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격리 대상자는 급증하고 있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수도 점점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어제(4일)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지역 의사가 자신이 속한 조합원 총회와 심포지엄에 참석해 1천명이 넘는 사람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천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살고 있는 메가시티 서울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쉽게 넘길 일은 아닌 듯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제밤 늦게 긴급대책회의를 열었고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이 환자가 감염된 이후의 동선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브리핑에는 간과해서는 안되는 몇가지 중요한 점이 발견됩니다.
첫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이 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들은 서울시와 해당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았습니다. 둘째, 이
환자가 5월 30일 참석한 개포동 재건축 조합행사에 1565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함께 있었음에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참석자 명단도 확보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셋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서울시에 메르스 감염에 노출된 1565명의 참석자에 대해 수동감시를 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왔다는 사실입니다.
박원순 시장의 브리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허술한 확산방지 노력과 예방 대책입니다. 5월 30일이면 이미 메르스에 대한 위기감과 경각심이 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 퍼져 있을 시기입니다. 민•관•군 가릴 것 없이
사회적 역량을 총동원해서 메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간구해야 할 때였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
환자에 대한 정보와 이 환자가 접촉한 조합원들의 명단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관련
사실이 알려진 이후의 사후대응도 미온적이고 수동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온 국민이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안일하고 한가합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민들이 메르스 전염의
위험에 노출되자 즉각 긴급대책회의를 주최하고 밤 늦은 시각 브리핑을 통해 관련 사실과 앞으로의 대책 등을 시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이와 함께 메르스 위험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일반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이 의사의 5월 30일 이후의 동선을 지도화하여 빠른 시간 안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자신이 직접 대책본부장을 맡아 메르스 확산을 강력하게 저지하겠다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공유하는 한편, 직접
대책반을 진두지휘하겠다고 밝히며 시민들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시민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가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의 행보는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부의 그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메르스가 발생한지 13일이나 지난 후인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서 였습니다. 그것도 국회법 개정안 문제 등의 국정현안을 논하는 외중에 잠깐 언급한 수준에
불과 했습니다. 그녀는 이날 "지난 5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회의가 시작되기 3시간 전에 이미 환자수가 18명이라는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었습니다. 전국에 메르스 공포가 만연해
있고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시점임에도 회의를 주재하는 순간까지 박 대통령은 환자수조차 정확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메르스 대응 민간 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메르스가 발생한 지 15일이 지난 시점입니다. 이를 두고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 사태의 심각성에 비하면 너무 늦게 회의를 소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도처에서 일고 있습니다.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초동 대처라는 것은 상식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부터가 상황을 너무나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최고통수권자의 안일함은 곧 관료집단의 해이와 무능으로 전이되어 나타났습니다. 초기 대응만 제대로 했어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박 대통령과 이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무능이 작금의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의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메르스와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기로 한 것과 달리 정부와 청와대는 메르스가 발생한 지역과 환자들이 다녀간 병원을 공개하는 것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불안 해소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도
한결같이 '불가' 입장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대비는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서
명확하게 갈립니다. 한쪽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그보다는 (왜 그러는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다른 부분을 먼저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에서 시민들의
불신과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극도의 불신은 괴담은 물론이고 급기야 다수의 음모론으로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대책본부장을 맡으면서
상황을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이 엄중한 시기에 오는 14일 미국 순방길에
오릅니다. 타이밍이 정말 얄궃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도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내에 없는 모습을 자주 연출하고는 했습니다. 국무총리마저 공석인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길에 나서면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국정을 챙겨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이는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을 집어 삼키고 있는 메르스
사태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저 둘 중 어느 쪽이 더 신뢰할 만한가는 각자가 판단할 일입니다. 그러나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은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만큼이나 명징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부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박원순 서울시장만큼만 국민을 먼저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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