독재'라는 표현이 튀어나옵니다이는 도저히 대한민국의 인권을 책임지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닙니다그는 인권과는 담을 쌓은 듯한 인식과 태도를 지닌 최악의 인권위원장입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UN에 보낸 보고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이 보고서는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인권상황을 판단하는 자료로써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따라서 
가인권위원회 UN의 국제규약인 자유권 규약에 명시되어 있는 신체적 자유와 안전표현의 자유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사실 그대로 보고해야 합니다.  UN 인권이사회가 이 보고서를 토대로 심의를 거쳐 우리나라의 인권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그런데 바로 이 보고서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당초 
가인권위원회는 보고서 초안에 총 65개에 달하는 인권쟁점을 선정했습니다그런데 이것들이 가인권위원회 상임위 회의 등을 거치면서 절반이 넘는 34개 항목이 삭제된 채 보고된 것입니다무려 34개의 쟁점들을 덜어낸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삭제된 내용에 있습니다가인권위원회가 삭제한 내용에는 세월호 유족들이 요구했던 진상조사위의 공정성과 독립성 문제검찰의 다음카카오톡 사찰논란국정원의 감청논란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논란청와대의 언론사 고소 고발 등 현 정부에 정치적 부담이 될만한 쟁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인권위원회 자문위원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의 표현대로라면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전부 삭제한 것"입니다이에 대해 가인권위원회 "내용이 방대해 추려보자는 취지에서 쟁점을 줄인 것이다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세월호 진상규명처럼 마무리가 안된 사항들은 제외됐다"고 해명했습니다만 어쩐지 궁색하기만 합니다분량의 많고 적음은 UN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문제이고, UN 인권이사회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까지도 포함해 심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결국 가인권위원회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관련 쟁점들을 고의로 삭제했다는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삭제된 내용들이 하나같이 현 정부가 비판을 받고 있는 사안이라는 것도 합리적 의심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합리적 의심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황증거가 어제(2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JTBC는 
가인권위원회 실무자에게 정부에 부담이 될 민감한 인권 문제의 삭제를 지시한 당사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두 차례나 요직을 지낸 유영하 상임위원이라고 보도했습니다검사출신의 유영하 위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조직부본부장을 지냈던 인물입니다그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도 박근혜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지냈으며지난해까지는 새누리당 경기군포 당협위원장까지 역임했던 인사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대한민국의 
가인권위원회가 사실상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인권의 ''자도 모르는 인권위원장과 정권의 치부를 가리기에 급급한 실세 상임위원이 떡주무르고 있는 가인권위원회가 그 본연의 역할대로 기능할 가능성은 애석하게도 제로입니다대한민국 인권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가인권위원회가 오히려 대한민국의 인권을 갉아먹는 집단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병철 위원장에 앞서 제4대 인권위원장을 역임했던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사회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데 지도자 혼자만 모른다는 점에서밖에서는 한국의 인권위를 리비아나 시리아에 견줘 회자하고 있다"며 땅에 추락한 한국의 인권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안경환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될 당시 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반대입장을 표명했을 정도로 중도성향이 강한 인사로 분류됩니다이런 이유로 당시 한나라당에서도 임명을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그가 객관적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인권상황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줍니다. 


이명박 정권 말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에 반대하며 안경환 교수는 대한민국의 인권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3년 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당시와 비교해 박근혜 정부의 인권상황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요. 국가인권위원회가 UN에 보낸 보고서 논란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붕어빵 안에 '붕어'가 없듯 대한민국 인권위원회에는 '인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34개의 핵심쟁점을 삭제한 끝에 UN에 보낸 보고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해 버린 가인권위원회. 대한민국 인권의 부끄러운 현주소이자 자화상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바람부는언덕의 정치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