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일 문재인 정부 1년을 맞아 여러 분야의 정책 전문가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조사는 경영·행정·경제·정치·법학 등 각 분야 전문가 3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4월 20일부터 30일까지 11일에 걸쳐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전문가의 74.3%가 문재인 정부 1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평가하면서 직무운영 리더십(75.6%), 직무수행(77.3%), 소통(74.4%) 등에 후한 점수를 내렸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인사검증 시스템은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일자리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34.4%로, 긍정적 평가 31.0%보다 높게 나타났고, 인사검증 시스템 역시 부정적 평가(38.0%)가 긍정적 평가(32.0%)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 중 잘한 것으로 '적폐청산'(74.0%)과 '대북정책'(63.4%), 권력기관 개혁(27.6%)을, 못한 정책으로는 일자리 정책(47.8%), 재벌 정책(26.3%), 부동산 정책(25.9%) 등을 꼽았다.
종합적으로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한 각계 전문가의 평가는 '긍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참고로 경실련이 박근혜 정부 1년을 맞아 지난 2014년 2월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각 분야의 대학교수, 연구기관의 연구자 등 25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부정평가는 60.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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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의 평가 역시 경실련의 설문 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즈음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80% 안팎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 차 기준 역대 최고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60%(한국갤럽 기준)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시민들은 적폐청산, 남북관계 개선, 외교안보, 국민 소통 등에서 높은 점수를 매겼다.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 일자리 창출, 민생·경제, 인사 시스템 등에서는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로 인수위조차 없이 출범해야 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가 국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전쟁 위기설까지 불거지며 일촉즉발로 치닫던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을 평화적 분위기로 바꿔놓은 것이야말로 최대의 성과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물론 문재인 정부 1년의 국정운영을 모두가 높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보수진영은 앞다투어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끊임없이 대립해왔던 한국당은 강도높은 비판을 퍼부으며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절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은 지난 9일 '문재인 정부 1년 정책진단 토론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1년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하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F학점, 낙제점이라고 평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 1년째인 이 시각 지금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악의 수준까지 높아졌고, 과거 월평균 20만, 30만명이던 취업자 증가폭이 지난 2월, 3월 연속으로 10만명대로 뚝 떨어졌다"면서 "실업급여자만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동네식당에 이모들이 사라지고 있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 학생들 일자리를 잃고 있다. 주말에 가족들과 외식 한 번 나가기가 겁날 정도로 생활물가, 골목물가가 치솟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 사무총장은 1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1년을 "후하게 주면 50점 정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자리 증원과, 약자 보호 등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 1년 동안 청년실업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1년, 그 중에서도 경제정책과 운용에 대한 한국당의 평가는 이처럼 냉정하기 그지 없다. 한마디로 말해 낙제 수준이라는 평가다. 실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4월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인 일자리 늘리기 정책은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주문했을 만큼 일자리 늘리기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그럼에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실업률은 4.5%에 달했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실업자수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3월 실업자수는 125만7000명에 이르고, 청년 실업률 역시 2016년 3월 이후 최고치인 11.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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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1%로 3년 만에 3%대에 진입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각 7%와 33%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역시 지난 3월까지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할 정도로 실적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기대에 못미친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 1년의 경제 성적표를 낙제라 평가해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입법부인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문재인 정부 1년의 평가와 관련해 한국당의 지난 행태를 냉정히 곱씹어봐야 하는 이유일 터다. 주지하다시피 한국당을 위시한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 추경안 처리 등 정부 정책에 수시로 반대입장을 피력해왔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은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며 세간으로부터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아왔다.
문제는 한국당의 행태가 행정부의 권력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국당은 지난 1년 동안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반대, 김장겸 MBC사장 체포영장 반대, 방문진 이사 선임 항의, 12월 예산안 처리, 김영철 방남 반대, 방송법 개정안 처리, 드루킹 특검 등 틈만 나면 보이콧 선언을 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당이 보이콧한 국회 상임위만 해도 지난 1년 동안 무려 7차례에 달한다.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고 싶어도 국회에 가로막히는 모양새가 지난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연출돼왔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들이 온전히 시행되기란 난망한 일이다. 아니, 이래서는 시쳇말로 될 것도 안 된다. 생각해 보라. 정부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제1야당이, 정부가 실족하기를 학수고대하는 제1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마당에 무엇인들 제대로 될 수 있겠나. 촛불시민의 강렬한 염원이 담겨있는 개혁과제들이 실현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진짜 황망한 것은 어쩌면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 국정농단 사태의 공동정범이자, 적폐의 한 축이라 지목받아온 한국당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1년을 'F학점'이라 규정하며 거세게 질타하고 있는 현실이 그러하다. 이 모습은 마치 '적반하장'의 궁극을 보는 것만 같다.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히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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