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언덕은 주말과 휴일에 과거에 다음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철 지난 정치 시사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도 됩니다만, 그 당시의 정치 시사뉴스와 정세를 통해 과거를 더듬어 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함께 조망해 보는 것도 상당히 유의미한 일이 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3년차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여러분들은 집권 3년차에 이른 박근혜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살만하십니까? 시쳇말로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습니까?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 질문에 자연스럽게 장탄식을 내뱉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와 함께 호기롭게 출발한 박근혜 정부지만 지난 3년의 시간은 참담함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취임사를 통해 "희망의 새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의 다짐과 약속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바람부는언덕은 이미 3년 전에 박근혜 정부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습니다. 자고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이라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정국을 혼란과 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공식적으로 들어서기 하루 전인 지난 2013년 2월 24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벌써 두 달이 흘렀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주어진 그 두 달은 사실 당선인 개인에게나 차기 정부에게나 무척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역할이 강조되었던 것입니다. 인수위원회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운영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청와대 조직을 개편하고 이와 함께 내각 및 청와대 인선을 준비하며, 대선공약 등을 토대로 국정과제와 목표를 구체화시키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원회가 지난 두 달 동안 보여준 모습들은 실망스럽기만 했습니다. 이것은 박근혜 당선인의 지지율이 44%를 기록하는 것에서 나타나듯 필자의 개인적인 판단이 아닌 국민들의 일반적인 평가이기도 합니다.
물론 상대적이긴 합니다만 이것은 역대 대통령 당선인과 비교해봐도 현저하게 낮은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의 지지율은 적어도 70%대를 기록했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당선인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떨어지더니 취임을 앞두고(18~21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급기야 44%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대변인 조차 모른다는, 베일에 쌓인 인사선임과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은 새 정부에 대한 새로움과 기대감
속에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의 경우는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당선인의 이같은 낮은 지지율은 '밀봉인사에 따른 인사실패'와 '국민소통 부족',
'공약 수정 및 실천 미흡'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그러나 지난 두달 동안 보여준 모습은 확실히 국민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려가 되는 것은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국민과 소통하기보다는 고집스러울 정도의 '나홀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사문제의 경우만
보더라도 국민여론은 '철통보안'과 '기밀' 속에 진행되고 있는 소위 '밀봉인사'에 대한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해왔습니다. 그러나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선인이 지명한 인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각종 의혹과 잡음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비밀스런 인사스타일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아직까지 청와대 비서관을 인선하지 못했습니다. 오직 수석 비서관의 인선 만이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청와대 비서관을 인선한 뒤에도 그 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는다는 방심을 세웠습니다. "행정부처의 경우 1~2급 인사를 언론에 공개 브리핑하지 않는 게 관례이고, 청와대 비서관은 그 숫자가 너무 많아 인선 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22일 39명의 청와대 비서관 명단을 확정 발표한 전례가 있습니다. 발표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설명은 사실과 다릅니다. 청와대 비서관 명단을 발표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는 국민들은 이제 없을 것입니다. 지명된 인사들에 대한 비판을 피해 보겠다는 심산인 것입니다. 비판과 쓴소리를 싫어하고 멀리하는 정부가 국민과 소통할 리는 만무합니다. 이것이 필자가 박근혜 정부를 우려하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 국민 뜻 무시하는 독선과 오만의 리더쉽
박근혜 당선인은 얼마 전 내각명단을 발표했습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여파로 철저한 자체 검증의 과정을 거쳐 발표했습니다만,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비난과 질타가 아주 매섭습니다. 결국 자체검증이란 것은 그들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을 위한 그들의 검증인 셈이고 이는 보통사람들의 기준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의혹 백화점'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공직에 합당하지 않는 인사들입니다만,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를 세상에 드러내 보이려는 듯 보란 듯이 공식석상에 대동하기까지 합니다.
