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어제(1일)까지 격리 대상자는 682명에 달하고 이 중 1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약 10여일 만에 18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초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후 그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두 명이 숨졌습니다. 전국을 집어 삼키고 있는 메르스의 공포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듯 합니다.
공포는 불안과 두려움을 먹고 자라납니다. 확정되지 않은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 공포를 유발시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극심한 공포는 누가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정부와 관련당국의 무능과 무사안일함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국가 관리시스템은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메르스 확산방지대책과 방역 조치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이 없었고, 현재까지도 우왕좌왕 주먹구구식 대응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부와 관련 당국의 대응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들 일색입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시설장비와 인력은 미비하고 대응 메뉴얼조차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환자를 진료했던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역으로 메르스에 감염되기도 했습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격리의 대상이 되었어야 할 의료진들은 엉뚱하게도 다른 환자들까지 진료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포스러운 재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 구멍 뚫린 국가방역시스템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장면들입니다.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오판과 대응은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애초 정부는 메르스의 전파력을 낮게 보고 초기 방역 범위를 매우 좁게 설정했습니다. 첫번째 환자와 같은 병동에서 입원해 있다가 감염된 8명은 보건당국이 정한 자가격리 대상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보건당국이 밀접 접촉자의 범위를 첫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을 썼던 입원환자와 가족들로 한정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당국은 같은 병동의 입원 환자 중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나오자 그제서야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들을 격리시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 와중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세번째 환자의 아들은 자신의 중국출장 계획을 알렸지만 의료진과 보건당국의 별다른 조치가 없어 중국으로 출장을 떠났고 결국 중국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중국 당국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고, 중국 네티즌들은 우리나라의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메르스의 불똥이 옮겨 붙었다며 한국인에 대한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한심한 대응이 국가망신까지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국민들의 불안도 그와 함께 점점 증폭되어 급기야 극단의 공포심리가 발현된 '메르스 괴담'이 시중에 떠돌자 정부가 통제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할 수는 없지만 업무방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하겠다며 관련글들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안일한 초기대응과 부실한 방역대책은 물론이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혼선과 혼란을 야기시킨 당사자가 정부라는 측면에서 방귀 낀 놈이 성내는 겪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괴담(?)들은 허무맹랑하고 악의적인 내용보다는 정부가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들과 관련된 내용들이 더 많습니다. 공기 중으로는 절대로 감염되지 않는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가 무색하게 다른 병실의 환자가 감염되었다는 사실은 공기 감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환자가 발생한 병원에 가도 상관이 없다는 당국자의 말을 인용보도한 연합뉴스의 기사는 괴담보다 무서운 오보로 판명이 났습니다. 물론 외부에서는 양치질도 하면 안된다느니 숨만 쉬어도 감염된다느니 같은 괴담스러운 괴담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불안을 극한으로 몰고가고 있는 것은 괴담이 아니라 오히려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정부입니다.
첫번째 환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환자들은 모두 첫번째 환자를 치료했던 의료진, 이 환자와 같은 병실이나 병동에 입원해 있던 사람, 이들을 간호했거나 문병했던 2차 감염자들입니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2차 감염자가 아닌 3차 감염자에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책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옮겼는지 조차 드러난 것이 거의 없습니다. 2차 감염자들 중의 상당수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별다른 격리조치 없이 일상생활을 해왔습니다. 전 국민을 패닉상태로 몰고갈 3차 감염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유입니다.
안타깝게도 현 상황에서 정부가 기댈 것은 3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일 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1차 감염 이후 2차 감염 단계에서 확실하고 철저한 대응과 방역이 이루어졌어야 했음에도 정부의 무능과 고질적인 사후대책 미비가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켰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뒤늦게 3차 감염의 확산에 전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입만으로 해결될 것이었다면 이 정부 들어 끊이질 않고 있는 각종 사건 사고들은 도무지 설명이 되지를 않습니다. (오늘 우려하던 3차 감염자가 처음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6명의 환자가 더 발생해 메르스 환자는 모두 2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온 나라가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어제 첫 사망자가 발생한데 이어 두 번째 사망자까지 발생했고, 3차 감염자까지 발견되면서 국민들의 두려움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이 현 상황은 정부의 초기 대응과 국가방역시스템의 부재가 부른 인재입니다. 필자는 더 이상의 환자와 희생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간구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 나라에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인재가 발생하지 않기를 학수고대합니다. 국민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깨달아야 합니다. 전 국민을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 '메르스 괴담'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정부의 무능'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환자분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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