김병관 후보자는 야당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내에서 조차 국방부장관에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고 지적하는 사람입니다. 언론과 국민들이 낙마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장관 후보자로 손꼽고 있는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를 합참과 한미연합사 방문에 함께 대동한 박근혜 당선인의 의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국민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당선인의 '독선과 아집'이 필자가 박근혜 정부를 우려하는 두번째 이유입니다.
■ 인의 장막에 둘러싸인 당선인
지금까지 박근혜 당선인은 각료 18명, 청와대 참모진 12명 등 모두 30명의 인선을 단행했습니다. 당선인이 인선한 인물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그들이 실무형 인사들이라는 데 있습니다. 인수위원회의 인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실무형 인사들을 주로 배치하다보니 당선인의 지근거리에서 '쓴소리'를 할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 당선인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시절에도 '쓴소리'를 하는 인사들을 멀리 했습니다.
일례로 한때 최측근으로 분류되었던 유승민 의원은 자신이 쓴소리를 잘해서 박근혜 당선인과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밝힌 바 있고, 김무성 전 의원은 비록 지난 대선때 다시 중용되기는 했지만 2007년 대선 이후 역시 박근혜 당선인의 귀에 거슬리는 발언으로 관계가 소원해졌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의 날카로운 눈빛을 '레이져 광선'이라고 부르며, 쓴소리를 섣불리 했다가는 눈밖에 난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박근혜 당선인 주변에 직언이나 고언을 할 인사들이 없다는 것은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의 방향이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흐를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필자가 지난 대선과정 내내 말씀드렸던 '인의 장막'이 박근혜 당선인의 눈과 귀와 마음을 더욱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책임은 당선인 스스로에게 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주위에 둘러쳐 있는 두꺼운 '인의 장막'이 필자가 박근혜 정부를 우려하는 그 세번 째 이유입니다.
■ 자신을 버리지 못하면 박근혜는 반드시 실패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기간 동안 국민대통합을 부르짖었습니다.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이 하나되는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국민대통합이란 화두 자체가 21세기 민주주의 대한민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이 하나되는 세상'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요? 장담컨대 이런 세상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독재국가나 전체주의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민주주의 사회란 다양한 의견들이 서로 충돌하고 갈등하기도 하며 소통하는 사회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통합이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정치적 이념이나 신념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수용하고 서로 공정하게 경쟁하며 국민의 지지를 구해야 합니다. 통합이란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통합이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소통하는 것이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며 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통과 관용을 통해 서로 다른 두 가치 사이를 조정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통합의 정신입니다. 어떻습니까? 박근혜 당선인에게 소통과 관용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필자는 솔직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큽니다. 그러나 이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랍니다.
내일이면 박근혜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와 국민에게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진영논리를 떠나서 그렇게 되어야만 국가와 국민들이 불행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존의 박근혜를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근혜를 버려야 박근혜가 삽니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버려야 산다는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다시 2015년 현재로 돌아오겠습니다. 박근혜 정부 3년 차,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사회면 사회,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1,100조, 비정규직 600만,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고용률과 청년실업률, 복지 축소, 전세대란, 파탄난 남북관계 등 일일히 기록하기가 힘들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사회 경제지표는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모두가 우려했던 대로 권위주의에 기반한 국정운영으로 민주주의는 크게 후퇴했고, 공안정국의 부활로 시민권과 인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 유수의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환경과 인권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고,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선진국 중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모두가 3년 전에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 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명료합니다. 첫째, 박근혜 정부는 비판과 쓴소리를 극도로 싫어합니다. 둘째,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권위주의 정부입니다. 권력자의 독선적 리더십은 민주주의와 시민권을 위협하는 흉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박근혜가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이라는 뜻입니다. 셋째, 정부관료와 보좌진, 참모 가릴 것없이 박근혜에게 직언을 할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은 권력자의 독단과 독선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길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구중궁궐에 갇혀 민심을 외면하는 정부가 실패하는 것은 필연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요지부동입니다. '올바른'(?) 국정운영을 위한 각계각층의 비판과 경고를 무시하고 여전히 일방통행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2년이 아찔한 이유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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